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4)
탑 코더-74화(74/303)
# 74
잃어버린 코인
비슷한 시각.
승호는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호텔방을 내려와 대회가 열렸던 홀로 들어섰다. 승호가 들어서는 순간 미리 와 있던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저 사람이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블랙 워치를 상대로 한 시간도 안 돼서 방어에 성공.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
“그러면 블랙워치도 저 친구한테는 안 된다는 말인가.”
“설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우연히 막아낸 건 아닐까.”
“우연히? 너는 우연히 블랙워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겠어? 그것도 겨우 수십 분 만에?”
대화를 나누던 참여자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안 될 듯······.”
“그치? 괜히 그 놈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게 아냐.”
“만약에 앞으로 쭉 ZONE 서비스가 그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다들 사용하겠다고 난리가 나겠지.”
“그렇게 되면··· 저 회사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겠지.”
“주식을 사야 되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에는 탐욕이 서렸다.
“사야 되지 않을까?”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 거렸다.
“시내 소프트. 시내 소프트······.”
승호가 대회장에 도착 한 게 오후 5시 30분.
시상식은 예정되었던 오후 6시에 바로 시작되었다.
체크 포인트.
근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체크포인트는 전통적으로 우승자에게는 고무나무에 조각된 검은색 독수리가 상패로 주어진다.
블랙워치를 상징하는 것도 검은색 독수리.
그래서 블랙워치가 체크포인트 초대 우승자니, 운영진이니 하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아직 까지 밝혀진 바는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 만큼 체크포인트 우승자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자라는 말이었다. 오늘 승호도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축하드립니다.”
운영진이 상패를 건네며 말했다. 승호가 공손히 상패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이 홀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몇몇 방송사에서도 촬영을 나와 있었다.
CNN.
NBC.
CBS.
등의 마크는 보였지만 SBC나 KBC 같은 한국 방송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운영진이 건넨 마이크를 잡았다.
승호가 상패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비낸스 CEO 장민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강승호··· 강승호······.’
장민은 최초 블랙워치라는 말에 크라운 화장에게 애도를 표했다. 지금까지 블랙워치라는 놈이 개입해서 큰 피해 없이 마무리 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전 세계에 입힌 피해는 수 조원.
인터폴에서 적색 수배를 내리고, CIA에서도 그를 찾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북한 놈들의 소행이다.
테러집단이 키운 해커다.
여러 설들이 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었다. 그런 집단 혹은 놈이 벌인 일이다. 당연히 크라운 회장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순식간에 해결 되었다.
바로 눈앞에서 상을 받고 있는 저 남자에 의해서.
-오늘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해준 팀원 그리고 배려해준 회사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승호의 마지막 멘트에 참가자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장민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박수를 쳤다.
‘저 사람 이라면······.’
사내 직원들도 해내지 못한 스파이웨어를 복원해 냈다. 그걸 FBI에도 보내 검토를 부탁했다.
막혀 있던 물꼬가 트인 느낌.
어쩌면 450억의 손해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시상식이 끝난 승호가 자리로 돌아왔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직원들이 차례차례 축하인사를 전했다. 시내 소프트의 직원들도 허춘수의 소개로 합류한 대학원생들도 하나 같이 존경의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그 중 가장 극적인 표정을 보인 건 이정훈이었다.
“저, 정말 우승 했군요. 저, 정말.”
“네. 그렇게 됐습니다.”
“크흑!”
이정훈이 흘러내리는 콧물을 훔쳤다.
42살.
이제 자신이 죽기 전 이런 광경은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당황한 승호가 말했다.
“본부장님.”
“정말 우승했어요. 한국 팀이 체크 포인트에서 우승을······.”
그러면서 울먹거리기 까지 했다. 이게 이렇게 까지 울 일인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승호가 이정훈을 보며 말했다.
“제가 출전하는 한. 앞으로 한국 팀이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의 누구도 그 말이 거만하거나,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고동수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승호님 레벨이면 이제 체크 포인트 출전하는 게 반칙입니다.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베스 같은 존재라고요.”
승호가 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이 연속 3회 우승이니까. 딱 5번만 우승하고 그만 나오려고.”
“헐······.”
“그래서 넌 같이 안 오게?”
당황한 고동수가 말을 더듬었다.
“왜, 왜 절 빼십니까. 당연히 출전해야지! 저는 그 5번 이후 승호님의 제자로써 부끄럽지 않게 5번을 더 우승하겠습니다.”
고동수의 포부에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
고동수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당연히!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승호의 시선이 고동수를 지나 백채원, 원지훈, 황시내 등등 다른 팀원들을 훑었다.
