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3)
탑 코더-93화(93/303)
# 93
독보적 기술
선진 전자 보안관제 센터.
SA 김태경 대리는 의자에 편안히 몸을 기댄 채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긴급 상황 이라고 해서 왔더니··· ZONE 서비스가 알아서 다 해주고 있잖아.”
ZONE 서비스.
시내 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보안 솔루션으로 방화벽에 설치해 두면 IN-OUT 바운드 패킷을 분석해 침입자의 패킷을 자동 차단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게 선진 전자로 들어오는 공격 패킷을 잡아내 필터링을 해주고 있었다.
끼기긱.
끼기긱.
육중한 몸의 김태경이 움직일 때 마다 의자가 비명을 흘렸다. 그 소리가 불길하게 느껴질 때 쯤 옆 자리에서 함께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직원이 조용히 중얼 거렸다.
“어, 이상 하네······.”
“뭐가?”
“선진 전자 양재 R&D 센터 노트북에 누가 원격 접속을 열어 놓은 모양인데요.”
“으, 응?”
“그쪽 컴퓨터에 누가 계속 접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틀려서 실패하는 모양이에요. 특이한 건 비밀번호를 대입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김태경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누가 또 에그 연결해서 무선 와이파이 잡아 놨나 보네. 거기로 공격 패킷이 들어온 거고.”
“그런 것 같습니다.”
“전화해서 당장 끄라고 해.”
직원이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순간.
선진 전자 보안관제 모니터링 페이지에서 로그를 살피던 부하직원이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어, 어, 어?”
“왜. 또 무슨 일인데.”
“이거 로그 차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이 자식들 작정 하고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하드용량 얼마나 남았는데?”
“벌써 50% 넘었습니다. 1초에 거의 100만번 이상 요청하고 있어요.”
“이, 이런 미친 새끼들이.”
“이 속도면 곧 보안관제 서버 하드가 풀 나서 서버 죽을 것 같습니다.”
부하직원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그러면 일단 그쪽에서 돌고 있는 로그 수집 클라이언트를 죽여.”
“아, 알겠습니다.”
부하직원이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 김태경도 모니터링 페이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접속이 거부 되었습니다.
-관리자에게 문의 바랍니다.(문의번호 070-xxxx-xxxx)
“···응?”
ZONE 서비스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 거리던 김태경이 다시 접속을 시도했다.
-관리자에게 문의 바랍니다.(문의번호 070-xxxx-xxxx)같은 안내 화면이 나타났다.
“뭐야 이거······.”
갑작스런 상황에 김태경의 얼굴에 짜증이 솟아 올랐다.
***
선진데이터시스템 IDC.
그곳에서 시내 소프트 서버들을 관리하고 있는 시스템 관리자 김동석이 다리를 떨며 초조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했다.
df -h
명령어를 칠 때 마다 차오르는 하드 용량 때문이었다.
Use%
40.
Use%
41.
Use%
42.
엄청난 양의 로그가 선진 전자를 비롯해 ZONE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정부 기관에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 정도양이면 DDoS 공격보다 많은 양.
그러나 공격의 형태가 DDoS는 아니었다.
단순한 접속 시도 실패.
비밀번호가 틀려 접속 시도는 실패했고, 그 로그가 고스란히 ZONE 서비스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두면 빠르게 하드가 차올라 서버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삭제를 하던지 필터를 걸어 특정 내용을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필터 기능이 개발 되지 않았다. 로그가 전송되어 오는 수집 기를 중지시키는 방법 밖에 없었다.
즉 로그 파일을 일일이 지워야 하나는 소리.
김동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조용할 날이 없구나.”
자신이 이곳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하기 시작한 이 후로 하루도 편안하게 근무한 날이 없었다. 오늘 같은 대규모 공격은 아니어도, ZONE 서비스를 통해 수시로 공격 징후가 포착 되었고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긴장한 채 일을 해야 했다.
“월급이 많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작 그만뒀다.”
이런 강한 업무 강도에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다른 IT 업체에서는 받을 수 없는 연봉.
“쩝······.”
김동석이 입맛을 다시 서버들의 상태를 살폈다. 모니터링 페이지를 열어 ZONE 서비스에서 운용하고 있는 서버들의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에 접속했다.
“어, 이 쪽 서버는 본사전용 서버들인데······.”
본사에서 사용 중인 사내 컴퓨터들에 설치해둔 ZONE 클라이언트에서 무지막지한 양의 로그를 보내는 중이었다.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
김동석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업무에 집중했다.
***
드르륵.
드르륵.
연신 스마트 폰이 진동음을 토했다. 상황을 살피던 담당관이 승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대표님. 전화 왔습니다.”
작업에 열중하던 승호가 그제야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최기훈 이사님.
받아야할 전화였다.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승호야. 지금 큰일 났다.
“큰일이요?”
