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0)
탑 코더-50화(50/303)
# 50
터지면 죽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실장 조장수는 사이버정보비서관의 보고에 침음을 흘렸다.
“해킹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네. 현재 협력사 직원을 통해 악성 코드 유포 사실까지 확인한 상태입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각 연구소 또는 대학들에서 원자력 관련 자료 유출이 보고되고 있고요.”
조장수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를 짚으며 1차장에게 물었다.
“정말 해킹을 당했다고 가정하고.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예상 피해 범위는.”
1차장이 들고 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과거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토대로 울산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를 가정. 피난은 하지 않았을 때 약 2만 명이 급성 사망 하게 됩니다.”
2만 명.
그 수치에 안보 실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딱딱해 졌다. 1차장이 말을 이었다.
“그 이후 암 사망은 약 70만 명. 인명 피해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200조를 넘을 것으로 추산 됩니다.”
탕!
조장수가 주먹을 쥐고 책상을 내리쳤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딴 짓을 벌이는 거야.”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까지 확인 했습니다. 아직 별다른 요구가 없어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조장수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보고 계속해봐.”
“울산의 금현자동차 및 석유화학단지의 물적 자본 피해까지 합쳐지면 대략 잡아도 500조 가량의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1차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인명 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조, 물적 피해가 500조가 넘을 거라는 게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이는 울산 지역에 특히 산업 단지가 많아서 특히나 물적 피해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조장수가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주 제어실에 문제가 생기면 방사능 유출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했지?”
“아직··· 정확한 계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일단 원전 정지 명령부터 내려야 합니다.”
조장수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정지 명령? 대통령님께 가서 그렇게 말할까? 대통령님. 일단 원전 정지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한국 기술력으로는 해커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안보실에 정적이 흘렀다. 조장수는 연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사태 수습 진행은?”
“요원들을 급파해서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초 유포자를 특정해서 심문 중에 있고요.”
그때 사이버정보비서관의 핸드폰이 드르륵 거리며 진동했다. 조장수가 불퉁하게 툭 내뱉었다.
“뭐해, 어서 받지 않고.”
전화를 받은 비서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조장수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악성코드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그런데?”
“시스템을 다운 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장수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예상하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는 정보 유출이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가 멈추거나··· 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원전 정지 명령부터 내려야 합니다.”
“당장 NSC 소집해.”
조장수의 지시에 1차장이 급히 걸음을 움직였다.
***
대한 대학교. 원자력 시스템 연구실.
승호가 떠난 연구실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어수선 했다. 고동수가 울상을 지으며 중얼 거렸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는데······.”
백채원이 그런 고동수를 보며 말했다.
“따라가긴 어딜. 따라가.”
“그래도 언제 저런 경험 해보겠어.”
“그렇긴 하지만······.”
고동수가 백채원을 힐끗 거리며 말했다.
“승호님 좀 멋있지?”
“응?”
“아니 오늘도 봐봐. KISA 이정훈님이 모셔 갔잖아.”
“뭐, 그렇긴 하지.”
“진짜 능력이 장난 아니야. 내가 옆에서 근 한 달 정도 봤는데 어마 무시해.”
“······.”
신이 난 고동수가 침을 튀겨가며 말했다.
“누나 포트에서 서비스 하는 코드 제로 알지?”
백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도 1등급 하셨었어.”
“그, 그래?”
“그렇다니까. 마음만 먹으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냥 흥미가 없어서 안 하신 거지. 누나도 오늘 봤잖아. 불과 수분 만에 악성코드 분석하는 거.”
백채원이 코끝을 찡긋 거렸다. 오늘 있었던 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놀라운 일들뿐이었다.
특강을 와서 파일 유출을 밝혀낸 일이나.
악성코드를 분석해낸 일이나.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다. 고동수가 그런 백채원을 보며 말했다.
“승호님이 오늘 특강 하겠다고 한 이유가 뭔지 알아?”
“이유? 그냥 교수님이 부탁해서 한 거 아냐?”
고동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백채원을 똑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누나 때문이야.”
백채원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누나도 오늘 본 ZONE 서비스. 그거 개발할 사람을 뽑고 있거든.”
“아······.”
“누나 생각은 어때?”
“나, 난 아직 졸업도 안했는데······.”
“졸업하면? 졸업하면 뭐하게? 넥스터나 포트. 뭐 그런데 가려고?”
백채원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직 그렇게 까지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저 프로그래밍이 재밌고, 좋아서 열심히 해왔을 뿐이었다. 고동수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승호님이 이 건을 잘 마무리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뭐, 그냥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되지 않을까?”
“아니. 로켓이 발사되는 거야. 그때는 누나 자리가 없어질 지도 몰라.”
고동수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다행히 내가 누날 위해서 한 자리 마련 해 놨어. 그러니 어서 탑승해. 이제 곧 다들 승호님 밑에서 일해 보려고 할 테니까.”
