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45)
탑 코더-45화(45/303)
# 45
높아진 위상
────────────────pcGuard.
선진데이터시스템의 협력사 중 한 곳이 개발해 납품한 프로그램으로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모든 PC에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숨겨진 기능 중 하나는 타켓 PC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대한 저장.
김신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협력사에게서 넘겨받은 최신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문서 파일들은 자신들이 설치한 DRM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승호가 작성된 코드들은 어째서인지 하나 같이 해석 할 수 없는 문자열로 표현되고 있었다.
▼■●◇▷???
??〈〉【】◎●
단 한 글자도 알아볼 수 가 없었다.
“젠장··· 복호화 하는 키가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또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건지······.”
그걸 찾아야 시내소프트가 만든 SDN의 핵심 기술을 빼내 올 수 있다. 이미 겟허브에 올린 코드는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실제 수십 대의 서버를 운용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 아마 그 내용을 빼고 코드를 업로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신우가 입술을 꽉 깨물며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짓 까지······.”
결정을 내린 김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서준에게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낯선 이를 맞닥뜨려야 했다.
“윤리 경영 실에서 나왔습니다. 192.168.0.121 번 아이피 사용 중이시죠?”
당황한 김신우가 되물었다.
“네, 네?”
직원은 동의도 받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버렸다.
“지, 지 금 뭐하시는 겁니까?”
자리에 앉은 직원이 명령어를 하나 입력했다.
c:>ipconfig.
그러자 나오는 아이피.
Ip address 192.168.0.121
직원은 아이피를 확인하고 김신우를 향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같이 가주셔야 겠습니다.”
“아, 아니 지금 이게 뭐 하시는······.”
“대외비 정보 유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더 이상 소란은 과장님도 곤란하실 텐데요.”
눈빛보다 차가운 그 말에 김신우는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도착한 곳은 윤리경영실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회의실.
김신우는 회의실로 들어서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사람은··· 고동만?’
왜 고동만이 여기 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pcGuard사 직원.
그 직원이 사색이 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김신우는 그 순간 직감했다.
‘걸렸다······.’
앉아있던 윤리경영실 실장이 말했다.
“김 과장님. 이미 협력사 직원이 전부 말했습니다. 보안프로그램에 심어져 있는 기능으로 사내 직원의 활동을 감시하셨다고요.”
김신우는 당황하지 않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답변을 꺼내 들었다.
“그건··· 정보 보안팀에서 불시에 진행하는 보안점검의 일종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한서준과도 입을 맞춰 두었다. 물론 실제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일이기도 했다.
“정보보안팀 업무 중 하나란 말입니까?”
“네.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답변에는 막힘이 없었다. 회사 생활 수 년 동안 발전시킨 혀를 놀리는 기술이 빛을 발했다. 거기에 윤리경영실장의 자기 식구 감싸기가 더해졌다.
“업무 중 하나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혹여 불순한 일을 꾸미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관행적으로 이런 불시 점검은 계속돼 왔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절 찾으신 건지······.”
김신우는 문제를 관행으로 둔갑시켰다. 모두가 동의하는 가운데 고동만 사장이 나섰다. 고동만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신우를 쏘아 보았다.
“뭐 이런 일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자네 지금 문제가 뭔지는 아나?”
다른 게 있다?
이해하지 못한 김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뒤진 그 컴퓨터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했겠지?”
강승호.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고동만이 한층 싸늘해진 어조로 김신우를 다그쳤다.
“더 게이트 우승자. 그런 사람이 자기 노트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를 거라 생각했나?”
쿵.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알면 어쩔 건가?
자신은 선진의 직원이고, 강승호는 매출 20억의 소기업 직원이었다.
고동만이 말을 이었다.
“전자 쪽 엔진 스토어, 생체인식 기능 개선. 앞으로도 인연을 맺어야 할 사람인데 자네 덕분에 그 사람과 연이 끊어지게 생겼어.”
김신우는 그제야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다. 자신이 여기까지 끌려온 이유는 노트북을 훔쳐봤기 때문이 아니었다.
강승호.
그 사람의 노트북을 해킹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텐가? 앞으로 자네가 개발할 건가? 아니면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볼 텐가? 둘 중 하나라도 할 수 있으면 조용히 묻고. 아니면. 옷 벗어.”
꽉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
일주일 뒤.
승호는 자리에 앉아 산출물을 마무리 했다.
‘여기도 이제 끝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장민재 부장이 찾아왔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일은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다른 프로젝트로 더 큰 액수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신뢰.
그걸 잃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서비스도 팔고 싶지 않았다. 전 세계인들이 ZONE 서비스를 사용할 때 선진은 소외 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선진은 시 총 수백조의 글로벌 기업.
자신들은 자본금 3억의 소기업.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탁.
마지막 엔터를 치고 ctrl+s를 눌러 저장했다. 그리고 장민재 부장과 한서준 부장에게 각각 작성한 산출물을 전송했다.
