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2)
탑 코더-92화(92/303)
# 92
독보적 기술
승호가 미간을 좁히며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아까 부터 거슬리는 신호가 있단 말이야.’
한층 더 인상을 쓰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모습에 담당관이 슬며시 물었다.
“중국 놈들이 확실한가요? 북한이 아니라.’
“그건 확실합니다. 아마 그 놈들 지금쯤 한 바탕 난리가 났을 겁니다.”
“정확히 중국 어딘지도 알 수 있을까요?”
“서버에 남아 있는 기록이 다 의미 없는 명사로 되어 있어서.”
“뭐든 불러만 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찾아보겠습니다.”
“천궁. 복희. 신농? 뭐 이런 이름으로 호스트네임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호스트네임.
네트워트에 연결된 장치들에 붙는 고유 명사로 대부분 서버 명을 특정할때 사용되는 이름이었다. 이름을 들은 담당관이 황급히 자리에 앉아 국정원 소유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국정원에서 수집한 정보들이 키워드 별로 저장되어 있었다. 담당관이 매섭게 모니터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복희는 중국 고대 설화에 나오는 이름인데··· 천궁을 내가 어디에서 봤더라.”
-검색 중입니다.
-검색 중입니다.
-검색 중입니다.
그렇게 수십 여 초가 지나고 나서야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중국 공안?”
해당 서버를 헤집고 있던 승호가 귀를 쫑긋 세웠다.
“중국 공안이요?”
“그 쪽에서 주로 사용하는 서버 명들입니다.”
“어쩐지 그래서 중국어로 된 문서가 많았던 건가······.”
“혹시 문서를 이쪽으로 전송가능 한 가요?”
“최대한 조심 하겠지만 만약 발각 되면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담당관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금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 놈들이 작금의 짓을 벌이는 거라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무엇이 나라를 위한 길인가. 상황을 듣고 있던 부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어차피 중국 쪽이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 다 털어버려야 합니다.
그러자 온건한 성향의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
“중국 발 사드 규제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사드 규제 때 보다 더 큰 후폭풍이 몰아 칠 수 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직원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국장님이 적들은 개 박살 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뭘 망설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심사숙고한 담당관이 겨우 입을 열었다.
“국장님이 말씀하신 적은 북한을 가정에 두고 한 말씀이야. 중국은 아니었어.”
강경파인 직원이 목청을 높였다.
“북한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에 침입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담당관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뒷목을 주물럭거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의 순간 승호가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뗐다.
“그러면 더 이상 작업하면 안 되겠네요. 아예 그 쪽 서버들에 작업을 좀 해놓으려고 했는데. 일종의 백도어? 필요하면 접속해서 열람할 수 있게.”
“그, 그것도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누가 공격했는지 알아냈는데 그 정도도 못하면 제가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죠. 어떻게 할까요?”
담당관이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렇게 또 다시 수십 여초가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하, 하겠습니다.”
승호가 손바닥을 부비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시는 공격할 엄두도 못 내도록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사라졌다?’
아까부터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던 0과1의 흐름이 사라져 있었다.
‘어디서 오류가 났던 건가···. 하긴 나라고 윈더 시스템 전부를 이해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승호는 과민 반응 치부하며 해킹에 열중했다.
중국.
그 놈들에게 오늘 아주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
NSA 즉 국가 안보국.
미 국방부 소속으로 석사급 이상의 학력을 가진 4만 여명의 요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정보수집 대상국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세게 최대의 수학자 채용기관이기도 하며 또 한 슈퍼컴퓨터를 보유 하고 있는 곳이자.
프리즘 프로젝트로 유명한 곳.
그곳의 내부에서도 최 정예들이 모여 만든 통칭 스캇팀이 존재했다. 그 팀에서 아시아 지역 담당인 제임스가 묘한 미소를 그리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오호··· 이걸 알아 차렸다?”
“뭐야, 제임스. 뭐 재밌는 일 있어?”
“프리즘 프로젝트가 유출되고 새롭게 유포한 사우론의 눈 말이야.”
“그게 왜?”
“누가 그걸 알아차리고 프로세스에 접근 하려 하더라.”
“사우론에 접근하려 한다. 정말이야?”
“다행히 재빨리 반응해서 자동 삭제 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차피 알아 차렸다고 해도 내부 열어보려고 하면 자동 파괴 됐겠지.”
“그렇긴 해.”
“포트 쪽 인물?”
제임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한국. 국정원 쪽에 나간 노트북에 심어져 있는 놈.”
동료가 박수를 치며 흥분했다.
“오우! 코리아? 거기에 그 정도의 실력자가 나타났단 말이야?”
“나도 믿기지가 않아.”
“국정원 놈들도 꽤 실력을 키웠다는 뜻인가.”
“옛날과 같지는 않겠지.”
“그게 전부? 이제야 겨우 사우론의 존재를 눈치 챌 정도로 컸다는 건가.”
제임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성장한 것 같아. 중국 쪽에서 한국 선진 쪽 5G 관련 기술 문건을 탐내고 있는 모양인데 그걸 위해서 잠깐 시선을 돌리기 위해 정부 쪽 시스템에 공격을 시도 중이고.”
