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4)
탑 코더-84화(84/303)
# 84
유니콘의 탄생
점심시간이 끝나고 승호는 몇몇 직원들과 커피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았다. 생각에 잠겨 있는 승호에게 고동수가 물었다.
“아빠한테 들었어요. 선진에서도 좋은 제안을 받았다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나쁘지 않아. 아마 수락할 것 같아.”
함께 있던 백채원도 관심을 보였다.
“제안이요? 무슨 제안?”
고동수가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로켓 발사 버튼을 누르시겠다는 거지.”
“응?”
“누나도 알지. 미국에서 포트 회장이 직접 찾아 온 거.”
백채원도 알 고 있었다. 고동수가 으스대며 말을 이었다.
“그거랑 같은 이유지 뭐긴 뭐겠어.”
“그러면··· 투······.”
“쉿. 이거 특급 기밀이야. 빠져나가면 안 된다고.”
승호는 후루룩 거리며 뜨거운 커피를 들이켰다. 선진의 제안보다 충격적인 제안이 아침에 들어왔다.
황호근.
최기훈.
그 두 사람이 자신에게 한 제안.
-50억에 나머지 40%를 사라. 그러면 네 지분이 70%. 실질적으로 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거다. 회사를 나가서 다시 만들려고 해도 법인을 세우고 자본을 출연하려면 수 십 억이 들 거다.
-거기에 사람을 모으고 광고를 하려면 또 그 만큼의 돈이 들겠지.
-50억. 그것 보다는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당장 선진에서도 시내 소프트를 1조의 가치를 가지는 기업이라 평가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자산은 7 천억 되는 것이다.
“내가 입사하면서 약속 받았던 스톡옵션이 1%. 그걸 현금화 하면 얼마 가 되려나. 누나는 얼마 받기로 했지?”
“나도 1%.”
고동수가 고개를 돌려 승호를 보았다.
“승호님은 30%를 가지고 계시니······.”
말을 하던 고동수가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아마 고동만에게 살짝 들은 게 있었을 테지.
“어차피 팔아야 내 돈이 되는 거야.”
“그래도요.”
승호가 남아있는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손뼉을 쳤다.
“자! 들어가자. 곧 회의 시간이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대강당.
거기에 시내 소프트 임직원이 전부 모였다. 40명 남짓한 직원들이 서로를 보며 수군 거렸다.
“오늘은 왜 모이라고 한 걸까?”
“체크포인트 우승하고 복귀하셨으니까 관련해서 축하도 하고, 소감도 말하는 그런 자리겠지.”
“중대 발표한다고 하셨잖아. 그건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그러자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귓속말로 소근 거렸다.
“내가 거기 라스베가스 다녀온 지훈 이한테 들었는데. 라이언 넬슨 알지? 포트 회장.”
“당연히 알지. 그건 왜?”
“그 사람이 CTO님 찾아 왔다고 하더라.”
“포트 회장이? 왜?”
“왜 긴 왜 갰냐. 이직 제안 아니겠어?”
“설마 그 중대 발표라는 게······.”
“퇴사하신다는 거겠지.”
뒤에서 슬며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동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
“투자 제안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그 말에 둘의 고개가 동시에 뒤로 돌아갔다. 고동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회사도 언제까지 여기 가산에서 공용 회의실 쓰면서 일 할 수는 없잖아요. 투자 금 받아서 사무실도 옮기고 사람도 더 뽑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슬슬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동수 네 생각이야? 아니면 오피셜 이야?”
고동수가 단상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흐흐, 그거야 들어보시면 알겠죠. 어 저기 나오시네요.”
단상위로 올라온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강승호입니다. 하하, 오랜만에 뵙네요. 체크포인트에서 고생하신 분들도, 회사에 남아 저희가 돌아올 자리를 지켜준 분들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리가 없어지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적으로 돌아와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승호의 농담에 몇몇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승호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자 직원들이 입을 닫고 승호를 쳐다보았다.
“아주 기쁜 소식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사람들.
승호는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ZONE 서비스를 선 탑재 해준 선진 전자에서 꽤 괜찮은 제안을 해 왔습니다. ZONE 서비스의 전사적 확대. 협력사들 권유 및 미국 통신사에도 홍보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 매출은 또 한 번 크게 점프하게 될 겁니다.”
고동수가 긴장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아직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고 라는 말에 고동수가 중얼 거렸다.
“이제 투자 이야기를 하시려나 보다.”
“투자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희 회사를 1조 정도로 생각하고 있더군요.”
1조.
그 말에 50명 남짓 모여 있는 강당에 정적이 흘렀다. 아직 비상장이기에 마음대로 거래를 할 수는 없지만 만약 주식시장에 상장이라도 된다면 1%만 팔아도 100억이었다. 천만 장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절 했습니다.”
“으익?”
“허억.”
“커걱.”
강당 여기저기서 억눌린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투자를 받으면 투자사의 의견에 휘둘릴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사주를 보유하신 여러분들의 지분 가치도 희석 될 테고요. 회사의 매출이 높아져 수익이 많아진다면 굳이 상장을 통해 투자 금을 모을 필요도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중동의 석유기업 아람코가 있죠.”
