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5)
탑 코더-65화(65/303)
# 65
서비스 런칭
예정에 없던 고동만의 출현에 홀에 모여있던 직원들이 술렁였다. 황호근이나 최기훈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승호도 일어나 인사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엔진 S 기본 탑재. 결코 후회 하지 않으실 겁니다.”
“서로 윈윈 하는 거지. 자네가 데이터센터에 설치한 ZONE서비스가 성과를 내고 있으니 이런 기회도 생기는 거야. 선진이 성과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하니까.”
고동만이 함께 온 개발자를 소개 시켰다.
“자네도 구면이지. 여기 홍성복 이사. 엔진 S 앱 기본 설치. 카운터 파트너가 될 거야.”
홍성복이 손을 내밀었고, 승호가 그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홍성복 입니다.”
“네. 오랜만이네요.”
“지난번 엔드로이드 보안 패치. 덕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 ZONE 서비스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려야죠.”
고동만이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저기로 올라가면 되나?”
“네.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와주시고.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고동만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포트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하나 있어야 하니까. 자네 회사가 그런 회사가 될 만한 가능성이 있기에 직접 온 거야.”
승호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인사말을 마치고 고동만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예의 그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선진전자 무선 사업부 고동만 사장입니다.”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미소 지었다. 고동만이 그런 반응들을 살피며 준비된 말을 꺼냈다.
“나쁜 소식하나 좋은 소식하나가 있습니다. 먼저 나쁜 소식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선진 전자 엔진 S에 ZONE 서비스 기본 탑재가 결정 됐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서비스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됐다는 말입니다.”
고동만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게 왜 나쁜 소식이냐. 여러분들 일 복 터졌으니. 앞으로 꽤나 고생할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은 뭐냐.”
고동만이 앞에 놓은 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대박 났습니다.”
그러자.
“큭.”
“푸훕.
“대박······.”
여기저기서 억눌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엔진 S 전체 라인업에 ZONE 서비스 앱이 설치되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겁니다. 단숨에 1억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게 되는 겁니다.”
승호는 직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환희.
격정.
흥분.
다양한 감정들이 표출되고 있었다. 황호근의 반응은 좀 더 격했다. 두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처럼 보였다. 최기훈이 황호근을 보며 물었다.
“형님 우십니까?”
“내가 울긴 뭘 울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데요? 툭 치면 떨어지겠어.”
황호근이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
“휴우··· 내가 살아생전에 글로벌 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실감하게 될지는 몰랐다. 정말로 엔진 S에 ZONE이 탑재되면 우리도 이제 글로벌 기업 되는 거지?”
“당연하죠. 무려 1억이 넘는 사용자가 생기는 겁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그러면 유료 회원도 많이 생길거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질 겁니다. 그걸 이용하면 추천, 사용자 행동 예측. 종국에는 인공지능까지.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 합니다.”
“난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 이렇게만 잘 되도······.”
또르륵.
말을 하던 황호근의 눈가로 결국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 형님 이거. 못 쓰겠네. 벌써 부터 우시면 어쩝니까.”
“야, 나 진짜 회사 망하는 줄 알았단 말이야. 집 전세 보증금 담보로 대출 까지 받았어. 망하면 시내랑 같이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었다고.”
최기훈이 앞에 놓인 물을 벌컥거리며 마셨다.
“이제 좋은 날만 남았습니다.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그런 최기훈의 눈가도 그렁그렁해져 있었다.
“지는.”
스윽.
최기훈이 눈가를 훔쳤다.
“이건 먼지 들어가서 그럽니다. 먼지.”
“어이쿠 그러세요.”
어느새 둘은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고동만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나갔다.
“선진 전자의 카운터 파트너로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공손한 고동만의 말에 시내소프트 사람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무려 선진 전자다.
시가총액 수 백조에 매출 200조를 넘는 대기업.
그런 회사의 사장이 직접 와서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까지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던 게 무색할 정도였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승호에게 향했다. 이 자리의 누구도 오늘의 성과가 ‘그’ 덕분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느끼는 벅찬 감정의 원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일어났다. 고동만도 승호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앞 뒤. 양 옆.
사방에서 쏘아지는 시선.
승호는 민망함에 식은땀을 쏟아냈다.
“이상입니다.”
고동만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자리에 앉은 고동만이 승호에게 물었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체크포인트에 출전할 생각입니다. 본선진출권까지 받은 마당에 안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승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지켜보던 고동만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ZONE 서비스를 안정화 시킨 후에는 뭘 만들 생각인지 궁금하네.”
“여러 선택지를 저울질 하는 중이라 딱 하나 꼬집기가······.”
지금도 데이터 센터에 쌓이고 있는 데이터.
그 걸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PC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 했다. 폰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사업의 기회는 무궁무진 하게 많았다.
