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8)
탑 코더-78화(78/303)
# 78
유니콘의 탄생
돌아오는 비행기 안.
승호는 수면 안대를 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겉은 편안해 보였지만 머릿속은 폭풍우가 치고 있었다.
-5억 달러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트 회장 라이언의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승호도 입을 떡 벌리게 만드는 금액이었다. 만약 시내 소프트가 포트에 인수 된다면.
자신이 가진 지분은 30%는 1500억이 된다.
1500억이라니.
승호는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상상조차 잘 되지 않았다.
라이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포트와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자사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투자를 말하고, 인수를 제안합니다. 그 중에서 선택 되는 건 아주 소수. 승호씨는 선택받은 소수일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 말을 듣자 포트의 모토가 떠올랐다.
-we are smart.
-우리는 똑똑하다.
라이언의 말 하나 행동하나에서 그런 자긍심이 느껴졌다.
-당신의 기술력과 우리가 합쳐지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기대 되지 않습니까? 검색. 인공지능. 포트 맵. 튜브 넷 등등. 무수히 많은 서비스가 당신. 그리고 당신 팀의 활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에 살짝 가슴이 뛰기는 했다. 아마 전 세계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꿈꾸는 직장이 포트 일 것이다. 과거의 승호도 포트를 꿈꿨다.
혹여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이내 망상이라 치부하며 밀어두었다.
‘만약 인수가 된다고 하면··· 많은 제약이 생기겠지.’
그렇게 되면 아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포트의 말을 들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싫었기에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지금도 물론 회사원의 입장이었지만 황호근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모든 걸 맡겨주었다.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
그리고 지금은 비록 뱀이지만 곧 용이 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한 도착 20분 전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음성에 승호가 안대를 벗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서울 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
평일 공항은 한산 했다. 체크포인트 우승은 한국에서는 크게 이슈화 되지 못했다. 더 게이트가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듯이.
서현석의 스타트업 출연으로 생겨난 대중들의 관심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딱히 승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알아보길 원한 건 아니었지만.
라스베거스에서 겪었던 극적인 일상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자, 그럼 이번 주는 다들 쉬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납시다.”
승호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원룸.
며칠 전 까지 시간을 보냈던 호텔 스위트룸이 꿈처럼 느껴질 만큼 다른 풍경이었다.
털썩.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여행의 노곤함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휴우······.”
근 일주일가량의 일정이었지만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한 달 정도가 지난 느낌이었다.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승호가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코인트레이더 사이트에 접속했다.
-11,000,100,300.
돌아오는 내내 바이트코인의 시세를 확인했다. 다행이 코인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서서히 올라가는 중이었다.
“10억······.”
그 며칠 사이에 10억을 벌었다. 바이트코인이 악재를 딛고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장민 회장이 슬쩍 알려준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당분간 올라 갈 겁니다. 일주일 정도만 기다려 보세요.
앞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보여준 호의.
허황된 말이 아니라 10억이라는 현금으로 들어왔다.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중얼 거렸다.
“꽤 괜찮은 사람이잖아.”
승호는 코인트레이더에 접속해 호가 창을 살폈다. 한번에 1100개를 팔수는 없었다. 그러면 호가가 계속 떨어질 테니까.
대부분의 거래가 0.5, 0.7 또는 1개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번 에 두 개 이상을 거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승호 역시 그런 거래 방식에 동참했다.
0.7개.
0.8개.
1개.
매수세가 따라 붙는다 싶으면 2 개씩.
근 한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딱 붙어 앉아 바이트코인을 팔아치웠다.
1100개의 코인.
코인을 만들면 만들었지. 이걸 거래해 이득을 취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자신에게 그런 능력도 없었고.
같은 시각.
윤찬종은 한국 코인트레이더 사이트에서만 유난히 떨어지는 바이트코인 차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 정도면 역프 구간 진입 인데.”
역프.
외국과 한국 중 한국에서 코인 가격이 더 낮은 상황을 뜻한다.
“가두리 진행 중도 아닌데 누가 장난을 치는 거야. 또 세력이 붙었나..”
분명 차트는 보기 좋은 우 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고래 놈 하나 때문에 올라가다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다 내려가길 반복하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훨훨 날아가고 있는데.
“젠장. 도대체 어떤 새끼야. 휴··· 이런 타이밍이면 재정거래 각인데.”
윤찬종이 고민 가득한 눈으로 차트를 살폈다.
-이태리타우론 : 퇴각하자.
-사우렁 : 말했잖아. 코인 판 탈출은 지능 순.
-lkehaaa : 한 번만 알려준다. 지금 눌림 목 자리. 그러면 뭐다?
채팅창에서는 시청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고심하던 윤찬종이 매수 버튼을 클릭했다.
“오늘의 팁. 역프에는 무조건 매수하는 겁니다. 줍줍 타임이란 말씀.”
고민하던 윤찬종은 재정 거래보다 매수를 선택했다.
승호는 또 한 번 매도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기지개를 펴며 목을 주물렀다.
“다 털었다.”
12,210,010,110 원.
코인트레이더 화면에 찍혀 있는 숫자였다. 매도하는 순간 계속코인 가격이 올라 최종적으로 백 이 십억을 벌었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마치 게임 속에 존재하는 게임 머니 같았다. 승호는 우선 1억을 출금 요청해 보았다.
수초가 지나자.
핸드폰에 설치 해둔 믿음 은행 앱에서 푸쉬 알람이 도착했다.
100,000,000원 입금 되었습니다.
게임머니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승호의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단번에 통장 잔고의 앞자리가 달라졌다. 통장 잔고를 보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에는 좀 더 큰 금액을 출금시도 해보았다.
