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0)
탑 코더-70화(70/303)
# 70
체크 포인트
과연 황금만능주의의 정점에 있는 나라 미국답다고 해야 할까.
하긴 자신이라도 15억이라면 손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사정 봐줄 필요는 없지.’
이런 사람에게는 더 많은 돈을 뜯어내도 될 것 같았다. 승호가 크라운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이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착각은 무슨. 이제야 할 마음이 생긴 겁니까?”
“우리는 지금 카지노 시스템을 대상으로 취약점을 찾아내고 그걸 점수화 해 대회 우승자를 가리는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펜타곤이 이런 식으로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회사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고, 제가 실행에 옮겨 보라고 허락한 사안이니.”
“그 대회에서 제가 속한 zerone 팀이 1등을 달리고 있습니다.”
1등이라는 말에 크라운 회장이 입을 닫았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최고의 의사를 찾아가는 이유. 당연하게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다.”
승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카지노 시스템은 병에 걸려 있습니다. 그걸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데 아무 의사에게나 치료를 맡기시겠다는 말입니까?”
크라운 회장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
“참고로 슬롯머신에는 제가 알려 드린 취약점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아직 운영진에 보고 하지 않은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막 점수를 따기 위해 말을 하려는 순간 보시다시피 대회가 멈춰서요.”
순간.
슬롯머신 취약점 패치를 위해 대회장에 내려와 있던 엔지니어가 나섰다.
“거짓말입니다.”
승호가 픽 웃음을 흘렸다.
“거짓말이요?”
“제가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 했습니다. 이번 취약점만 패치하면 슬롯머신에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완벽을 위해 수백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친 기기들입니다.”
엔지니어의 말이 거짓 이었다. 한 가지 취약점이 더 있었다. 승호는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모든 원격제어는 막아 놓고, 오직 환수 율만 설정하게 만들어둔 슬롯머신 프로그램의 특성상.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승호는 뚜벅뚜벅 슬롯머신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런 경험은 이미 선진 전자에서 몇 번이나 겪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수 천 수 만 번의 테스트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 냈다고 착각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착각.
그 단어에 슬롯머신 엔지니어가 한 번 더 발끈 했다.
“착각이라니. 혹시 그 쪽이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슬롯머신 앞에 도착한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새롭게 발견한 내용은 원격 제어를 통한 방법이 아닙니다. 슬롯머신 바로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전 내용보다 더 치명 적인 내용.”
완전히 슬롯머신 앞에 도착한 승호가 슬롯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탁탁탁.
그 소리가 정적이 흐르는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또 한 번 탁탁탁.
승호가 버튼을 눌렀다.
“40만 분의 1의 확률로 생기는 잭팟에 당첨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탁.
순간.
게임이 시작되었고, 빠르게 돌아가던 그림이 서서히 멈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펼쳐졌다.
잭팟.
모니터에 나타난 그림은 분명히 잭팟이었다. 연이어 들리는 효과음도 잭팟이 확실함을 증명 하고 있었다.
“크라운 회장님. 이래도 다른 분에게 일을 맡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크라운 회장의 꽉 다문입술은 열릴 줄을 몰랐다.
“······.”
승호가 운영진을 보며 말했다.
“이 내용을 제출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저희가 1등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승호의 말에 운영진은 쉽사리 답을 주지 못했다. 수분이 흘렀지만 대회장은 여전히 정적만이 흘렀다.
***
슬롯머신 프로그램 엔지니어는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머신을 부여잡고 중얼 거렸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툭.
툭.
버튼을 터지 해 게임을 시작해 보았지만 잭판은 커녕 당첨도 되지 못했다. 이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정말 가능이나 한 내용인가··· 어떻게 한 거지······.”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답을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크라운 회장이 물었다.
“어떻게··· 한 건가.”
승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알면 아주 간단한 원리지만 모르면 영영 알 수 없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이 정도면 50억 가치를 충분히 하는 겁니까?”
함께 와 있던 비낸스 대표 장민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승호를 보았다.
‘감도 오지 않아.’
자신도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사업에 뛰어 들어 지금의 성공을 이뤄냈다. 그런 자신이 봐도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장민이 대회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건가······.’
다른 이들도 비슷한 시선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러게 저게 저렇게 몇 번 두드린다고 잭팟이 터질 수 있는 건가.”
“대회 기간 동안 악성 코드를 심어 놨을 수도 있지. 히든 키를 누르면 코드가 작동하는 거야. 왜 웹 페이지에서 많이 쓰잖아.”
“그게··· 가능성이 가장 높겠는데.”
그들이 내린 결론은 엔지니어가 내린 결론과 비슷했다.
“악성코드. 악성코드를 심고 장난 치고 있는 거였어.”
그리고 고래를 휙 돌리며 승호를 쳐다보았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다른 기기에서도 해볼까요?”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엔지니어는 불길함을 느꼈다.
***
같은 시각.
일명 다크 넷이라 불리는 곳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 체크 포인트 대회 현재 상황.
-내용 : 후원사 횡포로 대회 마비 상태. 이거 그대로 나둬도 되는 거냐?
