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89)
탑 코더-89화(89/303)
# 89
독보적 기술
넥스터.
국내 포털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 한 해 매출이 다른 포털 전체를 합친 것 보다 많았다.
거의 독점 체제나 마찬가지.
미국의 포트 사도 국내에서는 넥스터에게 점유율에서 한참이나 아래에 있었다.
그곳의 수장 이정환.
벤처 업계에서는 신화적인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승호 옆에 착 붙어 있었다.
“ZONE 서비스의 위험 탐지 능력에 대한 직원들 칭찬이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부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기존의 것들을 대부분 사용했습니다. 거기서 업그레이드 시킨 게 하나 있고요.”
“역시. 그것도 물론 대표님이 개발 하신 거겠죠?”
“네.”
이정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옆에서 말을 걸자 다른 벤처인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나마 넥스터에 비견 된다고 할 수 있는 바나나톡 회장 정도가 말을 걸어올 뿐이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는 사이 청와대에서 파견된 직원이 들어와 말했다.
“이동 하실 시간입니다.”
그 말에 앉아 있던 수십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안재현이 쏜살같이 이정환에게 다가 왔다.
“하하, 반갑습니다. 대표님. 미라클 데이터 안재현 입니다. 저도 대표님처럼 선진에서 사내 벤처로 시작해 독립까지 했습니다.”
이정환이 힐끗 안재현을 보았다.
“아··· 그러셨습니까?”
“하하. 네. 저희 회사는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넥스터와 협력한다면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정환은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그저 건성으로 대충 고개였다. 그리고 승호가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아, 강 대표님. 같이 가시죠. 드릴 말이 좀 있어서.”
순간 승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정환을 한 번. 안재현을 한 번 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안재현이 으드득 이를 갈았다.
‘두고보자······.’
강승호.
그 이름 세 글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정환은 승호의 옆 자리에 탑승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왔다.
“선진과의 계약은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ZONE 서비스에 엄청난 데이터가 쌓일 텐데 그 많은 양에 대한 저장 계획은 세우셨습니까?”
“현재는 선진의 IDC에 서버를 두고 사용하고 있는데 규모가 더 커지면 직접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직접 만든다는 말씀은··· 혹시 서버 설계로 직접 하실 생각이십니까? 포토 북이나 포트처럼?”
“그건 차차 고도화 단계에서 생각입니다. 당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야 해서.”
“역시··· 하드웨어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선진에서 네트워크 장비 이슈를 해결해주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네··· 뭐······.”
이정환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역시······.”
승호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듯한 느낌.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정환 한 명 상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받아준 결과는 생각보다 정신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면 ZONE 서비스 다음 프로젝트는 역시나 인공지능이겠죠?”
“맞습니다.”
상대하기에 지친 승호의 말이 조금 짧아졌다.
“역시. 혹시 개발 계획은 잡으셨습니까? 저희 쪽에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있는데 협업할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 시피 저희 쪽에도 인공지능을 학습 시킬 수 있는 학습 데이터는 넘쳐나니까요.”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꼭 한번 찾아와 주십시오.”
지친 승호의 기색을 읽은 것일까. 이정환도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걸 지는 않았다. 승호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짝 눈을 감았다.
***
차는 거침없이 청와대 로 진입했다. 만찬장 입구에서 버스는 멈췄고, 내리자마자 경호원들의 안내에 따라 몸수색이 시작되었다. 꼼꼼한 수색이 끝나고 나서야 차례대로 경내에서 만찬 장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찬장은 깔끔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TV나 인터넷 뉴스에나 보던 장소.
실제로 보자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승호는 안내에 따라 이름이 쓰인 자리에 앉았다.
-시내 소프트 강승호.
그 팻말이 탁자위에 올라와 있었다.
‘청와대 까지 오다니······.’
와서 앉아 있으면서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두리번거리는 승호에게 박신우 사무관이 다가왔다.
“오늘 발표 준비는 잘되셨습니까?”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그것 때문에 지금 정신이 없습니다. 괜히 한다고 그런 건 아닌지.”
“하하, 아닙니다. 저희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고 계신 팀이 안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네. 대통령님도 잔뜩 기대를 하고 계신다고 하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신우의 요청에 의한 청와대에서의 발표.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참가 기업들 중 유일하게 유니콘 판정을 받고 있었기에 마련 된 자리였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통해 정부의 정책 효과를 널리 알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안재현은 그게 영 탐탁지 않았다.
‘저런 게 청와대에서 발표라니.’
자신이 보기에는 어딘가 띨 해 보이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들이 서비스 중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더 기술적으로 뛰어난데.
왜 이렇게 평가가 박 한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도 홍보만 잘 되면 바로 유니콘 이야.’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자리에 앉고 10분 정도 뒤.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사회자의 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번 사건 이후로 두 번째 만남.
승호가 긴장된 표정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이내 홍상훈 대통령이 밝은 미소와 함께 들어섰다. 홍상훈은 비서실장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넥스터.
바나나톡.
PASS.
여기요.
등등 참석한 기업 대표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었다.
쿵쾅.
쿵쾅.
대통령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승호의 심장 소리도 커져갔다. 마침내 대통령이 승호 앞에 섰다.
그 둘이 이전에 만난 건 기밀사항.
홍상훈은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승호는 꽉 잡은 손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시내 소프트 강승호씨. 반갑습니다. 홍상훈입니다.”
승호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내 소프트 강승호입니다.”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에서 유일하게 유니콘이 되셨다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운보다 실력인 것 같습니다만··· 하하.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혁신을 통해 기업을 잘 성장 시켜 주길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툭툭.
홍상훈이 승호의 어깨부근을 두어 번 두드렸다. 다른 이에게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승호는 그 접촉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수고 많았다.