“그래서?”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제대로 마음을 먹었는지 러시아, 유럽, 일본을 가라지 않고 ISP를 털어서 중국 놈들 짓인걸 알아낸 거야.”
제임스의 동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가능해?”
“더 재밌는 사실은 중국 공안 쪽을 털어서 거기에 제대로 한 방 먹였다는 사실.”
제임스는 작은 모니터 안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파악하고 있었다. 동료는 아무렇지 않게 중얼 거렸다.
“그 정도면 앞으로 부딪칠 일이 많겠어.”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 쪽은 조금 더 조심해야 할 거야. 괜히 걸려서 좋을 건 없으니까.”
***
중국 공안 특수사이버전대.
요원들이 머물고 있는 사무실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소란스러웠다.
“누구야. 누가 이딴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우추관의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란 요원들이 급히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주시했다.
“빨리. 빨리 알아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
우추관은 한참을 소리 지르고 나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스크린에 나타난 문구는 어느새 사라지고 정상적인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떤 놈들이지. 러시아? 일본? 그것 아니면··· 미국······.’
감히 자신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할 대상을 떠올려 보았다. 의심이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고민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비보가 날아들었다.
“선진 쪽 연결··· 끊어 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우추관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오늘의 작업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관련 시스템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조금씩 악성코드를 전파해 왔다. 그렇게 해서 무력화 시킨 각종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부터 관공서 시스템.
모두 선진의 5G 관련 기술 문건을 빼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그게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화도 나지 않았다.
“우리가 얻어낸 건?”
우추관의 질문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 사무실.
그런 정적을 깬 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 1번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서버 침입 발생.
– 2번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서버 침입 발생.
– 3번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서버 침입 발생.
갑작스레 들리는 기계음에 우추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NAS 면 파일 관리 서버잖아.”
사무실이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다. 근무하고 있던 요원들이 사색이 되어 바삐 움직였다.
“공안에서 수행했던 작전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 당장 서버 내려!”
우추관의 지시에 대원들이 급히 서버 종료 명령어를 날렸다.
-shutdown now
그러나 돌아온 응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permisson deined
“권한이 없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명령어를 날렸다.
이번에도 권한이 없다며 명령어 수행을 거부당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작전 계획 문서들이 끊임없이 빠져 나갔다. 화가 끝까지 치솟아 오르면 오히려 화가 나지 않는다. 우추관의 상태가 딱 그랬다.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는 느낌.
우추관의 입에서 낮으면서 위협적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텐허-A 사용 승인 요청해.”
텐허-A.
공안에서 운용중인 슈퍼컴퓨터 중 하나였다.
***
청와대.
승호가 기지개를 펴며 뒷목을 주물렀다.
‘이 자식들 엄청난 놈들이었잖아.’
놈들의 NAS 서버에 데이터베이스까지 해킹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유출해왔다.
그러자
-NASA Project Mercury
-Sujin DDR2 Architecture
-Sony Next-generation camera design -북한 인민 탈북 방지 협력 계획.
거기에는 공안 관련 문서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안에서 세계 각국 기업 과 기관들로부터 빼돌린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뒷목을 주물럭거리며 파일을 살피던 승호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이건 선진 빅스 프로젝트?’
클릭해 내용을 보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이 컴퓨터는 국정원에서 제공해준 컴퓨터.
자신이 파일을 클릭했다는 사실도 전부 전송될게 뻔했다. 승호는 억지로 호기심을 누른 채 담당관을 불렀다.
“담당관님 거의 마무리 됐습니다. 더 이상 작업했다가는 뒤탈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순간.
담당관의 핸드폰이 불길한 진동음을 토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관의 표정이 시시각각 굳어져 갔다.
“네.”
“사실이라면 증거 가져와 보라고 하세요.”
“오히려 우리 쪽에서 항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오늘 있었던 사건 중국 쪽 짓이 확실합니다.”
담당관이 목청을 높였다. 사무실 안에 있던 요원들이 귀를 세우며 집중했다.
“아마 그냥 찔러보는 걸 겁니다. 거기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담당관이 승호에게 다가왔다.
“비밀회선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 공안 쪽에 문제가 생겼는데 정식으로 항의 하겠다며.”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우리 쪽 흔적은 일절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증거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아마 한 번 떠 보는 것 같은데······.”
담당관이 입을 오물거리며 승호를 보았다. 뭔가 묻고 싶은 눈치였다.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때.
앉아 있던 국정원 요원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다, 담당관님. 국정원 대내 정보 데이터베이스 쪽에 누군가 침입하고 있습니다.”
“뭐?”
“가장 바깥쪽에서 운영 중인 쉐도우 서버 비밀 번호가 털린 것 같습니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악성코드는 클린 X로 매일 검사 하고 있잖아.”
“이 자식들··· 브루트 포스로 접근하는 것 같은데요.”
브루트 포스.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조합 가능한 모든 문자열을 하나씩 대입해 보는 해킹 기법 중 하나였다. 슈퍼컴퓨터 급은 동원이 되야 가능한 방법이었다.
“계정 잠금 설정 되어 있을 거 아냐?”
“그··· 그게 안 된 서버들이 몇 개 있어서 그곳들에서부터 차근차근 뚫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요원의 대답에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