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1)
탑 코더-71화(71/303)
# 71
체크 포인트
지이잉.
리암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토했다.
-[긴급] 홈페이지다운. 관련 내용 파악 중.
문자가 도착한 지 수초도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긴급] 크라운 호텔 예약 시스템 DDoS 공격 중.
연속되는 문자.
리암의 상관을 비롯해 다른 직원들도 문자를 확인했다.
-[긴급] 카지노 정산 시스템 침입 시도로 인한 네트워크 분리 작업.
문자는 하나로 끝난 게 아니었다. 크라운 회장을 보좌하던 비서가 사색이 되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지금 언론에 회장님 사생활이 유출된 사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비서가 스마트 폰을 들어 SNS로 올라온 사진을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크라운 회장의 평소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었다. 넓은 수영장에서 수십 명의 미녀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끈적끈적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
낯부끄러운 모습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크라운 회장의 표정에 민망함은 없었다. 분노만이 가득했다.
“이 미친 새끼들이!”
그런 크라운 회장의 분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스피커를 통해 기괴한 기계음이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신성한 체크 포인트 대회. 그걸 망친 그대를 용서하지 않겠다.
크라운 회장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혹시 이것도 막을 수 있습니까? 만약에 이걸 막고 이 새끼들 정체를 밝혀내면 50억 그 이상을 드리겠습니다.”
50억 그 이상이라.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이쯤 되면 대회는 완전히 끝난 거나 마찬 가지인가.’
승호는 더 게이트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가져다 준 부가 효과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체크 포인트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꼭 가지고 싶었다.
크라운 회장의 사례금에 체크 포인트 우승.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승호가 운영진을 보며 말했다.
“혹시 대회 중간에 운영 규칙이 변경 될 수 있습니까?”
운영진은 단숨에 질문의 의도를 꽤 뚫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걸로 우승자를 결정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마당에 대회를 지속하는 것도 어렵고. 차라리 그렇게 규칙을 바꾸는 게 어떨까 해서요. 어차피 다른 팀들이야 손해 볼게 없지 않습니까. 아시다 시피 방금 전까지 저희 팀이 1등이었습니다.”
“흐음··· 나쁘지 않습니다만. 다른 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2등을 달리고 있던 FFF팀의 에이든이 나섰다.
“난 찬성. 이런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하는 놈들을 막는 게 나의 의무니까.”
옆에서 있던 헤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중얼 거렸다.
“하여간 이 미친놈을 어찌할꼬.”
1, 2위가 찬성하자 나머지 팀들의 의견도 빠르게 승호가 제안 한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전쟁은 시작되었다. 엄청난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기대해도 좋다.
스피커를 통해 위협적인 말이 또 한 번 흘러나왔다. 스프링클러 덕분에 비에 맞은 생쥐 꼴이 된 크라운 회장의 안색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상의를 마친 운영진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참가자 여러분들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비밀 투표를 진행해 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 사이 카지노 업장은 혼란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
시작은 블랙잭 테이블이었다.
“이거이래서 게임 하겠어. 난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러자 딜러가 고객을 붙잡았다.
“고객님 이미 거신 판돈은 카지노 규정상 반환이 불가능 합니다.”
“반환이 불가능하다니. 지금 운영을 이따위로 하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고객님 잠시 진정 하시고.”
“진정하게 됐어요? 전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게임 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잘못한 거니 판돈은 당연히 돌려줘야지.
딜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죄송하지만 카지노 규정상. 이미 거신 판돈은 다시 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방송 안 들려? 당신들이 스피커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고객들을 위협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고객의 거센 항의에 딜러가 당혹스런 눈빛으로 다른 직원들을 찾았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도 고객들의 항의를 받아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없었다.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스피커로 기계음이 들려왔다.
-이곳을 이탈해 안전지대로 이동 하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땡땡땡땡땡.
귀를 찢는 종소리가 들렸다. 화재경보기가 내는 소리였다. 혼란의 소용돌이는 거센 태풍으로 변했다. 주춤 거리며 업장을 빠져 나가던 고객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밀치고, 넘어지고.
아비규환의 상황에 거친 인상의 보안요원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대회 우승 방식은 결국 승호의 말대로 되었다. 참가자들과 함께 대회장을 빠져 나온 크라운 회장이 업장에 벌어진 상황에 기함을 토했다.
“당장 스피커부터 끊어!”
그리고 불타는 눈빛으로 운영진을 보았다. 운영진 중 한 명이 어깨를 으쓱 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와는 상관없습니다. 보시다 시피 저희는 계속 회장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크라운 회장이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그렇다고 반박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젠장··· 젠장!”
승호는 새삼 소위 해커라 불리는 사람들이 현대시대에서 가진 힘을 깨달았다.
‘블랙 워치가 어딘지는 몰라도 엄청 나구나.’
자신도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분노에 부들거리던 크라운 회장이 마른침을 삼켰다.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크라운 회장이 비서를 보며 소리 쳤다.
