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3)
탑 코더-63화(63/303)
# 63
서현석의 스타트업
사흘 뒤.
선진에서 제공한 내용으로 포트에서 패치가 제작되어 배포되었고, 사태는 잠잠해 졌다. 그 4일 동안 선진은 마케팅 팀의 역량을 쏟아 부어 전 세계에 엔진 S의 우수한 보안을 홍보했고, 대 내외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 이후에도 승호는 ZONE 서비스 개발에 열중했고, 황호근은 8강, 4강을 거쳐 결국 결승까지 올라갔다.
***
천사보육원.
밤 10시.
원래라면 취침에 들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원장 수녀님의 동석 아래 아이들은 TV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들며 방송을 기다리고 있을 때.
광고가 끝나고 방송이 시작했다
“쉿.”
원장 수녀님의 말에 아이들이 입을 닫았다.
-서현석의 스타트업.
-오늘은 결선 진출 5팀 중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날 입니다.
-마지막 승부인 만큼 한 치의 조작도 용납 하지 않기 위해.
-제작진에서는 생방송 진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인 출연자 분들도 있는 만큼.
-간혹 진행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도 시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수녀님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이들이 목청을 높였다.
“시내 소프트 이겨라!”
아이들의 응원에 보육원 시청각 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수녀님은 오늘만은 그 모든 걸 용납하기로 했다.
-최종 우승자는 우승상금 5 억원. KBC 프라임 시간 대 광고 20회라는 특전이 주어지게 됩니다.
-우승자는 심사위원단 점수 60%.
-시청자 투표 40%.
-두 가지를 합산하여 결정 하게 됩니다.
-그러면 첫 번째 순서로 각 팀이 준비한 VCR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차례차례.
기업들 소개영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국내 최고의 O2O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트루 마켓입니다. 저희는 매일 새벽. 저희 직원들이 직접 엄선한 식자재들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방송을 통해 나갔던 내용들이 반복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임팩트를 줄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렇게 두 개 회사 소개 영상이 끝나고, 세 번째 시내 소프트 차례가 되었다.
-세 번째로 보안솔루션 ZONE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
-시내 소프트 소개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스튜디오가 페이드 아웃되고, 시내소프트 사무실 입구가 페이드 인 되었다.
똑똑똑.
사무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고동수가 문을 열어보니 낯익은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고동수가 놀라 중얼 거렸다.
“어, 서윤아 매니저님?
김민구가 다급히 물었다.
“강승호씨 있습니까?”
“승호님. 매니저님이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익숙한 얼굴에는 초조.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매니저가 터벅터벅 승호에게 걸어왔다.
“죄송하지만 당장 시간 좀 빼줄 수 있습니까?”
갑자기 하는 말에 승호가 손 사례를 쳤다.
“당장은 어렵습니다. 저희 개발 일정이 밀려 있어서요. 무슨 일이 신데······”
“윤아가 쓰러졌습니다.”
“네?”
“해킹 당한 게 맞았어요. 어떤 놈이 윤아 사진에 몹쓸 짓을 해서 보내왔습니다. 거기에 웹캠으로 찍은 내부 사진. 윤아가 그걸 보고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분노로 꽉 다문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승호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매니저를 보았다.
“아······.”
승호는 뭐라 대답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리고 얼마 전 서윤아가 자신에게 했던 부탁을 떠올렸다.
-해킹을 당한 것 같다.
결국 그게 사실로 밝혀진 건가.
“제 손으로 그 놈을 꼭 잡고 싶은데 지금 까지 밝혀 낸 건. 공유기에 악성 코드를 심어 놨다는 것뿐입니다. 제발 한 번 만 도와주십시오. 이놈 꼭 잡고 싶습니다. 경찰에 이미 알렸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말 밖에 들을 수가 없어서······.”
두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매니저가 결심을 굳힌 듯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윤아. 이제 날아가야 할 친구 입니다. 이런 이슈에 휘말려서 떨어질 친구가 아닙니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승호가 재빨리 매니저의 두 팔을 붙잡았다.
그가 이렇게 까지 부탁하는데 빚을 지워 놓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대신 받을 건 확실히 받아야겠지.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말하는 조건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화면이 전환되며 나타난 건 XOXO 숙소.
승호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보안 점검을 실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유기.
해킹당한 공유기를 통해 악성코드가 컴퓨터로 전달 된 정황이 발견 되었다. 승호는 일단 해당 악성 코드를 다운 받아 분석을 시작했다.
언제 설치되었는지.
작동방식은 무엇인지.
어떤 데이터가 빠져나갔는지.
차분히 파악해 나갔다. 그 밑으로 자막이 흘러나왔다.
-설치시점은 최초 인터넷 설치 시. 웹캠을 통해 흘러나간 데이터는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서비스에 저장 되고 있음을 밝혀 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경찰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계정의 주인을 확인했고 그 결과.
화면은 거기서 끝이 났다.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온 화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그 말에 아이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우우우우!”
원장수녀님도 두 손을 꽉 쥐고 화면을 주시했다. 이미 두 손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승호야······.’
만약 승호의 힘으로 정말 범인을 잡았다면.
그렇다면 아마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종 우승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고.
보육원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연히 그런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90초에 달하는 광고가 끝나고.
다시 나머지 부분이 방송되었다.
***
승호는 팀원 석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었다. 현재 전국으로 송출되는 내용은 사전 촬영된 VCR.
오늘을 위해 준비된 영상이었다. 다른 팀들은 그저 비슷한 패턴의 소개 영상이었다면 승호가 준비한 건 5분 남짓한 모큐 멘터리.
