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3)
탑 코더-83화(83/303)
# 83
유니콘의 탄생
25층.
승호는 말을 하고 있었고, 연구원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불과 2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승호는 연구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L개의 path 중 가장 높은 path metric을 선택해서 디코딩을 종료하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전체 노드를 빠르게 탐색하면서 전달된 데이터의 CRC 체크가 명확하게 되는 겁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어, 사장님.”
그 말이 신호라도 되는지 대화를 나누던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숙였다. 승호도 살짝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첫 번째 이슈를 해결의 그림을 봤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미 연구원분들께서 많은 부분 연구를 진행해 두셔서 생각보다 빨릴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고동만이 시선을 돌려 수석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더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이렇게 진행하면 첫 번째 이슈는 해결 할 수 있을 희망이 보입니다.”
그 말에 고동만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때 수석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강승호씨와 정식으로 계약이 되었습니까? 이분을 저희 네트워크 사업부에 정식으로 모셨으면 해서······.”
그 말에 고동만의 눈이 가늘어졌다.
“선진의 기술력으로는 나머지 두 가지 이슈를 해결 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질책이 담긴 말에 연구원이 고동만의 시선을 피했다.
“그저··· 시간을 좀 당겨보자는 말이었습니다.”
“시간을 당겨보자······.”
자신이 김희건에게 했던 말과 비슷했다. 고동만이 말을 줄이며 수석 연구원을 보았다. 수석 연구원은 이번에도 고동만의 시선을 회피했다.
“선진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그러나 강승호씨가 알고 있는 지식이면 두, 세 번째 이슈도 빠르게 해결 될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중국의 화이가 제재로 주춤한 이 틈을 파고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동만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어쩌다 선진의 기술자가 이런 말을······.’
그러면서 승호를 보았다. 하긴 승호를 만나면 그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자신이 그랬고, 미국의 크라운 그룹이 그리고 비낸스가 그랬다.
입맛을 다시던 고동만이 승호를 보며 물었다.
“자네 혹시 시간 되나?”
“오늘 말씀이십니까?”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가 말한 조건. 좀 더 이야기 해봐야 할 것 아닌가.”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대답했다.
“조건은 저희 회사 변호사님과 하시는 게 나을 텐데요. 전 보상 액수와 ZONE 서비스의 전사적 확대. 협력사 및 통신사 권유에 대한 확답만 받으면 됩니다.”
“결국 투자는 거부 하겠다는 말이군.”
승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그 조건들이 충족되면 이번 이슈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
“네.”
승호의 확답에 수석 연구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수석 연구원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며칠 간 함께 해보니 관련 지식이 풍부 했습니다. 이번 이슈 말고도 지속적으로 협력을 하면 충분히 회사에 이익이 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동만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그 말. 스마트 폰 쪽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선진 데이터 시스템에서도 여기 강승호씨를 왜 선진 전자에서만 계약 하냐고 성화입니다. 그런데 오늘부로 네트워크 사업부도 추가되었군요.”
수석 연구원이 민망한지 입을 열지 못했다. 고동만이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있습니까. 필요하면 써야지.”
***
휴가가 끝나고.
승호는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았다. 하나 둘 씩 퇴사해 넓어보이던 사무실이 이제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이제 이사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으로 사무실로 들어서는 승호룰 향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CTO님 오셨어요.”
공식직함 시내 소프트 CTO.
황호근 바로 다음이었다. 마주 치는 모든 직원들이 승호보다는 직급이 아래. 그러나 직급이 높다고 인사를 하는 건 아니었다. 인사하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존경이 담겨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승호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옆 자리의 최기훈이 승호를 불러냈다.
“가자. 화의실로.”
“오자마자······.”
최기훈은 급히 승호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승호도 할 말이 많았다.
포트와 선진전자에서 했던 제안들.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 했지만 자세한 사정을 말해주기는 해야 했다.
“제가 먼저 말씀 드릴게요.”
황호근이 반색을 하며 답했다.
“그래. 미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뭘 어떻게 했기에 미 정부에서 까지 서비스 도입 문의 전화가 오게 한 거야.”
“자세한 내용까지는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그저 체크포인트에서 우승하고, 비낸스가 잃어버렸던 코인을 찾았다는 것 까지 밖에는.”
“아! 그래서 비낸스에서도 연락이 왔구나.”
“네. 거기 장민 회장님이 절 아주 좋게 보셨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포트 회장을 만났는데.”
“그 이야기는 동수한테 들었다.”
“인수 제안을 해왔습니다.”
황호근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인수제안.
역시 최기훈과 함께 예상했던 그 내용 그대로였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금액은 오 천억. 지분 100%를 인수하는 조건입니다.”
