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59)
탑 코더-59화(59/303)
# 59
서현석의 스타트업
토요일 주말.
승호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승호
-강승호 CTO
-CTO
-엔드로이드
-엔드로이드 보안
-엔드로이드 와이파이
어제 방송이 나간 여파로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를 잠식해 바린 탓이었다. 승호는 실시간 검색어로 뜬 자신의 이름을 눌러 보았다.
-서현석의 스타트업 난데없는 조작설?
-공유기 접속만으로 핸드폰이 해킹된다.
-스마트폰 보안. 이대로 괜찮은가?
-선진 전자, MJ 전자 관련 내용 확인 중.
그러나 관련 뉴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승호가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괜한 일을 했나······.”
어제 자신이 선 보인 해킹이 오히려 대중들의 불안감을 자극해버렸다.
드르륵.
드르륵.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역시나 예상했던 내용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동국일보 황현찬 기자입니다. 어제 서현석의 스타트업 관련해서 취재를 좀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기자는 한 마디도 쉬지 않고, 빠르게 내뱉었다. 승호도 빠르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요. 나중에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지금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다른 기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이슈는 현재 대중들의 관심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 시간이 지나 관심이 시들해지면 취재할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현재는 서비스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간을 뺄 수가 없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한 시간? 그 정도면 충분 합니다. 정 여의치 않으시면 전화로라도.
승호는 더 이상 괜한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죄송하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거라면 모를까.
어제 일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도 간헐적으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지만 아예 무시해버렸다.
“어제 일로 이슈화는 확실히 되는 것 같은데······.”
승호는 또 다시 울리는 전화를 무시하고 스크롤을 내려 다른 뉴스도 확인해 보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뉴스가 하나 보였다.
-[팩트체크] 서현석의 스타트업에 나온 공유기를 이용한 스마트폰 해킹 정말 가능한가?
클릭해 들어가자 동영상이 플레이 되었다.
아나운서 : 오늘 저희 팩트 체크 팀에서는 국내 유명 보안 전문가를 모시고 서현석의 스타트업에서 보여주었던 내용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아나운서 : 이 자리에 디텍트의 최도윤 이사님 모셨습니다.
아나운서 : 안녕하십니까. 최도윤 이사님.
최도윤 : 안녕하십니까. 디텍트 최도윤입니다.
아나운서 : 어제 방송으로 인해 시민들이 자신의 스마트 폰도 해킹 당하는 거 아니냐. 밖에서는 절대 와이파이 접속하면 안 된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요. 최 이사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최도윤 :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심각한 상황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아나운서 : 그렇다는 말은 어제 방송이 조작이라는 말입니까?
최도윤 :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제 말은 방송에 출연하신 분이 엔드로이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았고, 그걸 이용해 어제 방송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그런 보안 취약점을 함부로 이용할 분도 아니고요. 아마 자사 서비스의 성능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 그러니까 강승호 CTO가 엔드로이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고, 그걸 이용해 어제 방송을 연출했다?
최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도윤 : 말이 쉽지 결코 간단한 내용이 아닙니다. 저도 이 지리에서 해보라고 하면 못합니다.
아나운서 : 최 이사님도 못한다. 국내 최고 보안 전문가로 손꼽히시는 분도 못하신다니. 그러면 그 실력이 대단한 거라 볼 수 있을 까요?
이번에도 최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도윤 : 네. 더구나 그 분은 더 게이트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으니까요.
······.
인터뷰는 몇 분 간 더 이어졌지만 그리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다. 그 인터뷰가 끝날 때 쯤.
승호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평, 가평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승호는 핸드폰을 끄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
선진전자 무선 사업부.
홍성복이 주말부터 출근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인데··· 연락이 안 된다니······.”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기로 작정을 했는지 통 연락이 닿질 않았다. 옆에 있던 부하직원 김태경 대리가 말했다.
“이 건은 취약점 모르면 절대 해결 못합니다.”
“왜?”
“그, 그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왜 김태경 대리는 모르는 걸. 저기 방송에 나오신 분은 아냐 이 말입니다.”
김태경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홍성복은 한 번 더 김태경을 몰아 붙였다.
“모른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지금 고객센터로 방송처럼 스마트 폰 해킹 되냐는 문의가 얼마나 빗발치는 지 알아?”
홍성복의 일갈에 김태경의 목이 한층 더 움츠려 들었다.
“휴우···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거 아냐 방법을.”
홍성복도 책상 앞에 붙어 엔드로이드 OS 코드를 살폈다. 도대체 어떤 취약점을 발견한 건지. 자신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연구실로 건장한 남성이 들이 닥쳤다. 홍성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
“아직 해결 못했나?”
이번에는 홍성복이 꿀 먹은 벙어리로 변했다.
“쯧쯧. 엔진 S9이 출시 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홍성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건은 정확히 우리 쪽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포트의 엔드로이드 취약점을 이용한 것 같은데 그러면 포트 쪽과 협의하여 수정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 만약 문제가 터지면?”
고동만이 한 번 더 밀어붙였다.