-일일 출금 한도 금액 초과입니다.
-출금 한도 상향 요청은 운영 팀 심사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알림에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거. 이체 한도라니······.”
바로 하루 전 세계 최대 거래소 비낸스가 해킹 됐다. 국내 거래소인 코인트레이더가 비낸스 보다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을까?
승호는 회의적이었다. 바로 코인트레이더로 전화를 걸어 출금 한도 상향을 위한 방법을 물었다.
-1억 이상은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을 가지고 직접 본사로 방문하셔서 본인 인증을 하시면. 그 자리에서 인출이 가능합니다.
승호는 기다릴 수 없어 바로 옷을 챙겨 입고 택시를 잡아타고 거래소가 있는 강남으로 이동했다. 아무리 국내 최고, 최대 거래소라지만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 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강남.
평일 수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직 한 겨울임에도 택시 밖 풍경은 그런 날씨를 무색케 할 만큼 자유로 왔다.
바깥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코인트레이더 회사 앞.
승호는 승강기를 타고 코인트레이더가 위치한 5층으로 갔다.
띵.
승강기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인포 데스크. 거기에는 얼굴을 보고 뽑았다고 단언 할 수 있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직원이 앉아 있었다. 승호가 다가가자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출금 한도를 높이고 싶어서요. 1억 이상은 본사로 직접 찾아와야 한다고 해서.”
출금을 1억 이상 한다. 곧 VIP라는 말이었다. 직원이 눈을 반짝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오 분 정도가 흐르고 자신을 운영 팀 과장이라 소개한 남자가 승호를 자그마한 회의실로 데려갔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금 한도 상향을 하고 싶다고요.”
“네.”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되도록 오늘 안에 전부 출금하고 싶습니다.”
“저, 전부요.”
“네.”
직원은 들고 온 노트북으로 관리자 화면에 접속해 승호의 계정을 살폈다. 그러고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전부면··· 배, 백 이 십억······.”
“거기서 1억은 이미 출금 했습니다.”
이정도 금액이면 VVVIP 고객이었다. 직원이 자세를 고쳐 잡고 혀를 놀렸다.
“고객님. 한번에 100억이 넘는 금액을 이체 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은행과도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하고··· 또······.”
승호는 한 번 더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면 반씩 나눠서 오늘 50억. 내일 50억 출금 하고 싶습니다.”
직원이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아······.”
이런 고객을 함부로 보내면 안 된다. 최대한 거래소 내부에 돈이 머물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그가 맡은 업무.
생각을 마친 직원이 준비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고객님. 최근 코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 번에 전부 출금하시기 보다는 조금 더 투자를 진행해 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저희 코인트레이더의 VVIP 고객이 되시면 수수료를 비롯해 각종 투자 정보 제공까지 많은 혜택들이 주어집니다.”
“더 이상은 거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
“하루에 최대 얼마까지 출금 할 수 있습니까?”
은행에 넣는 것도 그리 안전하다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거래소는 그 이상으로 불안했다.
“정 그러시면 하루 최대 10억까지 가능 합니다. 현재 잔고가 130억 가량 되시니 13일이 걸리겠군요.”
13일이라······.
“여기 보안 시스템은 안전한가요? 비낸스 해킹사태도 있고 하니 영··· 불안해서.”
그러자 직원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코인트레이더는 안전합니다. KISA로부터 정보보안 인증인 ISMS도 받았습니다. 비낸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는 모르지만 저희는 그 이상입니다.”
“그 인증이라는 거 믿을 만 한 겁니까?”
“네. 저희는 ISMS 만이 아니라 국제 보안 인증 3종 세트라 불리는 정보 보안(ISO 27001), 클라우드 보안(ISO 27017), 클라우드 개인정보 보안(ISO 27018) 까지 취득한 업체입니다. 혹시 그런 걱정 때문에 돈을 출금 하시려는 거라면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네요. 만약 저희가 뚫린다면 국내 은행도 결코 안전하지 못합니다.”
직원은 은행까지 들먹으며 자사의 보안시스템에 대해 홍보했다.
“그렇지 않다면요?”
“네, 네?”
“코인 트레이더의 보안시스템에 많은 취약점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객님. 저희 코인트레이더 거래소의 보안은 세계 최고입니다. 고객님의 자산은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승호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꺼내온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거듭 직원을 압박했다.
“제가 이곳 공유기에 접속해 노트북으로 직접 제 돈을 은행으로 출금 할 수 있다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만약 그러면 오늘 다 출금해도 되는 겁니까?”
직원이 당황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농담이 과하십니다.”
승호가 웃음기를 싹 지운 채 말했다.
“저는 제 돈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는 보장이 필요합니다. 불과 어제 비낸스가 해킹되어 450억에 달하는 코인이 탈취 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안전하다고요? 그걸 말 만 듣고 믿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정색하며 하는 말에 직원의 표정도 굳어졌다. 애써 내려가려는 입 꼬리를 올리려 했지만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지가 고객이면 다야······.’
“전 못 믿겠습니다.”
승호는 직원을 재촉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PS라면 이런 거래소 하나 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승호의 말을 들은 직원이 실소를 터트렸다.
“하, 참. 그러면 뭐 할 수 있으면 해보세요.”
“그러면 해봐도 될 까요?”
“물론.”
“정말 이십니까?”
“네. 그렇다니까요. 자신 없으십니까?”
“하하, 그게 아니라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시나 본데······.”
“제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셨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으셨을 텐데······.”
승호가 안타까운 듯 중얼 거렸고, 직원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