Top Coder RAW novel - Chapter (41)
탑 코더-41화(41/303)
# 41
높아진 위상
────────────────초조한 안색의 지원자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대강당에 앉아 있었다. 그 속에 황호근과 최기훈도 있었다.
“승호는 언제 도착한다니?”
“이제 거의 다 왔답니다.”
“하필이면 오늘 시연회를 할 건 뭐야.”
“그러게요. 무선사업부 사장인가? 그 사람이 직접 보고 싶다며 찾았다고 하니. 빠질 수도 없고.”
“3.5억 짜리 프로젝트만 아니었어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건데.”
최기훈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제 말이요.”
“그래도 다행인건 이제 정부 보조금을 안 받아도, ZONE 프로젝트 시작 해볼 수 있다는 거야.”
10억.
선진데이터시스템에 파견 간 지난 2달 동안 승호가 벌어들인 돈이었다.
엔진 앱스토어 성능 개선에 2.5억.
SDN 개발에 4억.
생체인식 성능 개선 3.5억.
지난 두 달간 운영비를 빼고 간간히 팔린 XONE 솔루션을 더해 회사에 16억이라는 돈이 쌓였다. ZONE 프로젝트를 성공 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된 것이다.
“다 승호 덕분이네요.”
“이번 지원금만 타게 되면 더 이상 외주 일 안 받으려고. 승호를 외부로 돌리는 건 인력 낭비 같다. 빚을 내서라도 ZONE 프로젝트 개발해야 돼.”
“제 생각도 같아요. 만약 선정 안 되도 이제 시작해야 합니다. XONE에 난독화 솔루션을 팔면서 버텨 봐야죠.”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지원자 미라클 데이터 발표 준비 부탁드립니다.
황호근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저기도 나왔네?’
최기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 유쾌한 기억을 공유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니까요.”
황호근이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번에도 수작부리는 건 아니겠지······.”
***
발표를 위해 앞으로 나선 안재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미라클 데이터 안재현입니다.”
안재현은 심사 위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춘 후 말을 이었다.
“저희 미라클 데이터가 준비한 건 빅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입니다.”
안재현이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안재현 뒤에 있던 ppt가 넘어갔다.
“사실 식상할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어떤 분들은 그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시기도 할 겁니다.”
딸깍.
또 한 장의 ppt가 넘어갔다.
ppt에 나타난 건 안재현의 경력.
-대한 대학교 졸업.
-선진데이터시스템 검색개발 10년 근무.
안재현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고, 당당했다.
“그러나 저희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10여년 이상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근무 하며 쌓았던 통찰력을 녹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통찰을 바탕으로 자사에서는 분석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름 하여 MDA. 미라클 데이터 알고리즘이라는 뜻입니다.”
안재현이 리모컨을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ppt가 한 장 더 넘어갔다.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던 허춘수 교수가 옆 자리에 앉아 있는 동부 대학교 서승훈 교수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턱을 쓰다듬던 서승훈가 말했다.
“뭐, 나쁘지 않네.”
허춘수가 기함을 하며 대답했다.
“저게?”
“부족한 게 있으니까. 기술 멘토를 붙이고 정부 보조금을 투자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보기에도 완성도가 높으면 굳이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허춘수의 목소리 살짝 높아졌다.
“아무리 그래도 포트에서 검색만 해도 나오는 오픈소스들을 가지고 나와서 마치 자사의 기술인양 떠드는 건 너무 하잖아.”
“그게 현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현실이야. 그러니까 이런 지원들이 필요한 거고.”
허춘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다.
저래서는 안 된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안재현의 말을 듣는 내내 허춘수 찌푸려진 표정이 펴질 줄을 몰랐다.
안재현이 내려가고, 다음 참가자가 올라왔다. 그때 드르륵 거리며 박신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저 신욱현 의원님 보좌관입니다.
박신우는 직감했다.
청탁.
공직에 있으며 무수히 봤던 것들 이다. 여기서 얼마나 잘 대처하는 지가 공직에서 승진을 판가름 한다.
“네. 말씀하세요.”
-이번에 지원한 기업들이 많아서,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돼서요.
박신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좀 드리려고 전화 했습니다. 듣자하니 데이터 분석을 하는 기업 중에 기적적으로 한국형 분석 서비스를 개발 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서요.
박신우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느낌이 왔다.
-참 대단합니다. 우리나라에 복이지요. 그런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좌관은 유독 기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박신우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미라클 데이터······.’
그러나 자신은 승진을 위해 공직에 나선 것이 아니었다. 정말 나라를 위한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신우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차피 결정은 자신의 몫이다.
-하하 네. 그럼 충분히 알아 들으셨다고 믿겠습니다.
보좌관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박신우가 전화기를 들고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지랄, 염병. 내가 니 딱 가리냐?”
옆에 앉아 있던 교수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박신우를 보았다. 박신우가 다시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하, 괜찮습니다. 진행하시죠.”
그 말에 교수들이 고개를 돌렸다.