놀란 황호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오, 오 천억?”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확히는 오억 달러. 지금 달러 시세로는 오 천억이 넘을 겁니다.”
최기훈은 들고 들어왔던 깡 생수를 들이켰다.
“일단은 생각해 보고 말하겠다고 했어요. 자세한 사항은 더 논의가 필요합니다.”
황호근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기훈아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네. 현실 맞습니다.”
“후우······.”
승호가 그 둘을 보며 빙긋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선진전자도 만났습니다.”
“나도 묻고 싶었다. 선진에서 ZONE 서비스 관련해서 연락이 왔었어. 도대체 누굴 만나서 뭘 하다가 온 거냐? 고사장님이 또 일거리를 준거야?”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 황호근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면 설마 김 회장님?”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푸악! 소리와 함께 최기훈이 물고 있던 물을 뿜어냈다. 투명한 물방울이 허공으로 비산하며 조명 빛을 받아 반짝 거렸다. 승호가 살짝 튄 물을 휴지로 닦아내며 말했다.
“그 분은 좀 더 높은 금액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셨어요.”
다리에 힘이 풀린 황호근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최기훈의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 억 투자를 제안했지만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그렇게 큰돈이 회사에 필요한 게 아니라서.”
황호근이 팔을 들어 올리며 승호의 입을 막았다.
“잠깐. 잠깐만 숨 좀 고르고.”
최기훈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천천히 쉼 호흡을 하고 있었다.
포트.
선진.
둘의 이름이 무겁게 황호근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들이 제안한 액수는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진에 역 제안을 했어요. ZONE 서비스를 대신 팔아달라.”
“커걱.”
겨우 가슴을 진정시킨 최기훈이 또 한번 사레가 들렸다. 옆에 있던 황호근이 급히 등을 두드려 주었다. 겨우 숨을 고른 최기훈이 물었다.
“역 제안?
“네. ZONE 서비스의 전사적 확대. 통신사 및 협력사에 대한 권유.”
“그 정도면 앞으로 우리 회사 매출이 거의 600억대 이상으로 올라 갈 텐데······.”
“맞습니다.”
“후우······.”
최기훈은 연신 물을 들이켰다.
“만약 그 계약들이 전부 성사 되면 올해 매출은 어마어마해 지겠구나. 우리가 전부 소화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야 하고요.”
황호근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되 야지.”
승호의 말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최기훈이 황호근이 눈짓했다. 황호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 출근하자마자 널 부른 건 우리도 네게 전할 말이 있어서야.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고, 황호근이 말을 이었다.
“비낸스, 크라운 그룹 건에서부터 미 정부에서 온 연락. 이번 선진 전자의 ZONE 서비스 도입까지. 공통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말을 하던 황호근이 승호를 쳐다보았다.
“어떤 한 명이 생각나더구나.”
그게 누군지 알기에 승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그래. 열심히 했지.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 다음 말은 최기훈이 받았다.
“유상증자를 한 번 할 생각이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주고. 그때 네게도 지분을 좀 더 넘기고.”
승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분을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투자사 들이 평가하는 시내 소프트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매출로도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분을 자신에게 넘긴다?
황호근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어차피 네가 없으면 회사는 빈 깡통이나 마찬가지니까.”
“빈 깡통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다른 직원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그러나 황호근은 듣지 않았다.
“네가 떠나면 동수나 채원씨도 바로 그만 둘거야. 그러면 네가 만든 알고리즘은 앞으로 누가 튜닝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널 보고 입사한 다른 직원들도 줄줄이 퇴사. 그렇게 되면 회사 분위기는 당연히 바닥을 칠 테고.”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덧붙였다.
“우리 같은 벤처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지 않아. 사람에 의해 돌아가지. 사람 한 명이 빠지면 회사는 큰 타격을 입니다. 하물며 네 가 빠지면. 으윽. 생각하기도 싫구나.”
승호는 조용히 경청했다. 최기훈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장님과 상의를 했다. 스톡옵션으로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10%가 한계야. 그래서 양도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대표 이사를 네 마음대로 갈아치우는 수준인 70%에 맞춰서.”
“아니 두 분······.”
“대충 계산 했을 때 50억 정도면 되더라. 네가 50억으로 우리 주식을 사라.”
승호가 말을 잇지 못했다. 회사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 수천억이 될지도 모를 주식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마 없겠지.
황호근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네가 나가서 회사를 새로 차려도 아마 금방 성장 할 거다. 수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덤벼 들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지분의 가치는 다시 0으로 수렴할거야. 그렇게 될 바에야. 이게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주식을 가지고 계시기만 해도 생기는 이득이······.”
황호근이 승호의 말을 끊었다.
“이건 내가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하는 마지막 지시다.”
승호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