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6)
탑 코더-66화(66/303)
# 66
체크 포인트
선진 전자.
스마트 폰과 반도체를 주력으로 매출만 20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 그 기업을 움직이고 있는 건 김희건 회장.
고동만이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이쯤에서 제가 직접 만나 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직은 회장님께서 나설 수준은 안 됩니다.”
“흐음······.”
“만약 빅스 플랫폼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그때 만나셔도 늦지 않습니다.”
“스카웃 제의는 번번이 거절 한다고요?”
“네. 투자도 일절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차라리 시내 소프트를 사겠다는 제안도 몇 번 던져 봤으나 좋은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과하게 덤벼서 굳이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은 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잘 하셨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김희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따가운 겨울 햇살이 강렬하게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김희건의 목소리가 조금 씩 낮아졌다.
“강승호씨 관련해서는 저도 몇 가지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 같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고동만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자신에게 알려줘야 할 사항이면 말해 주리라. 그렇게 수분을 기다리자 김희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혀 지식이 없는 분야에서 그 쪽 분야의 전문가들을 제치고 누구도 해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해낸다. 고 사장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강승호씨가 그런 능력이 됩니까?”
고동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됩니다. 처음은 검색 솔루션 납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협력사 해킹 범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엔진 앱 스토어 성능 개선, 생체인식 성능 개선에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얼마 전 엔드로이드 보안 취약점에 이제는 ZONE 서비스 까지. 이 정도면 그런 능력이 된다고 스스로 증명했다고 생각 됩니다.”
김희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들은 소문은 사실이겠군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다시 자리에 앉은 김희건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선진은 바이오와 전자에 주력하게 될 겁니다. 전자의 주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혁신 대상은 소프트웨어가 되어야합니다.”
“반드시 성과를 내겠습니다.”
“포트에 델타가 있다면 선진에도 그에 걸 맞는 게 있어야 해요. 꼭 만들어내도록 하세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고동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에서는 굳은 결심이 느껴졌다.
***
인천 국제공항 입국 수속 장에서 한 폭의 신파극이 벌어졌다.
“라스베가스면 범죄도 엄청 많이 일어나고, 무서운 갱들이 넘쳐 난다는데 항상 몸조심해야 돼.”
황호근의 말에 최기훈이 툭 한 마디를 던졌다.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영영 안 올 사람 보내는 것처럼.”
“혹시나 외국에서 무슨 일 생길 까봐 그러지.”
“무슨 일 생기기는 요. 승호가 한, 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올해 26살입니다. 그리고 솔직한 말로 사장님 보다 영어도 잘 하는데.”
“그렇긴 하지만······.”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무런 일도 없을 겁니다. 대회 끝나고 별일 없으면 바로 돌아올 겁니다.”
“그래. 되도록 숙소에서 멀리 벗어나지 말고.”
함께 있던 황시내가 물었다.
“사장님 저는 요?”
“어··· 너. 너는 승호 옆에 꼭 붙어 다녀라. 괜히 돌아다니다가 사고 치지 말고. 알았어?”
“사고는 무슨. 내가 언제 사고 친 적 있어요.”
“많지. 불과 작 년 만 해도 같이 제주도가서. 읍읍.”
황시내가 황급히 황호근의 입을 막았다.
“아니 이분이 별 소리를 다 하시네.”
이정훈이 그런 황호근을 보며 말했다.
“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정훈.
한국 팀의 인솔자로 KISA 이정훈이 나섰고 승호를 비롯해 고동수, 백채원이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 팀 당 총 8명.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허춘수가 추천한 대학원 생 두 명을 더하고. 나머지 3명은 지난 번 대회에 참가했던 시내소프트 직원인 황시내. 원지훈. 전민성.
그렇게 총 9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구성되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승호가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인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
좌석에 앉은 승호는 살짝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동수가 의뭉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호님 비행기 내부에서는 신발 벗고 타야한다니까요.”
승호가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신고 있는 것 같은데···?”
“곧 벗을 겁니다. 안내 방송 나오면.”
“나··· 나도. 그때 벗지 뭐.”
“그리고 화장실 다녀오셨어요? 10시간 넘게 타야 하는데 그 사이에 화장실 갈 수 있는 건 3번 밖에 안 돼요. 큰 건 금지고.”
승호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색하며 하는 말에 고동수가 참지 못하고 입가를 씰룩 거렸다. 승호의 왼편에 앉아 있던 백채원이 한 마디 가세했다.
“승호님, 그래서 저는 미리 화장실 다녀왔습니다.”
그러자 승호가 바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 비행기 처음 타보지만 바보는 아닙니다.”
“···네?”
“동수 농담에 장단 맞춰 준 거라는 뜻입니다.”
화아악.
백채원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제가 정말 비행기를 타면 신발을 벗어야하고, 화장실은 스튜어디스에 허락을 맡아 3번 밖에 못갈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여기셨다니······.”
두 볼은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승호는 그 모습에 한층 더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 섭섭해지려 하는데요.”
“승호님, 그, 그런 게 아니라······.”
고동수도 짓궂은 웃음을 보이며 백채원을 보았다.
“누나 설마 승호님을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였어? 대박. 누나 더 게이트 우승자 승호님이야. 그간 승호님을 어떻게 생각한 거야.”
백채원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동수를 노려보았다.
“너!”
“승호님. 채원 누나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글쎄 지난 번 종무식때 말이에요.”
백채원이 고동수를 향해 급히 팔을 뻗었다. 중간에 있던 승호가 몸을 피하려다 백채원의 팔에 턱을 맞았다.
“윽.”
백채원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머! 승호님 죄, 죄송해요.”
