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7)
탑 코더-77화(77/303)
# 77
잃어버린 코인
-상황종료.
노트북을 통해 흘러나온 그 한 마디에 긴장이 탁 풀어지며 손끝으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불과 수 시간 동안 느낀 스트레스는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한 종류였다. 승호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함께 있던 블레이크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블레이크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머지 두 명의 생명. 승호씨가 구한 겁니다.”
“하하··· 네.”
그러나 불편한 기분이었다. 자신 때문에 그리 된 것 같아 약간의 죄책감마저 일었다. 블레이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미 정부를 위해 일해 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눈을 감고 있던 승호는 실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가는 곳 마다 저 소리를 듣고 있었다.
“현재는 생각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아시겠지만 함구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블레이크는 눈을 반짝이며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승호를 보았다. 이쪽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만은 확실했다.
‘에단 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위 인가.’
FBI 본부에도 뛰어난 실력의 해커들이 다수 근무 한다. 에단은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
그러나 오늘 승호가 보인 실력은 그런 에단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에단이 하지 못한 일을 승호가 해냈기 때문이었다.
스파이웨어 복구.
테러집단에게 넘어간 코인 회수.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이 극히 어렵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블레이크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드르륵.
드르륵.
그래서 인지 아까 부터 에단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블레이크가 할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에단.”
-이제 상황 종료 됐으니까. 통화 할 수 있잖아.
“알았다.”
대화를 마친 블레이크가 물었다.
“저희 쪽 요원인데 통화 가능 할까요?”
“가능은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드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폰을 넘겨받았다.
“강승호 입니다.”
-에단. 에단 켈리 입니다.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네. 뭐.”
승호의 목소리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한 시라도 빨리 쉬고 싶었다.
-혹시······.
그 말을 듣는 순간 승호는 한 문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뚝.
승호가 그대로 종료 버튼을 터치했다. 블레이크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면 시간이 길어져서.”
블레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방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승호는 졸린 눈을 부비며 방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마자 거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호님!”
“승호씨!”
“CTO님!”
그러다 승호의 뒤에 서 있는 선글라스 낀 남자 두 명 덕분에 다들 주춤 거리며 물러났다. 승호가 당황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아. 이 분은 우리 돌아가실 때 까지 동행 하실 분입니다. 성함은 블레이크. 블레이크라 부르시면 됩니다.”
블레이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블레이크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당황한 사람들이 블레이크를 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 네.”
고동수가 급히 승호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곳은요?”
“없어.”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호텔에 경찰 출동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너희들은 다 괜찮고?”
“저희야 방에만 있었으니까요.”
“나도 그랬어. 비록······.”
승호가 슬쩍 블레이크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이들과 오늘의 일에 대해 함구하기로 약속했다.
“쉬지는 못했지만.”
말을 마친 승호가 눈을 부비며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 피곤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나누도록 하자. 여러분들도 어서 주무세요.”
그 말을 끝으로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버렸다. 이내 드르렁 거리는 소리가 그의 생사를 알려주고 있었다.
***
같은 시각 한국 오후 5시.
코인 전문 크리에이터 윤찬종은 핸드폰을 이용해 방송을 켰다.
“여러분 소식 들었습니까? 비낸스 해킹 소문. 그게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총 금액 450억. 장민 회장 말로는 그중 400억이 회수 됐다고는 하는데 뭐.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중요한건 뭡니까?”
-aadff : 내가 말했지? 그거 오피셜이라고.
“영어님 말씀이 사실이라는 건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현재 바이트 코인 가격. 어떻게 됐습니까? 떠어억상! 꺼어어억!”
-뇌뚱 : 젠장. 나도 살 걸
-아가다리 : 괜히 털고 나왔다. 믿음이 부족했어.
-라로니코인 : 찬종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jjqjee : 코인 시장은 망했다. 그냥 빤스만 남기고 튀는 게 정답.
빠르게 채팅창을 훑은 윤찬종이 말 을이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바이트코인이 오르고 나면 나머지 알트 코인들이 차례대로 따라 오르는 것이 불변의 진리. 왜 이것이 진리인지는 제 다른 영상을 보시면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망상돌이 : 비낸스 발표 보니까. ZONE 서비스인가 쓴다던데 그러면 그거 주식 사야하는 각 아님?
-나노마마 : 그게 뭔데.
-ejjjqdd : ㅂㅅ은 그냥 아가리 물어라.
-owjlaaa : 그 있잖아 왜. 엔진 S에 기본 탑재 되는 앱.
채팅창을 훑어보던 윤찬종이 눈을 반짝였다.
‘주식?’
윤찬종은 급히 댜른 핸드폰으로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정말 거기에는 비낸스에서 ZONE 서비스 도입을 결정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거······.’
윤찬종은 급히 마무리를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고 여의도 쪽 아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각 시내소프트.
사무실에 앉아 있던 황호근이 전화를 끓고 중얼거렸다.
“기훈아.”
“네. 사장님.”
“방금 내가 어디에서 전화 받았는지 아냐?”
