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69)
탑 코더-69화(69/303)
# 69
체크 포인트
“우크라이나 정전 사태. 피해액 9조원에 달하는 워너 크라이 랜섬웨어. 31조의 피해를 만들어낸 마이둠. 거기에 크라운 그룹 부도 사태를 하나 추가 하고 싶나 보지?”
리암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색 바탕에 악마 형상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
하얀색 반팔 티셔츠위로 볼록 올라온 배가 인상적인 사람.
하나 같이 순해 보이고, 툭 건들 면 픽 하고 쓰러질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
남자가 또 한 번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 전부와 적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도 상상이 안 돼?”
남자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도 사과 하고 물러서면 없던 일로 해 줄 수 있어.”
둘의 대치 상황을 보고 있는 건 승호만이 아니었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운영진과 리암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조용히 중얼 거렸다.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냐. 후원사면 다야? 이렇게 대회를 망쳐도 돼?
“취약점을 발견해 줬으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지. 당장 와서 고쳐 내라. 이게 말이야 방구야.”
“오랜만에 사람 빡 치게 만 드네.”
웅성거리는 참가자들 속에서는 격한 반응이 섞여 있었다.
“지금 우리 무시하는 것 같지?”
“그런 것 같은데? 쟤들 지금 제정신이 아니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제 정신이면 저러면 안 될 것 같은데.”
“홱 돌았나보지.”
“크라운 그룹이라··· 한번 제대로 털어볼까.”
수군거리는 말을 들은 리암이 버럭 입을 열려 했다. 그의 어깨에 두툼한 손이 하나 올라갔다.
“그만.”
어느새 다가온 직속 상사의 말에 리암은 그저 콧김을 씩씩 거리며 내뿜는 것으로 화를 대신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수군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어디 보자··· 지금까지 발견한 카지노 중앙 시스템 취약점들 이용해서 관리자 권한 탈취. 시스템 정지시키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러자 다른 참가자가 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한 2시간이 면 충분하지 않을까.
체크포인트.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해커들이 모인 자리.
그들이 힘을 합쳐 한 곳을 공격하면 쉬이 감당 할 수 없는 건 자명한 진실이었다. 카지노 업장도 이제 컴퓨터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당장 슬롯머신만 해도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작동이 안되는 게 현실이었다. 상관이 다급이 입을 열었다.
“잠시 만요. 다들 잠시만 진정을 하시고.”
그러나 참가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좌표 찍어서 다크넷에 올릴게. 거기에 블랙워치도 활동하고 있으니까. 지금 내용 보면 합류해 줄 거야.”
다크넷.
국제 규격 을 지키는 인터넷과 달리 자신들만의 프로토콜로 통신하는 공간.
그 공간에 참여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HTTP가 아닌 그들만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이해하고, 구현하여 연결 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에 상관의 음성이 한층 더 다급해 졌다.
“자, 잠시만. 제 말 좀 들어보시고.”
그러나 참가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이런 일이라면 봐줄 필요 없지.”
“하긴 나도 큰 잘못이라도 한건 아닌가 하고 지켜봤는데 이건 완전히 횡포 수준이잖아.
참가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보니 이대로라면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았다. 상관이 리암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께 연락드려. 여기 좀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다고.”
***
호텔 루프탑.
카지노 그룹 크라운의 회장 멜트 크라운은 지인들과 파티에 흠뻑 취해 있었다.
“자, 건배!”
투명한 유리잔이 부딪치며 맑은 공명음을 토했다. 옆에 앉아 있던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들이 크라운 회장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크라운 회장의 가슴골을 훑었다. 그 손길을 음미하며 크라운 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번 투자도 수익율이 20%가 났습니다. 모두 장민 회장 덕분입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장민이 입이 호선을 그렸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낸스는 앞으로도 회장님의 자산 증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크라운 회장이 잔뜩 흥에 취해 목청을 높였다.
“바이트코인을 위하여!”
“위하여!”
잔을 부딪치고 또 한 잔의 술로 흥을 돋웠다.
비낸스.
세계 최대의 코인 거래소.
멜트 크라운은 카지노에서 번 돈을 코인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바이트 코인은 1억까지 갈 것으로 예상 됩니다. 계속 홀딩하시면 충분히 기대하시는 수익 그 이상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나야 장민 회장이 투자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크라운 회장의 옆에 있던 금발의 미녀가 술잔에 술을 채워 주었다. 크라운 회장은 단숨에 술잔을 비워 냈다.
“으하하, 오늘따라 술이 아주 달아.”
입가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 크라운 회장의 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만면에 가득한 미소가 순식간에 짜증으로 변했다.
“무슨 일.”
“이번에 저희가 후원하고 있는 체크포인트 대회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빨리 좀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크라운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음을 터트렸다.
“그 프로그래밍 하는 샌님들? 거기서 무슨 문제가 생겨.
“이번에 슬롯머신 쪽에 문제가 생겨서 그걸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 대회 운영을 방해 하지 말라며. 단체로 저희 그룹을 협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이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회장님이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런 일에 나까지? 이 새끼들은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장민의 두 눈이 이채를 발했다.