***
대 강당에 도착한 승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급하게 뛰어왔는지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승호를 확인한 황호근이 손을 들었다.
“여기다. 여기.”
살짝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걸음을 옮겼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
그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불현 듯 그의 이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미라클 데이터 안재현이었나······.’
방문 증을 수령해 자신들을 지나쳐 가던 그 모습.
그때 모습이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승호는 고개를 돌리고 다시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황호근이 그런 승호를 반기며 말했다.
“고생했다.”
“하하, 아닙니다.”
“부담스러우면 굳이 네가 발표 하지 않아도 돼. 나도 있고, 여기 최 팀장도 있으니까.”
“기술 적인 질문이 많다고 하니. 제가 해야죠.
함께 있던 최기훈이 물었다.
“갔던 일은?”
“잘 마무리 됐습니다.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얼마 전부터 승호의 말에 절대적인 믿음이 생겼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지.”
황호근이 앞에서 발표 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끝나면 우리 차례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호근이 알려준 방향으로 가니 안내 직원이 대기 실로 자리를 안내 주었다.
그렇게 수분을 기다리고, 발표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갔다. 수번의 회의.
한 번의 컨퍼런스 발표.
방금 전 마친 선진전자 고동만 사장 앞에서의 토의.
그 경험들이 녹아들었다. 일말의 떨림도 없이 국내 내로라하는 교수들 앞에 선 승호가 입을 열었다.
“시내 소프트 강승호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건 SDN, NFV를 통한 초고속 패킷 분석 서비스 입니다.”
승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몇 심사 위원들은 대놓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승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어떻게 바뀔지.
그렇기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먼저 SDN 개발 현황부터 보시겠습니다.”
승호가 ppt에 작성되어 있는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선진데이터시스템에 구축되어 있는 SDN 관리 페이지에 접속되었다.
“이건 얼마 전 선진데이터시스템에 적용한 SDN 및 NFV입니다. openflow의 프로토콜을 사용했고, nax 프로젝트의 코드를 일부 차용했습니다.”
허춘수는 설명을 듣자마자 안색을 찌푸렸다.
‘또 오픈 소스 베껴서 나온 기업이라니.’
절로 말이 퉁명 스럽게 나왔다.
“nax 코드를 차용 하셨다고요? 정확히 어느 부분을 차용하셨고, 어느 부분을 개발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라우팅 방식 중 overlay 부분을 차용했고, 이 부분에서 성능 개선을 이루었습니다.”
허춘수는 멈추지 않고 물었다.
“성능 개선한 부분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승호는 마치 압박 면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건 nax 프로젝트 코드를 보면서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승호가 브라우저 탭을 하나 더 열어 겟허브에 접속했다.
겟허브.
세계 최대 코드 공유 사이트로 수많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겟허브에 등록되어 있었다. 승호는 그 중 nax 프로젝트를 열었다.
“여기 nax 프로젝트입니다. SDN 관련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 중에서 가장 활발한 프로젝트 입니다.”
허춘수는 아까 발표 했던 미라클 데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픈 소스 도용.
지금까지는 그 짐작이 들어맞았다. 그랬기에 절로 말이 거칠게 나왔다.
“그 정도는 여기 있는 분들도 전부 알 고 있습니다.”
승호가 마우스를 움직여 몇몇 파일들을 열었다.
“여기를 보시면 오버레이 방식, hop-by-hop 방식을 선택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주석을 보면 오버레이 방식의 네트워크 효율이 떨어지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고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은 그만 설명하셔도 됩니다.”
승호는 다시 마우스를 움직여 자신이 코드를 업로드 한 부분을 화면에 띄웠다.
“이건 제가 업 로드한 코드로 현재 다음 버전에 적용 예정인 내용입니다. 라우팅 정보를 하부 계층에서 처리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한 코드입니다.”
-update SdnOverLayManager
[email protected] committed 12 days ago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허춘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업로드를 해? 그리고 저 아이디는··· 제로원?’
자신도 익히 알 고 있는 아이디였다.
저게 저기 있다는 말은.
허춘수가 급히 승호를 불렀다.
“자, 잠시 만요. 커밋한 아이디가 zerone?”
승호가 마우스를 멈추고 허춘수를 보았다.
“네. 제가 겟허브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아, 아닙니다.”
“상세히 설명 드리기에는 발표 시간이 모자랍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링크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SDN으로 구축된 네트워크 환경으로 들어온 패킷을 어떻게 분석 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허춘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승호를 주시했다.
zerone.
자신이 대학원생들에게 코드 리뷰까지 시켰던 그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니.
더구나 자신이 알기로 제로원은 더 게이트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한 팀의 이름인데······.
허춘수가 급히 시내소프트 관련 서류를 다시 살펴보았다.
-회사명 : 시내 소프트
-인력 구성 : 팀장 강승호
-경력 : S사 앱 성능 개선, 생체인식 성능 개선, SDN 프로젝트.
그리고 마지막에 적혀 있는 문장.
-더 게이트 우승.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