‘이제 우리 걸 만들어야해.’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난 승호가 고동수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승호님. 이제 내일 부터는 우리 서비스 개발하는 건가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파견 생활이 지루하긴 했습니다. 남의 일 해주는 게 영 적성에도 안 맞고요.”
“앞으로 우리 일을 한다고 해도 그럴 수 있어. 하나의 서비스가 완결성을 가지는데 까지 필요한 건 개발자의 재미가 아니니까.”
고동수가 눈을 반짝 거리며 승호를 보았다.
“맞습니다. 역시 승호님. 그 말씀 금과옥조로 여기겠습니다!”
“그래.”
사담을 나누며 건물을 나섰다.
초가을.
어느새 어둑어둑 해진 정문을 나서려는 순간 둘 앞에 검은 그림자가 휙 나타났다.
승호는 반사적으로 그림자의 멱살을 그려 쥐고, 다리를 걸어 버렸다. 상대의 몸이 공중에 살짝 뜨는 순간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자, 잠시 만요. 저 김신우입니다아악!”
이미 생겨난 관성.
거기에 약간의 감정이 더해졌다.
쿵.
결국 김신우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볼썽 사납게 나뒹굴었다.
“으윽.”
승호가 재빨리 몸을 숙여 김신우를 부축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 반사적으로······.”
김신우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신음만 흘려댔다.
“으으으윽.”
승호가 걱정을 가득 담아 물었다.
“괜찮으세요? 응급차 부를까요?”
겨우 정신을 차린 김신우가 말했다.
“끄으으윽. 괘, 괜찮습니다.”
“휴우. 정말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일까.
김신우는 승호의 저 말이 너무 얄밉게 느껴졌다.
툭툭.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김신우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때 마다 하얀색 먼지가 비산했다. 오늘따라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대충 먼지를 털어낸 김신우가 우물쭈물 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건 사과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승호가 모른 척 물었다.
“사과요?”
“얼마 전에 노트북이 해킹 당하신 것 같다고 하셨다고······.”
“아······.”
“사내 보안점검의 일환으로 진행한 일이었는데, 괜한 오해를 사고, 업무에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김신우가 살짝 목례까지 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많아 보이는 나이.
그런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광경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승호도 얼른 고개를 숙이며 더 내려가려는 김신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신우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뭐. 이미 지난 일 저도 더 이상 거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승호가 연신 괜찮다며 손 사레를 쳤다.
“···그러면 앞으로도 회사와의 관계에는 변함 없는 걸로 알아도 될까요?”
목적성이 다분한 사과.
그래도 이게 어딘가.
갑이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하는 건 첫 날 자신의 노트북을 세팅해 준 것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관계는 그대로겠지만 일의 방식에는 변화가 생길 겁니다. 이를 테면 제가 여기로 와서 일하게 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차가워진 말투에 김신우도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
“아, 알겠습니다.”
“네.”
승호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서로 사담을 나눌 사이도 아니었다. 김신우는 마지막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승호가 절뚝거리며 돌아가는 김신우를 안쓰러운 눈길로 보았다. 옆에 있던 고동수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승호님. 일부러 그랬죠?”
승호가 의뭉을 떨며 답했다.
“뭘?”
“충분히 멈출 수 있었잖아요.”
“몸의 반동을 이용한 기술이야. 멈췄다가는 오히려 내 허리가 나갔겠지.”
“흐흐, 알겠습니다. 그런데 운동도 원래 그렇게 잘하셨어요?”
“개발자에게 체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너도 명심하도록 해.”
어느새 서늘해진 초가을 찬바람이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
집으로 돌아온 승호가 털썩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개발인가······.”
빡빡한 스케줄에 몸이 노곤 노곤했다. 뒹굴 거리던 승호가 핸드폰에서 은행 앱을 실행시켰다.
“그래도 이걸 보면 힘이 나네.”
왜 선진전자 사람들이 연말 인센티브를 받으면 다시 회사 갈 힘이 생긴다는 지 알 것 같았다.
(주)시내소프트 150,000,000.
황호근은 파견이 종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센티브로 1억 5 천만 원을 지급해 주었다. 지난 번 받은 돈까지 합쳐서 통장에 쌓인 돈만 벌써 2억.
고아원을 나와 30살 전에 1억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일종의 꿈이랄까.
그런데 지금 통장에 2억이 넘는 돈이 모였다.
목표의 2배를 모은 것이다.
승호가 공중으로 팔을 뻗었다.
“전부 이 팔과 눈 덕분이야.”
병원에서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너무 고마워 기증자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쪽에서 마음만 받겠다고 하십니다. 다시 보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충분히 이해되는 말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눈과 팔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었다. 그걸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리라.
승호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떠 보았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내부를 0과1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자동차들처럼 질서정연하게.
“볼 때 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이해까지 되고 있었다.
이 능력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에 충분할 것이다.
“으쌰!”
승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샤워를 마친 후,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승호야, 오늘도 고생 했다.”
고아원 시절.
불안한 밤을 버티던 주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