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2)
탑 코더-82화(82/303)
# 82
유니콘의 탄생
김희건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현재 세계 1등은 중국의 화이 제품. 그러나 아시다 시피 기지국이나 중계기의 백도어 이슈와 미중 무역 전쟁의 본보기로 제재가 가해졌고, 판로가 막혀 버렸습니다. 선진에게는 기회가 온 셈이지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뉴스를 통해 익히 들었던 내용이었다. 다음 말은 고동만이 이었다.
“자네가 선진 데이터 시스템에 SDN이나 NFV 같은 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납품했다는 내용은 이미 살펴봤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생산 중에 있는 5G 통신장비가 가진 몇 가지 이슈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 한 거지.”
듣고 있던 승호가 중얼 거렸다.
“그걸 해결하면 투자를 진행하겠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이번에는 김희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기업 가치 1조부터 시작 할 겁니다. 투자 금액은 10%나 20%. 협의를 통해 적정선을 정해 보죠. 물론 이슈를 해결해 주시면 그에 따른 성공보수는 별도로 지급될 겁니다. 비낸스나 크라운 그룹에서 지급한 금액 못지않은 액수로.”
그 말에 승호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저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50억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쁘지 않은 조건이네요.”
김희건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비낸스에서 제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아십니까?”
답변은 바로 돌아왔다.
“50억.”
“아··· 하.”
“그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승호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은 확실히 달랐다.
1조 가치 평가에 천 억 투자.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자신이 알기로 이 정도면 대단히 후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당장 천억이라는 돈을 투자 받는다고 해도 사용할 곳이 없었다.
회사 건물을 산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캐시로도 충분했다. 더구나 자신이 이제 건물주가 되었다. 거기로 회사가 들어오고, 자신은 임대료를 받으면 된다.
그러면 데이터 센터 건설?
지금도 서버가 부족해 매일 IDC에 서버를 채워 넣고 있는 실정이었다. 직접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다면 좀 더 저렴하게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건 조금 더 규모를 키운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투자 말고 다른 걸 얻어 낼게 있을까.’
고민하던 승호가 눈을 반짝였다.
“사실 당장 그렇게 큰 투자 금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지분을 넘기는 것도 좀 꺼려지고요.”
“그러면 어떤 보상을 생각하십니까?”
“선진에서 개발한 중계기 통신사에 납품 되는 거겠죠?”
김희건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고동만도 일자로 입을 꾹 다물었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ZONE 서비스를 선진 그룹에 전체적으로 적용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 고 있는데··· 더구나 선진이라면 관련 협력사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허··· 선진 그룹을 비롯해 통신사. 협력사들까지 납품 할 수 있게 도와 달라?”
“이미 KU 통신사에는 부분적으로 저희 서비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KU 만이 아니라 다른 국내 통신사. 그리고 만약 된다면 Verizon, AT&T, Sprint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진도 꽤 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업을 아주 잘하는 분이셨군요.”
“서비스는 자신 있으니까요.”
김희건이 고개를 돌려 고동만을 보았다. 고동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일단 어떤 이슈인지 들어볼까요. 얼마나 걸릴지. 성공 보수는 얼마를 요구해야 할지. 이슈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 사이 천천히 이야기 나눠보시면 될 것 같은데.”
들어 보고 결정하겠다. 그 이유는 자신이 해결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게 아니라 보수를 책정하기 위함이다. 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회장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사업부 담당 올라오라고 하세요.”
회장의 지시에 고동만이 전화를 걸었다.
***
승호는 30층에서 다시 네트워크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는 25층으로 안내되었다. 중계기를 비롯해 기지국 등등 처음 보는 장비들이 가득했다.
낯 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느낌.
‘내가 이걸 본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없었다. 그러나 관련 지식들은 넘치도록 머릿속에서 넘실거렸다. 기지국 앞에 서 있는 승호에게 유관 사업부 부장이 다가와 말했다.
“현재 이슈는 세 가지입니다. 5G 표준 기술로 채택된 폴라 코드를 능가하는 채널 코딩. 두 번 째는 하나의 기지국으로 3G부터 5G 까지 커버하는 범용성. 세 번째는 기지국간의 Low latency 핸드오버 기술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봐서는 쉬운 내용은 없군요.”
“저희 연구진들도 크게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채널 코딩부터 볼까요.”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기하고 있던 연구원이 승호에게 다가왔다.
“현재 저희는 표준으로 채택된 폴라코드를 좀 더 발전시킨 방향으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기술을 확장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승호가 연구원을 보며 말했다.
“표준에서 탈락한 turbo나 LDPC 코드도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였지만 중국의 폴라코드에 비해 성능 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죠.”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부장이 눈을 반짝였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채널 코딩의 핵심은 핸드폰에서 기지국으로 송수신 되는 신호에 대한 오류 정정인데 이걸 폴라코드 만큼 빠르게 진행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다만 폴라코드도 단점이 하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자 연구원이 승호의 말을 받았다.