“공유기에 접속했다가 해킹 당했다는 폰이 한 대라도 나와서 SNS나 클리앙 같은데 올라가면 어쩔 건가? 그게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혹은 유럽에서 터지면?”
몰아치는 질문에 홍성복의 목이 움츠려 들었다.
“지난번에 배터리 터져서 고생한 거 기억 안나? 이 건이 그렇게 확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나? 더군다나 에이폰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리 쪽 폰만 문제가 생기면.”
고동만이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엔진 S9 판매량 저조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야.”
홍성복도 작게 한숨을 내쉬고 겨우 입을 열었다.
“가장 빠르게 해결 할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나도 이미 연락해 봤네.”
둘은 같은 이름을 떠올렸다.
강승호.
고동만이 스마트 폰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아까부터 전화 했는데 도통 연락이 닿질 않아.”
“······.
“동수 말로는 가평 쪽에 간다는 것 같은데··· 가평이 무슨 손바닥만 한 곳도 아니고······.”
고동만의 근심이 깊어졌다.
같은 시각.
가산디지털 단지에 위치한 MJ 전자 MC 사업부 사무실의 불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주말에 이게 무슨 난리냐.”
“주작 방송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회사 법무 팀에서 확인 중이라니까. 곧 진실이 확인 되겠지.”
“확인할 것도 없다니까. 그게 말이 되냐? 공유기 접속하는 순간 앱 설치를 어떻게 해. 엔드로이드 OS 에서 인가되지 않은 앱 설치 막고 있잖아.”
“그거야 공식 앱 스토어에 올려서 링크로 제공. 다운로드 받도록 하면 되니까.”
MJ 전자 연구원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너도 알잖아. 그 다운로드 받도록 하는 명령어. 그걸 어떻게 날 리냐고. 말 이 안 되잖아.”
“나도 이해가 안 되긴 해.”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엔드로이드가 오픈 소스라 보안에 취약하다는 데. 오히려 그래서 보안에 강점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코드를 보고 보안 패치를 진행하니까.”
동료 연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확실해. 주작이라니까. 우리나라에서 방송하는 애들 시청률만 높일 수 있으면 뭐든 하는 거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이잖아.”
동료 연구원의 확신에 함께 있던 연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주말 출근으로 인한 분을 삭이던 둘의 스마트 폰으로 동시에 바나나 톡이 도착했다.
팀장님 : 주작 아니란다. CS팀에서 빨리 해결 해달라고 하더라. 고객들 전화 장난 아니라고.
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천사보육원.
승호에게는 고향 같은 곳.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편안해 졌다. 두 손 가득 들고 간 장난감과 군것질 거리들을 원장 수녀님께 건네 드리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땀이 흠뻑 나도록 공을 찼다. 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다 보니 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잔디밭에 사들고 온 군것질 거리들을 잔뜩 늘어놓았다. 승호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승호에게 말을 걸었다.
“형, 어제 TV에서 형 봤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아이도 손을 들었다.
“저도. 저도 봤어요.”
“나도 봤어요.”
그러자 원장 수녀님이 입을 열었다.
“어제 TV를 보는데 네가 나오기에 깜짝 놀라서 얘들한테도 알려줬지.”
승호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하, 그랬어요?”
원장 수녀님이 대견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그래, 더구나 네가 기증한 컴퓨터 덕분에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기도 하니까. 물론 몇몇 친구들은 게임하는데 더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지만.”
그러자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움찍거리며 입을 비쭉 내밀었다.
“저, 전 아니에요.”
“나도 게임은 조금 밖에 안했는데.”
한 아이가 자랑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전 열심히 코딩 공부했어요.”
“하하, 그래. 앞으로도 꾸준히 하면 성공 할 수 있을 거야.”
“형처럼 될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형 보다 더 성공 할 수도 있어.”
수녀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요즘 보육원에 때 아닌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다들 너처럼 되고 싶다면서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수녀님의 칭찬에 승호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원장 수녀님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물어보렴. 너희들을 위해서 오늘 하루 통째로 비워 놨다고 하니까.”
그러자 아이들이 너도 나도 질문을 던졌다.
“형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초등학생들을 막연한 질문을 던졌고.
“C언어 위주로 공부하면 되나요? 그냥 무작정 책 보면서 따라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뭔가 더 다른 게 필요한 건지. 궁금합니다.”
중,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승호는 하나하나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런 승호의 마음을 느꼈는지 아이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승호의 말을 경청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지났을까. 보육원 정문으로 검은색 세단과 트럭이 한 대 도착했다.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문으로 쏠렸다. 세단에서 건장한 남성이 한 명 내렸다. 승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사람은 그때 그 비서······.’
차에서 내린 비서가 뚜벅 뚜벅 승호에게 걸어왔다. 살짝 목례를 한 후 원장 수녀님을 향해 말했다.
“선진 전자에서 나왔습니다. TV를 몇 대 기증했으면 하는데요.”
놀란 수녀님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TV요?”
“네. 여기 강승호님 이름으로 기증 하려고 합니다.”
수녀님이 다시 승호를 보았다. 승호는 대략 무슨 일인지 눈치를 챘는지 헛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