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0)
탑 코더-80화(80/303)
# 80
유니콘의 탄생
다음날 시내소프트.
최기훈은 아침부터 황호근을 찾았다.
“사장님. 연락 받으셨습니까?”
“연락?”
“코인 트레이더랑 믿음은행에서도 ZONE 서비스 이용문의 해 왔습니다.”
“그랬어?”
“이 속도라면 올해 저희 회사 매출 최소 500억입니다.”
500억이라는 말에 황호근이 마른 침을 삼켰다. 최기훈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만약 정말 미 정부와 계약이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그때는 정말 회사가 날아가겠어.”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동수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최기훈이 잠시 뜸을 들였다.
“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봐.”
황호근이 답답했는지 최기훈을 재촉 했다.
“라이언 넬슨이 승호를 찾아 왔다고 합니다.”
라이언 넬슨.
황호근도 익히 알 고 있는 이름이었다.
“포트 회장이?”
“네.”
“그 사람이 왜.”
최기훈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ZONE 서비스 이용은 부하직원 시켜서 연락 하면 될 걸 왜 직접 승호를 만났겠습니까.”
“설마······.”
“동수도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스카우트 하고 싶을 겁니다. 저라도 그럴 테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회사 인수 제안을 했을 겁니다.”
“우리 회사를?”
“네. 포트에서 주로 하는 방식이니까요. 튜브넷을 비롯해서 인공지능 델타까지 모두 인수를 통해서 키운 것들이잖아요.”
“그러면 우리 떼 부자 되는 거야?”
최기훈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승호를 찾아간 걸 보면 답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승호가 아니면 인수하지도 않을 겁니다.”
황호근은 최기훈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떠날 때가 된 건가······.”
“어차피 승호가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고 해도 혼자 모든 걸 할 수는 없습니다. 승호가 개발에 매진 할 수 있게 경영에 관여할 사람도 필요 하고요.”
“그렇기야 하지. 회사라는 게 한 사람의 힘으로 굴러가는 건 아니니까.”
“지금도 저나 사장님이 승호가 하고자 하는 일은 전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좀 더 실질적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그 말은······.”
“주식 양도. 지금이 적기입니다. 전년도 매출을 통해 현 주식 가치를 평가하면 대단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ZONE 서비스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 걸 올해부터니까요.”
황호근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 거렸다.
“평가액이 낮을 때 주식을 양도하자.”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정관의 변경, 회사의 합병, 회사의 분할, 영업의 양도, 양수, 이사, 감사의 해임.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야 합니다.”
“그러면 승호가 3분의 2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잖아.”
“정확히 66.6 % 입니다.”
황호근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건 자신의 회사가 아니다. 대표 이사를 해임 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승호가 실질적인 사장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36.6%가 넘어가야 하는데.”
“거기에 3.4% 더해서 70% 맞춰 주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총 40%. 회계사에게 자문을 구해 보니 대충 50억 정도 됩니다.”
“오, 오십 억?”
“네. 그 정도만 해도 저희 먹고 사는데 지장 없습니다. 승호가 있는 한 앞으로 시내소프트는 더 성장하게 될 거고요. 그러면 남아 있는 지분 가치는 더 뛰게 될 겁니다. 비록 회사명이 바뀔 수도 있지만··· 사장님과 제 목표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드는 거지 사장이 되는 건 아니었잖아요.”
황호근이 입술을 꽉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 최기훈과 의기투합하여 시내 소프트를 세웠을 때 의 목표.
최기훈의 말대로 사장이 되어 완장 질이나 하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저희 둘의 지분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그 가치는 더 올라갈 겁니다. 포트에서도 관심을 보인 회사에요. 앞으로 기업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단 하나 밖에 없고요.”
황호근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분 30%를 넘길 때 이런 날이 올 거라 대충 예상했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 반박할 수 가 없네.”
최기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휴가 끝나고 돌아오기 전에 준비해 놓겠습니다.”
황호근도 고개를 끄덕였다.
***
비슷한 시각.
승호는 신사 역에 있었다.
수중에 들어온 120억.
그걸 이용해 예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꼬마 빌딩을 하나 사기 위해서였다.
압구정 역 4번 출구.
그곳에 내려 꼬마빌딩 숲 사이로 들어가자 목적지가 보였다.
-에이스리얼티 부동산 중개법인.
이름부터가 남달랐다. 간판도 다른 부동산 사무소들과는 달리 거친 시멘트 위에 유려한 캘리그라피로 상호명이 새겨져 있었다. 승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L 자로 구성된 사무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문에서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여직원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빌딩 매매를 좀 하려고.”
승호가 말을 하는 사이 직원이 빠르게 승호의 전신을 훑었다. 그 시선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약속은 요?”
“김병철 과장님과 잡았습니다.”
직원이 안쪽 자리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김 과장님. 여기 이분이 약속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자 얍삽해 보이는 인상의 한 남자가 힐끗 시선을 던졌다.
“아··· 꼬마빌딩 관심 있다는 분?”
“네. 어제 전화 드렸었는데.”
김병철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 거렸다.
“맞다. 기억났습니다. 2번 출구 쪽 매물 생각하신다고?”
“네.”
그러고는 여직원처럼 승호를 위 아래로 훑었다. 유니클로에서 산 패딩에 청바지.
