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5)
탑 코더-85화(85/303)
# 85
선의의 경쟁
계약을 위해 선진전자 본사로 이동하는 내내 황호근의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하하, 아닙니다. 다 김 사장님 덕분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끊자마자 또 다시.
“하하, 네. 박 사장님. 감사합니다. 박 사장님도 잘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 네.”
계속해서 이어지는 축하 전화.
옆에서 보는 승호가 다 안 쓰러 울 정도였다. 그 에 반해 승호는 모르는 번호는 일절 받지 않았다. 황호근의 전화는 여전히 불이 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수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여유가 찾아왔다.
“휴우.”
전화를 마친 황호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런 전화 한통 안 받았다가는 바로 뒷말 나와. 우리가 선진 같은 기업이 아닌 이상 이런 인맥 관리는 필수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견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기업을 한다는 건 기술만으로 되지 않았다.
인사.
총무.
기획.
영업.
회계.
단순 분류만 해도 5가지를 넘었다. 승호는 생각만으로 살짝 골치가 아파졌다.
‘나랑은 안 맞아.’
그때.
지이잉.
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황호근이 아닌 승호의 폰. 발신자를 확인한 승호가 전화를 받았다.
“아··· 비서실장님.”
비서실장.
그 말에 함께 택시에 타고 있던 최기훈과 황호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비서실장? 그 비서실장을 말하는 건가?’
‘그, 그런 것 같은데요.’
‘비서실장이 왜?’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둘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전화를 받은 승호가 미소를 머금은 채 통화하고 있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아. 네. 그런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이거 섭섭한데요. 지난 번 편의를 봐준 일도 있는데. 우리 사이가 꼭 필요에 의한 겁니까?
“제 말은 꼭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섭섭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최기훈이 다시 눈짓했다.
‘섭섭? 둘이 엄청 친한 가 본데요?’
‘비서실장이랑 친하다고?’
‘아니 그러면 저런 단어를 쓸 수가 없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둘이 승호의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힘이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진 그룹사 전체에 도입하기로 했다면서요? 저도 뉴스에서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침 계약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하하, 대단합니다. 대단해. 이렇게 단 시간 내에 그런 성장을 이루시다니. 아! 말이 자꾸 다른 쪽으로 샜군요. 이렇게 연락을 드린 건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청와대에서 벤처 기업인 여러분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가 마련 될 겁니다. 거기에 와주실 수 있는지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요?”
-따로 총무 기획 쪽에서 연락이 갈 거지만 저희는 이미 인연도 있고 해서.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청와대 초청.
그 말에 승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때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승호가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청와대 비서실장이냐?”
“네. 그, 그게 맞습니다.”
“그 사람이 왜 너한테 전화를 걸어?”
“청와대 대통령 오찬에 벤처 기업인으로 초청 받았어요.”
최기훈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뭐, 청와대 오찬?”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운전을 하던 택시기사 백미러를 통해 눈을 힐끔 거리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
“하하, 대단한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 봅니다. 청와대라니.”
최기훈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대단하죠. 오늘도 선진 회장님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선진 전자 회장님이요?”
“네 그렇다니까요.”
“나이도 젊으신 것 같은데 사장님이 참 대단하시네요.
함께 있던 황호근 소심하게 중얼 거렸다.
“대표 이사는 난데······.”
최기훈이 그런 황호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정확히는 였는데 아닙니까.”
“쩝······.”
황호근은 입맛만 다실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남 한 복판에 세워진 30층 높이의 빌딩.
택시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택시에서 차례대로 황호근, 최기훈, 승호가 내렸다. 황호근이 빌딩을 보며 중얼거렸다.
“높다. 높아.”
함께 빌딩을 보던 최기훈이 물었다.
“그래도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선진 데이터 시스템 갔을 때는 겨우 5억짜리 외주 받으러 간 거였는데 지금은 300억 짜리 계약을 하러 왔잖아요. 만약 계약 잘 끝나면 이참에 그 돈으로 회사 빌딩 하나 사시죠.”
황호근이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야, 그건 대표이사님 의견부터 들어봐야지.”
황호근의 시선이 승호를 향했다. 승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도 사무실을 옮겨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강남으로.”
“오, 강남 좋다.”
압구정.
자신이 사놓은 우신 빌딩.
거기로 회사를 옮기고 1층부터 5층 까지 전부 다 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빌딩 입구로 들어섰다.
***
계약은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일체 외부인도 없이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러나 황호근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가총액 수 백조의 기업을 움직이는 선장 김희건.
그를 눈앞에서 마주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숨이 가팔라졌다. 황호근이 최기훈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쟤는 언제 부터 저렇게 담이 커졌데. 아주 거침이 없네.”
“죽다 살아났는데 무서울 게 있겠습니까.”
“아!”
그 한 마디에 바로 이해가 되었다. 황호근이 자신의 앞에도 한 부 놓여 있는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ZONE 서비스 사용 계약.
-년 비용 35,000,000,000.
단일 계약으로는 최고액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쓰여 있는 특약 조건.
-선진 전자 협력사 선정 시 ZONE 서비스 이용 필수.
-선진 협력사 ZONE 서비스 이용 시 협의에 의한 할인 율 적용-기타 관계사 마케팅 적극 지원.
변호사에게 계약 내용 검토는 끝마쳤다. 회사에 해가 될 만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음은 확인했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처음 법인 등기를 냈던 일.
사무실에 입주 했던 순간.
첫 직원 면접을 본 날.
그리고 검색 시스템을 처음으로 납품했던 날.
자신이 사장으로써 처음 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결과.
여기까지 올라왔다. 물론 자신의 힘만으로는 아니었지만.
“그러면 사인할까요?”
