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
탑 코더-8화(8/303)
# 8
갑질을 이기는 기술
────────────────1분.
2분이 지나도 노트북은 반응이 없었다. 안재현이 직원을 채근했다.
“뭐야 안 돼?”
“네 그게··· 완전히 먹통이 된 것 같은데요.”
“갑자기 이게 무슨······. 다른 노트북 꺼내봐.”
“그, 그게 노트북을 한 대만 가져 왔습니다.”
“지금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목청을 높이려던 안재현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자는 거야. 예비 노트북이 없다는 말이야?”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재현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이도준이 다가와 물었다.
“안 사장님, 뭐예요. 문제 있습니까?”
“그게 가져온 노트북이 갑자기 먹통입니다.”
“그러면 일단 저희 쪽 걸 쓰세요. 어차피 웹에 올려놓았죠?”
안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 대리, 여기 노트북 좀 빌려드려.”
이도준의 말에 선진데이터시스템 직원 한 명이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미라클 쪽으로 건넸다.
그렇게 소요된 시간만 10분.
미라클 직원이 다시 노트북을 건네받아 준비하는데 10분.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황호근이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물었다.
“승호는?”
“아까 화장실 간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와. 이거 화장실에서 쓰러진 거 아냐? 아직 몸도 회복되지 않은 놈을 괜히 데려왔어.”
최기훈이 고개를 저었다.
“승호는 꼭 데려왔어야 합니다.”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서?”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호근이 다시 물었다.
“보안 쪽을 정말 승호가 다 해냈단 말이지?”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사고 나기 전에는··· 차마 말로하기 힘든 실력이었잖아요.”
“알았으니까. 연락 한번 해봐. 진짜 쓰러졌으면 어쩌냐.”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 연락하면 안 됩니다.”
“왜?”
“승호가 할 수 있답니다.”
“뭐?”
“문서내용 검색.”
황호근의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뭐?”
황호근이 급히 주변 눈치를 살피며 헛기침을 했다. 준비가 막 끝나고 시연을 하려던 안재현이 찌릿 눈을 흘겼다.
“흠, 흠. 죄, 죄송합니다.”
황호근이 다시 최기훈애게 속삭였다.
“자세히 말해봐.”
“지금 문서 내용을 파싱해서 색인서버에 저장하는 컨버터를 만들 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나간 거고요.”
“무슨 말 도 안되는 소리를 자꾸.”
“본인이 할 수 있을 것 같답니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달라고 합니다. 미라클 발표가 끝나면 휴식시간을 갖자고 제안해서 시간을 벌고, 우리 발표를 최대한 천천히 진행하는 겁니다. 그러면 한 시간 이상은 충분히 벌 수 있습니다.”
최기훈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담겨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노트북이 망가져서 시간을 좀 더 끌었으니 어쩌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황호근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승호가 열심히는 하지만 실력은 좀··· 아무리 성장했기로서니. 그렇게 까지 될까.”
“사장님이 요새 개발에서 손을 떼셔서 승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감이 잘 안 오셔서 그런 겁니다. 저는 승호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호근이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최기훈이 웃고 있는 이도준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꼭 한 방 먹이고 싶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까지 말 한다면. 알았어.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지.”
고심을 하던 최기훈이 중얼거렸다.
“태수는 나가서 승호 좀 찾아봐. 방해하지는 말고 진행상황을 알려줘.”
“알겠습니다.”
박태수가 조용히 일어나 시연회 장을 빠져나갔다.
***
승호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화장실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자판기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승호야.”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노트북을 무릎위에 올린 채 정신없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가서 한 번 더 불러보았다.
“승호?”
역시나 못들은 것 같았다. 최기훈의 방해 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났다. 박태수는 조용히 옆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수분을 기다려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박태수가 눈을 흘겨 모니터를 보았다.
“······.”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은 허세가 아니었다. 모니터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코드.
실시간으로 코드 라인이 탄생하는 중이었다. 영 타로 치면 1분에 최소 300타는 넘어 보였다. 자신이 대략 150에서 200타 정도를 친다.
곧 경력 7년이 넘는 자신보다 빠르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 질(質)은 어떨까.
박태수가 매의 눈빛으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코드를 살폈다. 코드가 너무 빨리 생성 돼 눈을 쫓기 힘들 정 도였다. 박태수가 좀 더 고개를 기울였다.
“어, 어!”
박태수의 몸이 승호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다 툭. 어깨와 어깨가 부딪쳤다. 그제야 집중하던 승호가 고개를 돌렸다.
“오셨어요? 말씀하시지 않고.”
“작업하는 데 방해 될까봐 그랬지. 그런데 얼마나 진행된 거야?”