“안 그래도 바쁜데 무슨 스무고개입니까. 그냥 말해보세요.”
“미국.”
“비낸스요? 또 뭐 해달 랍니까?”
“아니 비낸스 말고 미국.”
“미국?”
“미 정부에서 ZONE 서비스 도입 하고 싶단다.”
“네?”
흥분한 황호근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 정부 몰라? 유나이트 스테이트. 가버먼트. 정부. 나라.”
“헐······.”
“일단은 이야기 좀 해보자네.”
놀란 최기훈도 같은 단어를 중얼거렸다.
“미국. 미국! 미국?”
“이것도 승호가 한 일이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체크 포인트 우승하고 또 어디 간다고 하던데······.”
“휴우······.”
황호근이 잠시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앉히려난 찰나.
또 핸드폰이 울렸다.
드르륵.
드르륵.
그러나 황호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기훈이 황호근을 보며 말했다.
“전화 왔어요.”
“이거 그때 그 투자사야. 자꾸 투자 받아달라고 전화하네.”
“흐흐, 그러고 보면 우리도 꽤 성장했어요. 먼저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도 찾아오고.”
“그 정도가 아니지. 현재 기업가치가 천억이야. 이번에 또 재 평가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근처 직원이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문 밖에는 깔끔한 정장차림에 값비싸 보이는 브리프 케이스를 든 사람들이 서 있었다.
“대민 증권에서 나왔습니다. 투자 관련해서 사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직원이 익숙한 듯 입을 열었다.
“저희는 투자 안 받습니다.”
그러고는 스르륵 문을 닫아 버렸다. 마치 잡상인을 취급하는 태도에 대민 증권 사람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눈을 뜨자 하얀색 천장이 보였다. 푹신한 매트리스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자신을 붙잡았다. 몇 번 눈을 깜박 거려 보았지만 희미한 초점은 쉽사리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끄으응.”
승호가 침음을 흘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긴장한 채로 오랜 시간 작업을 해서 인지 어깨가 뻐근했다. 승호는 탁자 위를 더듬거려 겨우 핸드폰을 잡았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잡아당겨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7시?”
아침 7시라니. 자신이 잠든 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겨우 5시간 밖에 안 잤다니. 눈을 부빈 승호가 다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아··· 저녁이었구나.”
저녁 7시.
어쩐지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털썩.
승호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최고급 매트리스의 편안함은 떨쳐 낼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승호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에 설치된 코인트레이더 앱을 구동 시켰다.
-1100 BYT
1100개의 바이트 코인이 입금되어 있었다.
크라운 회장.
장민 회장.
그 둘에게 코인으로 보수를 지급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바이트코인이었다.
코인트레이더는 한국 최대 코인거래소.
이제 이걸 한국에서 원화로 바꿔 환전만 하면 된다.
원화로 100억 원에 가까운 돈.
-10,001,010,000 원.
그 사이 바이트 코인 가격이 올라 100만원의 차익까지 올렸다. 승호는 침대에 누워 한 동안 그것만 바라보았다. 보고 있어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 돈을 찾을 때면 현실감이 느껴질까.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승호님. 아직 주무세요?”
고동수의 목소리였다. 승호가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났다.
“일어났어.”
그러자 문이 열리고 고동수가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고동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어제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겠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한 표정의 고동수가 말을 이었다.
“비낸스 해킹은 들었습니다. 그걸 해결했다는 것도. 그렇게만 알면 되는 건가요?”
“그래.”
“그 정도인데 블레이크라는 사람이 승호님 옆에서 24시간동안 경호를 해야 한다는데··· 잘 믿기지는 않지만. 알겠습니다.”
승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 고맙다.”
“그리고 주무시는 사이 포트 CEO님이 찾아오셨어요.”
승호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으, 응?”
“승호님이 생각하는 포트 CEO님 맞아요. 라이언 넬슨. 그 분이 오셨어요. 승호님 깨면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그 분이 왜 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하고 싶다며 연락 달라고 하셨어요.”
***
자리는 바로 마련되었다.
조용한 응접실.
승호는 시야로 들어오는 실루엣이 믿기지가 않아 한 번 더 눈을 감았다가 떠 보았다.
“라이언 넬슨 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승호씨.”
승호가 라이언의 손을 맞잡았다.
“아··· 네. 강승호 입니다.”
“체크포인트 우승 축하드립니다. 저희 쪽에서도 출전했지만 상대가 안 됐다고 하더군요.”
“에이든도 꽤 괜찮은 경쟁 상대였습니다.”
“더 게이트에 이어 두 번째 패배. 그러면 경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라이언이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코드 제로 1등급 달성 시 부터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 엔드로이드 와이파이 사태 때 결심했고, 크라운 그룹. 그리고 비낸스 사태가 절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승호는 이미 진부하게 겪었다.
“승호씨를 사고 싶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저희가 인공지능 델타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금액이 5억 달러. 최소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5억 달러.
한화로 오 천억이 넘는 금액.
승호가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