‘체크 포인트라면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 대회 인데.’
그는 엔지니어에서 블록체인기반 코인 거래소 비낸스의 대표가 된 사람.
체크포인트가 어떤 대회인지 그들을 적으로 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 잘 알 고 있었다. 장민도 한 마디 거들었다.
“회장님 바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까지 내려갈 필요 있나..”
그러나 장민은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을 풀지 않고 한 번 더 단호하게 말했다.
“바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 일이 커지면 쓸데없는 소모전이 펼쳐 질 수도 있습니다.”
장민의 거듭된 권유에 결국 크라운 회장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쯧쯧. 그런 샌님들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해서.”
***
고동수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승호님 이거 괜찮을까요. 일이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인데요.”
“우리야 뭐. 잘못한 게 없잖아.”
“그래도 일이 우리 때문에 시작 됐으니까.”
승호는 여전히 황소처럼 거친 콧김을 내뿜고 있는 리암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지. 저기 열을 내고 계시는 분 때문이지.”
리암은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잠자코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참가자들과 드잡이라도 할 기세였다.
“이렇게 대회가 끝나면 등수는 어떻게 되는 건 지 모르겠네.”
방금 전까지 1등을 달리고 있었다. 이틀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상황을 주시하던 고동수가 입구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호님 저기.”
입구 쪽으로 백발의 신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나 회장이요 하는 분위기가 풍겼다. 리암과 그 상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승호가 중얼 거렸다.
“회장님이 맞나 보네.”
입구로 들어선 크라운 회장이 터벅터벅 리암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운영진을 비롯한 참가자들을 스윽 훑으며 말했다.
“문제가 생겼다고.”
“네. 슬롯머신이 해킹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패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 이분의 도움이 필요한데.”
크라운 회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만.”
단호한 그 말에 리암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크라운 회장의 시선이 승호를 향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질문을 들은 승호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돈으로 해결 하겠다.’
그 미소를 확인한 크라운 회장도 입 꼬리를 올리며 운영진을 보았다.
“어차피 이 분이 허락하시면 끝나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참가자들의 시선이 승호를 향했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승호가 대회 포기를 선언하고, 크라운 회장을 따라가면 상황은 종료 된다.
“대회 우승 상금이 5억이니 당장 패치를 만드는데 협력해 주면 10억을 드리겠습니다.”
10억.
그 말에 승호도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라 그런 가 확실히 스케일이 달라.’
갈등 하고 있는 승호를 보며 크라운 회장의 입 꼬리가 한층 더 위로 올라갔다.
“15억.”
단숨에 5억이 올라갔다. 승호가 바짝 마른 입술을 축였다. 15억이라는 숫자에 놀란 운영진도 승호를 보았다. 압도적인 액수에 참가자들도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에 대회장이 고요해졌다. 크라운 회장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역시. 이렇게 간단히 해결 될 것을.’
코웃음을 치며 리암과 대거리를 하던 운영진 중 한 명이 이번에도 픽 웃음을 흘렸다.
“체크 포인트 대회의 가치가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여기서 우승했다는 커리어의 가치는 최소 50억인데. 겨우 15억?”
50억이라는 말에 크라운 회장이 움찔 했다.
50억.
슬롯머신 취약점 패치 한 번 하는데 15억도 대단히 과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제안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승호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 거렸다.
“50억이면 꽤 괜찮은 제안이군요.”
크라운 회장의 미소에 금이 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렇지는 않았다. 통상 포트 같은 곳에서 보안 취약점에 대한 신고 포상금은 많아야 1억이었다.
그런데 무려 15억을 준단다.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승호는 50억을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네.”
그러자 크라운 회장이 실소를 터트렸다.
“허허, 15억이 아니라 50억이라······.”
크라운 회장이 다른 참가자 들을 보며 말했다.
“혹시 오늘 대회에 참가하신 분들 중에 슬롯머신 엔지니어들을 도와 취약점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 계 십니까? 오늘 안에 해결해주면 15억을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런 파격 제안에 몇 분 전만해도 후원사를 성토하던 참가자들의 눈에 탐욕의 빛이 서렸다.
꿀꺽.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참가자들의 손끝이 꼼지락 거렸다. 다들 손을 들고 싶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누구 하나 하겠다고 나서면 금방이라도 휩쓸릴 분위기였다. 크라운 회장이 그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여러 명이서 팀을 이뤄 도와주셔도 됩니다. 그 분들끼리 15억을 나눠 가지시면 되니까요.”
15억.
백오십만 달러.
대회 상금의 3배.
결국 누군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저··· 저희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여기 우리 팀원들 전부 참가해서요.”
대회 꼴찌를 달리고 있던 레드얼럿 이라는 팀이었다. 그러자 또 다른 팀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면 저희도 숟가락 한 번 얹어 보고 싶네요.”
“뭐 15억이면 저도 한 번.”
“그럼 나도.”
“나도 한 번 해볼까.”
방금 전까지 후원사를 욕하던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손을 들 때 마다 크라운 회장의 입 꼬리가 다시 위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