-고생했다.
부모님이 없어 받지 못했던 인정.
그걸 대통령이 해줬다는 느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승호 차례가 지나가고 인사를 마친 홍상훈이 단상위에 서서 인사말을 시작했다.
행사는 식순대로 진행되었다.
대통령 인사말을 시작으로 간단한 식사.
그리고 정부의 민간 투자 및 정책 방향 설명 뒤가 승호 차례였다. 정부 정책의 성공 사례로 뽑힌 것이다.
“다음 순서는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로 탄생한 유니콘 1호 기업입니다. 시내 소프트의 강승호 대표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단상위로 올라갔다.
짝짝짝짝.
대통령이 먼저 박수를 치자 그 자리의 대부분이 손뼉을 마주쳤다. 승호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시내 소프트 강승호입니다.”
막상 마이크를 잡자 긴장 된 마음은 사라졌다. 이 공간이 마치 집처럼 편안해 졌다. 여러 극한 상황을 거치며 생겨난 변화였다.
“오늘 이런 자리에서 시내 소프트의 성과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난 1년간 시내 소프트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딸깍.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화면에 숫자가 하나 나타났다.
-20.
달랑 20이라는 숫자에 안재현이 코웃음을 쳤다.
“참네. 저걸 지금 발표라고 준비한 거야?”
그러나 너무 멀리 있어 승호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20억. 바로 시내 소프트의 재작년 매출액입니다.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치입니다. 실제로도 시내소프트는 부도위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딸깍.
다시 들고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20이라는 숫자가 300으로 바뀌었다.
“300억. 이건 작년 시내 소프트 매출입니다. 15배 성장. 정부 투자를 받고 연구개발에 임한 결과 바뀐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본 순간 안재현의 안색이 변했다. 뉴스를 통해 보긴 봤다. 배가 아파 현실 부정을 하며 믿지 않았다. 그 순간 숫자가 또 한 번 바뀌었다.
-1000.
순간 안재현이 마른 침을 삼켰다. 만찬장의 대부분이 스크린을 보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올해 예상 매출액입니다. 1000억. 작년 보다 3배가 넘는 매출이 예상 됩니다. 현재 서버를 확충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고객의 요청에 따라가지 못한 상황입니다.”
딸깍.
또 한 번 버튼을 누르자
-15
-300
-1000.
숫자가 동시에 나타났다.
“20배. 3배.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승호가 말을 마치고 다시 버튼을 눌렀다.
-1.
만찬장에 정적이 흘렀다.
단 하나의 숫자 1.
정적이 깨지며 누군가 홀린 듯 중얼 거렸다.
“설마 1이 그 1은 아니겠지.”
“설마······.”
“아닐 것 같은데··· 그건 너무 무모한 것 같은데.”
“현재 ZONE 서비스 사용이 아무리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그런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승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1조. 여러분이 하시는 예상 그게 맞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1조를 달성할 것인가. 그 비전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안재현은 이번에도 혀를 찼다.
“쯧쯧.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사업의 사(事)자도 모르는 것 들이 저런 무모한 짓을 벌이지.”
그 사이 넘어간 슬라이드에 영단어가 하나 나타났다.
-ZONE.
“기존의 ZONE 서비스로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려면 저희도 한계가 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ZONE를 고도화 시키고, 또 하나의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승호의 말이 끝나자 ZONE에서 ‘Z’자가 사라졌다.
-ONE.
“시내 소프트 차세대 인공지능 ONE. 앞으로 포트의 델타를 이기고 세계 최고, 최강의 인공지능이 될 아이의 이름입니다. ONE의 ZONE 서비스의 핵심이 되어 세계 최강의 보안 솔루션이자 자율 주행 자동차. 추천 서비스. 금융 거래. 게임. 헬스 케어 등에 적용될 것입니다.”
만찬장은 졸지에 시내소프트 사업 발표회가 되어 버렸다. 승호가 다시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지금 까지 개발된 ONE의 성과 동영상을 보시면서 오늘 발표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스크린에는 동영상이 하나 플레이 되었다. 포트의 델타가 최초 클리어한 게임은 벽돌 깨기.
그것과 동일한 영상이었다.
-콰앙.
-콰앙.
-삐리리리리
-게임이 종료 되었습니다.
-콰앙.
-콰앙.
-삐리리리리.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게임은 수십 초 진행하지도 못하고 플레이어가 죽어버렸다.
그렇게 지나가길 수차례.
어느 순간 플레이어는 죽지 않았고, 빠른 속도로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창기 버전의 델타가 벽돌 깨기 게임을 시작해 능숙한 플레이가 가능해진 시간이 120분.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ONE은 80분 만에 능숙하게 게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득점을 위한 창의적인 전략을 찾아내는데 포트의 델타가 걸린 시간은 240분.”
순간 4배속 이상으로 돌아가던 동영상이 서서히 느려졌다. 동영상 속의 플레이어가 처음과는 다른 패턴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포트의 델타처럼 화면 모서리 부분의 벽돌을 먼저 깨 부시고, 쇠공을 벽돌 위로 올려 고득점을 취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콰과과과광.
-콰과과과광.
쇠공이 벽의 반동을 이용해 한 번에 수십 개의 벽돌을 깨기 시작했다. 그때 마다 보너스 점수가 주어졌다.
“저희 ONE이 학습을 통해 해당 전략을 찾아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0분.”
동영상이 끝나고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그러자 다시 나타난 숫자 1.
“물론 포트의 델타는 더 발전해 있을 겁니다. 그러나 델타를 뛰어넘는 것이 결코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을 때 시내 소프트는 유니콘 그 너머에 있을 겁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걸로 승호의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만찬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아닌 고요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