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2)
탑 코더-62화(62/303)
# 62
서현석의 스타트업
일요일 아침.
승호는 운동을 마친 후 회사로 출근했다. 운동 후의 상쾌한 기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물로 인해 불쾌함으로 변해버렸다.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MJ 전자 기획팀 유성훈 과장.
그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어제와 달리 초췌해져 있었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이더군요. 몇 번이나 전화를 했습니다.”
승호의 표정은 냉랭하기만 했다.
“이야기는 어제 끝난 걸로 아는데요.”
“회사에서 다시 일을 추진해 보라고 해서요. 핸드폰 출고 시 기본 탑재만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ZONE 서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미 해당 내용은 선진 전자와 계약으로 묶였습니다.”
“네? 아니 어제 바로 계약이 됐다고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군가 고민하는 시간. 누군가는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유성훈은 믿기지가 않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선진의 의사결정 체계는 저희보다 몇 단계는 복잡하게 이뤄져 있는데 그게 그렇게 빨리.”
“CEO가 결심하면 됩니다.”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승호는 굳이 설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 일이 있어서 이만.”
사무실로 돌아온 승호는 개발 진행 상황 표를 확인했다.
-전체 개발 진행 : 51%
최기훈이 관리하고 있는 액셀에 따르면 전체 개발 진행이 51%. 진행되었다. 거기에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핵심 모듈.
-이상 데이터 검출 율 : 85%
성능이 또 개선되어 85%가 되었다. 오늘 또 1%를 올린다면 86%. 그렇게 매일이지만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끝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승호는 머릿속으로 ZONE 서비스가 출시되었을 때를 그려보았다. 모든 기업에서, 모든 개인들이 자신이 출시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미래.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데이터를 분석하여 일종의 추천 서비스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 폰으로 들어오는 무수한 패킷을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을 만들 수 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포트에서 만든 델타.
거기 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자율 주행 자동차에서 부터,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게임.
적용 할 수 분야가 무궁무진 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다시 일에 열중했다.
***
똑똑똑.
직원이면 카드를 찍고 들어오면 될 일.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함께 출근해 있던 고동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포트 엔지니어 김희승입니다.”
“포트?”
포트라는 말에 고동수가 고개를 돌려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잠시 만요.”
고동수가 문을 열어 주었고, 명함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포트 엔지니어 김희승.
“포트 분이 여기는 왜?”
“혹시 강승호씨 계신가요? 엔드로이드 보안 취약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고동수가 고개를 돌려 승호를 불렀다.
“승호님! 포트에서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
개발에 열중 하던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트라는 말만 들어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 되었다.
“관련 내용은 선진과 이미 계약되었습니다. 제가 함부로 말 할 사안이 아니게 됐습니다.”
김희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관련 내용을 공유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이제 계약으로 묶여 있는 사안이라. 죄송한데 한 발 늦으셨어요.”
김희승이 허탈한 표정으로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힌트라도 주실 수 없습니까? 내용 관련해서 긴급 패치가 진행 되어야 하는 사안이라.”
승호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이미 선진과 계약이 되어 있어서요.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김희승이 귀를 쫑긋 세웠다.
“ZONE 서비스. 그게 있다면 패치가 없어도 막을 수 있긴 합니다.
“···네?”
승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황호근이 나타나 말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으시면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김희승은 한 발 더 내디뎠고, 황호근은 기다렸다는 듯이 PPT를 펼치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김희승이 돌아가고 고동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방송 내용 때문에 찾아온 거 맞죠? 대박. 포트에서 자문을 구하는 정도라니.”
“포트에서도 일주일이면 해결할 거야.”
출근해 있던 백채원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요즘 세상에 그 정도면 한 회사가 휘청 일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네?”
“CTO님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튜브넷에 승호님이 선보인 엔드로이드 와이파이 해킹 리뷰 동영상이 수백 개는 넘게 올라와 있어요.”
고동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선진 전자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절호의 찬스잖아요. 엔진 S가 포트 보다 빠르게 적절한 패치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 그 동영상도 백 프로 선진이 홍보용으로 뿌린 겁니다.”
승호는 그저 담담히 중얼거렸다.
“내용의 활용은 이미 선진 전자의 소관. 우리는 우리 할일을 열심히 하면 돼. 어차피 우리도 충분한 대가를 받았으니까.”
고동수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승호가 고동수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
“IDC 적용 관련해서 정식 계약을 맺은 것만 해도 충분한 이익이야. 그리고 이런 상태면 소비자들이 ZONE 서비스에 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우리 회사 홍보도 절로 되고 있는 셈이니까.”
“하긴 그렇긴 하겠네요. 이 내용이 최초 방송 된 게 우리 회사니까.”
백채원도 고개를 까딱거렸다. 승호의 말은 실제로도 사실이었다.
튜브넷.
그곳에 올라온 서현석의 스타트 업 하이라이트 장면.
그 장면의 조회 수가 백 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전부 정지.
그 장면에서 승호는 더할 나위 없이 빛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백채원이 한 번 더 그 동영상을 재생 시켰다.
