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6)
탑 코더-56화(56/303)
# 56
서현석의 스타트업
회사는 ZONE 서비스 개발에 전력투구 했다. 그 속에서 승호도 최선을 다했다.
반복 되는 일상.
승호는 얼마 전 겪었던 일 덕분에 지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충분히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배시시.
일상이 너무 즐거워 가만히 있다가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승호의 모습을 직원들이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문호경이 원지훈에게 바나나 톡을 보냈다.
-CTO님 요새 기분 좋은 일 있나?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그러게 매일 저렇게 웃으시니 약간 좀 무섭다.
-저러시는 게 대한 대학교 특강 다녀오신 뒤부터 지?
대화를 나누던 문호경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러자 원지훈 대리가 슬쩍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 여직원과 눈이 마주치자 마치 두더지처럼 다시 고개를 움츠렸다.
-그때 채원씨가 입사 했었지?
-어! 그러고 보니 시기가 절묘하긴··· 하네······.
-더구나 CTO님이 특강 간 게 저기 채원씨 채용하려고 간 거라며.
-혹시······.
-혹시?
둘이 눈을 마주 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채원씨 정도면 최고 지. 후드 티 입고 왔는데도 저러면 완전 반칙 아니냐?
-야, 너 그런 말 하다 쇠고랑 찬다. 철컹철컹 이야.
-그래서 톡으로 하는 거잖아.
문호경이 고개를 돌려 원지훈을 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캡쳐 완료.”
놀란 원지훈이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야!”
찌릿.
황시내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원지훈을 보았다.
“흠··· 흠흠.”
원지훈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시내씨는 왜 저런 다니. 저러다 미간이 주름 지겠어.
-화면 개발 수정 사항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정적이 나타났기 때문?
이번에는 원지훈이 씨익 웃으며 문호경을 보았다.
“캡쳐 완료.”
“동시에 깔까?”
원지훈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문호경이 빠르게 톡을 날렸다.
-점심은 육회비빔밥으로.
-나쁜 놈.
-싫어?
원지훈이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문호경을 보았다.
***
황시내는 실제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능력은 또 왜 저렇게 좋은 거야.’
황시내가 슬쩍 고개를 들어 회사 내에 설치된 거대한 칠판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개발자들이 백로그 티켓이라 부르는 포스트잇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채원이 그 포스트 잇을 한 장 떼어내며 말했다.
“CTO 님. 모니터링 결과 전송 API 가져가겠습니다.”
곧 자신이 개발하겠다는 뜻.
벌써 백채원이 처리한 티켓만 수십 장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도 각 태스크가 10시간이 넘는 걸로.
자신이 처리하고 있는 양의 2배가 넘어 갔다.
빼어난 미모.
뛰어난 능력.
넘사벽 학벌.
거기에 더 게이트 대학생부 우승이라는 타이틀 까지.
어느 것 하나 자신 보다 못한 부분이 없었다. 그 부분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살짝 한숨을 내쉰 황시내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려 할 때.
“화면 개발은 어때요?”
등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던 황시내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괘, 괜찮아요.”
“수정 사항이 너무 많으면 말씀해 주세요. 베타 버전에서는 화면보다 정확한 기능 동작에 중점을 둘 거라서.”
“아, 알겠어요.”
“요새 무리 한다고 들었는데 일정이 그렇게 촉박하지는 않으니까. 쉬엄쉬엄해도 됩니다.”
황시내의 목소리가 개미처럼 기어들어갔다.
“네······.”
백채원을 따라가 보려 무리를 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해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어 하루하루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게 푸석해진 피부로 여실히 드러나는 중이었다.
“사장님이 걱정이 많아요. 시내씨 무리하다 어디 탈이라도 날까봐.”
황시내가 입술을 오물 거렸다.
‘CTO 님은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문제 생기면 바로 말 해주세요.”
승호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황시내의 손끝이 또 다시 움찔 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대부분의 프로그램 개발은 아래와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요구사항-설계-구현-테스트.
이렇게 4가지가 한 사이클이 되어 돌아간다. 소프트웨어 공학적으로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폭포수 모델.
4가지 단계가 병렬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애자일 방법론이었다. 승호가 ZONE 서비스를 개발하는 건 애자일.
그 중에서 흔히 스프린트라 부르는 방법론의 일종이었다.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4시간에서 10 시간 정도 일할 양으로 잘게 쪼갠 후. 티켓 이라는 걸 생성한다.
개발자들이 그 티켓을 가져다가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개발해 진행된 게.
지금까지 20%.
승호 혼자였다면 불가능 했을 진행 율이었다.
고동수.
백채원.
그 둘이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코드를 커밋 하는 양이 다른 직원들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 정도 속도면 앞으로 5개월이면 충분히 완성 할 것으로 예상 되었다.
5개월 후면.
서비스가 출시된다. 그때를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황호근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제 동방기술이란 곳에서 연락 왔다. ZONE 서비스 사용을 검토해 봤는데 일단은 긍정적으로 결론이 났데. 최종 버전 나오면 바로 알려달라고 하더라.”
승호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랬어요?”
“승호 네가 영업에도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 거리며, 의뭉스럽게 웃어보였다.