누군가 하는 말에 황호근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그런 황호근을 최기훈이 막았다. 최기훈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이제 대표 이사도.
대주주도 자신이 아니다.
“네.”
대답은 자신의 옆에서 들렸다.
강승호.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와 준 고마운 직원.
이제 그가 대표 이사이자 대주주였다.
스슥. 슥.
종이 위에서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선진과의 계약이 마무리 되었다.
***
같은 시각.
시내 소프트 본사는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시끄러웠다.
“네. ZONE 서비스 이용하겠다고요?”
“맞습니다. 보안 솔루션입니다.”
“네. 선진에 선 탑재된 앱 은 개인 사용자용으로 아주 기본적인 솔루션만 적용된 버전입니다. 기업용은 별도 구매 하셔야 합니다.”
“선진 그룹 전사 도입 결정 솔루션이 맞습니다.”
영업팀 직원들을 비롯해 홍보팀 전원이 전화기를 붙들어야 겨우 응대가 가능할 정도였다.
겨우 통화를 마친 영업팀 부장이 목을 꽉 쥐어 메고 있는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치며 말했다.
“선진 협력사들 이용문의가 엄청난데.”
옆에 있던 과장이 맞장구를 쳤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 정도면 엔진 S에 선 탑재 발표 났을 때 정도의 반응인데요.”
“그때 세 달 만에 매출 200억 찍었었나?”
“이 기세 이어가면 올해 매출 1000억을 기대해 봐도 되겠습니다.”
천억이라는 말에 영업팀 부장이 휘파람을 불렀다.
“휘우∼ 우리도 사람 더 뽑아달라고 해야겠어.”
“최소 5명은 붙여야 합니다. 사람이 너무 없어요. 개발 쪽은 계속 충원해주는 것 같던데.”
“오늘 도장 찍고 오시면 내가 바로 말씀 드릴 테니까. 걱정 마. 이 정도 규모 관리하려면 당연히 더 뽑아야지.”
“그리고 그 뉴스 보셨어요?”
“뭐?”
“유니콘.”
“유니콘?”
“세간에 저희가 유니콘 중 하나로 불립니다. 즉 시가총액 1조라는 말이죠.”
“그, 그래?”
영업팀 과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부장님 들어올 때 스톡옵션 얼마나 계약하셨어요?”
“나, 나는 스톡보다는 연봉 쪽으로 받고 들어온 거라 한 0.2% 되나.”
그러자 이번에는 영업팀 과장이 휘파람을 불렀다.
“휘우. 그 정도만 해도 20억?”
“커, 걱. 이, 이십억?”
“1조에 0.2% 니까요. 계산해보면 20억이잖아요.”
“서, 설마 그 정도까지 될까.”
“이번에 바뀐 대표이사님이 말씀 하셨잖아요. 아람코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부장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설마······.”
“부장님. 기술영업 하면서 이런 회사 보셨어요? 알아서 사용하겠다고 계속 연락이오는 그런 회사. 대표 이사가 더 게이트. 체크 포인트 같은 해킹 대회 나가서 우승하는 그런 회사.”
“어, 없지.”
“아람코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왠지 포트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과장의 말에 부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포트라면··· 그 포트?”
“시가 총액 950조. 부장님 지분이 만약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처, 천억이 넘잖아.”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다시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영업팀 과장이 전화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ZONE 서비스 이후 포트의 델타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그게 만들어지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으세요?”
부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선진 전자 양재 R&D 센터.
네트워크 장비의 나머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이 끝나고 승호가 찾은 곳이었다. 연구실로 들어선 승호가 멈칫거리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한 눈에 봐도 20명은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는 캠코더가 사이사이에 잔뜩 배치되어 있었다. 승호가 의아하게 서 있자. 지난번 만났던 수석 연구원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난 번 폴라코드 설명을 연구소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해줬더니 다들 만나고 싶다며 어찌나 성화를 부리는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사람이 좀 많아졌습니다.”
“그, 그러셨군요.”
“최소한 박사급 인력 이상만 이 자리에 참석하도록 했습니다.”
“아, 박사급 이상으로··· 그런데 저기 카메라는 왜.”
“박사 이하 연구진들을 비롯해서 수원 사업장에 있는 연구원들도 현재 이슈와 관련이 많아서 화상 통화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아······.”
“혹시 잊어버릴까 관련 내용을 녹화하려는 의미도 있고요.”
승호가 난감해 하며 입맛을 다셨다. 졸지에 박사급 인력들에게 지도를 하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수석 연구원이 그런 승호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폴라코드 개선 방안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수십억을 받기로 한 일.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 할 만 했다.
“혹시 그 동안 진척 된 내용이 있을까요?”
“말씀해 주신 몇 가지 방안에 대해서 팀 별로 연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어이 김 박사 나와서 설명 좀.”
그러자 뿔테 안경의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보드마커를 들고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신사업 연구팀 김경호입니다. 그때 말씀해주신 방안을 연구해 한 가지 수식을 만들어 냈고 통칭 ML-SSC라 이름 붙였습니다.”
김경호는 말을 하면서 화이트 보드에 수식을 적어나갔다.
“이 방식의 작동원리는······.”
수식을 다 적은 김경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승호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더 이상 설명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해당 수식을 사용한 논문이 제 머릿속에 있어서요.”
김경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이건 1+1 같은 사칙 연산같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수식이 아니었다. 세계정보처리 학회지에 실린 최신 논문에 나온 내용이었다.
즉 그 논문을 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승호의 말에 김경호는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수식은 범용성은 갖췄을지 몰라도 실제 사용하기에는 성능이 너무 떨어집니다. 테스트 해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그, 그렇습니다.”
“다른 내용 있습니까?”
이번에는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