몇 번을 봤지만.
또 보고 싶었다.
***
저녁 시간.
이번에는 KISA 사람이 찾아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 관련 답변을 준비해야 해서요.”
승호는 똑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미 선진과 계약된 내용이라 곤란 합니다.”
“아, 취약점을 알려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이 취약점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거나. 혹은 위험하다거나. 그런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위험합니다.”
“네? 방송에서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취약점 자체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알아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그 사실이 퍼지면······.”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패치가 진행되어야겠군요.”
“네. 엔드로이드를 개발한 포트라면 이른 시간 안에 패치를 내놓을 겁니다.”
“선진은 이미 패치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제가 도와 줬으니까요.”
“아······.”
“그래도 방법이 한 가지 더 있긴 합니다.”
“네? 방법이 있어요?”
“ZONE 서비스를 사용하면 됩니다.”
승호의 말에 황호근이 나타나 PPT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똑똑똑.
또 다시 사무실로 누군가 찾아왔다.
막내인 고동수가 나가 문을 열어 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누구······.”
“저희는 공유기 제조업체 아이피데이 인데요. 혹시 강승호씨 계신가요? 전화를 했지만 도통 연락이 닿질 않아서······.”
“승호님. 여기 공유기 제조업체 분들 찾아오셨어요.”
“공유기?”
뒤에서 들리는 말에 아이피데이 직원이 까치발을 하고 목청을 높였다.
“저희는 아이피데이 직원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어떻게 공유기를 해킹 하셨는지 그 방법을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왔다.
“하긴 공유기 해킹도 곧 이슈가 되긴 하겠군요.”
아이피데이 직원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잔뜩 서려 있었다.
“저희가 통신사 쪽으로 공유기 납품을 하고 있는데. 벌써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공유기도 해킹 되는 거 아니냐고. 관련해서 확인해 달라고 해서 혹시 어떻게 하셨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 해서······.”
그러면서 힐끔.
승호의 눈치를 살폈다. 승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긴 스마트 폰이 해킹되는 게 이슈화 돼서 그렇지. 애초에 공유기가 해킹 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테니까.’
턱을 긁적거리던 승호가 아이피데이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공유기 해킹은 사실 제가 관리자 아이디를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긴 합니다.”
“그러면 관리자 아이디를 알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뜻 인가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직원 중 한 명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자신들의 불안이 현실로 다가왔다. 문 앞에 서 있던 3명의 직원이 멀뚱히 서 있는 승호는 내버려 둔 채 갑론을박을 벌였다.
“부장님. 이거 처리 못하면 큰일 날 수도 있겠는데요.”
“어차피 관리자 권한 취득하면 뭘 못하겠냐. 우리 문제가 아니야.”
“통신사 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관리자 권한이 넘어갔다고 해도 접속만으로 특정 파일을 다운로드 받게 하는 건 막아야 하잖아요.”
그러다 한 직원이 고개를 휙 돌리고 승호에게 물었다.
“혹시··· 꼭 관리자 권한이 있어야 방송에서 보여주셨던 일이 가능한 건가요?”
직원은 잔뜩 긴장 했는지 콧구멍을 벌름 거렸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이내 자신들끼리 다시 토론이 벌어졌다.
“봐봐. 우리 문제 아니라니까. 관리자 권한까지 넘어가면 뭔들 못하겠냐. 우리가 그 이후까지 막아 줄 수는 없잖아.”
부장의 말에 평직원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입맛을 다셨다. 이내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생각이 정 그렇다면··· 그 방향으로 가시죠. 저도 주말에 나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오케이. 그렇게 마무리 하자고.”
얘기를 마무리한 아이피데이 부장이 고개를 돌려 승호를 보았다.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어차피 관리자 권한 탈취 이후면 저희 쪽에서도 손쓸 방법이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돌아가려 했다. 그런 부장의 등 뒤에 대고 승호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관리자 권한이 너무 쉽게 넘어오는 것 같던데. 쩝. 뭐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으려나.”
홱.
동시에 세 명이 몸을 돌렸다.
“네?”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ZONE 서비스. 그게 있으면 막을 수 있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
아이피데이 직원들까지 돌아가고.
황호근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내렸다.
“휴우··· 포트에 KISA 거기에 공유기 업체까지. 하루 만에 몇 개 업체를 상대하는 거냐.”
“앞으로 더 많은 계약을 맺게 될 겁니다.”
“이 MOU들이 정식 계약으로 발전하기만 해도······.”
황호근이 눈을 반짝 거렸다. 지금까지 계약된 업체. 앞으로 계약할 업체들에서 수금 될 돈이면 단 숨에 지난해 매출은 넘을 것이다. 거기에 서비스 성능이 입증되어 업체들이 사용량을 늘리면.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빨리 개발을 마무리해서 그렇게 만들어 야죠.”
황호근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래, 넌 개발에만 신경 써.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는 사이.
또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밖으로 나간 고동수가 문을 열고 말했다.
“이번에는··· KU 통신사라는 데요?”
황호근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주말임에도 시내소프트 사무실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