“여러분들도 고생 많았습니다. 방금 전 소감에서도 말했지만 오늘 우리가 우승을 한 건 모두 ZONE 서비스 덕분입니다. 그 말은 곧 ZONE 서비스를 함께 개발한 여러분들이 해낸 거란 뜻입니다.”
가장 먼저 원지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CTO님 저희도 똥, 오줌 구분은 합니다. CTO님 아니었으면 슬롯머신 취약점 발견도 못했을 거고 꼴찌를 달리고 있었을 겁니다. 어디 그 뿐 입니까. ZONE 서비스도 사실 승호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잖아요.”
다음 말은 백채원이 받았다.
“카지노 시스템에 SQL 인젝션이 통한 다는 것도 승호님이 밝혀냈잖아요. 제가 계산을 해보니 점수의 70% 정도를 승호님 혼자 따냈습니다.
승호는 그저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체크포인트도, ZONE 서비스 개발도 그리고 시내소프트라는 회사도. 저희가 이곳에 있는 동안 사장님을 비롯해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기에 회사가 굴러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승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ZONE 서비스도 화면 개발은 여기 시내씨가 고생했지요. 체크 포인트는 또 어떻습니까. 제가 70%를 했다지만 그건 다른 분들이 만들어 둔 툴. 로그를 보고 확인해 준 사항.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승호는 한 번 더 팀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시상식이 끝나고 시끌벅적 해진 대회장이었지만 승호 일행이 있는 곳은 고요하기만 했다.
“제가 한 역할이 작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셨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의 영광을 나눌 충분한 권리가 있다는. 그런 말이 하고 싶은 겁니다.”
꿀꺽.
팀원들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두 눈에는 잔뜩 힘을 주고 입술은 꽉 깨물고 있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을 두드렸다. 이성은 마비되고, 벅찬 감정이 온 몸을 잠식 했다.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그 한 마디에 응축 된 감정이 터져 나왔다.
삼 일간 밤낮없이 치러진 대회.
삼일을 위해 준비해 왔던 몇 달간의 노력.
긴장.
초조.
불안.
좌절.
수많은 감정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백채원의 볼을 타고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누나 울어?”
백채원이 급히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칫. 너는 뭐 다른 줄 알아?”
고동수도 급히 눈 가를 훔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 내가 왜 이러지.”
그건 둘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리에 동석해 있는 모든 이 에게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시상식이 끝나고,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해커들.
그들이 승호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슬롯머신 취약점 발견에 블랙워치를 상대로 한 활약까지. 괜찮으시다면 종종 연락하며 지냈으면 합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명함에 적혀 있는 회사는 인더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이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였다. 그 남자가 자리를 비키고 또 다른 남자가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블랙 워치의 공격을 그렇게 단 시간에 막아내다니. 캬아! 정말 놀랐습니다. 시간이 되면 ZONE 서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또 다른 남자가 내민 명함에는 포토 북이라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포토 북.
10억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SNS 업체.
세계 유수의 회사에서 일하는 보안 전문가들이 총출동 했다는 뜻이었다.
탁자 위로 다른 참가자들이 전한 명함이 수북이 쌓였다. 하나 같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인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사용한 다면 시내 소프트도 저런 회사가 되지 않을까.
승호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수십 분이 흘렀을 때 쯤.
만찬장으로 선글라스를 낀 덩치 좋은 백인 남성들이 난입했다. 귀에는 무전기를 끼고 있었고, 마치 로봇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대회장을 살폈다. 그때 시상식을 보기 위해 내려와 있던 장민이 다급한 표정으로 승호에게 다가왔다.
“큰일 났습니다.”
“네? 무슨 큰 일이······.”
“저희 호텔방이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승호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습격?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터벅터벅.
대회장으로 들어온 백인남성들이 곧장 승호에게 다가왔다. 호텔 보안 요원과 운영진이 다가갔지만 남자들이 내민 수첩을 보곤 금세 물러났다. 금세 승호가 있는 곳 까지 다가온 남자들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FBI에서 나왔습니다. 스파이웨어 복구 하신 강승호씨 되십니까?”
위협적인 태도에 승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요.”
“잠시 저희와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저는 왜······.”
설명을 들어도 이해 할 수 없었다. FBI에서 나왔다는 남성이 고개를 숙이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직이 중얼 거렸다.
“복구하신 스파이웨어 때문에 비낸스 직원들이 납치당했습니다. 원래는 강승호씨를 납치하기 위해 왔던 것으로 저희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를 납치 하려 했다고요?”
“테러집단이 자금을 마련하는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해킹. 그들은 능력있는 해커를 고용하거나 납치해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승호씨는 스파이웨어를 복구 함으로써 그들에게 능력을 증명해 보인 셈이 되었고요.”
승호는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쩌면 원전 사태.
그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일 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