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1)
탑 코더-91화(91/303)
# 91
독보적 기술
승호가 황당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았다.
“이게 무슨······.”
“북한 해커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남한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수시로 남한의 주요 공공 망에 침입 하곤 합니다. 오늘은 그 정체를 밝히기로 한 것 같고.”
“최근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닌가요?
“화전양면전술.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전술입니다.”
담당관이 주먹을 꽉 쥐며 말을 이었다.
“사실 이걸 막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서버를 내리고, 해당 악성코드를 제거 하고, 관련 패킷을 차단하면 되니까요. 대표님을 직접 부른 건 역 해킹이 가능 한지 문의 드리기 위해섭니다.”
역해킹.
해킹을 시도하는 공격자를 역으로 해킹하는 방법이었다. 공격을 하는 것보다 수배는 어려운 일이었다.
승호가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위대한 김정만 수령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
북한 해커라니.
간혹 정부에서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를 보긴 했었다. 그걸 실제로 보게 되자.
뭐랄까.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승호가 생각에 잠겨 있자 오해한 담당관이 급히 입을 열었다.
“이건 절대 위험하지 않습니다. 북한 요원들이 이곳에 와서 협박할 일도, 폭탄이 터질 일도 없을 테니까요.”
“보수는 지난번과 같겠죠?”
“그건 나라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최고액을 지급해드리는 거라 그 이상은 힘듭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지나고 나면 좀 더 적극적으로 ZONE 서비스가 정부 운용 서버들에 도입이 될 수 있도록 건의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역 해킹은 불법이라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담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건에 한해서 면죄부를 드리려 합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요?”
“정부에서 책임질 겁니다.”
승호가 턱을 쓰다듬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이하 ISP)를 비롯해서 다른 나라 서버를 해킹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담당관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암암리에 그런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 시는 지 모르겠지만 매달 통신사에서 들어오는 해킹 사례 건수가 꽤 됩니다. 그것도 모두 외국 IP로.”
승호가 손가락을 탁자를 두드렸다.
따닥.
따닥.
따닥 거리는 소리가 요원들의 키보드 소리에 맞물려 방안을 울렸다.
‘어쩌면 내 실력을 검증해 볼 기회 이긴 해.’
지금껏 불법적으로 일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선진에서도 미국에서도 타깃 컴퓨터에 직접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ISP나 기타 업체에 피해를 준 일은 없다. 그건 평소에도 마찬가지.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보안이 궁금하기도 하고.’
생각이 거듭될수록 굳어져 있던 표정이 밝아졌다. 그 표정을 확인한 담당관의 안색도 마찬가지로 밝아졌다.
“미국의 프리즘 프로젝트는 테러를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인 들의 이메일, 검색 정보. 인터넷 전화 등을 해킹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이에 비해 저희가 하는 건 해킹 수준에도 끼지 못합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입을 열었다.
“정부가 책임진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장되는 겁니까?”
“책임을 묻지 않겠다. 문제 발생 시 국가에서 무조건 책임진다는 문서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승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ZONE 서비스 도입 적극 검토 약속하신 겁니다.”
“물론입니다. 야, 컴퓨터 다시 세팅해 드려.”
담당관의 말에 승호의 컴퓨터가 바뀌었다. 흑칠이 된 컴퓨터는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램 64GB. CPU는 제논 서버 급 노트북입니다. 필요하신 대부분의 툴이 설치되어 있고, 컴퓨터 자체에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 침입 신호가 들어오면 자동 파괴기능 까지 장착되어 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기능들이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앉은 승호는 가장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 서버에 접속했다. 피해가 너무 광범위 했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곳에 접속한 것이다.
“어디 보자.”
키보드 위에 손을 얹은 승호가 빠르게 손을 놀렸다.
[email protected]$ps -ef미눅스 서버에서 돌고 있는 프로세스를 확인하는 명령어로 해당 명령어를 사용하면 어떤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운용 되고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승호는 그 중 TTY라는 열에 있는 내용에 집중했다.
“PTS··· PTS······.”
TTY 항목에 PTS라 적혀 있는 프로세스를 찾았다. 왜냐하면 해당 항목은 원격접속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킹이 원격접속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가장 먼저 확인해 봐야할 작업이었다. 작업을 하고 있는 승호의 등 뒤로 담당관이 다가왔다.
“저희 요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lunzen이라는 계정을 이용해 원격 접속해왔습니다. 해당 계정은 웹 서버 배포 전용 계정으로 이때 특정 스크립트가 삽입되어 화면이 변경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로그 상에 특별한 기록은 없었나요?”
“시스템 로그를 확인해 보시면 해당 사용자로 접속해 웹 서버를 재배포 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때 스크립트에 변조를 일으켜 해당 화면을 노출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어디선가 계정 정보가 유출 됐다는 뜻이군요.”
“네. 그래서 공공기관 전 부서를 대상으로 악성코드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특이사항은요?”
“확인된 IP로 역추적을 해봤지만 러시아 쪽 ISP에서 막혔습니다. 이놈들··· 잡아서 개 박살을 내버려야 하는데.”
담당관이 거친 콧김을 내뿜었다. 분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쪽이 꽤 튼튼하긴 하죠.”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담당관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가능할까요?”