“어서. 이 분들 모시고 가서 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라고!”
그 사이 또 다시
퍼엉.
소리와 함께 크라운 회장의 머리 위에 있던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물에 젖어버렸다. 함께 있던 장민도 또 다시 당한 봉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거 진짜 엄청난 놈들이잖아.’
퍼엉.
또 한 대의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아직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스피커에서 또 한 번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호텔에 설치된 CCTV 324대. 너희들은 감시되고 있다.
크라운 회장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승호를 비롯한 참가자 들은 비서의 안내에 따라 중앙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통제실이 있는 곳은 지하 3층.
그곳의 혼란스러움은 지상의 업장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모니터에는 붉은 알람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중이었다.
내부 엔지니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외부 망부터 차단해.”
“그러면 호텔 예약이 안 됩니다.”
“어차피 예약 시스템다운 된지 한 참인데 무슨 상관이야!”
방화벽 설정을 할 수 있는 웹 페이지에서 인 바운드 트래픽을 막으려던 다른 엔지니어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이거 설정 적용이 안 됩니다.”
“이 새끼들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 온거야. 젠장. 그럼 방법이 없네. 당장 서버 전원 내려. 이대로 데이터까지 털리면 그때는 진짜 돌이킬 수 없다.”
상급자의 지시에 하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급히 안쪽에 위치한 서버실로 뛰어 들어갔다. 지시를 내리던 엔지니어가 통제실로 들어서던 일행에게 눈길을 돌렸다.
“당신들 뭡니까. 여기는 관계자 외 출입 제한 구역입니다.”
그러자 크라운 회장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내가 허락했네.”
회장을 확인한 직원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회, 회장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로.”
“자네들이 일을 똑바로 했으면 나까지 나설 일이야 없었겠지. 지금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는 하나?”
크라운 회장의 질책에 직원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분들께 최대한 협력해서 이번 일 수습 할 수 있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크라운 회장의 교통정리가 끝나고 상주하던 개발자들이 하나 둘씩 참가자들에게 붙었다.
승호가 고동수를 보며 눈짓했다.
“ZONE 서비스 설치해서 사용법 알려드려.”
“알겠습니다.”
“아주 좋은 기회야. 블랙 워치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ZONE 서비스가 공격을 막아낸다면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하겠지.”
“승호님이 만드신 건데 전 당연히 막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 생각도 같은데 만의 하나 라는 게 있는 거니까.”
대화를 마친 고동수가 상주 엔지니어에게 다가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이 5분.
다른 참가자들은 열심히 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시간에 고동수는 상주 엔지니어와 함께 ZONE 서비스 클라이언트를 설치했다.
“여기에 아이디 비번을 입력하시면 됩니다. 일단은 라이센스를 구매 하지 않으셔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슈퍼 어드민으로 로그인 하겠습니다.”
[INFO] Zone Client Service Start [INFO] Start System Analysis. [INFO] Log Collecting Start.······.
클라이언트가 정상 설치되고 시작 되었다는 로그가 끝나고.
5분 뒤.
[FATAL] worm Slapper virus detecting [Are you sure you want to delete it? yes /no]“여기서 yes를 누르시면 됩니다.”
고동수의 안내대로 엔지니어가 yes를 눌렀다.
“보시면 시스템이 웜 슬리퍼에 감염되어 있었어요. 이게 미눅스에서만 활동하는 놈인데 전염력이 강해서 한 번 걸리면 순식간에 전 시스템에 퍼져 나갑니다. 마치 신종 플루 같은 놈이라 할 수 있죠.”
고동수의 설명에 직원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웜 바이러스라는 말에 다른 직원이나 참가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저희 ZONE 서비스는 이렇게 발견한 바이러스 클릭 몇 번으로 확인 및 제거 할 수 있습니다.”
고동수는 서비스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을 빼먹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난 알람 창.
[FATAL] Hazardous Access Detection [상세내용보기] [Do you want to block access? yes/no]“이건 일단 상세 내용 보기를 클릭 하신 후에.”
고동수가 설명을 이어 나가며 상세내용 보기를 클릭했다. 그러자 해당 접속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이 나타났다.
“보시면 웜 바이러스가 유포된 것과 동일한 아이피입니다. 당연히 접속 차단을 해야 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동수의 설명에 직원이 바로 대답했다.
“그냥 YES를 클릭······.”
고동수가 고개를 주억 거렸다.
“맞습니다. 바로 YES 클릭하세요.”
yes를 클릭하자 이후 요청에 대한 접속이 차단된다는 로그가 주르륵 화면에 나타났다. 고동수가 직원을 보며 말했다.
“보시다 시피 저희 ZONE 서비스는 YES 가 나오면 클릭을 하면 됩니다. 아주 심플하고 확실합니다. 이제 다 해결 됐으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고동수의 그 말에 직원들이 황급히 시스템 점검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