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5)
탑 코더-95화(95/303)
# 95
독보적 기술
한국 시간 저녁 8시.
중국 공안 사이버특수전대.
우추관이 담배를 물고, 뻑뻑 피워댔다. 스크린에 나타나 있는 세계 지도에는 빨간 색 선들이 가득했다. 그 한 쪽에 새롭게 추가 된 화면에는 빠른 속도로 숫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2만대 돌 파 했습니다. 곧 워너 크라이 수준 돌파 예정입니다.”
“보안 패치 개발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지원 요청한 기업에서는 연락 없어?”
“네. 그쪽에서도 개발 중이긴 한데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학 연구 기관들은?”
“그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우추관은 소용없는 일인지 알면서도 한 번 더 물었다.
“공조 요청한 나라들은?”
“······.”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우추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모니터링을 진행하던 대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이게 왜. 더 이상 퍼지지가 않지.”
“뭐가?”
“랜섬웨어가 중국 밖으로 퍼지지가 않습니다.”
“알아듣게 말해봐!”
“자세한건 더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이 랜섬웨어의 특징이 중국 바깥으로 나가면 자동 파괴 되는 것 같습니다.”
“뭐?”
“현재 까지 상황을 모니터링 한 결과 입니다. 확실한 건 랜섬웨어를 더 분석해야 합니다.”
우추관이 입술을 잘근 잘근 씹었다.
“분석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번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침묵.
랜섬웨어를 분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분석도, 패치도 못하고. 그저 상황 파악 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란 말이지?”
“······.”
또 다시 침묵.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우추관의 앞에 놓여 있는 사무실 전화기가 불길한 소리를 흘렸다. 우추관은 받지 않아도 누구의 전화인지 알 것 같았다.
“네. 공안부장님.”
중국 사법체계의 최고위중 한 명인 공안 부장의 연락이었다.
***
한국시간 저녁 10시.
미국 NSA.
중국 발 랜섬웨어의 여파로 퇴근하지 못하고 있던 제임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01 10 A1 B1
A0 00 11 11
매그니토라는 랜섬웨어를 헥사값(16진스)로 표현해서 살펴보았다. 난독화가 지독하게 되어 있어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아 이번에는 어셈블리어로 변환해 보았다.
JUMP 10X11
MOV 1001
······.
그러나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두개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번갈아 가며 보았다.
혹여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그러나 벌써 한 시간째 아무리 봐도 단서조차 잡을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이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중국을 넘어 오지 않는 다는 것. 만약 이게 미국으로 넘어오게 되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서버를 단순 채굴기로 변하게 만들어, 전원을 끄지 않는 한 무한 정 돌아간다. 프로세스를 종료 시킬 수도 없다.
한 가지 방법은 포맷.
그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 이 정도면 워너 크라이 그 이상의 사태가 벌어질 지도.”
옆에 있는 동료도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굴까. 이런 걸 만든 놈.”
“그건 모르겠지만. 중국에 엄청난 악의를 가진 것만은 분명해.”
“하긴. GPS를 달았는지. 중국을 벗어나기만 하면 잠잠해 지니.”
“그러게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중국 쪽 나가있는 CIA에서는 연락 없어?”
“그 쪽도 감염 되서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나보더라. 대응 자체가 안 되고 있어.”
“휴우··· 그 나마 다른 나라로 안 퍼지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만약 이게 전 세계로 퍼졌으면.”
말을 하던 제임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생각만으로 끔찍했다.
“지금쯤 전 세계가 떠들썩했겠지.
“어때? 오늘 안으로 처리 할 수 있을까?”
동료의 질문에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거 해결하려면 먼저 난독 화부터 풀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밋 사용 승인이 먼저 나야 돼.”
서밋.
미국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로 중국 텐허보다 몇 배는 빠르다고 알려진 컴퓨터였다.
“그래서 포트나 포토북. 트위터 같은 실리콘 밸리 업체들을 비롯해 MIT. 하버드. 펜타곤. CIA. FBI. 대학부터 공공기관 들 전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
제임스의 목소리가 차츰 낮아졌다.
“이미 NSA만 개입해서 끝날 규모가 아니야. 어서 해결 하지 못하면 수 천 억 달러의 피해가 생길 지도 모르니까.”
분위기는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
한국 밤 11시.
승호는 홀로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낮 동안 분주했던 사무실은 직원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고요함을 자랑했다.
“중국 공안 이 자식들이 우리 회사를 해킹했단 말이지.”
이미 잠금 처리된 관리자 계정으로 접근 시도를 하면 매그니토에 감염 되도록 만들어 두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감염 되지 않게 하기 위해 ZONE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면 매그니토는 작동 하지 않는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곳은 중국 지역.
그것도 북한 발 해킹 이슈를 만들며 한국에 침입한 공안 놈 들이었다.
“어디 보자 채굴된 바이트 코인이······.”
승호가 분을 삭이며 모니터를 보았다. 랜섬 웨어 에서 보내온 바이트코인이 벌써 10여개.
한 시세로 치면 9천만 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하루만에 9천만 원을 벌었다. 왜 해커들이 랜섬웨어를 만들어 유포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이 돈은 좋은데 쓰겠습니다.”
승호는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았다. 국내뉴스에는 아직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이 오늘 있었던 해킹사태에 대해서만 떠들 뿐이었다.