실제 상황과 드라마가 섞인 장르였다. 함께 시청하던 최기훈이 말했다.
“반응이 꽤 괜찮은데.”
승호가 VCR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았다. 최기훈의 말대로 화면에 집중하는 인원이 태반이었다.
“나쁘지 않네요.”
“잘하면 정말 우승 할 수도 있겠어.”
황호근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우승 해야지.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면 쓰나.”
준비된 화면은 총 5분.
VCR은 이제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승호도 입 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 소프트 VCR이 끝나고.
나머지 두 팀의 소개 영상 까지 마무리 되었다.
다음 차례는 총 9명으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들의 질문 차례였다. 승호가 심사위원 한명 한명을 면밀히 살폈다.
‘서현석 이사님께는 이미 눈도장을 찍었고, 허 교수님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이정훈 본부장님도 뭐······.’
9명 중 3명과 이미 아는 사이.
나머지 6명은 유명 소셜커머스 CEO. 투자자문사 대표. 창업 컨설팅 업체 대표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불안한 건 시청자 투표.
보안이라는 막연한 영역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어필 됐을 지가 걱정이었다.
-이제 다음 차례로 전문 심사위원님들의 면접 시간이 있겠습니다. 첫 번째 팀부터 단상 아래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승호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팀이 자리에서 일어나 면접관들 앞으로 걸어갔다.
주조정실에서 방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메인피디에게 중간 집계 결과가 전달되었다.
“시청자 투표에서 시내 소프트가 압도적 1등입니다. 소개 VCR 반응이 엄청 난데요.”
“시청 율은?”
“1.98% 자체 최고 갱신입니다. 강승호씨 나올 때 마다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라고 한 이벤트는 어떻게 됐어?”
“방청객들에게 사전에 안내해 드렸습니다. 강승호씨 한 테도 몇 번 확인했습니다.
“그게 아마 빅 이벤트가 될 거야.”
“그런데 정말 가능 할까요? 만약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어차피 시청자들은 영웅의 탄생만큼 그 몰락에도 관심이 많은 법이니까. 우리야 시청률만 챙기면 되.”
냉정한 메인PD의 말에 조연출이 입술을 꾹 닫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메인 PD가 다시 수십 개의 TV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강승호씨 차례지?”
“맞습니다.”
“뭐해 어서 내려가 보지 않고. 가서 시청률 올려야지.”
조연출이 몸을 돌려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마침 사회자가 시내 소프트 쪽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시내 소프트 팀입니다.
-시내 소프트는 오늘 면접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 하셨다고요.
사회자의 말에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지난 번 화제가 되었던 방송을 이곳에서 직접 시연해 보려고 합니다. PPT를 통한 발표 보다는 그게 시내 소프트를 소개하기에 가장 적당하고 생각해서요.”
사회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방송 저도 봤는데요. 여기 객석에 계신 방청객 여러분을 대상으로 말 입니까?
“네. 물론 얼마 전 진행한 포트 패치를 받으신 분들은 작동이 안 될 겁니다. 에이폰 사용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미리 방청객 분들 중에 패치를 다운 받지 않으신 분들을 확인해 두었습니다. 그 분들만 kbc-public이라는 와이파이에 접속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이 코드는 시연회만을 쓰이고 폐기 될 거라 정보 유출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승호의 말에 조연출과 작가들이 방청객들을 향해 판넬을 들어보였다.
-와이 파이 접속해 주세요.
방청객들이 스마트폰의 설정에 들어가 와이파이에 접속하기 시작 했다.
그러자.
스튜디오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카운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
2.
3.
4.
그걸 확인한 승호가 입을 열었다.
“여기 숫자는 와이파이 접속한 사용자 숫자입니다. 벌써 다섯 분이 접속 하셨네요. 총 열 분이 접속하시면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5.
6.
7.
그렇게 숫자가 올라가다 10이 되었을 때 승호가 방청객들을 보며 말했다.
“뮤직 스타트.”
그 말에 방청석에서 잔뜩 당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 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승호가 당황한 방청객을 보며 말했다.
“곧 크리스마스라 그에 걸 맞는 노래로 준비해 봤습니다.”
승호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다른 폰에서 노래가 플레이 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많은 분들이 몇 번이나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작이라는 말을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이걸로 결코 조작이 아님이 분명히 밝혀졌으면 합니다.”
또 다른 핸드폰에서 노래가 플레이 되었고.
-하얀 눈이 하늘에서 떨어져.
-산타클로스님 오실 길을 만 드네.
총 10대의 핸드폰에서 차례대로 노래가 플레이 되었다. 마지막 폰에서 플레이가 끝나갈 때 쯤 승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합창!”
그 명령어에 맞춰 이번에는 10대의 폰에서 동시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최신 핸드폰들이 쏟아내는 노래 소리는 웬만한 스피커는 씹어 먹을 수준이었다.
그 음질 보다 놀라운 건.
승호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핸드폰.
방송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또 다른 차이였다.
노래가 플레이되는 폰을 가진 방청객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그저 잔뜩 놀란 눈으로 승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노래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 갈 때 쯤.
승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중지.”
그 한 마디에 거짓말처럼 10대의 폰에서 노래 소리가 뚝 멈추었다. 사회자마저 멍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승호가 심사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준비한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면접 시작해도 될까요?”
끄덕.
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고,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의미 없는 행위였다. 이 자리의 누구도 오늘의 우승자가 다른 이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그곳에 모인 심사위원들도 같은 팀을 생각했다.
시내소프트.
그렇게 승리자는 정해졌고.
3개월 뒤.
ZONE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