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8)
탑 코더-58화(58/303)
# 58
서현석의 스타트업
서윤아가 승호를 빤히 보며 말했다.
“삼촌이 말 한 대로네요. 강승호씨가 봐주면 확실하겠지만 쉽지 않을 거다. 무척이나 바쁠 테니까.”
“서 이사님이 별 말씀을 다 하셨군요.”
“삼촌이 원래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안하시는데 승호씨 이야기는 꽤 하시더라고요. 거기다 온통 칭찬 일색.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전도유망한 청년이라고. 친해두면 좋을 거다.”
“그저 제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저도 그래요. 그런데 그럴 수 없게 된 거죠. 아주 사적인 공간을 누군가가 훔쳐봤다. 그 정보가 유출 되었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불면증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예요.”
고동수가 승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승호님, 이런 건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승호는 냉정하게 고동수의 말을 잘랐다.
“어차피 내가 세상사람 전부를 도와 줄 수는 없어.”
“그냥 도와 달라는 거 아니에요. 사례금은 충분히 드릴 겁니다. 물론 선진에서 준다는 돈 보다 더······.”
서윤아가 김민구를 흘낏 살폈다. 김민구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당장 자신이 결정 할 수 없다는 뜻.
승호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보다 많은 돈을 주셔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저희 서비스 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서윤아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단단히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고동수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중얼 거렸다.
“세상에··· 윤아님 부탁을 거절 하다니······.”
승호의 표정은 단호하기만 했다.
***
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를 잡은 서윤아가 상큼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 까지 어두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서현석의 스타트업! 오늘 찾아온 기업은요. 바로바로바로! 시내소프트. 현재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회사 입니다.”
서윤아는 대본에 있는 대로 멘트를 읊어나갔고, 직원들은 배경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승호도 그런 병풍들 중 한 명이었다.
“시내소프트는 검색, 보안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번 대회에 들고 나온 서비스는 바로 ZONE라 불리는 네트워크 패킷 분석 솔루션!”
말을 하던 서윤아가 빠르게 정면을 훑었다. 작가가 들고 있던 판넬을 재빨리 교체했다. 서윤아가 판넬에 쓰여 있는 대사를 그대로 읽어나갔다.
“네트워크 분석 솔루션이 무엇이냐.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왔습니다. 요즘 각 가정에 공유기 많이 사용하시잖아요. 그걸 통해서 무시무시한 해커들이 들어와 우리의 소중한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고장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솔루션이 바로 그걸 막아 줍니다.”
서윤아가 과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정말! 유용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여기 직원 분들과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한 번 나눠 보겠습니다.”
이미 인터뷰하기로 약속된 인원들이 있었다. 그 중에 승호도 있었다.
회의실.
그곳에서 다시 서윤아와 다시 마주하고 앉았다. 승호는 어색함에 들고 들어온 물로 목을 축였다. 서윤아도 마음이 상했는지 특별 히 말을 걸지 않았다. 잠시간의 정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PD가 한 번 더 당부했다.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되요. 평소 생각 그대로 자연스럽게 해주셔야 시청자분들도 편안하게 보실 수 있어요.”
PD의 말에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서윤아가 질문을 던졌다.
“먼저 시내소프트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 회사의 강점은 기술력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업계 분들께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명 대기업과 MOU까지 체결 할 정도니까요.”
승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PD가 촬영을 중지시켰다.
“죄송하지만 이미 다른 기업들도 회사의 강점으로 기술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 차별 점을 보이려면 실제 뭔가를 보여주시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뭔가 시청자들의 눈을 확 끌만한 뭐 그런 거 있을까요?”
“그런 거라면······.”
고민을 하던 승호가 입을 열었다.
“한 10분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PD가 서윤아를 보았다. 연예인의 스케줄도 중요하다. 그녀는 최소 B급 이상. 이 프로그램에 섭외된 것도 서현석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테니까. 서윤아가 흘깃 승호를 보았다.
“10분 정도는 괜찮아요.”
마치 생색을 내는 듯한 말.
승호는 개의치 않고 자리를 떠 났다.
10분 뒤.
준비를 마친 승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준비 끝났습니다.”
변한 건 없었다. PD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준비를 하셨다는 건지······.”
“아까 제가 스마트폰 한번 보자고 한 스태프 분들 한번 꺼내 보시겠습니까?”
승호의 말에 카메라맨, 마이크, 조명 판을 들고 있던 스태프들이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그러자 승호가 서윤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물어봐 주세요.”
서윤아가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시내소프트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승호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다.
“기술력 입니다.”
-사랑해 너!
-널 너무너무 사랑해!
갑작스런 노래에 PD가 목청을 높였다.
“누구야! 촬영시간에 핸드폰 진동으로 해놓으라는 말 못 들었어!”
그러나 노래는 멈추지 않고 나왔다.
-왜 내 맘 몰라 몰라!
-널 너무너무 사랑하는 내맘!
노래는 서윤아가 소속된 XOXO의 최고 히트곡 널 사랑해.
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호가 핸드폰에 대고 다시 명령했다.
“2번 중지.”
그러자 총 3대의 핸드폰 중 한 대에서 소리가 멈추었다. 나머지 두 대에서 노래가 이어져 흘러나왔다.
“방금 저 세분의 핸드폰을 저희 쪽 공유기에 접속시켰습니다. 그 순간 제가 심어둔 프로그램이 다운로드 되어 자동 설치. 이렇게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겁니다.
