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6)
탑 코더-76화(76/303)
# 76
잃어버린 코인
한국에서 전업 코인 트레이더로 활동 중인 윤찬종은 부업으로 튜브넷에서 크리에이터 활동도 겸하고 있었다. 방송을 켜 놓고, 국내 거래소를 비롯해 해외 거래소 차트를 비교 분석하던 윤찬종이 그의 시그니처인 새된 비명 음을 질렀다.
“빼애애액! 여러분 비낸스 이 새끼들 완전히 미친 거 아닙니까? 거래소 해킹 당했는지 공식 답변을 달라고 해도 묵묵부답. 무 대응으로 일관하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 입니까!”
윤찬종은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빠르게 말을 이었다.
“시벌 이러다 비낸스 해킹 찌라시가 진짜면 난리 나는데. 여러분 제가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죠?”
한 쪽 창에서는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aadff : 비낸스 해킹 찌라시 아님. 오피셜 뉴스 뜸.
-런각 : 빤스런 하자. 바로 떡락이다.
-jjqjee : 비낸스도 해킹 당하면 코인 시장 망한 거 아니냐?
-뇌뚱 : 뇌피셜 들 오지네. 비낸스가 왜 해킹 당하냐.
-aadff : https://fdffa.by/co 링크 가봐라. CNN 뉴스 다. 지금 라스베가스 난리 났다. 사람도 죽음.
-아가다리 : 하여간 코인 충은 뇌내 망상은 거의 블록버스터 영화 급이네.
-라로니코인 : 위 링크 들어가지 마라. 바로 랜섬웨어 걸려서 코인 털릴 각.
곁눈질로 채팅 창을 확인한 윤찬종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비낸스 해킹 찌라시? 어차피 바이트 코인은 1억 갑니다. 그러면 뭐다?”
그러자 채팅창에 불이라도 붙은 듯 같은 말이 올라왔다.
-ejjjqdd : 호재.
-owjlaaa : 호재
-망상돌이 : 호재
-아저띵 : 호재
-나노마마 : 호재
윤찬종은 숨도 쉬지 않고 기관총처럼 말을 뱉어냈다.
“맞습니다. 호재. 만약 정말 비낸스가 해킹 당했다. 그러면 바로 바이트코인은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러면 바로 그때 사는 겁니다. 이건 마치 북한이 미사일 쐈다고 한국증시가 내려앉았을 때. 바로 그때 주식을 사라는 우리 슈퍼개미님의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해킹은 단기적인 악재. 바이트코인은 그 악재를 극복하고 제 2 은하계 까지 날아가는 게 바로 팩트입니다. 팩트!”
윤찬종이 살짝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빠르게 말을 해서 인지 살짝 숨이 가빠왔다.
“휴우.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잠시 물 한잔 마시겠습니다.”
그 사이 또 하나의 뉴스가 채팅 창을 통해 올라왔다.
-aadff : https://fdffa.by/co 테러 단체가 비낸스 해킹하려고 직원들 납치해서 살인했단다. 코인 시장이 이 정도로 더럽고 위험하다. 이 정도면 떡락이 아니라 코인시장 망한다. 미국에서 가만있겠냐?
물을 마시던 윤찬종이 링크를 눌러 해당 기사로 이동했다. 누르자마자 손바닥만 한 헝겊 쪼가리로 가슴을 가린 여자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click me.
-more video.
살색 영상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헐.”
절로 마른 침을 삼키게 하는 내용이었다.
***
크라운 호텔 스위트룸.
조용한 가운데 승호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크윽······.’
비낸스 중앙서버에서 리다이렉트 된 데이터들이 승호가 조작하고 있는 노트북으로 전송되었다.
011010000001111111111000
010100011111100101010101
기가 급의 데이터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인간의 두뇌는 대략 47억 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47억 권.
이를 바이트 단위로 환산해 보면 대략 1PB가 나온다.
1PB는 1000TB. 1000TB는 1000000GB다.
승호가 현재 처리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은 GB 니까. 실제 두뇌가 처리 할 수 있는 양보다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건 어디까지나 수치적 유추에 의한 계산 값이다. 더구나 저장능력에 대한 말이지 초 당 연산에 관한 내용은 더더욱 아니었다.
현재 승호가 처리하고 있는 초당 데이터의 양이 GB.
머릿속에 실로 어마어마한 부하가 걸리는 중이었다. 블레이크가 걱정스런 기색으로 물었다.
“괜찮습니까?”
뚝뚝.
승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노트북 위로 떨어졌다.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벌써 3일째.
밤낮 없이 작업을 해온 상황이었다. 대회 참가에 뒤이은 해킹 방어. 슬롯머신 취약점 해결 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상황이었다. 그러나 멈 출 수 없었다.
“아직··· 견딜 만합니다.”
“단서는 아직 입니까?”
“네.”
“이번에는 144번 국도에서 발견 됐습니다.”
“······.”
또 한 명.
승호는 머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다른 단서는요?”
“추적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는 상황입니다. 주변 CCTV도 해킹 당했는지 내용이 지워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돌아다니며 차량 블랙박스를 찾고 있지만 아직 입니다.”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승호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비낸스 proxy 서버를 통해 이곳으로 리다이렉트 되는 공격 트래픽이 손에 잡힐 듯 환하게 보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승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같은 시각.
워싱턴 D.C FBI 본부.