아람코.
매출 400조에 추정자산 2700조에 이르는 거대 석유 기업으로 베일에 가려진 회사였다. 반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도 그렇게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헐······.”
“정말 그렇게 까지 될까······.”
“대박······.”
승호의 커다란 포부에 몇몇 직원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승호가 차례대로 직원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이 있어야 할 겁니다. 앞으로 시내소프트는 ZONE 서비스로 모이는 데이터를 이용해 포트의 델타에 이상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아람코는 충분히 뛰어넘을 거라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연이어 흘러나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직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처음 투자를 거부한다고 했을 때 나왔던 부정적인 반응은 회사에 대한 비전 제시로 사라졌다. 지금까지 승호가 보여준 능력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직원들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그걸 왜 다 CTO 님이 말하시는 거지?”
“그러게 이런 회사 비전 제시나 방향성은 사장님이 하셔야 할 말 같은데······.”
“투자 제안도 원래 대표 이사에게 오는 거 아닌가?”
“이상하네. 이러면 꼭 CTO님이 사장님이 된 것 같잖아.”
직원들이 수군거림이 끝날 때 쯤 황호근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갔다. 승호를 한 번 보고 다시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댔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아······.”
“사장님.”
“설마.”
“오늘 모두를 이 자리에 모은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 부로 대표 이사 자리에서 내려오려 합니다.”
황호근이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회사는 여기 강승호 대표가 이끌어 가게 될 겁니다. 전 부 사장의 직함을 달고 여기 강 대표를 보조하는 역할로 하게 될 겁니다. 그간의 소회나 앞으로의 각오는 차차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황호근이 간략한 말을 끝으로 다시 단상에서 내려가 자리로 돌아갔다. 승호가 담담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 따라 사장님의 어깨가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중대 발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박신우는 커피를 한잔 뽑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중간 평가.
그 작업으로 매일 졸린 눈을 부비며 야근을 하는 중이었다.
“기술 개발 진척도 20%. 지원금 소모 40%. 인력 고용 20% 달성.”
국가 보조금이 들어간 회사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보조금만 소모한 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박신우가 입맛을 다시며 시내소프트에서 제출한 서류를 들었다.
“어디보자 시내 소프트. 기술 개발 진척도 70%. 지원금 소모 50%. 인력고용 50%. 매출 100% 신장······.”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성장률을 기록 중에 있었다. 다행히 시내 소프트는 유니콘이 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함께 야근을 하던 주무관이 박신우에게 다가왔다.
“사무관님. 투자자문사에서 기업가치 평가서 도착했습니다.”
보조금 지원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마다 진행하는 평가 중 하나였다.
“확인해 볼게요.”
“지금 바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내 소프트 기업 가치 평가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얼만데요?”
“4 천억으로 평가 된다고 합니다.”
“네? 400억이 아니라 4000억이요? 잘 못 보신 거 아닙니까?”
주무관이 딱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습니다.”
박신우가 급히 메일함을 확인했다.
투자자문사 에서 도착한 기업가치 평가 결과 보고서.
그 중 시내소프트 관련 내용을 클릭해서 들어가자.
-기업 가치 평가 종합 결과
-시내 소프트
-4000억 원.
개략적인 결과가 쓰여 있었다. 박신우의 시선이 그 밑에 쓰여 있는 총평을 훑었다.
-총평.
-세계 보안 시장의 규모는 207조원으로 시내 소프트의 ZONE 서비스는 선진 전자의 엔진 S에 선 탑재됨으로써 B2C 영업에 막강한 우군을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비낸스, 크라운 그룹 같은 해외 기업들에 대한 B2B 서비스 매출도 지속적으로 신장하고 있어 향후 기업 가치는 더 성장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면 4천억이라는 숫자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략.
투자자문사는 회사의 미래가치 까지 반영하여 비상장 기업의 가치 평가를 한다. 최기훈이 알아봤던 회계 법인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였다. 그때 박신우의 자리에 비치된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박신우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국장님.”
“네? 대통령 오찬이요?”
“아, 알겠습니다. 자료 준비해 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신우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내 소프트가 혁신 벤처인들과의 대화 자리에 초청 될 것 같다고 회사 관련 자료 좀 제출하라네요.
“시내 소프트가요?”
“요즘 경제 문제로 말이 많잖아요. 그래서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내 소프트가 거기에 선정되었다고.”
“아······.”
“관련 자료 준비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박신우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를 향했다.
모니터 오른쪽 위
실시간 검색어가 나오는 부분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어?
클릭하여 들어가자 시내소프트 관련 기사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선진전자 시내소프트 ZONE 서비스 전사적 도입 준비.
-선진 시내 소프트 인수. 물밑 의사 타진 중.
-ZONE 서비스 매출 전년 대비 100% 신장. 올해 500% 성장 목표.
-시내 소프트 올해 유니콘 예상.
“어!
자리로 돌아가려던 주무관이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날아가는 군요.”
박신우가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