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47)
탑 코더-47화(47/303)
# 47
터지면 죽는다.
────────────────정문에서 버스를 타고, 공과 대학 건물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 허춘수가 있는 교수실로 이동했다.
“대학 생활이라는 건 어떻나요? TV에서나 보던 꿈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그런 느낌인가. 참고로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겁니다. 제가 대학을 안 나와서요.”
코끝을 찡긋거리며 고민하던 백채원이 말했다.
“그냥 뭐랄까. 과제, 수업. 다시 과제. 수업의 무한 루프 에요. 그러다 데드 락에 걸리는 순간 꽥.”
“그건 좀 무섭 네요······.”
“혹시 저도 뭐 하나 물어 봐도 될까요?”
승호가 백채원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더 게이트 우승을 했는지. 말씀 드릴까요?”
“헐······.”
“다들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우승했는지. 더 정확히는 어떻게 역전했는지.”
백채원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승호를 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대회에 참가한 많은 팀들이 패치에 백도어를 심어 배포 했습니다. 전 그 백도어를 통해 역으로 상대팀 파일을 탈취 할 수 있는 패치를 만들었고요.”
말이야 쉽지.
실제로 그런 패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백채원의 표정에는 더 자세히 듣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고동수가 나섰다.
“누나, 내가 알려줄까? 난 이미 들었지롱!”
“엇. 진짜? 넌 들었어?”
승호가 보기에 둘은 정말 친해 보였다.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니까. 나 요즘 승호님 밑에서 일 하잖아.”
“좋겠다. 나도 궁금한데······.”
고동수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줄까. 말까.”
“이게 어디서 누나를 놀려. 당장 말 못해!”
“윽. 승호님 허락부터.”
백채원의 시선이 다시 승호를 향했다. 승호가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컴퓨터 공학부
-교수 허춘수.
교수실 앞까지 다 온 것이다.
“아쉽게도. 다 왔네요. 남은 이야기는 특강 끝나고 할까요.”
그 말을 끝으로 살짝 목례를 한 승호가 걸음을 옮겼다.
허춘수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승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승호가 허춘수의 손을 맞잡았다. 겨우 2번째 만남이었지만 둘 사이에 서먹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빨리 불러 달라고 얼마나 성화를 부리던지.”
“하하, 좀 더 빨리 오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자네가 너무 바쁘니까. 내 체면만 생각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제가 이렇게 온 것 아니겠습니까.”
전화와 바나나톡.
그 두 가지를 이용해 수시로 연락을 취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정말 대학원에 다녀볼 생각 없나? 자네라면 수년 내에 여기 교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승호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 기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돈이라면 교수를 하면서도 벌 수 있어. 산학협력 사업에서부터 특허를 내도되고. 요즘은 교수하면서 사업하는 사람도 많다.”
“하하, 그 이야기 더 하시면 자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농담이 섞인 협박에 허춘수가 펄쩍 뛰며 승호를 말렸다.
“여기까지 와서 가긴 어디를 가. 네가 말 한데로 학사 행정 시스템 돌아가는 서버 실에 ZONE 클라이언트 설치까지 해놨는데.”
“어제 확인해 보니 데이터 잘 들어오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벌써 PoC(개념증명)까지 마친 거냐?”
“회사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라 꾸준히 준비해 왔으니까요.”
“만약에 망하면 내 쪽으로 오는 거 약속 한 거다.”
“가만 보니. 저 망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너 지원 사업 선정 되게 해주려고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데.”
“흐흐, 결과가 나와 보면 알게 되겠죠.”
허춘수가 가슴을 치며 호언장담했다.
“보나마나야. 시내 소프트 무조건 뽑힌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특강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
100여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을 국내 최고 수재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들 앞에서 특강을 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승호가 천천히 걸어가 단상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승호라고 합니다. 허 교수님께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인사말을 마친 승호가 그 위에 준비되어 있는 노트북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하나 실행시켰다.
“어떤 내용을 말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론 적으로야 다들 공부를 많이 한 학생들이니까요.”
승호가 마우스를 조작 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특정 주제에 대한 이론이 아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걸 보여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승호가 브라우저에 url을 하나 입력했다.
“이 사이트는 현재 저희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ZONE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는 SDN, NFV라는 기술에서부터 각종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들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PoC가 진행 중이고요.”
이내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타났다.
“먼저 그 기술의 결과물부터 보여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그인을 하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니터링 화면이 나타났다.
“교수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대한 대학교 방화벽에 ZONE 서비스의 클라이언트를 하나 설치했습니다. 이 클라이언트가 하는 일은 인, 아웃 바운드 패킷을 저희 ZONE 서비스로 전송해 주는 겁니다.
승호가 화면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은 PoC 단계라 화면이 많이 조잡합니다. 기능과 데이터를 위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말을 하던 승호가 놀란 눈으로 마우스를 조작했다.
