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1)
탑 코더-81화(81/303)
# 81
유니콘의 탄생
싸늘해진 분위기.
2월의 찬바람이 편의점 안으로 몰아치는 것 같았다.
딸랑.
그 사이 손님이 한 명 들어왔다. 굳어있는 남자 두 명. 그 들 사이에 있는 남자 한 명.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지켜보다 물건을 고르고, 장경상을 불렀다.
“사장님 여기 계산이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장경상이 급히 포스기를 조작해 계산을 마쳤다. 손님이 나가고 승호가 김병철에게 물었다.
“김 과장님. 여기 1층 자리 임대차 계약이 언제 까지 입니까?”
“잠시 만요.”
김병철이 서류를 뒤적거렸다. 승호가 다시 장경상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벌써 한 3년쯤 흘렀나요? 그때 참 재밌는 일이 많았었는데.”
승호가 말을 이을수록 장경상의 표정이 굳어갔다.
“3개월 동안 수습기간이라며 최저시급도 주지 않았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었죠. 폐기음식은 원래 버리는 건데 그걸 반값에 제게 파셨고, 지급해야할 식대는 스킵.”
말을 하던 승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생각해보니 그때는 제가 참 바보 같았습니다. 덕분에 세상 물정 모르던 제가 이렇게 성장했으니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요.”
장경상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하하··· 내가 그랬었나? 너무 옛날 일이라 잘 기억이······.”
“원래 때린 놈은 잊어버려도 맞은 놈은 평생의 아픔으로 남는 법이니까요.”
장경상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 사이 김병철이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여기 찾았습니다. 어디 보자··· 임대차 계약 기간이 올해 7월까지로 되어 있네요.”
승호가 임대차 계약서를 받아 들고 다시 장경상을 쳐다보았다.
“7월이라 제가 이 건물을 사게 되면 이 임대차 계약 다시 써야 할 텐데···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아, 아니. 자네 왜 이러나.”
승호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때 저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사장님 제게 왜 이러세요. 포스 기에서 5만원이 비었다는 구실로 제 하루 일당을 차감 하셨었죠. 하하 아직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장경상이 마른 침을 삼켰다. 김병철도 조용히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장경상이 입술을 축이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런 적이 있었나······.”
“역시나 기억을 못하시는 군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한 번 때린 놈이 되어 보려고요.”
“······.”
“짐 싸실 준비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승호는 그 말을 끝으로 편의점을 빠져 나왔다. 김병철이 마치 비서처럼 그 뒤를 따랐다.
편의점을 빠져 나오자 속이 다 후련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거기에서 만났던 장경상.
기억나는 것만 저 정도였고, 일을 하며 당했던 무시나 짜증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김병철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저 분 그렇게 안 봤는데 인성이 좀 그러네요.”
“······.”
김병철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러면 바로 부동산 넘어가서 계약서 작성할까요?”
승호가 지긋이 김병철을 바라보았다. 김병철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하··· 하하. 아까는 제가 잠시 오해를 했습니다.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김병철은 초조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80억에 달하는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 수수료만 최소 오천 만 원 이상이다.
일반 직장인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
오늘 이 거래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승호의 눈치를 살피던 김병철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아까의 무례로 지금의 계약이 고민되신다는 점. 충분히 이해 합니다. 아마 저라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면 계약이 꺼려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병철의 혀는 모터라도 달린 듯 빠르게 움직였다.
“계약 하나 만큼은 지금 까지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처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믿음 은행 VVIP 고객님들께 부동산을 소개해 드릴 수 있는 영광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고요. 믿음. 신뢰. 그것 하나 만큼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김병철의 진지한 표정에도 승호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사회에서 만난 장경상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드르륵.
드르륵.
승호는 진동하는 폰을 들었다.
“네. 변호사님.”
-이제 도착했습니다.
“그러면 부동산에서 뵙죠.”
승호가 김병철을 보며 싱긋 웃었다.
“변호사님 오셨다니까. 계약 진행하시죠.”
계약을 마친 승호는 빌딩 건너편에 위치한 커피숍을 찾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 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게 내거라니······.’
메고 온 가방에 계약서가 있어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잘 릴 때 장경상에게 했던 말.
두고 보자.
꼭 두고 보자.
이를 갈며 했던 그 말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크큭.”
보고만 있어도 실없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승호의 귀에 낯선 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나도 저기 빌딩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한 거 아냐.
-압구정에 빌딩이라니. 저 건물주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 일까?
-지난번에 TV에서 봤는데 다 노는 사람이더라. 자기가 이렇게 까지 행복해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든데.
-크으윽. 대박. 부럽다.
승호의 입 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게 바로 접니다. 제가 저 건물주인 이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싶었다.
-제가 저 건물 주인입니다.
-저예요! 저!
120억이라는 장부에만 존재하는 숫자가 현실화된 느낌이었다.
지상 5층 지하 1층.
빌딩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후루룩.”
