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4)
탑 코더-94화(94/303)
# 94
독보적 기술
1. 북한 해킹.
2. 김정만 위원장.
3. 청와대 홈페이지.
4. 해킹.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나타난 갑작스런 문구는 이용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그 혼란은 넥스터의 실시간 검색 순위로 나타났고, 이슈에 민감한 벤처인들의 귀에도 해당 내용이 알려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뭐? 우리 쪽에도 공격이 들어오고 있어?”
“아직도? 현재 진행 상황은?”
“알았어. 만찬 끝나고 바로 복귀 할 테니까. 모니터링 확실히 하고 있어.”
“서비스 죽는 것만은 피해야 돼. 그렇게 되면 고객들 떨어져나가는 거 순식간이거 몰라?”
참석한 벤처인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자신들의 서비스가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에 도무지 만찬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북한 발 해킹. 정부 홈페이지 마비 상태 지속.
-금융, 제조, 통신. 전 영역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해킹 사태.
-정부 홈페이지 해킹으로 마비. 사태 장기화.
-IT 강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보안 인식 실태.
관련 뉴스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 혼란 속에서 홀로 평온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었다.
안재현.
그의 핸드폰은 잠든 아기처럼 조용했다.
“북한 발 해킹이 시도 중이다.”
“해킹에 취약한 서비스 다수 발견.”
“넥스터. 고객 정보 유출 의심.”
“후후. 우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 구만.”
내용을 확인한 안재현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북한 해킹이 진행 중 이라는데 우리 쪽은 어때?”
-전혀 문제없습니다.
“하하! 역시 미라클의 보안은 완벽해.”
-그렇습니다. 북한 놈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히 미라클 서비스에는 해킹할 생각을 못할 겁니다.
직원의 아부에 안재현이 호탕하게 웃음을 흘렸다.
“으하하, 역시. 좋아. 아주 좋아. 이참에 이런 노하우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도 되겠어.”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희도 ZONE 서비스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보안 솔루션을 하나 개발하면 순식간에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좋아, 이번에 돌아가서 한 번 논의해 보지.”
-알겠습니다.
안재현이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만찬장에 앉아 있는 다른 벤처인들이 안절부절 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때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다 시피 현재 바깥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이에 오늘 행사는 이것으로 종료하려고 합니다. 참석자 여러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 파악을 위해 KISA를 비롯한 경찰에서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피해를 당하셨다면 118번이나 관련 매뉴얼에 따라 조치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안내에 안재현이 살짝 목청을 키우며 말했다.
“하하,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보안 방비를 워낙 철저히 해놔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큰 목소리에 몇몇 벤처인들이 관심을 주었다. 그러자 안재현이 한층 의기양양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그리고 핸드폰으로 자사 서비스에 접속했다.
-웹사이트에서 페이지를 표시 할 수 없습니다.
몇 번을 시도 해보았지만 같은 내용만이 핸드폰에 표시 되었다.
안재현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그때 청와대 직원 한 명이 사회자에게 쪽지를 한 장 건넸다.
-KISA에서 온 최신 속보입니다. 현재 한국을 향한 공격은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습니다. 다만 중국 지역에 빠른 속도로 랜섬웨어가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은 매그니토. 현재 분석 중이라고 하니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 만찬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안재현이 눈알을 굴려 눈치를 살피며 빠르게 핸드폰을 내렸다.
***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서비스 업체 바이두의 회장 밍쥔.
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매그니토. 엑스맨에 나오는 그 매그니토를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랜섬웨어를 만든 놈이 매그니토라는 이름을 새겨 넣어 놨습니다.”
“완전 미친 새끼잖아.”
“감염되는 순간 서버에 존재하는 모든 프로세스들을 킬 시켜 버리고, 해당 서버를 채굴기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아시다 시피 코인 채굴 작업 자체가 컴퓨팅 파워를 엄청나게 소모시키는 작업.”
“서버를 폐기하는 수준까지 갔겠구만.”
“네. 그런데 문제는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시간이 안 걸린다?”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1초도 쉬지 않고 CPU나 메모리 자원을 사용해 계속 100% 사용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마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버가 뻗어 버릴 겁니다.”
“하루··· 겨우 하루 만에 서버를 폐기해 버린다.”
“네.”
“하아··· 지금까지 감염 현황은?”
“현재 데이터센테에서 운용중인 서버의 20%가 감염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앞으로 얼마나 더 피해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밍쥔 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하 직원의 표정이 한층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러면?”
“공안 쪽에서 운용중인 황금방패 시스템이 마비 되 일시적으로 포트나 포토북, 트위터 같은 해외 서비스들이 VPN이나 프록시를 통하지 않고도 접속이 되고 있습니다.”
황금 방패.
중국 공안에서 운용중인 인터넷 검열 시스템의 이름이었다. 중국으로 드나드는 모든 인터넷 트래픽은 황금방패에서 감시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에서는 포트나 포토북. 트위터 같은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공안 쪽은 아주 난리가 났겠어.”