“txt, doc, excel 파싱은 어느 정도 됐어요. 찾아보니 라이브러리 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 그래 난 잘 못 찾겠던데.”
“미눅스에 올라가는 오픈 다큐먼트 오피스를 참고했어요.”
“아··· 그, 그래?”
“이제 파싱한 내용을 색인 서버에 맞춰 넣는 모듈만 만들면 될 것 같아요.”
박태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해내고 있었단 말인가.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70% 정도 진행 한 것 같네요. 안에 분위기는 어때요?”
박태수가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최기훈 : 곧 미라클 끝남. 거기 상황은?
승호의 작업을 지켜보느라 문자가 와 있는 지도 몰랐다. 박태수가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70% 완료했답니다.
그리고 승호에게 물었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그 사이 승호는 또 다시 프로그래밍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태수의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
“한 30분 정도면 완료 됩니다.”
박태수는 바로 바나나 톡을 보냈다.
-30분이면 완료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알았다. 최대한 시간 끌어 볼 테니까. 완료 되는대로 연락해.
답장을 받은 박태수가 다시 승호를 보았다. 다시 집중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통에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
황호근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았다. 검색 시연도 어느덧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음은 선진 전자 반도체로 검색해 보겠습니다.”
검색창에 선진 전자 반도체를 넣고, 엔터를 쳐 보았다.
1초 정도가 지났을까.
화면에 검색 결과가 노출 되었다.
– 총 74건 검색.
– 선진 전자 반도체 매출 총액.
– 선진 전자 반도체 내년 전망
······.
황호근이 검색 결과를 설명해 나갔다.
“총 검색 결과 74건. 최상위에 노출된 10건은 선진 전자 반도체 매출 총액, 선진 전자 반도체 내년 전망, 선진 전자 반도체 직원 복지 제안······.”
황호근이 노출된 결과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을 때, 평가 위원들은 앞에 놓여 있는 ISQI 항목에 빠르게 체크를 해나갔다.
국제검색품질지수.
속도, 정확도, 검색 양, 검색 질.
네 가지 항목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일종의 국제 표준이었다. 채점을 하던 평가위원 중 안경을 착용한 위원이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 결과가 몇 건이 노출 되었는가. 미라클은 78건이었는데 시내는 74건. 검색 양에서는 미라클이 우수.”
채점을 하던 다른 평가 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시내 소프트는 검색 질도 그리 좋진 않았어. 내용의 유사성으로 볼 때 미라클 검색이 더 나아 보이지 않아?”
“내 생각도 같아. 더구나 검색 결과로 유추해 볼 때 흔히들 쓰는 AVLO 알고리즘이나 B-Tree 방식을 사용한 것 같은데··· 그걸 그대로 사용해서 크게 기술력이 있어 보이진 않네.”
“앞으로 남은 테스트가 25번. 이대로라면 미라클이 되겠어.”
평가 위원은 총 5명.
두 명의 평가 위원이 나누는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근처에 있던 이도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도준은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안재현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를 알아들은 안재현이 입 꼬리를 올렸다. 황호근이 다음 검색어를 검색 창에 입력했다.
“다음 검색어는 선진 데이터시스템의 미래입니다.”
황호근이 50개의 검색어 중 26개 번째 검색어를 입력했다. 그리고 1초 정도가 지나자 서버를 통해 나온 결과가 화면에 주르룩 표시 되었다. 어두운 안색의 황호근이 검색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 총 142건 검색.
바로 전 검색에 비해 2배나 차이 나는 결과였다. 갑작스런 현상에 당황한 황호근이 말을 더듬었다.
“총, 배, 백 사십 이건이 검색 되었습니다······.”
미라클이 같은 검색어에 대해 보여 준 결과는 101건.
41건이나 많은 검색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일단 양에서는 승리.
다음은 검색의 질.
“최상단에 위치한 검색 결과는 선진 데이터시스템의 미래 사업에 대한 제안.”
그 바로 아래에 해당 문장이 들어가 있는 파일 들이 댓글처럼 달려 있었다. 방금 전 까지는 없었던 내용이었다.
-선진 데이터 시스템 미래 사업에 대한 제안
–관련 문서 : 선진 데이터 미래 사업 구조.ppt
–관련 문서 : 선진 데이터 시스템의 미래를 위한 제안.doc
–관련 문서 : SJ DataSystem Future Business Description.doc
“···관련 문서는 아래 나와 있는 바와 같습니다. 해당 파일을 누르시면 링크로 이동 됩니다.”
황호근이 황급히 최기훈 쪽을 보았다. 최기훈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황호근은 차례대로 검색 결과를 읊어 나갔다. 최상단에 위치한 검색 결과는 미라클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미라클이 찾지 못한 결과가 41이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평가 위원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