승호가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고동수 너.”
“헤헤. 누나는 자기가 잘못해 놓고선.”
승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자리를 바꿀 까요. 아니면··· 조용히 갈까요?”
그제야 소란이 잦아들고 조용히 라스베가스 까지 갈 수 있었다.
***
라스베가스 맥캐런 국제공항.
공항을 나오자 사막의 텁텁한 모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승호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셔보았다.
처음 맡아보는 미국 냄새.
거기에는 착각일지 모르지만 햄버거 향도 스며있는 것 같았다. 고동수가 그런 승호에게 말했다.
“드디어 도착이네요.”
“그래.”
“승호님. 우리 우승할 수 있을까요?”
승호가 뒤에 있던 일행을 힐끗 보며 말했다.
“더 게이트에 같이 출전했던 직원들도 너와 비슷한 말을 했었어.”
뒤에서 황시내를 비롯한 삼인방이 움찔 거렸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결과는 네가 아는 대로 되었지. 더구나 지금은 그때 보다 상황이 좋은 편이야. 이번에는 엄청 난 실력자인 동수까지 있으니까.”
승호의 칭찬에 고동수의 입가가 씰룩 거렸다. 지금 기분이 좋다는 티가 팍팍 났다. 고동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헤헤, 하긴 제가 그때는 주니어부 준우승이었지만 사실 우승할 수도 있었어요. 원래 실력을 숨기고 있었거든요.”
승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련했겠어.”
한층 더 기고만장해진 고동수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하하하. 승호님 저만 믿으세요. 이번에는 제가 하드캐리 하겠습니다.”
승호가 두 눈을 살짝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좋겠다.”
일행은 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했다. 대회장에 8명의 인원이 전부 들어 갈 수 없다. 통상 3명 정도가 대회장에서 경기를 진행하고 나머지 5명은 호텔 방에서 서포트 한다. 5명이 한 방에 묵기 위해 호텔의 가장 큰 방인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비행기에 이은 난생 처음 호텔.
그것도 스위트룸.
승호는 호텔로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좋긴 좋다··· 나중에 내 집도 이런 모습 이었으면.’
그런 생각으로 스위트룸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방 3개.
넓은 거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진 고급 대리석 까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더구나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스위트룸에서 바라보는 라스베가스 시내는 가히 절경을 자랑했다. 승호는 한동안 창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승호 옆으로 다가온 이정훈이 물었다.
“좋죠?”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팀을 인솔해 여기 온 것이 벌써 2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참가한 것 까지 합치면 5번째. 번번이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정훈이 창밖에 던지던 시선을 승호에게 옮겼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승호씨라면······.”
두 눈에는 강렬한 열망이 느껴졌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겁니다.”
“네.”
이정훈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스위트룸에 짐을 푼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었다. 고기와 피자. 거기에 느끼한 감자튀김이 더해지자 금세 배가 차올랐다. 그렇게 차오른 배를 두드리며 호텔 로비에 앉았다. 이정훈이 일행을 보며 말했다.
“지금 부터는 자유 시간이니까. 카지노 할 사람은 하고, 수영할 사람은 수영. 각자 즐기다 2시간 후에 방에서 봅시다.”
이정훈의 말에 8명이 서로 쑥덕거리며 의견을 교환했다. 승호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승호님은 어디 가시게요?”
“여기 까지 왔는데 카지노 구경은 한 번 해봐야지.”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도시.
승호는 이곳에 오면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윽. 난 못 들어가는데.”
함께 있던 백채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호님 같이 가요.”
그러자 다른 팀원들도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도.”
“저도. 잠시 구경이나.”
황시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도 잠깐만.”
이정훈도 입맛을 다시며 일어났다.
“오랜만에 한 번 해볼까.”
고동수가 울상을 지으며 백채원과 승호를 번갈아 보며 보았다.
“누나, 승호님!”
백채원이 고동수를 달래며 말했다.
“넌 올라가서 메모리 덤프 프로그램 수정해야지.”
“나도 놀고 싶다고!”
승호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대회 끝나고도 시간 있으니까. 그때 본격적인 관광하자. 나도 잠깐 구경만 하고 11시 전에는 올라갈 거야.”
지금이 밤 9시.
2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다시 방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고동수가 아쉬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인원들은 승호와 함께 카지노 업장으로 들어섰다.
슬롯머신.
블랙잭.
룰렛.
포카.
다양한 게임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승호는 그 중 슬롯머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연스럽게 백채원이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황시내가 경쟁하듯 왼편에 앉았다. 승호는 슬롯머신 상단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며 중얼 거렸다.
“잭팟이 터지면 천 오 백만 달러니까··· 150억이 넘는다는 말인가.”
절로 우와 소리가 나왔다. 일단 10불을 집어넣고 시작 버튼을 눌러보았다.
드르르륵. 띵!
소리와 함께 앞에 놓인 그림들이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체리.
종.
숫자 7.
Bar라는 글자.
빠르게 돌아가던 그림들이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씩 멈추었다. 아무런 패턴도 찾을 수 없는 무작 위 형태.
꽝이라는 소리였다.
게임 한판에 1불.
한국 돈으로 1200원 정도가 10초 만에 날아갔다.
또 한 번.
또 한 번.
그렇게 자리를 옮겨 다니며 총 49불을 잃었다.
“역시 쉽지 않네······.”
승호가 입맛을 다셨다. 눈앞에는 0과 1이 줄지어 흘러 다니고 있었다.
‘본전 정도는 괜찮겠지······.’
승호가 마지막 게임을 시작 했다.
툭.
아주 가볍게 버튼을 터치했고.
무규칙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던 그림들에 처음으로 패턴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