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5)
탑 코더-55화(55/303)
# 55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대기석에서 면접을 지켜보던 안재현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교수라는 사람이 고작 X소기업 사원한테 발리다니.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와서 심사위원을 시키냐. 참 네.”
옆에 있던 미라클 데이터 직원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안재현을 보았다.
그 말을 하는 자신은?
어디 대기업 대표라도 맡고 있단 말인가.
안재현이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어때? 저 강승호라는 놈이 하는 말. 신빙성이 있는 거냐?”
직원이 안면을 싹 바꾸었다.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저 교수와도 친목 질을 한 것 아닐까요? 그래서 한편의 쇼를 보여준 겁니다.”
직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건 상사의 마음을 빠르게 캐치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어이없는 대답이 나올 수 있었다.
“역시 자네 생각에도 그렇지?”
안재현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부하 직원도 마주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까칠한 허춘수 교수. 냉소적인 서승훈 교수가 저런 반응을 보일 리 없으니까요.”
“내가 선진에 다닐 때 만 해도 저 교수들에게 산학 협력 차원에서 연구비 지원해 줬었는데. 아마 대한 대학교 컴퓨터 과학부 교수 중에 내 돈 안 받은 교수 없을걸.”
안재현의 허세에 직원은 살짝 표정이 굳어지려 했다. 힘차게 입가를 움직여 애써 표정을 풀 수 있었다.
“그, 그랬습니까?”
“그렇다니까. 산학 협력 차원에서 얼마나 많이 지원해 줬다고. 그 은혜를 알면 무조건 나를 뽑아야지.”
“하, 하하··· 무, 물론입니다. 미라클 데이터를 안 뽑으면 어느 회사를 뽑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던 안재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장인어른이 오실 때가 됐는데······.”
안재현의 장인어른.
대민당 신욱현 의원.
대민당은 홍상훈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으로 신욱현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자리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을 장인어른으로 두고 있다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데 큰 메리트.
직원은 그 사실을 알기에 미라클 데이터가 이번 지원사원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두리번거리던 안재현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네.”
***
면접장에는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승호는 그저 담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서승훈 교수는 입을 꾹 다문 채 앉아 있었다. 허춘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승훈 교수를 보았다.
“어떤가. 이제 충분히 검증이 되었나?”
“······.”
“이미 웬만한 박사 수준의 지식은 뛰어 넘었어. 자네가 알고 있는 논문들 보다 저 친구가 아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네.”
서승훈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저 친구의 실력은 자신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허춘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인정 할 건 인정해야지.”
물론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를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고개를 끄덕 일 수밖에 없었다.
“지원자 분이 성능 개선을 이루셨다는 말.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신우가 서승훈을 보며 물었다.
“그러면 이것으로 시내소프트 면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서승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자님도 수고 하셨습니다. 사전에 공지해 드린 대로 잠시 뒤 간담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금일 면접 참석자 분들은 꼭 참석 부탁드립니다.”
단상에서 내려온 승호도 자리로 돌아갔다. 황호근과 최기훈이 수고 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런 일행에게 안재현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하하, 이렇게 다시 뵙게 되는 군요.”
황호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 네.”
안재현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오늘 면접을 보니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수들과도 설전을 벌이다니. 참 능력이 대단하신 모양입니다.”
승호가 지긋이 안재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뭐.”
“쭉 지켜보니 이미 꽤 친해지신 것 같던데··· 사업에서 누구와 알고 지내지는 도 참 중요하지요. 그게 곧 인맥. 사장의 덕목 중하나니까요.”
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가르치는 말투.
듣자마자 확 거부감이 일어났다.
승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반면 안재현의 비릿한 미소는 점점 짙어져 갔다.
“저도 그 덕목에 꽤나 자신이 있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여기 와서 왜 이럴까.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승호가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황호근이 싸늘한 시선으로 안재현을 쏘아보며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데요.”
안재현이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두 손을 들었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안재현이 몸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가나 싶었으나.
휙 고개를 돌린 안재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선진에서의 일.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가 될 테니 기대 해도 좋을 겁니다.”
안재현이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다. 황호근이 황당한 표정으로 안재현을 노려보았다.
“뭐라는 거야.”
최기훈도 뒤 돌아가는 안재현의 등 뒤에 대고 중얼 거렸다.
“저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승호야, 저런 놈 신경 쓸 것 없다. 잘 될 거야..”
승호도 안재현의 등을 보고 있었다. 원전에서의 일 덕분에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네.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담담한 말투에서.
승호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
간담회.
중소기업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 참석한 인원은 신욱현을 비롯한 국회의원 셋.