다크넷.
국제 규격 을 지키는 인터넷과 달리 자신들만의 프로토콜로 통신하는 공간.
그 공간에 참여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HTTP가 아닌 그들만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을 이해하고, 구현하여 연결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크넷은 일반인들은 그 존재도 알 수 없고, 접속 또한 할 수 없었다.
글을 올린 지 수 분이 지나지 않아 해당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블랙 워치 : 확인완료.
블랙 워치.
현실 세계에서도 악명을 떨치고 있는 세계 최강의 해커 집단. 누구도 그 정체를 모른다는 집단의 이름이었다. 블랙 워치는 해커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이름.
그 밑으로 다른 다크넷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다.
-adddmqq : 오오? 정말 블랙 워치? 이거 크라운 그룹 오늘 부도 각 나왔다.
-foryoume : 지금 라스베가스 있는 사람 있음? 실황 중계 좀 부탁.
-iamsoon : 현재 대회 참가 중. 실시간 스트리밍 해주겠음. 그런데 지금 여기도 난리 났음.
-foryoume : ???
-iamsoon : 슬롯머신에서 잭팟이 막 터짐.
-foryoume : 잭팟?
-iamsoon :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손으로 버튼 몇 번 누르면 바로 잭팟 터짐.
-sssxxxfff : 잭팟이 터진다고?
-iamsoon :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열심히 댓글을 작성하던 참가자가 이번에도 터진 잭팟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벌써 잭팟이 터진 기기만 3대 째.
이쯤 되면 저 강승호라는 사람의 말이 거짓이 아님이 확실했다. 엔지니어는 망연자실 한 채 말도 안 된다는 소리만 중얼 거렸다.
크라운 회장도 아연실색한 채 승호를 보고 있었다. 운영진 중 몇몇은 승호가 만들어낸 기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원격제어는 아니고. 그러면 기기에 전기적 신호를 쏘고 있는 것 아닐까.”
“그 전기는 어디서 발생시키고?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잖아.”
“선천적으로 몸에서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지. 왜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 나오는 사람처럼.”
“······.”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나도 정말 모르겠다.”
한 편의 쇼 같았다. 승호가 머신을 두드리면 머신은 잭팟으로 응답한다. 함께 대회에 참가한 고동수도 놀란 눈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대회장은 호텔방에서 서포트를 하던 인원들까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백채원도 방에서 내려와 대회장에 도착해 있었다.
“승호님이 건들 면 잭팟이 터진다고?”
“누나가 직접 봤어야 하는데. 무슨 테슬라 가 환생한 것 같았다니까.”
“이해가 안 되는데······.”
고동수가 스마트 폰으로 찍은 영상을 보여 주며 말했다.
“여기 봐봐. 누나가 안 믿을 것 같아서 동영상 까지 찍어 놨으니까.”
고동수의 폰에서 동영상이 플레이되자. 백채원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세상에······.”
“승호님이 그래서 50억을 제시 했어.”
“50억?”
“이 문제를 해결 해 주는 대가.”
백채원이 믿기지가 않는지 되물었다.
“50억? 5억도 아니고 50억?”
고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나지? 포트에서 보안 취약점 포상금으로 지급 하는 게 통상 최대 1억인데. 한 방에 50억이라니.”
백채원은 이번에도 같은 말을 중얼 거렸다.
“50억이라니······.”
취약점 시연을 마친 승호가 크라운 회장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새로운 기기 3대를 더 대회장에 설치하고 테스트 했다. 그때 마다 승호는 잭팟을 터트렸다. 크라운 회장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 남자의 말은 진짜다.’
크라운 회장이 생각에 잠긴 사이 대회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치지직.
-치지지직.
아주 작은 소리였기에 처음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치지지직.
-치직치직치지지직
그때 쯤 크라운 회장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나눌 수 있습니까?”
협상을 하려는 시도.
승호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그럼 오늘 대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말 지금까지 나온 취약점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하루 정도 기다려 드릴 수 있습니다.”
크라운 회장이 결국 한 발 물러섰다. 그때 스피커에서 귀를 찢는 소음이 들렸다.
-끼이이이이익.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였다. 참가자 대부분이 순간적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기괴한 기계음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이곳은 블랙 워치가 통제 한다.
블랙 워치.
세계 최악, 최고의 해커 집단.
2010년 공식활동을 시작으로
2011년 뱅크 오브 인터네셔널 해킹.
2012년 북한 전산망 DDoS 공격.
2013년 펜타곤 전산망 마비 사태.
2014년 FBI 기밀문서 유출 사건.
2015년 테러와의 전쟁 선포 후 알카에다 조직원 명부 공개.
2016년 FRX 뉴스 해킹까지.
이때의 사건으로 블랙워치의 상징 검은 독수리가 공중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되었다.
그리고.
몇 초 뒤.
파앙!
소리와 함께 대회장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터지며 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다시 기계음이 들렸다.
-이제부터 체크 포인트를 망친 크라운 그룹에 대한 응징을 시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