“범용성. 그게 문제입니다. 폴라코드를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4G에는 사용 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되면 기지국 하나로 4G와 5G를 전부 커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하하, 맞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결국 2번째 이슈와도 맞물려 있는 거죠.”
“폴라코딩에서 복호화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에는 SCL decoding과 SCS decoding이 대표적인 것으로 알 고 있는데 선진에서는 무엇을 채택했습니까?”
그러자 흠칫.
연구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슬쩍 사업부 부장의 눈치를 살폈다.
“말씀드려도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두 가지 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각 list와 stack이 더해진 방식이라 상황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는 경우가 생겨서요. 현재는 stack 방식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코드 까지 공개하기는 힘들 테고 개략적인 개발 문서라도 볼 수 있습니까?”
연구원은 이번에도 부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승인이 떨어지자 준비해둔 문서를 꺼내들었다.
“여기 이겁니다.”
승호는 빠르게 연구원이 건넨 개발 문서를 살폈다. 거기에는 그간의 연구진들이 기울이 땀과 노력이 묻어나 있었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르고, 근 30여분이 지나자 승호가 문서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칠판 좀 쓸 수 있을까요?”
연구원이 빠르게 화이트보드를 대기 시켰다. 승호가 보드마카를 집어 들고 말을 시작했다.
“폴라 코딩은 기본적으로 채녈 양극화를 이용한 방식입니다. 행렬이나 벡터 구조로 CRC 체크를 하는 다른 채널 코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그리고 칠판에 트리 구조를 하나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종의 트리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트리 구조의 root와 leaf 노드에서 빠르게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승호는 자신이 그린 트리 구조에 각각 숫자를 하나씩 적어나갔다. 연구원들도 눈과 귀를 기울였다.
***
30층 집무실.
고동만이 자리에 앉아 김희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 사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슈가 해결 될 것 같습니까?”
“아마 맡기기만 하면 해결 될 겁니다.”
“흐음··· 사장님이 이렇게 까지 말하는 경우는 드문 걸로 아는데.”
“기술자는 기술자를 알아보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선진의 네트워크 사업도 날개를 달게 되겠군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화이의 장비가 주춤 할 때 시장 지배력을 갖추면 앞으로 선진 전자의 효자 사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ZONE 서비스를 대신 팔아 달라.”
고동만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생각할 것 까지 있겠습니까. 상부상조 하는.”
김희건의 눈이 가늘어졌고, 고동만이 입을 다물었다.
“상부상조는 없습니다. 선진 오직 단 하나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만약 네트워크 이슈가 해결 된다면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까지. 하드웨어는 든든하겠군요.”
하드웨어는 든든하다. 고동만은 그 말속에 숨은 의도를 알아챘다. 그게 자신을 선진의 사장까지 이끈 힘이기도 하니까.
“소프트웨어는 빅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선진 페이. 엔진 스토어 등으로 점차 확장 중에 있습니다.”
“스마트 폰 정도의 위치에 오르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 이라 생각하십니까?”
고동만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스마트 폰과 같은 위치라면 세계 1위.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아직 의문이었다.
“현재 세계 적인 수준의 기술자들과 접촉하며 교류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고 사장님.”
“네. 회장님.”
“저는 정확한 일정을 원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이런 불분명한 일자말고요.”
김희건의 압박에 고동만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고동만을 향해 김희건이 말을 이었다.
“인수를 하던지. 기술자를 사던지. 상관없습니다. 빅스 플랫폼을 포트의 델타를 넘어서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놓으세요.”
“현재 관련 기술자들이 대부분 델타 쪽으로 넘어가 있고, 포토 북이나 망고 사에서도 관련 인력들을 대량 채용하고 있어. 경력이 없는 신입들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력이 없는 상황인지라.”
“또 강승호 입니까?”
“그 친구가 있으면 좀 더 쉽게 개발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강승호. 강승호 마치 그 친구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립니다.”
김희건의 말에는 약간의 질책이 묻어있었다. 그렇다고 고동만은 현실을 회피하거나 잘해보겠다는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할 수 는 있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말을 드리는 겁니다. 무조건 해내겠다는 무대뽀 정신은 90년대에 종말을 고했으니까요.”
“휴우······.”
김희건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동만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 친구는 지금껏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 최고입니다. 그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순간.
똑똑똑.
김희건의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25층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폴라 코드 이슈를 해결 할 대략 적인 그림이 거의 나왔다고 합니다. 서로 조건이 맞으면 그림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하는데······.”
김희건이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중얼 거렸다.
“이렇게 빨리?”
“해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합니다. 이건 뭐랄까. 애피타이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렇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애피타이저? 완전 제 집이구만. 제 집이야.”
고동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제가 메인디시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
김희건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