운동화는 8개월 쯤 전에 산 삼선 아디다스 였다. 하얀색 운동화는 군데군데 새카맣게 때가 타 있었다. 김병철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이 운동화.
이마에 깊은 내 천(川) 자가 그려졌다.
“그 물건이 70억 정도 하는데··· 싸게 나와서 사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렇게 시간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냥 가볍게 둘러보신다는 생각으로 오신 거라면 시간 낭비되는 겁니다.”
점점 사설이 길었다. 승호도 기본적인 눈치는 있었다. 자신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 이유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렇 군요··· 시간 낭비가 되는 거군요.”
김병철은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며 두 손을 깍지 끼었다.
“그렇다니까요. 정말 돈이 준비 되신 거라면 보여드릴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시간 낭비 할 필요 없다는 거죠. 서로 바쁜 사람들이잖아요. 안 그래요?”
픽.
오랜만에 받아보는 푸대접에 순간 적으로 코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웃음을 확인한 김병철의 인상이 구겨졌다. 절로 거친 말투가 새어나왔다.
“세금까지 하시면 최소 80억은 있어야 합니다. 80억이요.”
승호는 어제 믿은 은행 PB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기 보증금에 은행 대출을 끼면 그 절반이면 된다고 하던데요.”
“은행 대출도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물건이 좋다고 하지만 그 물건 소유자의 재정상태를 보니까요. 고객님 재정상태를 본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절반이라지만 40억이 넘는 돈을 대출해야하는 겁니다. 무려 40억이요.”
마치 네가 그 돈이 있냐?
그렇게 묻는 말투였다. 승호가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인간들은 많이 만나보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을 뿐.
“혹시 믿음 은행 이성욱 PB님 아십니까?”
순간.
김병철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뭐라고······.”
“아 잠시 만요.”
승호가 폰으로 이성욱 PB를 연결 했다.
-네. 고객님. 이성욱입니다.
“여기 PB님이 알려주신 에이스리얼티중개법인 인데요.”
-아. 거기 가셨군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거기에 고객님이 문의 하신 물건이 있는 걸로 파악했습니다. 미리 말해 두었으니까. 편하게 찾으시면 됩니다.
“네. 그래서 편하게 찾아왔는데 사람을 불편하게 해서요.”
-네?
승호가 김병철에게 폰을 내밀며 말했다.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김병철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
김병철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하하, 물론입니다. 고객님. 고객님이 원하시는 물건은 저희가 꽉 잡고 있습니다. 기존 소유주님이 매입 하실 때부터 저희가 관리해 드린 물건이라 이번에 급매로 내놓으실 때도 저희한테 믿고 맡기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곳에는 없더라고요.”
“하하, 정말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 이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승호는 김병철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압구정 역 2번 출구를 지나 안쪽으로 한 블록을 더 들어갔다. 그러자 승호가 기다리던 빌딩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신 빌딩.
김병철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여깁니다. 빌딩 관리가 아주 잘 되 있습니다. 연식도 10년 밖에 되지 않아서 부동산으로 치면 새것이나 마찬 가지죠. 천천히 둘러보시면 됩니다.”
승호가 빌딩 1층에 위치한 편의점을 보며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음료수 하나 드시겠어요?”
“아! 음료수. 날도 추운데 따뜻한 음료한잔 대접한 다는 걸 제가 깜박했네요. 여기 1층이 편의점인데 월세도 꼬박꼬박 안 밀리고 임차인 분이 아주 성실하십니다.”
김병철이 1층에 위치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승호가 김병철의 뒤를 따랐다. 승호의 시선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남자를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익숙한 실루엣.
승호가 고아원을 나와 군대를 전역하고 가장 처음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만났던 그 사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꿀물. 커피. 녹차?”
“전 커피로.”
김병철이 계산대에 음료수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사장님 여기 계산이요.”
그러자 매대를 정리하던 남자가 몸을 돌렸다. 가슴께에는 명찰이 하나 달려 있었다.
-점장 : 장경상.
장경상의 시선이 김병철을 향했다.
“아, 김 과장님 오셨구나.”
둘은 이미 아는 사이인 듯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하하, 네. 장사는 잘 되시죠?”
“요새 통 경기가 안 좋아.”
그 말에 승호가 픽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항상 들었던 소리였다. 그 웃음을 들은 남자의 시선이 승호를 향했다.
“이 분은··· 새로 들어온 신입?”
그 말에 김병철이 과하게 손 사례를 쳤다.
“신입이라니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이 참에 인사 나누세요. 어쩌면 여기 건물주가 될지도 모르는 분입니다.”
승호가 장경상을 보며 말했다.
“오랜 만입니다. 점장님.”
찬찬히 승호의 얼굴을 살피던 장경상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졌다. 두 눈가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언젠가 꼭. 여기 건물주로 다시 오겠다고 했던 말.”
꿀꺽.
장경상이 마른 침을 삼켰다. 조용한 가운데 승호만이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셨던 그 말.”
승호가 김병철을 보며 말을 이었다.
“김 과장님. 계약서 준비해주세요. 여기 꼭 사고 싶네요.”
그리고 다시 장경상을 보았다.
“그 말 이렇게 지킬 수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