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7)
탑 코더-67화(67/303)
# 67
체크 포인트
띠리리리잉!
옆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던 백채원과 황시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어, 승호님 당첨 된 거예요?”
“헐··· 승호씨 대박.”
승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 하하. 이게··· 진짜 되네요.”
승호도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슬롯머신 기계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다. 49불을 잃으면서 0과1의 세계를 파악했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을 때 간섭을 시도했다.
그 결과.
화면에는 체리 그림이 한 줄로 나란히 나타나있었다. 함께 있던 황시내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진짜.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되나보네. 나는 벌써 30불 다 잃었는데.”
승호가 툭.
한 번 더 버튼을 터치했다.
또 다시 화면에 그려진 그림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승호도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10초 뒤.
또 다시 터진 당첨 효과음.
띠리리리잉!
이번에는 무려 7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1불을 넣었으니 당첨금이 7불.
50불에서 49불로 줄어든 돈이 다시 11불이 되어 있었다. 백채원도 두 눈을 부릅뜨고 승호를 보았다.
“또 된 거에요?”
“그러게요. 이제 저한테도 운이 붙나 봐요.”
승호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다만 동일한 점이 있다면 같은 방식의 게임기.
승호는 그곳에서 배팅금액을 5불로 높이고 다시 버튼을 터치했다. 또 10초 뒤.
띠리리리링!
또 당첨 됐다는 효과음이 들렸다.
뒤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던 백채원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헙! 또?”
이번에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당첨이 되었다. 이게 가능이나 한 걸까.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려 할 때.
승호가 이번에는 1불로 낮추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또 다시 당첨.
벌써 3번째였다.
4번째 5번째 게임에서도 승호는 연속해서 승리했다. 그 소리를 들은 구경꾼들이 하나 둘씩 승호 주변으로 몰렸다. 벌써 처음 시작 했던 50불을 훌쩍 넘어 70불까지 돈을 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카지노 보안 요원들이 승호에게 다가왔다.
“Excuse me. Could you come with me for a moment?”
잠시 같이 가자는 말.
그 말에 승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도 죄 짓고는 못살 타입 이네.’
승호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보안 요원을 따라 갔다.
보안 요원 사무실로 이동한 승호는 신원 확인을 시작으로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되어 샅샅이 조사를 받았다.
증거는 전무.
그 상황을 지켜보던 카지노 게임 감시관 리암 아담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처음 게임에서 이겼을 되었을 때 만해도 그저 평범한 일상에 불과했다. 또 한 번 당첨 되었을 때도 그저 상황판에 눈길 한 번 주는 게 다였다.
금액 자체가 10불. 15불 정도의 소액이었다. 프로그램에 세팅된 환수율에 의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그리고 또 당첨.
리암은 아주 약간 관심을 두었다.
그렇게 50불을 넘었을 때.
다년간 근무를 통해 쌓아온 직감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 직감을 믿고 조사에 나섰지만 찾아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귀.
허리 춤.
주머니 안.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의심할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리암이 멍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그런 리암을 보며 말했다.
“이제 됐습니까?”
이대로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판단이 틀린 것이다. 리암이 바로 표정관리를 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실례 한 것에 대한 사례로 준비 했습니다.”
리암은 미안함을 담은 봉투를 건넸다.
“베가스 쇼 관람권입니다.”
승호는 빠르게 봉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더 죄송합니다. 카지노는 더 즐기실 생각이십니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능력을 사용해 잭팟에 당첨되는 건 승호의 선택지에 존재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겼습니다.”
“그러면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리암은 그 말을 끝으로 가드들에게 눈짓했다. 보안 요원들이 문을 열어 주었고 승호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
밖에는 일행들이 전부 모여 걱정 가득한 기색으로 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동수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거 대사관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승호님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정훈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 있으면 끝난 다니까. 일단 기다려 보자. 그냥 슬롯머신 한 것 밖에 없는데.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
“혹시 주최 측의 농간은 아닐까요? 승호님이 우승할까봐 걱정 되니까. 잡아 두고.”
고동수의 망상에 일행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백채원도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승호가 들어간 사무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황시내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도 마찬 가지.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승호가 사라진 사무실을 보고 있었다.
그때.
끼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승호가 걸어 나왔다. 가장 먼저 이정훈이 승호에게 다가가 몸을 살폈다.
“승호씨! 괜찮습니까!”
승호가 손 사레를 치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이 끝났어요. 괜히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승호님!”
“승호씨!”
수 명이 일제히 승호에게 달려 들었다.
“어이쿠.”
감당하지 못한 승호가 뒷걸음질 쳐야 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카지노 경험 한 번 거 하게 했네요.”
조사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
그 시간 동안 승호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졸였으나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이번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통했다.
승호는 새삼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았다.
***
이틀 뒤 아침 9시.
승호는 대회장에 있었다.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각종 세팅에 열중하던 승호 곁으로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가 다가왔다.
“역시나 왔구나.”
에이든 베이커.