“대한 대학교에서도 적극 검토 중이잖아요. 승호가 영업 해온 것 만 해도 선진, 대한대학교, 동방기술 까지. 3군데입니다. 대표 이사 자리도 물려줘야 하는 거 아닌 가 몰라.”
황호근이 괜스레 헛기침을 했다.
“흠··· 흠흠. 나도 놀지 만은 않았어. 바나나 톡에도 열심히 세일즈해서 적극 검토해 보겠다는 확답 받아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고.”
그러면서 슬쩍 승호 눈치를 살폈다.
뭔가 말이 하고 싶은 눈치.
“편하게 말씀하세요.”
“서현석의 스타트업이라고 들어봤냐?”
승호도 최기훈도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KBC에서 하는 방송인데. 최종 우승 기업에게는 상금 5억원에 서현석이 기술 멘토로 붙어서 조언을 해준다고 하더라. 뿐만 아니라 KBC 프라임 시간대에 회사 광고 20회 보장.”
일명 프라임 시간대 광고 단가는 15초에 1500만원가량.
20회면 3억 원에 달하는 지원이었다.
상금 까지 합치면 8억 원.
“거기에 나가려고 신청했어. 네가 말한 대로 B2C(소비자 판매)가 되려면 회사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방송에 출현 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을 테니까.”
승호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최초 B2B로 기획된 서비스지만 B2C 판매도 함께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범람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이제는 누구나 사용하는 IP TV.
이런 것들이 해킹 된다면 개인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그걸 막고, 경고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이름을 알리고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마케팅을 하는 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거기에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다면 해도 나쁠 건 없을 것 같은데······.”
“모든 준비는 우리 둘이서 알아서 하마. 지원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준비. 방송 출연 까지. 넌 그저 가끔 옆에서 조언만 해주면 된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황호근이 두 눈에 힘을 주며 승호를 보았다.
“네가 정부 지원 사업에서 10억을 따 왔듯이 나도 꼭 이번에 최종 우승해서 5억 원을 따오마. 그리고 B2C 판매를 위한 초석을 마련 할 테니. 넌 개발에만 전념하면 된다.”
최기훈이 슬쩍 한 마디 거들었다.
“총 50억입니다.”
“나도 알아 임마!”
“혹시 모르시나 해서.”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승호가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
개발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코어.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해 주는 백엔드.
사용자가 보는 화면인 프론트 엔드.
영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 안에서 또 세분화 되어 있었다.
프론트엔드의 경우는 사용자 앱, 웹. 관리자가 사용하는 운영 화면.
백엔드의 경우에는 사용자 화면 백엔드. 운영 백엔드. 회원 가입 관련 백엔드.
여기서 승호의 역할은 개발 총괄이면서 코어 개발자.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승호의 모니터 오른 쪽 아래로 알람창이 연이어 나타났다.
-커밋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커밋을 하면 승호에게 관련 내용이 메일로 날아온다. 개발 총괄인 승호는 차분히 하나씩 메일을 확인하고 승인 버튼을 눌렀다. 그럴 때 마다 코드는 업로드가 완료 되었고, 프로젝트는 완성되어 나갔다.
두 번째 역할은 코어 개발.
ZONE 서비스의 핵심인 분석 모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분석 모듈이 이상 데이터를 검출할 확률은 70%. 앞으로 20%민 더 올리면.’
목표로 하고 있는 90%를 달성할 수 있다. 최초 70%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미 나와 있는 알고리즘들에 만들어놓은 A-레벤슈타인을 합치니 이상 데이터 검출율이 70%가 나왔다.
지금 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수식의 한 부분을 수정하면 결과 값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친다.
이른 바 사이드 이펙트.
하나의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수백의 모듈이 뒤 섞여 있기 때문에 수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고, 계획된 설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분석 모듈을 개선해 내야 한다.
승호는 혹시 참고 내용을 찾기 위해 RISS(학위논문검색) 사이트에 접속해 국내 논문을 훑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포트에서 제공하는 국외 논문들도 공을 들여 살펴보았다.
이미 머릿속에 거대한 지식이 잠자고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지식들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다고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머리라는 공간에서 현실로 나오기 위해서는 미끼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일종의 자극.
컴퓨터 과학에 정통한 인물들이 작성한 논문들은 승호에게 자극이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분석 모듈의 성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 이상데이터 검출 : 75%.
수정을 거듭해 5%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승호는 멈추지 않고 분석 모듈을 개선해 나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용해 보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상데이터 검출 : 79%.
한 달 이상은 걸릴 거라 생각한 80% 고지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 왔다.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고 겨우 2주 만에 거든 성과였다. 이 속도로 개발이 진행 된다면 초기 예상 보다 빠르게 개발을 완료 할 수 있었다.
승호가 뒷목을 주물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하얗고 여리한 손 하나가 책상 앞으로 쑥 나타났다.
“저녁 시간 한 참 지났어요.”
“채원씨.”
옆에서 고동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승호님 드시라고, 누나랑 나가서 사왔습니다.”
그때 끼이익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승호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백채원과 고동수도 고개를 돌렸다. 사무실로 들어온 건 황시내. 두 손에는 일회용 포장용기가 잔뜩 들려 있었다. 황시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아··· 배, 배가 고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