그나마 미국 CNN의 글로벌 란에 자그맣게 하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확실히 중국내에서만 일이 벌어지니까. 그리 이슈화가 되지는 않는구나.”
자신이 만든 매그니토에는 LBS(위치 기반 서비스)기능 까지 탑재되어 있었다. IP를 확인해 해당 IP가 할당된 국가에 한해서 퍼지도록 만들었다.
본사 컴퓨터를 해킹한 건 중국.
매그니토는 중국 지역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쉽지 않을 거야.”
지금의 상황을 대비해 모든 역량을 기울여 랜섬웨어를 개발했다. 아마 자신이 예상컨대 결코 오늘 안으로는 해결 되지 않을 것이다.
***
한국 밤 12시.
국정원 담당관은 퇴근하지 못하고, 여전히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함께 작업을 하던 요원이 말했다.
“중국 발 매그니토 분석 관련해서 미국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들었어.”
“이거 저희들만으로는 힘듭니다.”
“그래서 KISA쪽을 비롯해서 카이스트에도 보내 놨잖아.”
담당관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대표님을 부르면 빠르게······.”
담당관이 부하요원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만.”
“쩝······.”
담당관이 뒷목을 마사지 하며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았다. 장시간의 모니터 시청으로 두 눈이 시려왔다.
‘매그니토를 말 했을 때 분명 알고 있는 눈치같았는데······.’
오늘 낮.
청와대에서 승호의 표정이 변하는 걸 담당관은 놓치지 않았다.
의뭉스런 미소.
‘분명 어떤 관계가 있는 게 확실해······.’
다년 간 국정원에서 일하며 갈고닦은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을 맡긴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상황과 똑 같았다. 요원들이 승호를 원하고 있지만 허락해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문제는 결국 불러야 분석이 될 것 같다는 사실인데.’
매그니토를 카이스트를 비롯해 KISA. 기무사 사이버대대를 비롯해 각 보안업체에 보내 놓았다. 그러나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
‘하긴 미국에서도 해결 하지 못하는 걸. 우리가 해결 한다는 게 어불 성설인가.’
입맛이 씁쓸해졌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달달한 초콜릿.
얼마 전 담배를 끊기 위해 사놓은 주전 부리였다. 담당관이 초콜릿을 하나 입에 털어놓고 우물거렸다. 작업을 하던 요원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지 중얼 거렸다.
“그런데 벌써 5시간이 넘게 지났는데 다른 나라로 퍼지지 않는 다는 건. 중국 특화 랜섬 웨어 라는 뜻인데··· 이거 잘 된 거 아닌가요?”
함께 일하던 다른 동료가 맞장구를 쳤다.
“하긴 중국 놈들 이번에도 자기들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잖아.”
“증거를 들이밀어도 아니라고 하니. 참 네 아까는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 도 안 나오더라. 하여간 우기기는 세계 최고라니까.”
“그래도 다행이야. 실리는 취했잖아. 그 놈들이 빼돌린 정보들을 꽤나 가져왔으니까.”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정말. 안 참으려고 했다니까.”
“네가 안 참으면 어쩌려고?”
“안 참으면··· 그러면 내가 작업 하는 거지.”
“네가?”
대화를 나누던 요원이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작업이나 하자······.”
담당관의 입안에서 초콜릿이 전부 녹아내렸다. 아무래도 오늘 밤 안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담당관님. 정말 대표님에게 요청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언제까지 의지 할 수는 없잖아. 어쩌면 이미 관련 패치를 개발 했을 지도 모르고.”
“네?”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말······.”
“그 사람도 기업인이야. 자신의 몸값을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뜻이지. 우리처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야.”
담당관의 설명에 요원이 미간을 긁적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몸값이 올라갈 때 까지 기다린다.”
담당관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래야 명성이 높아질 테니까.”
일리 있는 말에 요원도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했다.
***
한국 시간 새벽 1시.
중국 인민일보 사이트에 속보가 하나 올라왔다.
-매그니토 대응 방법 메뉴얼.
-랜선을 제거 한다.
-하드를 포맷한다.
-윈더 OS나 미눅스를 인터넷 미 연결 상태로 설치한다.
-보안패치 개발 전까지 인터넷 미사용 상태로 이용한다.
거기에 문제가 해결 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뭐하냐. 아직도 해결 못함?
-지금 포트 접속됨. 매그니토 덕분?
-내 컴퓨터 채굴기됨. 매그니토!!!!
-이 기회에 포트 계속 쓸 수 있었으면.
-또 채굴기 된 사람 손!
-손.
-손.
-손.
아직 중국 전역에 퍼지지 않아서 인지 현상을 체감하는 네티즌 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인구 10억의 대국에서 몇 만대는 우스운 숫자였으니까.
그러나.
그런 반응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씩 달라졌다.
한국 시간 새벽 3시.
-내 것도 채굴기로 변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
-패치는 언제 나오려나.
-앗싸. 비상연락망 왔다. 내일 출근하지 말란다. 회사 서버 맛탱이감.
새벽 5시.
-손 100110 번.
-손 100111 번.
-손 100112 번. 피방 왔다. 젠장.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 피씨는 늘어갔다. 먹통이 되어 버린 PC 덕분에 출근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람도.
PC방에 와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람도.
PC방 컴퓨터가 감염되어 환불을 받았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10시가 되었다.
총 감염현황 35만대.
워너크라이 사태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