작업을 진행하던 에단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뚫어져라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에단 왜 그래? 단서를 잡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데?”
에단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 보이십니까.”
3FMrEMEZpNYJiXYMWNmSZmU 0.0023027 BYT 3A326urcxuVxzLkvWEiZMcU2g9S 0.00281204 BYT 7j163SSiCs6hpuMXPhMPi77NsYkl 0.01057120 BYT ······.
로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면 이게 전부 그 놈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들입니다. 지난 번 해킹에 이어 이번 비낸스 직원들을 납치한 이후에도 같은 지갑들로 바이트코인이 전송되는 중이었습니다.”
로건이 에단을 재촉했다.
“중이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그게 롤백 되고 있습니다.”
롤백.
A가 B에게 100원을 주었다. 롤백은 이 거래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걸 뜻한다. 로건이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보며 물었다.
“그게 말이 되? 블록체인 그거 위 변조 불가능하다는 거 아니었어?”
“정확히는 수천, 수만 개로 분산된 노드에 적혀 있는 장부를 전부 변경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 기술로는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겁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조금 다릅니다.”
로건이 더 자세히 설명해 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하나의 거래가 장부에 실제 기록되기 위해서는 개별 노드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게 51%를 넘어야 실제 거래로 인정이 되고 최종 기록이 되는데······.”
“그런데?”
“누군가가 발생시킨 기록이 더 빠르게 다른 노드들에 퍼져 순식간에 51%동의 얻어낸 것처럼 보입니다.”
에단의 설명에도 로건은 쉽게 이해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저 놈들에게 넘어간 코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말이잖아.”
“뭐, 그, 그런 셈입니다.”
에단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럴 수가 없는데······.’
순간.
사무실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처음 보는 거리가 나타났다. 이내 에단이 쓰고 있던 헤드 셋으로 무전이 들렸다.
-위도 36°01’37.1″
경도 114°56’39.9″
주변 CCTV 전부 전송바람.
현장에서 온 지원 요청에 에단이 황급히 키보드 위에서 손을 움직였다. 무전기로 들려온 위치의 주변 CCTV를 검색해 약속된 주파수에 프로토콜로 전송했다.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부 상황 확인 바람.
에단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안쪽 까지 볼 수 있는 CCTV는 존재 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영상을 살피던 에단이 탁 하고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30분전에 안쪽으로 검색은 색 지프가 한 대 들어갔습니다. 차량번호 143APG 잠시 만요.”
에단은 급히 해당 번호를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검색했다.
“드, 등록되지 않은 번호입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
크라운 호텔.
자리에 앉아 있던 승호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연결 했습니다.”
그 신호에 블레이크가 무전기를 들었다. 승호가 노트북 모니터를 돌려 블레이크에게 보여 주었다.
콰앙!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거칠게 벽을 두드렸다.
“damn it!’
위협적인 행동에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벽을 두드리던 남자가 떨고 있는 상대에게 주먹을 날렸다.
퍽.
앉아 있던 남자가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셨다. 쓰러진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신음을 흘렸다.
“뒤 질래? 안 일어나?”
퍼억!
남자는 가차 없이 발길질을 했고, 쓰러진 남자가 새우처럼 등을 구부렸다.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
그러나 복면을 쓴 남자의 손에는 한 치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넘어오던 코인이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가. 어? 시발. 지금 그게 말이 되냐고!”
퍼억. 퍼억!
거친 발길질에 쓰러진 남자의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얕은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복면인의 숨소리가 거칠어 질 때쯤 폭력은 잦아들었다.
그때.
함께 있던 다른 복면인이 노트북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어··· 이게 왜······.”
“왜? 무슨 일이야.”
“보스, 다른 지갑에서도 코인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뭐?”
“이게 전송도 안 했는데 왜······.”
“이해가 되게 말해봐!”
“다른 지갑에 넣어 두었던 코인들도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한 마디로 빈털터리가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시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 새끼 깨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다 지금까지 모은 코인 다 날아가겠습니다.”
화면을 주시하던 승호가 블레이크를 보며 말했다.
“신호 보내겠습니다.”
블레이크가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탁.
승호가 엔터를 누르자.
노트북 화면 안.
탁자위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드르륵.
드르륵.
탁자위의 핸드폰이 불길한 진동음을 토했다.
“이 새끼들이 작전 중에는 연락하지 말라니까.”
그리고 화면상의 복면인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는 순간.
블레이크가 들고 있던 무전기의 전송 버튼을 꾹 누르며 말했다.
“Go! Go!”
그 소리가 나자마자
또 다시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챙그랑!
창문이 깨지며 실내로 최류탄 한 발이 날아들었다.
취이익.
순식간에 뿌연 연기가 실내를 잠식했다. 이내 정문이 터져 나가며 방독면을 쓴 특수기동대 대원 수십 명이 실내로 난입했다.
-Don’t move.
연기 사이로 빨간 점 수 십 개가 복면인들을 겨누었다. 실내는 순식간에 장악되었다. 대원들은 거침없이 복면인들의 신체를 결박해 나갔다. 그렇게 수 십 초가 지나고 최류탄 연기가 서서히 사라질 때 쯤 실내 모습이 드러났다.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드린 복면 인 3명.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비낸스 개발자 두 명.
정리를 마친 현장 지휘관이 방독면을 벗고 탁자위에 있는 노트북에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상황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