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3)
탑 코더-53화(53/303)
# 53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두두두두.
두두두두.
힘찬 프로펠러소리와 함께 발전소 상공에 헬기가 한 대 나타났다. 공중을 선회하며 착륙지점을 살피던 헬기가 서서히 지상으로 하강했다. 지상에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이 무전을 치며 주변 경계에 신경을 집중했다.
“VIP 도착합니다.”
요원의 안내에 대기하던 인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서렸다.
한수원 사장.
월성 원자력 발전소장.
보안팀 팀장.
국정원 요원등.
그 자리에 대기하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은 간단치 않았다.
두두두두.
두두두.
점차 헬기소리가 잦아 들었다. 비산하던 먼지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두우우웅.
프로펠러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경호 인력들이 지상으로 내렸다.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 인력의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졌다.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을 때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수원 사장이 대통령 옆으로 다가갔다.
“협박범들이 말한 시간이 지났지만 발전소는 정상 가동 중입니다. 발견된 악성코드는 현재 제거 작업 실시 중입니다.”
홍상훈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수고 많았습니다. 이번 일에 고생한 분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그러자 이번에는 발전소장이 입을 열었다.
“내부에서 제거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워낙 실력자분들이라 작업에서 배제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홍상훈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가야겠군요. 일하는데 방해 되지 않도록 그쪽에는 함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한 마디에 경호 인력들이 다시 분주해졌다.
“VIP 이동.”
“발전소 진입 가능 여부 확인 바람.”
경호 인력들의 무전이 끝나고 보호 장비를 착용한 홍상훈이 걸음을 옮겼다.
***
“휴우······.”
승호가 긴 한숨을 내쉬며 바닥 주저앉았다. 얼굴 한 가득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정훈이 그런 승호를 보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손 끝 하나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과도한 긴장의 여파로 약간의 어지럼증마저 느껴졌다.
“힘드네요. 혹시 이온음료 구할 수 있을까요?”
승호의 그 말에 곁에서 지켜보던 국정원 담당관이 소리쳤다.
“야! 빨리 가서 이온음료 구해와!”
그러자 요원 중 한 명이 재빨리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아, 그렇게 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담당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개의치 말고 뭐든 말씀 해주십시오.”
극진한 호의에 승호가 민망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정훈도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겨우 끝났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겠지만. 일단 이걸로 급한 불은 끄게 됐어요. 전부 승호씨 덕분입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오늘 하루 승호가 한 일이었다. 그 말에 승호도 굳이 겸손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잘 마무리 되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이런 위험한 일에는 절대 모시지 않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저도 이곳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네요······.”
과도한 긴장에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이런 압박 감 속에서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하하, 물론입니다.
피곤해 보이는 승호의 모습에 담당관이 말했다.
“근처 호텔 잡아놨습니다. 마지막 검증만 끝나면 바로 나가서 쉬시면 됩니다.
“감사하지만 잠은 집에서 자자는 주의라.”
“아. 그러면 집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이제 거의 다 마무리 되어 갑니다.”
담당관이 살짝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요원들이 최종 확인을 승호씨 에게 받고 싶어 합니다. 그게 가장 확실할 것 같다면서.”
승호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여파가 워낙 크기에 거부하기 힘들었다.
한 시간 뒤.
“DSC 최종확인 완료.”
“PCS 최종확인 완료.”
······.
하나 둘씩 시스템 정상 상태가 확인 되었다. 승호가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둔 악성코드들이 제거 되었다는 뜻이었다. 마지막 확인까지 끝나고,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진짜 끝났네요.”
그러자 마치 비서처럼 국정원 담당관이 다가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죄송하지만··· 또 한 가지 전달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네?”
“아까부터 VIP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VIP.
승호도 군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였다.
“설마······.”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놀란 승호의 두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담당관의 뒤를 쫓아가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설마 대통령님이 진짜······.’
대한민국 의전서열 1위.
최고 권력자.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자 피곤은 저 멀리 달아났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는 것만 해도 고역이었다.
뚜벅.
뚜벅.
담당관을 따라 복도를 지나자 귀에 무전기를 장착한 요원들이 나타났다. 요원 중 한 명이 승호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말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헙!”
승호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함께 온 이정훈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홍상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승호는 그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대통령이라니······.’
꿈일까 싶어 살짝 입술을 깨물어보았다. 아릿한 느낌이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홍상훈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홍상훈 입니다.”
승호가 두 손으로 홍상훈이 내민 손을 잡았다.