백채원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흥분한 고동수의 말이 왠지 사실이 될 것 같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
발전소 주 제어실.
국정원 및 협력사 직원들이 총 동원되어 분산제어시스템 발전소 경보설비. 발전소 주 전산기. 원자로건전성 감시 시스템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DCS 이상 무.”
“DPS쪽도 이상 없습니다.”
“PAS 쪽도 확인 끝났습니다.
“ASTS 이상무.”
“IOS 이상무.”
“NIMS 시스템 확인 했습니다.”
직원들이 한 일은 국정원에서 배포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돌린 것 뿐이었다. 실행된 프로그램에서 이상이 없다는 표시가 하나씩 뜨고 있었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나자.
전체 시스템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국정원에서 급파된 담당관이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아시다 시피 비상 상황이니. 철저히 모니터링 하면서 대기해 주세요. 조금의 이상 현상도 전부 보고해 주시고.”
담당관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관이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중얼 거렸다.
“다행히 내부 망까지는 안 들어온 건가.”
옆에 함께 파견 나와 있던 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쩌면 파일리스 형태라 저희 클린X가 찾아내지 못한 걸지도 모릅니다.”
클린 X.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악성코드 탐지 프로그램이었다. 담당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확인해 봤잖아. 다른 파일리스 형태들 찾아내는 거.”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면······.”
직원의 가정에 담당관의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말했다.
“그러면 진짜 X 된다.”
“NDL쪽 사람이 노트북을 내부 망에 연결시킨 적이 있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다행히 이번 악성코드 다운 받은 이후에는 없다는 거. 확인 했잖아.”
“담당관님도 아시잖아요. 이런 작업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 아주 천천히 빌드 업을 해왔을 겁니다.”
빌드 업.
실제 작업을 하기 전. 판을 까는 일을 말한다. 해킹은 오늘 해킹해야지. 하고 그날 당일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타깃 대해 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며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아냈을 때.
그때 실행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네 말은 오늘 그게 끝나서 공격이 시작됐다.”
직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ZONE 서비스? 그것 때문에 파일 유출 흔적을 우연히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비를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아마 그 놈들도 지금 급히 작업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미 다른 악성코드들이 설치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제야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정말 예전부터 작업 해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그걸 실행할 기반이 마련된 거라면.”
담당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둘은 동시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드르륵.
드르륵.
담당관의 핸드폰이 진동음을 토했다. 그 소리가 마치 비명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받자마자 반대편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연락 왔습니다. 10억 달러 이체. 한국 전역 원전 가동 중지 두 가지입니다.
“가동 중지?”
-자신들을 체르노빌피해자 지원 단체라 칭하고 있습니다.
“완전 미친 새끼들 아냐.”
격한 말투에 주 제어실 분위기가 싸늘해 졌다.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악성코드는 심어 두었다. 앞으로 2시간 이내에 이행 하지 않으면 실행하겠다. 이렇게 전달해 왔습니다.
“젠장! 젠장!!”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전혀 탐지가 안 되고 있어. 우리 쪽 프로그램을 아무리 돌려도 안 나와.”
-둘 중 하나 겠군요.
“그쪽이 맞던지··· 우리가 틀리던지.”
-위에서는 확실한 답을 바라고 있습니다.
“나도 알아. 안 다고.”
-어떻게 할까요?
“내가 연락한다.”
그 말을 끝으로 담당관이 핸드폰을 끊었다. 동료 직원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자신도 익히 알 고 있는 이정훈이 처음 보는 얼굴과 함께 제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정훈이 담당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상황은요?”
“클린X로도 탐지가 안 되고 있습니다.”
“없을 수도 있다.”
“있을 수도 있고요.”
담당관이 시선이 함께 들어온 승호를 향했다.
“이분이 말씀하신.”
“네. 강승호라고 더 게이트 우승자이기도 합니다.”
“아··· 그 분.”
“바로 작업 시작 할까요?”
이정훈이 나서자 담당관이 바로 자리를 하나 배정해 주었다. 승호는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DCS 시스템 앞에 앉았다.
DCS 분산제어 시스템.
단어에서 나타나듯이 발전소 내 기기들에 대한 제어를 총괄하는 중추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승호는 앉자마자 노트북이 아닌 해당 시스템에 오른 손을 얹었다.
‘윽······.’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의 데이터가 머리를 강타했다. 지난번 DDoS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양이었다. 그렇게 수분이 흐르고 승호가 시스템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0X012FF78 여기에 올라가 있는 스크립트 확인이 필요합니다.”
0X012FF78는 물리 메모리 주소.
그걸 못 알아듣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직원 한 명이 의문을 표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담당관이 벼락보다 빠르게 고함을 질렀다.
“묻지 말고 확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