그들 중 한 명이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오늘 면접에 참가한 기업의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2차 면접 까지 오셨다는 말은 여기 계신 분들이 충분히 능력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현재 기업을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고충을 듣고 저희 국회에서 응당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뭐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행자로 앉아 있던 박신우가 참석해 있는 기업인들을 보며 말했다.
“편하게 말씀 하시면 됩니다. 편하게.”
2차 면접에 뽑힌 건 총 40개 회사.
한 회사에서 2명씩 왔다고 해도 어림잡아 80여명의 사람이 강당에 모여 있었다.
간담회를 한 다는 이유로.
혹여 불참석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염려로.
황호근이 승호를 보며 중얼 거렸다.
“이런 형식 적인 건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자리 여러 번 해봤지만 실질적으로 도움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승호도 대단히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가는 대화만 들어봐도 지금의 만남이 얼마나 의미 없는 지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고충은 인재난입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은 대기업만 가려고 하니까요. 사람은 많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이 대답한다.
-중소기업은 국내 근로자의 90%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최대한 힘을 합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더 많이 중소기업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저걸 대답이라고 하는 건지.
저런 대답이라면 자신도 할 있겠다. 저 대답을 듣고자 금일 면접이 아닌 사업자들도 자동차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세종시 까지 찾았다. 황호근이 손가락질 까지 해가며 조소를 보였다.
“뭐? 하도급 단가 인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니까. 공정위에 말해서 최대한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공정위 찾아가면. 대기업들이 그런 중소기업한테는 아예 일감을 안주는데 어떻게 찾아 가냐. 뭘 좀 알고 떠들어야지. 내가 진짜 답답해서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다.”
황호근은 국회의원이 대답을 할 때 마다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다 승호를 보며 말했다.
“너 먼저 가라. 이런 이야기 더 들을 필요 없다. 기훈이 너도 같이 가고.”
지루함에 하품을 하고 있던 최기훈이 답했다.
“그럴까요.”
승호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더 남아 있어 봤자.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듣기 힘들 것 같았다.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안재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라클 데이터 안재현 입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충은 공정한 경쟁이 아닐까 합니다. 공정한 경쟁. 이번 지원 사업만 해도······.”
안재현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슬쩍 승호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상상을 하기는 싫지만 심사위원들과의 친분을 무기로 지원 사업을 타내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 소문이 들릴 때 마다 중소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힘이 듭니다.”
대답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대민당 국회의원 한 명이 박신우 사무관을 보며 말했다.
“박 사무관님. 이번 사업에 방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 하지 않게 잘해 주시겠죠?”
박신우가 펄쩍 뛰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담당자로 있는 이상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러자 이미 마이크를 반납한 안재현이 목청을 높여 말했다.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대한 대학교에 가서 특강을 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장담 할 수 있습니까?”
박신우가 바로 반박했다.
“만약 정말 특강을 했다고 해도 그게 규정상에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제 말은 규정이 그렇다 해도 뭔가 정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또 다시 벌어진 설전.
조용히 지켜보던 신욱현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자, 참석자 분 진정하세요. 이건 민감한 사안이니 박 사무관님이 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말씀 주시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의원님 더 조사할 것 도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평가표에 적혀 있는 점수대로 지원 기업을 선정할 겁니다.”
그러자 신욱현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박 사무관! 의혹을 없애자는 거잖아요. 그 점수에 대해 의혹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신욱현의 호통에 박신우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시 전화 좀.”
황호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로 그냥 가.”
“하하, 같이 가야죠. 전화만 하고 오겠습니다.”
수 분 뒤.
신욱현 의원의 보좌관이 핸드폰을 들고 신욱현에게 다가갔다.
“의원님 당 대표님입니다.”
“어? 대표님이 갑자기 왜.”
“받아 보라고 하십니다.”
전화를 받은 신욱현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네.”
“가지. 국회에 급한 일이 생겼어.”
“네?”
“죄송합니다. 위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신욱현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박신우는 황급히 간담회 종료를 알렸고, 신이나 떠들던 안재현이 황망한 표정으로 단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안재현에게 전화를 마친 승호가 다가갔다.
“인맥 말씀 하셨습니까?”
갑자기 들린 말에 안재현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저도 어디에서 꿀리지는 않습니다.”
“지금 뭐라고 하는······.”
“갑작스런 간담회 종료. 신욱현 의원님의 복귀.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휙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선진에서의 일. 저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때도 중간에 프로그램 업데이트 한 걸 규정 위반이라고 하셨고, 이내 지금처럼 조용해 지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시군요.”
으드득.
안재현은 이를 갈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뒤.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최종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선정 대상 기업
-엔테크.
-미라클데이터.
-라임정보통신
······.
-시내 소프트.
시내소프트라는 이름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