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0)
탑 코더-60화(60/303)
# 60
서현석의 스타트업
승호는 비서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비서가 승호를 보며 예의 그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사장님께서 핸드폰 확인해 달라고 하십니다.”
승호가 무음으로 돌려놨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부재중이 10여 통 이상 와 있었다. 그 중에는 모르는 번호도 있었고, 고동수나 황호근, 최기훈의 연락도 와 있었다.
-고동만 선진 무선사업부 사장님.
거기에는 고동만의 이름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한 승호가 물었다.
“어제 그 방송 때문입니까?”
비서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건 때문에 회사로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회사로써는 뭐라도 말을 해줘야하는데. 아직 문제를 확인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럴 것이다. 해당 보안 취약점은 엔드로이드 OS의 컴파일러와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찾아 오셨군요.”
“네.”
대답을 한 비서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한번 받아주시겠습니까.”
승호가 핸드폰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겨우 연락이 닿았구만.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이거 목소리도 잊어버리겠어. 종종 연락하라니까.
“요즘 회사 일이 많이 바빠져서···. 동수를 통해서 종종 소식은 들었습니다.
-동수는 잘하고?
“네. 너무 잘해서 탈이죠.
자식 칭찬에 기분 나쁠 부모는 없었다.
-으하하하. 그렇구만. 고 놈이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장난감 삼아 놀아 서 프로그래밍 하나는 기가 막히니까.
“그나저나 하실 말씀이 있다고.”
고동만이 능청을 떨었다.
-맞네. 내 정신 좀 봐. 이거 나이가 들면 깜박깜박 한 다니까. 어제 방송에서 보여준 거 말이야.
“네.”
-어떻게 했는지 알려 줄 수 있을까? 물론 맨입으로 들을 생각은 없네.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여기 일도 마치지 못했고······.”
-물론 당장 해달라는 말은 아니야. 그래도 거기 일이 저녁에는 끝날 거 아닌가.
“그렀기야 합니다만······.”
-보수는 섭섭지 않게 지급하지. 이건 긴급 사안이니까. 2천 까지 생각하고 있어.
승호가 마른 침을 삼켰다. 확실히 선진의 스케일은 달랐다. 잠시 승호가 고민을 하는 사이 저 멀리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한 사람이 달려왔다.
“강승호씨!”
“강승호씨!”
남자는 숨을 헐떡거리며 승호에게 다가와 헉헉 거리며 거친 숨을 토했다.
“헉··· 허억. 헉··· 강승호씨?”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허리를 숙인 채 숨을 헐떡거리던 남자가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MJ 전자 기획실 유성훈 과장입니다.”
“네. 그런데 왜 절······.”
“다름이 아니고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와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어제 방송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 물론 자문료는 충분히 지급해 드립니다.”
그러자 비서가 유성훈 대리라는 사람의 앞을 가로 막았다.
“선진이 먼저 왔습니다.”
당황한 유성훈이 비서를 올려다보았다.
“네, 네?”
상황을 지켜보던 승호가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다.
“갑자기 여기에 MJ 전자 분이 오셔서, 대답이 늦었습니다.”
고동만의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뭐? MJ?
“이 분도 같은 걸 원하시는 것 같은데··· 물론 저는 사장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ZONE 서비스 관련 MOU(양해각서 : 법적 구속력이 없음)가 정식 계약이 되면 사장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질 것 같은데.”
-자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 엔진 S 출고 시 ZONE 서비스 앱을 기본 탑재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간을 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생각만 해봐 주세요.”
-휴우··· 일단 알았네. 그 건은 협의가 필요해. 오늘은 일단 1회성으로 이번 이슈만 잠재워 줄 수 없나?
그때 MJ 전자 유성훈 과장이 목청을 높였다.
“저, 저희 폰에 기본 탑재 해드리겠습니다.”
“네?”
“안 그래도 ZONE 서비스 이용문의도 함께 드리려고 찾아온 거라 서요.”
-야, 자, 잠깐만. 너 뭐야! 이 새끼들이 상도덕도 없이.
“저희는 선진 전자의 SDX 같은 보안 관련 앱이 없어서 어차피 관련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ZONE 같은 서비스를 적극 도입 검토 중이었고요.”
승호가 핸드폰을 비서에게 돌려주고, 유성훈을 보며 말했다.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듣고 싶군요.”
유성훈의 표정은 밝아졌고, 비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
가산디지털 단지.
승호는 유성훈의 차를 타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 사이 황호근과 최기훈를 회사로 불러 들였다. MJ 쪽에서도 MC 사업부 임원을 비롯해 유성훈 과장. 그 밑에 부하직원등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MJ 전자 쪽 사람만 7명.
시내 소프트의 작은 회의실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엔드로이드 OS와 AOT 컴파일러에 있는 취약점을 사용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유성훈 과장이 승호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어제 방송이 사실이라는 건 알지만··· 혹시 지금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계약 전에 실제로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서로간의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직 공유기 상태가 그대로니 지금 바로 시작해도 되겠네요. 테스트는 어떤 폰으로······.”