-본사 쪽으로 누가 해킹을 시도한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 사무실 컴퓨터 한 대가 털렸어.
“본사 컴퓨터에는 전부 ZONE 클라이언트가 설치되어 있잖아요. 그렇게 쉽게 털릴 리가 없는데······.”
-직원 한 명이 집에서도 일하려고 원격접속을 켜놓은 모양이야. 거기에 무단 접근한 흔적이 발견됐다.
“······.”
-그 컴퓨터를 통해서 ZONE 서비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서 관리자 계정 탈취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넘어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더 자세한 건 확인해 봐야 되는데··· 어쨌든 혹시 몰라서 전체 계정 잠금을 걸어 버렸어. 털리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고객 센터 쪽에 난리가 났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회사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한 명씩 응대하면서 비밀번호 변경을 안내해 주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보안 솔루션 회사가 해커에게 뚫렸다는 사실이 퍼지면······.
최기훈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승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언제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군.’
직원이 늘어날수록 허점이 생길 구석은 많아진다. 그들을 통해 언젠가 사고가 터질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승호의 목소리가 절로 낮아졌다.
“제가 전에 말씀 해준 데로 해주시면 됩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비번을 새롭게 발급받도록 안내 해주세요. 만약 탈취된 계정으로 접속하는 놈들이 있으면··· 그 날로 그 쪽은 지옥을 맛보게 될 겁니다.”
승호가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무거워진 분위기에 담당관도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
미국 국가 안보국.
그곳에서 근무 중인 제임스가 재밌다 는 듯 모니터를 보며 키득 거렸다.
“와 이 자식들 단단히 작정 했네. 텐허 까지 동원해다니.”
“텐허? 그 슈퍼컴퓨터?”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자존심이 상했나봐. 텐허-A 까지 동원에서 선진을 비롯해서 한국 전역을 가리지 않고, 공격 중이야. 브루트 포스. 무차별 비밀번호를 대입해서 공격하고 있어.”
옆 자리의 동료가 당연한 의문을 표했다.
“그 정도면 외교적으로 문제 되지 않을까?”
“미국 말도 안 듣는 놈들이 그런 걸 걱정한다고? 저 놈들 펜타곤도 해킹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놈들이야.”
제임스의 핀잔에 동료가 입맛을 다셨다.
“쩝. 하긴 증거가 뻔히 있어도 발뺌하는 놈들이니. 어련 할까.”
“이 정도 공격이면 잘못하면 기간망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어.”
“가장 재밌는 게 옆집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이라더니. 이거 완전 꿀 잼인데. 텐허-A 까지 총 동원해서 공격이라니. 과연 한국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
“네 생각은 어떤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중국의 손을 들어주겠지. 그러나 왠지 한국이 이길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사우론의 눈을 파악한 것 때문에?”
제임스가 고개를 주억 거리며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슈퍼컴퓨터인 텐허까지 동원했어.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뜻이지.”
“흐음······.”
“내가 가장 궁금한 건 도대체 누가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지야. 그 누군가가 앞으로 우리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그러자 동료가 고개를 끄덕이며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
승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입술은 한 일자로 꽉 다물어진 채 열리지 않았다. 희미하게 서려 있던 미소마저 사라졌다. 승호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 마다 거친 분노가 느껴졌다. 담당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요.”
딱딱한 목소리에서 진득한 분노가 느껴졌다.
“혹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저쪽에서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름은 텐허? 하여간 그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각종 계정에 대한 비밀번호를 무차별 적으로 대입해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있어요. 전 그걸 시도 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파괴 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아······.”
승호가 말하는 톤은 일정했다. 오히려 그게 더 사무실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게 만들었다.
“국정원 쪽으로 항의 전화가 왔다고요?”
“네. 핫라인을 통해 당신들 공격인 줄 알 고 있다. 그 만 멈추라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타닥.
타다닥!
탁탁!
승호가 거칠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요.”
“네?”
“항의가 아닌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위에서는 이 정도면 됐다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쯤에서 상황을 수습하고, 정리를 하자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끝내시죠.”
너무 빠른 수긍에 이번에도 담당관은 같은 말로 반문했다.
“네?”
“담당관님이 끝내자고 하면 끝내야지요. 면죄부가 주어진 것도 여기까지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담당관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네.”
막상 해킹을 해보니 처음부터 면죄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러시아에서도 중국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굳이 이 컴퓨터를 이용할 필요 가 없었다. 담당관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승호를 보았다.
“감사합니다. 오늘 도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순간 담당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담당관은 승호를 쳐다보며 천천히 폰을 받았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일단 이곳은 정리 시작 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떨리는 눈동자로 승호를 보았다.
“혹시······.”
승호는 그저 입 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요원이 물었다.
“담당관님 무슨 일입니까?”
“지금 중국에 빠른 속도로 랜섬 웨어가 퍼지고 있다고 하네. 그래서 우리 쪽 공격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승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잘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