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0)
탑 코더-90화(90/303)
# 90
독보적 기술
기술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저거···. 델타랑 거의 흡사하잖아.”
“시내 소프트는 보안 솔루션 회사로 알고 있는데.”
“ZONE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뭔가 만들기는 할 것 같았는데··· 그게 설마 인공지능이었을 줄이야.”
“지금 저 수준이면 앞으로 1, 2년 이내면 포트와의 격차를 없앨 수도 있겠어.
“1, 2년이 뭐야. 어쩌면 그 전이라도······.”
벤처인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홍상훈이 대기 하고 있던 비서실장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저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홍상훈의 나이는 60대.
스마트폰 사용도 익숙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지만 승호가 보인 발표 동영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포트의 델타에 버금가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그건 알겠어. 그러나 저건 이미 델타가 수년 전 지나왔던 길이지 않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그 정도에 불과하단 말이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분야입니다. 더구나 비용에 대한 ROI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누가 투자하려 하겠습니까.”
“그런데 저 친구는 해냈다.”
“그렇습니다. 확실히 능력하나는 출중한 친구 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줄 사항은 없나?”
“R&D 투자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에서부터 관련 규제 철폐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라면 관련 규제도 많을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롭게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에 넣고 추진하는 걸 추가하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홍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절대 규제 때문에 뭘 못하겠다. 이런 말 나오지 않게 잘 신경써줘. 저 친구 진짜 큰일 낼 것 같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귓속말이 끝날 때쯤 승호의 발표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앞으로 시내 소프트는 ONE 서비스를 통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발표를 하던 승호가 황호근의 조언을 상기했다.
-그런데 가서는 한 번 쯤 주최 측을 칭찬 하는 게 꼭 필요하다. 그게 정부 관료라면 더더욱.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모든 것이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받은 지원금. 멘토의 조언. 기술 협력. 그런 것들이 쌓여 오늘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저 멀리 보이는 박신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앉아있는 다른 정부 관료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확실히 이 한 마디가 효과가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사항 몇 가지 받겠습니다.”
승호의 말에 몇몇 벤처인들이 빠른 속도로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해주세요.”
마이크를 잡은 이정환이 칭찬으로 첫 마디를 시작했다.
“우선 정말 놀랍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정환의 금칠에 승호가 민망한 웃음을 보였다.
“하하, 네.”
“질문은 ONE에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 입니다. 저희도 해당 분야를 연구 중 이긴 한데 심층신경망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무리가 많아 보여서요.”
“그래서 약간의 변형이 필요합니다. 포트가 델타에 해당 알고리즘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ONE만의 방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하하,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들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으니 이쯤에서 마이크를 넘겨야겠군요.”
이정환의 너스레에 만찬장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PASS의 권오민입니다. 먼저 ONE이 얼마나 발전 하게 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질문은 ONE을 훈련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지. 그게 궁금합니다.”
“학습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사실입니다. 인간의 두뇌처럼 공부를 많이 할수록 똑똑해지니까요. 그렇다고 페타급을 넘어 엑사 급까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승호가 잠시 앞에 놓인 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인간처럼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지식을 통합. 통찰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델타의 인공지능이 바둑 대결에서 기존에 없던 수를 두었던 것 처럼요.”
통찰.
그게 생긴다면 인공지능은 실제 인간처럼 사고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인류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일.
“물론 그 길은 길고 험할 것입니다. 쉽지 않을 것이고, 실패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그러자 안재현이 손을 들었다. 승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지난번 다과회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분명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할 것 같았다. 지난번에는 그의 말을 막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질문자를 선택하는 위치.
승호가 눈을 마주치며 씩 웃어보였다.
‘굳이 그런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겠지.’
승호가 눈으로는 안재현을 보며 다른 질문자를 지목했다.
“네. 말씀해보세요.”
“배달민족의 라윤건입니다. 먼저 시연 잘 봤습니다.”
배달민족 대표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안재현의 표정이 사납게 변해갔다.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의 디지털 소통담당관 신지연은 현장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그 기록을 참고해 추후 언론사 배포 및 SNS 소통 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시내 소프트 강승호. 인공지능 서비스 ONE 발표. 정부의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지연은 발표 내용과 오고간 질문 답변들 중 요점이 될 만한 것들을 위주로 추려내 적어나갔다. 잘 모르는 분야였기에 단어의 의미를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필요한 데이터는 페타급. 무한정 필요하지는 않았다. 최종적으로 통찰까지가 목표. 그렇게 되면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해짐.”
질답 시간은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용을 정리하느라 키보드를 너무 두드린 탓인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려왔다.
“휴우.”