10:01:00 Alert 10.10.1.5 Incorrect connection attempt 10:01:01 Alert 10.10.1.5 Incorrect connection attempt 10:01:02 Alert 10.10.1.5 Incorrect connection attempt10.10.1.5는 사설 아이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유기 아래에 연결되어 있는 PC 들이 할당 받는 IP 였다.
“보시면 누군가 10.10.1.5 IP로 침입을 시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교님 혹시 이 아이피 누가 사용하고 계신지 확인 가능 할까요?
놀란 조교가 급히 노트북을 켜 해당 아이피의 주인을 찾아보았다.
“함곤호 교수님. 원자력시스템 공학과 교수님이십니다.”
마치 조교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모니터링 화면에 새로운 알람 텍스트가 하나 올라 왔다.
10:02:01 Fatal 10.10.1.5 Leak 월성 원자력시스템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dox.
붉은 색으로 볼드 처리 된 텍스트.
그 중 ‘월성 원자력 시스템’이라는 명사의 조합이 승호의 눈에 각인 되었다.
“이거··· 빨리 확인부터 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원전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불길함이 스물 스물 피어올랐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원자력 발전소 내부.
DSC(분산제어시스템) 유지보수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성원이 몰래 들고 온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며 중얼 거렸다.
“여기는 꿀 빨 수 있어서 좋단 말이야.”
“그러니까. 외진 곳에서 근무하는 것 말고는 다 좋아.”
-타당.
-타다다당.
-타당.
-DIE.
화면에 뜬 그 글자에 조성원이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었다.
“이 새끼들은 밥 먹고 게임만 하나. 왜 이렇게 잘해.”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혀를 차며 중얼 거렸다.
“쯧쯧. 맨날 존버나 타니까 그렇지.”
드르륵.
드르륵.
조성원이 진동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게임 끝났는지 어떻게 알고 딱 메일을 보냈네.”
조성원이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 회사 메일에 접속해 보았다.
-보낸이 : [email protected] -제목 : 월성 원자력시스템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 결과.
-내용: 첨부 파일 확인 후 회신 바랍니다.
메일을 확인한 조성원이 중얼 거렸다.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 결과 왔네.”
“벌써?”
“몰라 그렇데. 어디 보자 첨부 파일이······.”
-첨부 : 월성 원자력시스템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dox 조성원이 마우스를 움직여 첨부 파일을 클릭했다. 파일이 다운로드가 끝나고, 문서 파일을 열었다.
“···뭐야 이거.”
“왜?”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옆에 있던 동료직원이 일어나 조성원에게 다가가 갔다. 모니터를 보니 정말 빈파일. 동료직원이 낄낄대며 말했다.
“갑님들 실수 하셨네. 답장 보네. 일 똑바로 안하냐고.”
조성원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까? 빈파일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일 제대로 안 하십니까.”
“큭. 한 번 해볼까?”
“미친놈 그랬다가 사장 달려온다.”
조성원은 동료와 시시덕거리며 답 메일을 작성했다.
-제목 : [회신]월성 원자력시스템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 결과 -내용 : 안녕하십니까. NDL 조성원입니다.
보내 주신 메일 확인 결과 첨부 파일 내용이 비어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송 버튼을 클릭 후. 다시 헤드폰을 머리에 썼다.
“이번에는 내가 치킨 먹는다.”
전의를 다지며 게임에 열중했다.
***
대한 대학교 원자력시스템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모여 갑론을박 토론을 하고 있었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서 유도 파를 생성 계측하는 방법은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원하는 계측 점에 제대로 도달 하지 못할 시에 이상 값을 추출 할 위험이 있어. 모니터링 방법으로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지.”
“광학 반사체를 이용하면 그 단점을 개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그 방법을 생각 안 해 본 건 아냐. 그런데 업체에 문의 해 보니까. 그 반사체의 단가가 너무 세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
대화를 나누던 대학원생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뒷목을 주물럭거렸다.
“아이고, 머리 아프다.”
“날씨도 좋은데 산책이나 다녀와서 할까?”
“그럴까?”
“오키, 나가자.”
둘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황급히 연구실로 들어왔다. 당황한 대학원생이 물었다.
“누, 누구세요?”
“허춘수 교수님 밑에 있는 조교 유태민입니다. 문제가 생겨서요.”
“무슨 문제······.”
“혹시 10.10.1.5 아이피 사용하시나요?”
그러자 둘은 서로를 보며 물었다.
“그거 썼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잘··· 노트북에 사용하는 거였나.”
“잠시 제가 확인 좀 해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유태민이 연구실로 들어가 PC 아이피를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각 연구실별로 사설 아이피가 할당되고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본인들 마음이었기에 어떤 PC가 어떤 아이피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분이 지나가고.
결국 유태민이 해당 아이피를 사용하는 PC를 찾아냈다.
“여기 이 PC 에 혹시 월성 원자력시스템 모니터링 개선 연구 용역.dox 파일 저장 돼 있습니까?”
그러자 대학원생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어,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이번 정부 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일인데······.”
“시발 X 됐다.”
“네?”
유태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또르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