승호는 탁자위에 올라있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휴우··· 저게 내 거라니.”
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
강남역 선진전자.
고동만이 미간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어디 있다고?”
“미국에서 번 돈으로 꼬마 빌딩을 하나 구매하고 계십니다.”
“흐음······.”
“포트 회장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되고?”
“시내 소프트 인수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포트 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경우 대부분 대형 M&A 건이 성사 되었으니까요.”
“설마 회사를 넘긴다고 하지는 않았겠지.”
“시내소프트의 강승호씨 지분은 겨우 30%. 그걸 결정할 위치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거기는 지분이 문제가 아니야. 강승호가 빠지면 회사는 묻을 닫아야 할 상황이나 마찬가지니까.”
“뭐 그거야 그렇지만······.”
“만약 정말 포트가 움직인 거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데······.”
“약속 잡을 까요?”
고동만이 고심을 거듭했다. 지금 이 선택이 회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게 아주 긍정적인.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될 만한 그런 선택이 되어야한다.
“시내 소프트··· 시내 소프트······.”
고동만은 같은 말을 중얼 거렸다. 시내 소프트 인수가 아니라면 적어도 일정 부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강승호라는 사람을 선진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 고동만의 책상 위 놓여있는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무슨 일이야.”
-워싱턴에서 활동 중인 로비스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미 정부에서도 ZONE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합니다.
놀란 고동만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뭐?”
-로비스트 말로는 FBI랑 일 하나를 같이 한 게 잘 마무리 됐다고 하는데··· 자세한건 자기 선에서 알아 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
-비록 회사 일은 아니지만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잘했어.”
전화를 끊은 고동만이 비서를 보며 말했다.
“약속 잡아.”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승호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눈으로는 빌딩을 보며 귀로는 옆 자리의 두 청년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여윽시 강남. 벤츠 마이바흐 라인 굴러다니는 클라스 보소.
-저런 건 누가 타고 다닐까?
-크크크. 아까 그 건물주가 타지. 누가 타겠냐.
-부럽다 부러워.
-그러니까 코인이나 해. 이번에 떡상 하면 바로 1억까지 간다.
-미친 코인 충.
-넌 부럽 충.
창문 너머에 비상깜박이를 켜고 멈춰진 차에서 훤칠한 남성이 내려 핸드폰을 들었다.
순간.
승호의 전화벨이 울렸다. 폰을 확인한 승호가 가방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숍 문을 열고 나갔다.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시겠습니다.”
그러고는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승호가 차에 올라타며 창가에 앉아 있는 두 청년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 거렸다.
‘제가 타고 다닙니다.’
두 청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출발 하겠습니다.”
눈이 마주친 승호가 살짝 목례 했고, 두 청년은 입 까지 떡 벌리며 멀어져 가는 승호를 보았다.
차가 도착한 곳은 선진 전자 본사.
주차장에서 승강기를 타고 30층으로 이동했다. 비서의 안내에 따라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접견실.
그곳에는 고동만 사장이 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 포인트 우승 축하하네.”
“하하, 감사합니다. 동수 실력이 많이 늘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놈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야. 괜히 방해나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아닙니다. 동수 실력이야 이미 검증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담을 나누던 고동만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바쁜 사람을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니고··· 그때 말했던 빅스 플랫폼 고도화. 혹시 생각해 봤나?”
“아직 고민 중에 있기는 합니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인력 충원도 필요하고 기 수집된 데이터로 엔지니어링 작업을 진행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해 봐야 해서요.”
“그럴 때 대기업이 어떻게 하는지 혹시 알고 있나?”
딱히 대답을 기대 한건 아니었다. 고동만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압도적인 자본을 투하해서 생태계 자체를 사버리지. 동수에게 들었네. 포트 회장을 만났다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동만은 그 자리에 직접 있었던 것처럼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아마 자네를 사고 싶다고 했겠지. 그리고 큰 액수를 제시 했을 거고.”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건은 승낙했나?”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고민 중 이라는 말이군. 대기업이 이럴 때 좋아. 그 고민을 날려 버릴 방법이 있거든.”
고동만이 승호를 주시했다.
그때.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선진전자의 회장 김희건이 들어왔다.
“회장님.”
자리에 앉아 있던 고동만이 조심스럽게 일어났고, 승호도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온 김희건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김희건입니다.”
갑작스런 만남에 승호가 당황한 눈빛으로 김희건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강승호입니다.”
“고 사장님은 아직 만날 시기가 아니라 했지만 제가 성격이 급해서 이리 찾아왔습니다.”
“아··· 네.”
“포트에서 제안이 왔다고요.”
“네.”
“선진도 당신을 사고 싶습니다.”
“······.”
김희건의 눈빛에 담긴 강한 의지에 승호는 숫자 1을 떠올렸다.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5G 이슈 해결.”
“5G 라면······.
5G.
곧 상용화가 된다고 알려진 5세대 무선 이동 통신 기술이었다.
“그렇게 해주시면 유니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