단적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사용자가 스마트 폰을 켜는 순간 하고자하는 일을 예측해 자동으로 특정 명령을 실행해 줄 수도 있다.
-어떤 웹 사이트에 주로 접속하는지, 웹 사이트에서는 주로 뭘 하는지를 분석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제공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데이터를 통해 직접 또 다른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 수 도 있다.
그런 생각들이 승호의 머릿속을 떠 다녔다. 고동만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러면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동만이 말을 이었다.
“인공지능 플랫폼. 스마트 폰에서도 작동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어 볼 생각은 없나? 엔진 S에 설치된 ZONE 서비스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 것 아닌가.”
“관심은 있습니다.”
“빅스. 선진에서 만들어낸 플랫폼이지만 아직 포트의 델타와는 비교도 되지 못하고 있어. 물론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수 년 뒤의 성과가 아닌 당장 내일의 성과를 원하네.”
빅스.
선진 전자의 엔진 S에 기본 탑재되는 인공지능 플랫폼.
포트의 델타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며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빅스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뜨거운 눈빛으로 승호를 보던 고동만이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그걸 함께 개발 해 보는 건 어떤가?”
고동만의 적극적인 대시에 승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표정의 의미를 읽었는지 고동만이 재빨리 말을 덧 붙였다.
“자네가 개발해서 우리 쪽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해도 돼. 이미 엔드로이드 OS도 포트에서 개발 한 걸 가져다 쓰듯이. 자네가 만든 인공지능 플랫폼을 우리가 가져다 쓰는 거지. 물론 빅스 보다 나은 성능을 보여줘야 하네. 독점 공급을 약속하면 개발비까지 지급할 용의가 있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독점 공급이라는 게 걸리기는 하지만 초기 개발비를 지급해 준다면. 충분히 감내할 만 한 조건이었다. 승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제게 후한 것 아닌가요? 엔진 S에 ZONE 서비스 기본 탑재를 비롯해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고동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혼자서 네 명을 데리고 더 게이트에서 우승하고, 얼마 전 방송에서 보여준 마법 같은 일. 그리고 서윤아 해킹 범도 잡아 줬다지? 어디 그게 끝인가. 선진과 협력하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보여준 능력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동만의 칭찬에 승호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난 자네가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한층 더 직설적인 칭찬에 승호의 귓불까지 달아올랐다. 같은 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그저 마른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고동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거짓말이야.”
당황한 승호가 되 물었다.
“···네?”
“당장 ZONE 서비스의 소개 팸플릿만 봐도 딥 러닝 기술을 사용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인공지능 델타에서도 사용되는 그 기술 말이야. 즉 그 정도를 만들 능력이 충분하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잘 해주는 거네. 선진은 성과에 따른 보상. 그거 하나는 확실히 지키니까.”
“딥 러닝 수준은 아닙니다. 아직은 머신 러닝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어차피 그게 딥 러닝 전 단계 아닌가.”
머신러닝과 딥 러닝.
흔히 혼용되어 사용되긴 하지만 의미적으로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머신 러닝은 미리 고양이 사진임을 알려주고 수 천, 수 만장을 학습시킨 후. 고양이 임을 물어본다.
그러나 딥 러닝은 미리 고양이 사진임을 알려주지 않고 수 만 장을 보여준다.
인간이 고양이 사진을 보았을 때 바로 고양이 임을 아는 건 고양이의 다양한 특징들 때문.
딥 러닝은 인간처럼 그 특징을 찾아내 고양이 임을 알아내는 단계. 가히 인공지능이라 부를 만한 단계였다.
“자네가 수집한 데이터와 기술이 빅스를 만나면 에이폰의 사라나 포트 어시스턴스를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닐 거야. 어쩌면 정말 어쩌면. 포트의 델타를 넘어서게 될 지도 모르지.”
고동만이 뚝 말을 멈추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네는 개발 만 하게. 놀라운 성과에는 오늘처럼 놀라운 보상으로 답할 테니까.”
그 말이 진심임을 알기에 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다음날.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발표 되었다.
-선진 전자. 엔진 S에 ZONE 서비스 기본 탑재 발표.
-엔진 S 최초. 외부 회사 기본 탑재.
-엔진 S에 탑재된 ZONE 서비스. 전격 해부.
-ZONE 서비스 개발사 시내 소프트. 그곳은 어딘가.
서현석의 스타트 업 방송 당시 받았던 관심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엔진 S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 폰이었다.
단숨에 글로벌 레벨의 기업으로 수직 상승한다는 말.
로켓이 쏘아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시내 소프트 기업 가치 평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천 억.
기업 가치 천 억.
서비스가 런칭 된 후 몇 달 되지도 않아 시내 소프트가 받은 성적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