“만약 사태가 장기화되면 저희 포털 서비스 사용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포트가 중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잖아.”
“이번 기회를 빌미로 진출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쪽 서버 복구에 시간이 걸리고, 황금 방패가 마비되어 접속 제한이 풀려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포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겁니다.”
밍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차피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 결국 포트는 중국에 진출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랜섬웨어는 최대한 빠르게 제거해야겠지.”
“현재 보안 관련 직원들이 분석에 들어갔지만 아직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랜섬웨어를 제거 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몇 년 전에 150여 개국에 30만대 이상의 PC를 파괴 시킨 워너크라이 그 보다 큰 피해를 줄 지도 모릅니다.”
부하직원의 보고에 밍쥔이 마른 침을 삼켰다.
워너 크라이.
2017년에 발생한 랜섬웨어로 사상 최악의 랜섬웨어 중 하나였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30만대 가량의 PC를 마비시키고 나서야 보안 패치가 나왔고,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피해가 생길지도 모른다니. 부하직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이 놈의 가장 큰 특징은 전염력. 제 생각에는 백본망 쪽이 해킹되어 거기에 설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도 수준의 전염력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백본망.
일종의 기간망으로 사람의 신체로 치면 척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의 기간을 이루는 망으로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백본망에서 갈라져 나온 망을 사용하고 있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아직 이번 랜섬웨어 감염사태는 시작 일지도 모른 다는 겁니다.”
“휴우······.”
밍쥔 회장의 한숨이 깊어졌다.
***
드르륵.
드르륵.
담당관의 핸드폰이 또 다시 울렸다. 연락을 받은 담당관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황당함.
어이없음.
이내 놀람까지.
전화를 끊은 담당관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지금 중국 쪽에 퍼진 랜섬웨어. 속칭 매그니토에 대한 보안패치 제작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방금 전에는 항의 연락이 왔는데 바로 협력 요청이라니. 얼굴이 꽤나 두꺼운 분들이군요.”
“그 만큼 급하다는 뜻일 겁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감염 PC만 1 만여 대. 이 속도면 워너 크라이 때 보다 빠르다면서 한국 쪽에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승호가 의뭉 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요. 저와 관련 있는 내용인가요?”
“아···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보안 패치 제작을 제게 부탁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담당관은 어떤 특정 시점부터 승호의 말투가 차가워져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승호가 말했다.
“그러면 제 일은 이제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돌아가 봐도 될까요? 저도 돌아가서 회사 일을 봐야 합니다. 매그니토. 그게 들어올 지도 모르니.”
자신의 실력은 충분히 테스트 해보았다.
러시아 ISP도.
중국 공안도.
자신을 막지 못한다.
이제 남은 건 세계 최고, 최강대국 미국의 펜타곤. NASA. CIA 같은 기관들.
오늘 당장 미국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자신의 볼일은 이제 끝난 셈이었다.
“무, 물론 그렇게 하셔야죠.”
“보수는 지난번처럼 계좌로 입금해주면 됩니다.”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승호는 실제로도 기분이 좋질 않았다.
ZONE 서비스.
자체가 해킹을 당한 건 아니지만 직원의 실수로 관리자 계정이 유출 됐다는 의혹이 생겼다.
누가.
감히.
자신이 서비스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그런 짓을?
끝까지 추적해 박살내 버릴 생각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가시는 길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청와대를 빠져나온 승호는 바로 회사에 도착했다. 해킹이 소강상태로 보이면서 시내 소프트 본사도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싸늘한 표정의 승호가 들어서자 사무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생전 처음 보는 표정에 최기훈도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와, 왔구나.”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요?”
“우리 영업 직원이 외부에서도 일을 한다고 팀 뷰어를 켜놓고 간 모양이야. 그게 해킹 된 징후가 보여서··· 확인해 봤지만 다행히 관리자 계정이 유출되지는 않았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보안은 오늘 같은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집니다.”
“무, 물론 그렇지.”
“관리자 계정을 변경해 달라는 요청에 고객들의 마음에 작은 의심이 생겨났을 겁니다.”
“······.”
최기훈이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무실 분위기도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직원 한 명이 승호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규정대로 VPN을 사용하고 원격 접속을 켜놓은 거라 정말 해킹을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걸로 사태가 수습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영업 사원이 울먹이며 중얼 거렸다. 승호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
아마 이번에 새로 뽑은 신입 사원인 것 같았다.
“앞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 이런 일이 한 번 쯤은 생길 거라 생각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규정대로 한다고 해도 해커들의 공격은 나날이 지능화 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생각했습니다. 감히 공격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자.”
승호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졌다.
“ZONE 서비스를 생각하는 순간 바로 해킹 생각을 접게끔 만들자. 그런 생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개발해 왔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고요.”
승호가 낮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화가 난 건 해킹을 당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를 해킹한 그 놈들이 저를, 그리고 우리를 얕잡아 봤다는 그 사실에 화가 난 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죄송할 필요는 없습니다. 죄송해야 할 건 해킹을 시도 한 그 놈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