다들 황당한 표정.
다행히 카메라 감독은 이 모든 광경을 담고 있었다.
“너무나 쉽지요. 그저 와이파이를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핸드폰은 의도치 않은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내 소프트가 가진 강력한 기술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승호가 말을 할 때 마다 마치 BGM처럼 XOXO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널 사랑해! 오늘도!
-널 사랑해! 내일도!
승호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공격을 잘하는 사람이 방어에도 능숙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ZONE 서비스를 개발 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승호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프로토 타입 버전의 ZONE 서비스 앱을 구동 시켰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내밀며 말했다.
“강력한 보안으로 여러분의 핸드폰을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막아줄 것입니다.”
-매일매일 사랑해!
노래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인터뷰가 아니라, 일종의 광고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PD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거 어떻게 한 겁니까?”
“말씀 드렸잖아요. 시내소프트 기술력.”
대답을 마친 승호가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전부 정지.”
그러자 마치 마법처럼 XOXO의 널 사랑해가 정지 되었다. 승호가 PD를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흥미를 끌만 할까요?”
PD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5번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시내소프트의 기술력입니다.”
그 말을 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한 번.
측면에서 한 번.
아래에서 한 번.
위에서 한 번.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다. 카메라맨은 이게 이렇게 공을 들여 촬영할 일인가 싶었다.
“PD님 그림 이 정도 땄으면 충분한 것 같은데······.”
PD가 고개를 흔들었다.
“공유기에 접속했는데 핸드폰에서 노래가 나온다. 지금까지 본적 있어요?”
카메라맨이 고개를 저었다. PD가 말을 이었다.
“저는 없습니다. 본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그러면 시청자 분들은 어떨까요?”
“뭐··· 처음 이지 않을까 싶은데······.”
“맞아요. 마치 마법처럼 느껴질 겁니다. 즉 이슈가 될 그림이라는 뜻이에요. 이슈가 되면 시청률은 자연히 따라올 테고.”
시청률
모든 방송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PD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잘만 하면 이슈화를 시키고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찍는 중이었다. 그러자 작가도 나서서 한 마디 거들었다.
“곧 다음 회사로 옮기셔야 하는데··· 시간 딜레이 시킬까요?”
PD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기에 한 시간 더 있다가 갑시다.”
그렇게 촬영은 한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서윤아도 눈을 반짝였다.
***
KBC 교양국.
벽면 한편에 전체 교양 프로 시청률이 붙어 있었다.
1위 (SBC) 궁금한 스토리 WHY 4.01%2위 (SBC) 그것이 궁금하다 3.85%
3위 (SBC) 동물나라 2.71%
4위 (KBC) 다큐 5일 1.68%
······
14위 (KBC) 서현석의 스타트업 1.32%서현석의 스타트업은 1.3%의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물론 교양 방송의 특성상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1%의 낮은 시청률은 PD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서현석의 스타트업의 메인 PD의 자존심이 매일 매일 스크래치가 나는 중이었다.
“서윤아 까지 투입했는데도 시청률에 큰 변화 없다는 게 말이 되?”
그러자 함께 있던 조연출이 메인 PD를 보며 말했다.
“교양이 원래 그렇잖아요. 1% 나온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1% 안 되는 PD들 전부 국장님한테 한 소리 들은 거 아시면서.”
“쩝··· 그렀기야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서브 PD가 가져온 건 그림 꽤 괜찮더라고요. 어쩌면 이슈화 시켜서 시청률을 끌어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강승호라는 친구 말하는 거지?”
“네. 능력도 출중하고, 인물도 괜찮고, 경력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고아에 더 게이트라는 해킹 대회 우승까지.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인물이고 뭐고···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할 텐데······.”
“곧 시작할 테니 알 수 있을 겁니다.”
1.11%.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확인된 시청률이 이었다. 지난 회 차 보다 0.3% 떨어진 수치에 메인 PD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시청률이 살짝 반등을 일으킨 건 서윤아가 나왔을 때.
1.21%
0.1 % 였지만 반등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서윤아가 오늘 방송되는 3개의 회사 중 첫 번째 회사를 방문하는 장면이 전국에 송출되었다.
1.19%.
시청률은 오히려 0.2% 하락했다. 메인 PD의 표정도 썩어 들어갔다. 첫 번째 회사 탐방기가 끝나고 두 번째 회사인 시내 소프트에 들어갔을 때도 시청률은 아무런 반등이 없었다. 메인 PD가 탄식을 흘렸다.
“휴······.”
그러다 승호의 인터뷰가 시작될 때 쯤 시청률에 다시 변동이 생겼다.
1.18%.
0.1% 다시 하락했다. 메인PD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조연출도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내소프트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술력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XOXO의 널 사랑해.
1.20%.
시청률이 반등했다. 승호가 다시 자신의 핸드폰에 음성명령을 내렸다.
-2번 중지.
말하는 순간 화면에서 핸드폰 한 대가 클로즈업 됐다. 거기에 설명하는 자막이 깔려 있었다.
-핸드폰 한 대에서 노래가 멈췄습니다.
1.31%.
시청률이 한 번 더 점프했다.
그리고 승호가.
-이게 시내소프트의 기술력입니다.
라는 말을 했을 때 시청률은 1.68%를 기록 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그리고 인터넷은 시청률 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