승호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불가능해도 가능하게 만들 어 야죠. 그게 절 부르신 이유 아닙니까?”
***
러시아 모스크바 로크모빌.
러시아의 대표적인 통신 제공 업체로 점유율 40%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었다. 그곳에서 IP 정보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는 발렌틴은 습관적으로 모니터링 페이지의 새로 고침 버튼을 클릭했다.
“으윽, 피곤하다. 어제 보드카를 너무 마셨나.”
어제도 친구들과 함께 보드카 한 병을 비웠다. 로크모빌은 러시아의 소위 대기업.
축하해 준다는 명목으로 매일 같이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후루룩.
달콤 쌉쌀한 아메리카노가 쓰린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역시 숙취에는 커피지.”
옆 자리의 동료가 발렌틴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제도?”
“매일 매일이야.”
“너도 대단하다. 나도 잘 먹는 편이지만. 너한테는 못 당하겠어.”
“후후, 술은 정신력으로 마시는 거야. 그러면 나처럼 될 수 있다.”
소소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모니터링 페이지의 CPU 수치가 순간적으로 10%가 올라가며 붉은 알람창이 화면에 나타났다.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발렌틴이 중얼 거렸다.
“뭐야, 지금은 배치 작업 도는 시간도 아닌데 이게 왜 이러지.”
“튜닝 안 된 쿼리 실행시켰나 보지. 지금 차세대 시스템 준비 중이잖아.”
“그런가······.”
의아한 시선으로 모니터를 보던 발렌틴은 서서히 CPU 사용 율이 줄어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봐봐. 다시 줄어 들잖아.”
동료의 말에 발렌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
중국 공안 내 특수사이버전대.
비밀스런 조직으로 주변국을 비롯해, 유럽, 미주 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각종 정보들을 무작위로 수집하는 곳이었다.
국방.
과학.
기술.
환경.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일단 수집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때? 반응이 좀 있어?”
“그게 선진 쪽 벽이 너무 공고합니다. ZONE서비스 그게 저희 쪽 접속을 계속 밴 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안으로 걔네들이 개발하고 있는 5G 장비 기술을 빼내서 화이 쪽으로 넘겨야 돼. 그래야 미국 제재가 있다고 해도. 화이 장비를 쓰지.”
“알겠습니다.”
사이버전대의 대장 우추관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부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여전히 김정만 위원장 만세 문구 나오도록 해놨습니다. 국정원 놈들 그거 확인하는데 정신없을 겁니다.”
“선진 쪽 기술 빼내기 전 까지 딴 생각 못하게 확실히 붙잡아둬. 개인정보, 국가 기밀문서 가리지 말고 빼내 버려.”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우추관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전면에 설치된 200인치 크기의 모니터에는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형형색색의 선들이 중국에서 세계 각 지역으로 이어져있었다. 턱을 괸 우추관이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감히 중국에 대적하려는 오랑캐 놈들은 철저히 짓밟아 주는 게 도리지.”
흐뭇한 시선으로 모니터를 주시했다. 녹색선의 의미는 정상적으로 정보를 가져오고 있다는 뜻.
빨간색은 연결이 끊겼다는 뜻이었다.
모니터의 대부분이 녹색선.
많은 양의 데이터가 특수사이버전대로 전송되고 있는 중이었다. 우추관은 마우스를 움직여 한국 지역을 더 상세히 살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어져 있던 굵은 녹색선이 얇은 선 수십 개로 갈라졌다.
“청와대, 세종시, 서울시청··· 전부 이상 없군.”
자신의 계획이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모습에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걸렸다. 그런 우추관에게 부하 직원이 황급히 뛰어왔다.
“우 소장님. 러시아 로크모빌에 설치해둔 백도어가 파괴되었습니다.”
“뭐?”
“만약 이대로 한국 쪽 공격을 지속한다면 역추적을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추관이 잔뜩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선진 쪽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거의 다 왔습니다. 30분 정도만 더 시간을 주시면 5G 장비 쪽 기술 문건에 접속 할 수 있습니다.”
우추관이 다시 부하직원을 보았다.
“어때? 30분 벌어줄 수 있나?”
“해보기야 하겠지만··· 당장 파괴된 백 도어를 복구 할 수는 없고, 프록시 서버를 돌려야 하는데······.”
우추관이 책상을 탕 내리쳤다.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보고해!”
“하, 한번 해보겠습니다.”
부하직원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모니터를 보던 우추관이 다시 부하를 불렀다.
“뭐야, 저기 왜 저래.”
우추관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
중국에서 한국의 청와대로 이어져 있던 얇은 녹색선이 하나 사라졌다.
“어, 연결이 끊겼네.”
스크린을 보고 있던 우추관의 동공이 서서히 확장되었다.
“어··· 어. 어? 뭐야.”
픽.
픽.
픽.
그게 시작이었다. 한국과 연결된 녹색 선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당황한 직원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연결되어 있던 한국 쪽으로 연결 된 모든 선들이 사라져 버렸다. 한창 선진 쪽에 작업을 진행하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 소장님······.”
당황한 우추관이 부하 직원을 보았다. 부하직원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여기 좀 보셔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면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익숙한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위대한 김정만 수령 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
“이게 도대체······.”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