“아, 안녕하세요. 강승호 입니다.”
“이번 작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국민을 대표해 감사말씀 드립니다.”
홍상훈의 말에 승호가 얼떨떨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대통령님. 움직이실 시간입니다. 여기서 일이 끝나길 기다리다 너무 시간을 지체 했습니다.”
홍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또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혹시 제게 부탁하실 게 있다면 말해보세요. 국가를 대신해 민간인 신분으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신 일 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승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뭘 말해야 할까.
그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에 ‘유니콘 육성 프로그램’이라는 정부 지원 정책을 신청했는데··· 거기에 꼭 선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자 홍상훈이 비서실장을 보며 말했다.
“비서실장 한 번 살펴봐요.”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안 되더라도 ZONE 서비스. 그걸 국정원을 통해 구입 검토 한 번 해보세요. 꽤 성능이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홍상훈이 몸을 돌려 먼저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꿈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승호는 그제야 보안을 이유로 반납했던 핸드폰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후유··· 드디어 끝났구나.”
전신의 긴장이 탁 풀어졌다. 담당관이 다가와 승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승호씨를 국가 사이버 보안 위기 상황 시 국정원 자문으로 추천 할 생각입니다. 자문으로 선정되시면 매달 자문료 지급과 함께 다양한 혜택이······.”
이정훈이 담당관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승호씨는 저희 KISA 자문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거짓말로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국정원이 아니라.”
“저는 위험에 빠트린 게 아니라 여기 강승호씨의 능력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확실히 해낼 분이라 생각했기에 일을 맡긴 겁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본부장님!”
둘이 티격태격 하는 사이 승호는 보안을 이유로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41통.
터치해 상세 내역을 보니 황호근, 최기훈, 고동수, 황호근, 황호근······.
전화만이 아니라 문자도 수십 통이 도착 해 있었다.
-황호근 : 월성 발전소냐?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연락을 안 받아.
-최기훈 : 승호야 문자보면 바로 전화해라.
-황호근 : 바로 연락해.
-황호근 : 너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황호근 : 문자 보면 바로 연락 줘.
문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승호가 연락을 하려 할 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네. 사장님.”
-지금 어디야?
“여기 발전소에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미 담당관으로부터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
-일 무슨 일?
“그냥 뭐. 이러저러 문제가 있어서.
-그래서 잘 해결 된 거야?
“네. 이제 슬슬 나가려고요.”
-몸은 괜찮고?
“네. 아무 문제없어요.
전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이 들렸다.
-그래. 그거면 됐다.
그 말에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런 승호를 두고 이정훈과 담당관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승호씨는 우리 쪽 고문할거라니까요.”
“국정원쪽 고문 하셔야 됩니다.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어요.”
아무리 대화를 나누어도 해결이 되지 않자 둘이 동시에 몸을 휙 돌렸다. 이정훈이 승호를 보며 물었다.
“당연히 KISA 쪽 이시죠?”
“당연히 국정원쪽 일겁니다.”
승호가 난감한 표정으로 코를 긁적거렸다.
***
하루도 아니다. 불과 수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승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를 켜보았다.
-여당 신욱현 의원이 야당의 막무가내 식 반대를 결코 좌시 하지 않겠다며 성명서를 발표 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 2.1%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국내 경제 위기 상황은······.
-지난 밤. 부산에서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벌어졌습니다.
뉴스에는 오늘 있었던 일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정부의 힘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승호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보았다.
(주)동방기술 10,000,000
담당관의 말대로 동방기술이라는 곳에서 천만 원이라는 돈이 입금 되었다.
일을 해결 해준 대가.
몇 시간을 일한 대가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벌써 2억 천.
이렇게 돈을 벌면 30살에 재벌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드르륵.
드르륵.
-010-2811-xxxx.
처음 보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청와대 비서실장 김우영입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전화를.
승호가 의아함을 담아 대답했다.
“아··· 네.”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정부지원 사업 건 담당자가 아주 성실한 분입니다. 기술이 있다면 분명 승호씨 회사가 선정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의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사실 정부에서 이런 일에 개입한다는 게 공정하지 못한 측면도 있어서.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히려 해준다고 했으면 약간 실망 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죽음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주신 분인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지요.
비서실장이 살짝 말을 끊었다.
“네. 듣고 있습니다.”
-제 번호 저장해두세요. 의인의 말이라면 언제나 귀담아 들을 테니까요.
비서실장 직통번호.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승호는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