승호가 말하자 유성훈 과장이 눈짓했다. 그러자 부하직원으로 보이는 사람 둘이 책상위로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승호가 그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저희 공유기에 한번 접속해 보시겠습니까. sinae5G. 비밀번호는 sinae12345.”
승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직원들이 핸드폰을 조작해 공유기에 접속했다.
그리고 삼 분 정도가 지나고.
승호가 포트의 음성명령 기능을 이용해 말했다.
“기술력 입니다.”
방송에서 했던 명령어 그대로였다. 그러자 방송에서 있었던 일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황호근과 최기훈은 이미 몇 번 봤던 광경이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MJ 전자 사람들은 달랐다.
입을 떡 벌린 채 노래가 흘러나오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왜 내 맘 몰라 몰라!
-널 너무너무 사랑하는 내 맘!
승호는 방송에서 했던 것처럼 다음 명령어를 중얼 거렸다.
“1번 중지.”
그러자.
정말 마법처럼 두 대 중 한 대의 핸드폰에서 노래가 멈추었다.
-널 사랑해! 오늘도!
-널 사랑해! 내일도!
나머지 한 대의 핸드폰에서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핸드폰 주인은 마른 침만 꿀꺽꿀꺽 삼키며 멍하니 자신의 폰을 보고 있었다. 승호가 MJ 전자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될까요?”
경직 되어 있던 유성훈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다시 명령어를 날렸다.
“전부 정지.”
나머지 한 대에서도 노래가 멈추었다.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방송으로 보던 것과 실제로 보는 건 큰 차이가 있었다.
아주 실낱같은 의심.
방송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으나 여전히 ‘설마’라는 의심이 마음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마저 날아가 버렸다.
유성훈이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이었군요.”
승호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제가 신뢰를 보여 주었으니 이제 MJ의 차례 같습니다. 핸드폰 출고 시부터 시내 소프트의 ZONE 서비스를 탑재 해 주실 수 있다고요?”
유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옆에 앉아 있던 MC 사업부 전무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팔짱을 끼고 승호를 노려보았다.
“핸드폰 초기 출고 시부터 앱이 설치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고 있나? 이런 잔재주에 대한 요구 사항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자 유성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무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유 과장 자네는 빠져봐. 그렇게 물러 터져서 어떻게 계약을 진행하려고.”
MC 사업부 전무가 다시 시선을 승호에게 돌리며 말했다.
“지금 까지 기본 탑재 앱에 포트나 MJ 통신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 앱을 설치해 나간 경우는 없네. 내가 알기로는 선진도 마찬 가지야. 그런데 ZONE 서비스를 기본으로 탑재 해 달라. 과해도 너무 과하지 않은가.”
“ZONE 서비스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MJ 전자의 전무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네가 발견했다는 보안 취약점. 과연 포트에서 가만히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일주일 안에 보안패치가 나올 거야. 그 일주일만 버티면 되. 일주일을 버티는 대가로 ZONE 서비스를 탑재해 달라······.”
그러자 황호근이 전무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MJ 전자에서 원하는 건 어떤 겁니까?”
“일단 보안패치를 해서 스마트폰이 더 이상 해킹 당하지 않는 다는 걸 보여 주면 ZONE 서비스 이용에 대한 MOU를 체결 하겠네.”
승호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알고 있기나 할까. 국내 점유율 60%를 자랑하는 선진의 엔진 폰과 이미 MOU를 체결 했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지. 그 웃음의 의미를 곡해한 전무가 두 눈을 부라리며 승호를 보았다.
“웃어. 자네 지금 MJ 전자가 우습게 보이나?”
고압적인 태도.
전형적인 갑사의 모습.
승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유성훈이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전무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선진에서도 이미 접촉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무가 승호에게 들으라는 듯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어차피 안 될 거야. 선진은 나보다 더 지독한 놈들인데 이런 계약 조건을 허락해 줄 리 있겠나?”
승호가 MJ 전자 전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MJ 전자는 앞으로 ZONE 서비스를 사용 할 일은 없겠군요.”
“그게 뭐 대단 한 거라고. 사용 안 하면 그만이네. 우리도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어.”
유성훈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못 만들었기 때문에 MJ 전자의 폰은 선진과 달리 보안에 대해 전적으로 포트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기는 한 걸까?
“그러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뭐, 뭐?”
승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대로 나가시면 된다고요. 계약이 이런 식으로 진행 될 거였으면 애초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 텐데.”
승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끼익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고동만 사장의 비서.
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가 물었다.
“이제 협의는 끝나신 것 같은데···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MJ 전자 전무가 비서를 바라보았다.
“사장님께서 선 IDC(데이터센터) 적용 후 엔진 S 기본 탑재 검토는 어떠냐고.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MOU가 아니라 정식 계약으로요. 거기에 아까 말한 보수는 그대로 지급될 겁니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실무자 이쪽으로 보내 주세요. 취약점 패치 적용 및 테스트 진행합시다.”
승호는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