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79)
탑 코더-79화(79/303)
# 79
유니콘의 탄생
2시간 뒤.
직원의 당황스런 표정은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었다. 승호는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출금 데몬에 접근해 RPC(원격프로시저호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문제는 그때 까지 어떤 모니터링 시스템도 승호의 이런 활동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초 1억.
그리고 2억
다시 5억 까지.
하루 출금 제한을 무시한 채 출금이 계속됐다.
‘비낸스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어.’
어제 까지 비낸스 시스템을 자기 것처럼 주물럭거렸다. 머릿속에 코인거래 시스템의 구조가 박혀 있는 상황.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10억 출금.
남은 금액은 100억 가량.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은 승호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 마다 자신의 관리자 페이지에서 승호의 자산이 줄어드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이 정도면 이상거래 탐지에 걸려야 하는데 어떻게······.’
이상하게 생각한 직원이 관리자 페이지의 각종 설정 정보들을 확인했다.
-이상 거래 탐지 체크 : FASLE
‘이게 왜······.’
승호의 계정만 이상거래 탐지에서 빠져 있었다.
누군가가 껐다?
직원이 고개를 돌려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입맛을 다셨다.
‘이게 마지막인가.’
10억.
거래소 계정에는 이제 딱 10억이 남아 있었다. 승호는 엔터를 눌러 마지막 10억을 이체했다.
“끝이네요.”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승호를 보고 있었다. 그때 직원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부하직원.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과장님. 지금 빨리 좀 올라와 보셔야겠습니다. 이상거래가 하나 파악 됐는데 이게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누구 계정인데.”
-아이디가 zerone25 라고 이름이 강승호로 되어 있습니다.
강승호.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이 또 출금을 해갔는지 거래소에는 1원 한 푼 남아 있지 않았다.
“당장 보안팀장님 여기 5-4 회의실로 내려오시라고 해.”
-네?
“지금 당장.”
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작업을 마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 잠시 만요. 어떻게 하신건지 알려주시면······.”
승호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들었다.
“정식 의뢰는 여기로 해주세요.”
-시내소프트
-CTO 강승호.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처럼 익숙했다.
“시내소프트. 강승호. 시내소프트······. 아!”
서현석의 스타트 업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러면 바빠서 이만.”
승호가 문을 열고 나갔다. 더 이상 잡을 명분이 없었기에 직원은 멍하니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승호가 나간 뒤.
사무실로 보안팀장이 내려왔다.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했다.
“왜 여기까지 오라고 한 겁니까.”
앉아 있던 직원이 자신이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안팀장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십니까?”
보안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잔고가 0원이네요. 이건 왜요.”
“거기 말고 그 밑에 거래 이력이요.”
보안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입금 : 550 BYT
총 1100개의 BYT가 입금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도 : 1BYT
-매도 : 0.98 BYT
-매도 : 2 BYT
바이트 코인을 매도한 기록이 가득했다. 이력은 1100개의 바이트 코인이 매도한 것에서 끝나있었다. 직원이 보안팀장을 보며 말했다.
“코인을 전부 매도했는데 원화가 0원입니다.”
보안팀장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1100개.
그게 전부 현금화 되었다면 최소한 100억 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출금 이력이 남아 있지 않다?
사고다.
그것도 대형사고.
보안팀장이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다,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직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이미 고객님께서 계좌에서 돈을 빼가셨습니다.”
“도대체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건지 제대로 설명을 해주셔야··· 이거 지금 대형 사고입니다.”
직원은 자신이 받았던 명함을 스윽 내밀었다.
“혹시 이 분 아십니까?”
-시내소프트
-CTO 강승호.
보안팀장은 이름을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당연히 알지요. 요새 핫 하잖아요. 저희도 ZONE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 그쪽 회사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그 도입 시기··· 좀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보안팀장은 직원을 설명을 듣는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코인트레이더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믿음 은행 가산지점 입니다.
“네. 그런데 어쩐 일로.”
-고객님 계좌로 고액 입금이 확인 되어 전화 드렸습니다.
“네. 듣고 있습니다.”
-송금 자는 코인트레이더 법인. 여기에서 송금 받으신 게 맞나요?
“맞습니다.”
-총금액 121억 5천 3백만 원입니다.
“네. 맞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약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120억.
그 숫자는 은행 직원도 쉬이 다루기 힘든 돈이리라.
-확인 되셨습니다. 지금부터 고객님은 저희 믿음은행의 VVIP 고객으로써 어느 지점을 가셔도 믿음 은행만의 특별한 공간인 골든 라운지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골든 라운지.