더 게이트에서 만난 포트사의 직원이었다. 그 옆에는 금발의 미녀 개발자 헤나 로페즈가 미소 짓고 있었다.
“오셨네요.”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야. 내가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왔거든.”
“그랬으면 좋겠네.”
승호의 도발에 에이든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뭐, 뭐?”
헤라가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회가 시작되면 알거예요. 지난번과는 다르다는 걸.”
그러자 함께 세팅 하고 있던 백채원이 시크하게 중얼 거렸다.
“자기들만 다른가. 우리도 많이 다른데.”
툭 내뱉은 말에 에이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후후. 날 도발해 평점 심을 잃게 하려는 거라면 소용없어.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는 법이니까.”
순간.
백채원의 차가운 표정에 쩌저적 금이 갔다. 그리고 고동수를 보며 말했다.
“저기, 너 보다 더한 사람이 나타났다.”
한창 작업에 열중하던 고동수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전 저 정도는 아닙니다.”
둘 사이에 이뤄진 건 한국 말.
에이든은 무슨 말인지 몰라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 볼 뿐이었다. 에이든이 다시 승호를 보며 말했다.
“네가 엔드로이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건 인정한다. 그러나 오늘의 승부는 그리 간단치 않을 거야.”
헤라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승호를 보았다. 얼마 전 있었던 엔드로이드 와이파이 보안 이슈.
그걸 발견하고 패치를 제작한 게 바로 승호였다. 포트에서도 그 일이 상당한 이슈로 사내에 떠돌았다.
“포트에서도 당신에게 꽤나 연락을 보냈는데. 오히려 ZONE 서비스 사용에 대한 역 제안을 하셨더군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으니까요.”
“호호, 물론 그럴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투자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니면··· 회사를 산 다던가.”
포트에서 시내소프트를 산다.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영어를 알아들은 백채원이나 고동수가 움찔 거렸다. 황시내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정식으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헤라가 몸을 돌렸다.
“그래요.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으니.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어요.”
헤라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에이든이 두 눈을 부릅뜨고 승호를 보았다.
“기대해. 오늘은 그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테니까.”
그렇게 갑작스런 만남이 지나가고 운영진이 단상으로 올라와 대회 방식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후원사 크라운 그룹 시스템을 각 팀들이 해킹.
-가장 치명적이고 가장 많은 취약점을 찾아낸 팀이 승리 합니다.
-저희는 이번 대회 후원사인 카지노 운영 그룹 크라운의 핵심시스템 일부를 데이터 센터에 구축해 두었습니다.
-거기에 보너스 점수를 얻을 수 있는 flag 들이 심어져 있으니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운영진의 설명이 끝나고, 대회가 시작되었다.
***
리암은 오랜만에 상황실을 나와 호텔 1층 홀에서 벌어지고 있는 체크포인트를 참관했다.
이번 대회의 후원사인 카지노 그룹의 게임 감시관.
그가 하는 일은 사용자 감시. 그리고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슬롯머신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
이번 해킹대회와도 꽤나 관련이 있는 직책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참가자들을 살피던 리암의 눈이 반짝 거렸다.
“어··· 저 사람은······.”
리암은 한 눈에 승호를 알아봤다. 하루에도 수 천 명이 게임을 하러 업장에 드나든다. 이틀 전의 해프닝이 기억에서 잊혀 질 법도 하건 만.
리암은 단번에 기억해 냈다.
“해커였단 말이지······.”
리암이 눈을 가늘게 뜨고 승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는 각 팀의 점수를 확인했다.
1. FFF : 1311.
2. zerone : 1021.
3. iamgrute: 912.
······.
1, 2, 3위가 호각을 다투고 있었다.
그때.
대회를 위해 설치해둔 슬롯 머신 한대가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무직위로 돌아가던 그림에 패턴이 생기는 순간.
빰빠람.
빠라라라라라람.
파앙.
파앙.
시끄러운 효과음이 슬롯머신에서 흘러나왔다
“잭팟?”
리암에게는 익숙한 효과음이었다. 그리고 화면의 점수가 바뀌었다.
1. zerone : 2021.
2위 팀의 점수가 단 번에 천 점이 올라갔다. 리암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점수를 보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받아 보니 이번 대회에 지원을 나가 있는 부하 직원.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시관 님. 여기 좀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
“운영진 실이요. 슬롯머신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습니다.”
“뭐?”
리암이 날듯이 뛰어 대회 운영진 실을 찾았다. 부하직원은 그곳에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이것 좀 보세요. 여기 이번 대회에서 zerone팀이 제출한 취약점 인데. 슬롯머신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찾아서 보고 했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누군가 잭팟을 터트려도 카지노에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 그게 사실이야?”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여기 운영진에서도 검증해 주었고요.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체크포인트 운영진에서는 당장 시스템 점검을 권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렇게 되면··· 슬롯머신을 멈추라는 말이잖아.”
슬롯머신은 365일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당장 담당자 불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