기지개를 켜자 으드득 거리며 손마디가 비명 음을 내질렀다.
그렇게 쉬길 10여초.
신지연은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발표 끝. 다과회 시작.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겨우 한 숨을 돌리려는 찰나.
모니터에 인공기와 함께 이상한 글귀가 나타났다.
-위대한 김정만 수령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
갑자기 나타난 글귀에 신지연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달깍.
마우스를 눌러보았지만 컴퓨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닥. 타다닥.
다시 거칠게 키보드를 눌렀지만 화면은 여전했다.
“뭐야 도대체 이게.”
신지연이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
예정된 식순이 모두 끝나고 다과회 시간.
만찬장의 화제는 단연 승호였다. 이정환은 이곳이 청와대라는 사실도 잊고 승호 옆에 붙어서 못다 한 질문을 쏟아냈다.
“벌써 개발을 진행하고 계신 거였습니까?”
“조금씩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ZONE 서비스에도 관련 기술이 적용되고 있었고요.”
“어쩐지 배드 패킷 필터가 너무 시멘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내부 돌아가는 구조를 러프하게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알고리즘 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스템 구성 정도라도······.”
이정환이 적극적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하자 승호가 난색을 표했다.
“여기서는 좀.”
여기는 청와대 만찬장.
절제된 가운데 저마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기술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러면 만찬 끝나고 꼭 한번 자리 마련해 주시는 겁니다.”
“시간 내 보도록 해 보겠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서던 이정환이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말이야. 이해가 되게 말해봐.”
“대량 공격 패킷이 들어오고 있다고?”
“뭐? 이미 털린 서비스도 있어?”
“알았어. 일단 모니터링 계속해서 관련 내용 공유해주고. 만찬 끝나면 나도 바로 복귀 할 테니까. 현황 파악 확실히 해놔.”
이정환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이정환이 다시 승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승호씨. 아, 아닙니다.
말을 하려던 이정환이 멈칫 거리며 다시 돌아섰다.
이정환이 자리를 비키자 기다리고 있던 다른 기업인들도 저마다 다가와 한 마디씩 던졌다. 그 들에게는 한 마디였지만 승호에게는 수십 마디.
‘앞으로 이런 곳은 황 사장님을 대신 보내야겠어.’
청와대라는 말에 참석하긴 했지만 영 취미에 맞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컴퓨터를 상대 하는 것 보다 몇 배는 피곤한 느낌이었다. 어깨를 주무르며 잠시 음료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10통.
그 사이 부재 중 전화가 엄청나게 와 있었다. 혹시나 만찬에 방해가 될까 싶어 무음으로 해놓은 탓에 받지 못했다. 확인해 보니 국정원 사이버 보안 담당관 그리고 KISA 이정훈의 이름이 번갈아 가며 찍혀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한 거야······.”
뭔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고개를 갸웃 거리며 핸드폰을 보던 승호가 만찬장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에 고개를 들었다.
‘어?’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였다.
원전 사고 당시 만났던 국정원 담당관.
나라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남자가 만찬장에 나타났다. 국정원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날 리 없었다. 담당관은 다른 직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만찬장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니, 다 허락 받고 들어온 겁니다. 지금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대통령님이 계신 자리입니다. 정숙하세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잖아요.”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한 담당관이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대화를 나누다 핸드폰을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
그제야 길이 열리고 담당관이 두리번거리다 승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승호에게 걸어왔다.
“오랜만입니다.”
그가 나타났다는 건 그리 반길만한 일은 아니라는 뜻. 승호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네. 오랜만입니다.”
“혹시 바쁘시지 않다면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보시다 사피 만찬 중이라.”
“대통령님께서 이미 양해를 해주셨습니다.’
“네?”
이번에는 비서실장이 천천히 승호에게 다가왔다.
“만찬이 벌어지는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혹시 한 손 보태 줄 수 있을까요? 여기 담당관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머뭇거리던 승호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처럼 위험한 일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하하, 그런 일은 아니니 염려 마세요.”
“그러면 뭐······.”
그러자 담당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내 승호를 데리고 조용히 만찬장을 빠져나와 미로 같은 길을 지나 한쪽 방에 도착했다. 이미 그곳에는 여러 컴퓨터 들이 세팅 되어 있었고, 이미 얼굴을 아는 요원도 처음 보는 직원도 앉아 있었다.
“지금 청와대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주요 정부 기관, 각종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디도스 공격을 시작으로 웹사이트 변조. 신상정보 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징 중의 하나가 웹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담당관이 모니터를 돌려 승호에게 보여주었다.
-위대한 김정만 수령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
담당관이 씁쓸히 중얼 거렸다.
“이걸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