믿은 은행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 50억 이상 고액 예금을 예치한 고객들을 상대하는 공간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상담원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고객님께 전담 PB가 붙어서 자산관리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은행에 들리셔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100억이 넘는 돈을 그저 은행에 넣어두는 건 고객님께도 손해일 테니까요.
은행에 넣어 두면 이자는 2%.
100억이면 이자 소득만 2억이었다. 물론 거기에 각종 세금 명목으로 돈을 때갈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1억은 넘을 거라 예상되었다.
1억.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해도 한 달에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온다. 그러나 투자를 하면 그 보다 수익은 커질 것이다. 승호도 신문지상에서 PB가 무얼 하는 지는 봐서 알 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혹시 오늘 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지금 은행을 가도 5시는 넘을 것 같은데······.”
-VVIP 고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PB 서비스는 최대한 고객님들 시간에 맞춰드립니다. 시간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현재 강남이시면 장소도 가깝습니다. 신사역 2번 출구에 위치한 믿음은행으로 가시면 VVIP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금 약속 잡아 놓을까요?
신사면 이곳에서 택시를 타면 10분이면 도착하는 곳.
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택시를 타고 상담원이 안내해준 곳에 도착했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깔끔하게 차려입은 안내 직원이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 상담을 받으러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강승호.”
“신분증 확인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직원은 계좌를 확인하곤 마른침을 삼켰다.
“확인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다.
한 2, 3분쯤 지났을까.
직원이 승호를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이동하며 살펴본 사무실 내부는 고풍스런 유럽의 성을 연상케 했다.
한 눈에 봐도 기품이 느껴지는 그림.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 빛을 반사하는 대리석까지.
어느 것 하나 값싸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안내된 곳에 도착하자 정갈하게 가르마를 넘긴 남자가 승호를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이성욱 PB 입니다.”
“강승호입니다.”
“처음 고객님을 담당하게 됐을 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유명하신 분이더군요. 이번 체크포인트 우승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코인트레이더에서 받은 대우와는 확실시 사뭇 달랐다. 이성욱은 승호를 푹신해 보이는 소파로 안내했다.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탁자위에 보시면 고객님의 자산운용에 관한 제안을 몇 가지 작성해 두었습니다. 1번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2번이 원금 보전 우선. 천천히 보시면서 이야기 나누시면 됩니다.”
“저···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네. 뭐든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우선 제 돈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나요? 지난 번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도 그렇고··· 조금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네?”
“아니면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고요.”
당황한 이성욱이 멍하니 승호를 보았다.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려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내용이 없었다.
“제가 잘 이해를 못해서 그런데 혹시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승호의 설명이 이어졌고, 이성욱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
믿음 아이앤에스.
믿음 은행의 자회사로 믿음 은행에서 운용하는 금융시스템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CRM(고객 관계 관리)쪽을 담당하는 전준호는 길게 하품을 내쉬며 시간을 확인했다.
“6시 30분. 퇴근까지 30분 남았네.”
마우스를 움직여 시스템 모니터링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아직 까지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만 가자.”
30분만 버티면 퇴근이다. 전준호는 오직 퇴근 시간만 바라보며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때.
책상위에 설치된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네. CRM 담당 전준호 대리입니다.”
-신사 골든 라운지 PB 이성욱 입니다.
“아, 네. 그런데 어쩐 일로······.”
-VVIP 고객 가입자 명부가 전부 빠져나갔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먼저 전화 드렸습니다.
“네?”
-아직 상황파악조차 안 됐나 봅니다. 저희 VVIP 고객님들께서 개인정보 유출에 얼마나 민감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당황한 전준호가 말을 더듬었다.
“제, 제가 이해를 잘 못했는데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번에 새롭게 VVIP가 되신 고객님이 보안 관련 전문가 십니다. 그분이 우리 믿음 은행이 괜찮은지 한번 살펴 봐주셨는데 시작 하자마자 이게 무슨 꼴입니까?
전준호는 퇴근시간이 다 되어 떨어진 날 벼락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입니다. 내, 외부 망 분리가 확실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핵심인 계정 계 쪽은 접근이 힘들었습니다.
“네, 네?”
-참고로 선진에서도 도입한 ZONE 서비스를 사용하시면 오늘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전화기 너머로 다시 이성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번 검토 해보세요. 이렇게 쉽게 뚫린다는 사실을 고객 분들이 알면 오늘처럼 전화 한통으로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
탁.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이 났다.
“이게 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