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97)
탑 코더-97화(97/303)
# 97
독보적 기술
1,000,000.
그 숫자가 화면에 찍히는 순간 우추관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결국······.”
백 만 대 감염.
중국 전체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숫자 일지 모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감염이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
랜섬웨어로 인해 휴업을 결정하는 회사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딱히 생각나는 일이 없었다. 워낙 많은 곳을 해킹했기에 적들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북한.
한국.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들의 적이 아닌 곳은 없었다.
“소장님. 황금방패 시스템 복구에 최소 한 달이 소요 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랜섬 웨어 패치가 개발 된 이후로 잡아서.”
비보.
“공상 은행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외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이번에도 비보.
“소장님. 차이나 모바일에서도 언제 쯤 패치 개발이 완료 되는지 문의해 왔습니다. 자칫 통신 기간망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나 비보였다. 그리고 또 다시 부하직원이 소식을 전했다.
“화이 쪽에서 선진 전자 5G 기술 문건 확보 어떻게 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추관은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폭발 시켰다.
“그 자식들은 지금 그게 문제야!”
갑작스런 고함에도 대원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하루 동안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우추관이 고개를 저었다. 화이의 사장은 공안 부장. 그 위에 총서기등과 탄탄한 관계가 있다. 자신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매달 그곳에서 들어오는 떡 값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의 비보가 날아왔다.
“소장님. 공안 부장님이 올라오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말을 들을까.
아직 올라가지도 않았지만 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두려워졌다.
랜섬웨어 매그니토는 불과 1메가바이트도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현대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인터넷 쇼핑 마비.
-인터넷 전화 마비.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화 마비 직전.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 마비.
마비.
마비.
마비.
도대체 되는 게 없었다. 중국내 농촌 지역이 아니라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치 원시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을 받을 지경이었다. 국민들의 불만은 폭증했지만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최고 권력자 마진문 주석의 분노도 극에 달해 있었다.
“아직도 처리가 안 됐다고?”
공안부장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원인은?”
“······.”
이어진 정적에 집무실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진문의 시선이 우추관을 향했다.
“자네가 실무자 인가?”
“네. 우추관 입니다.”
“최초 랜섬 웨어가 공안 컴퓨터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말에 대해 대답해보게.”
우추관이 마른침을 삼켰다.
‘젠장. 누가 그런 개 소리를.’
우추관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이 우추관의 오금을 후려쳤다.
퍼억.
갑작스런 고통에 우추관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진문의 싸늘한 음성.
“내가 묻는 말에 생각을 하고 답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나?. 즉문즉답.
우추관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공안 부장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 아까 하던 말마저 하지.”
가혹한 폭력 앞에 우추관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 공안 쪽 서버에서부터 시작 된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공안과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쪽부터 감염 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서로 말이 달라.”
“······.”
“그러면 둘 중 하나는 헛소리를 했다는 뜻이겠지.”
마진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가느다란 동공 사이로 보이는 살의에 우추관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진문의 명령이면 사람 하나 쯤 중국에서 자취를 감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책임소재는 이걸로 가려 질 테고. 해결은?”
“혀, 현재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분석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분석을 진행하였고.”
마진문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긴장하고 있어서 일까. 평소보다 몇 배는 크게 들렸다. 고막이 찌릿 거리며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서 언제 까지 된다는 말인가?”
우추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자리가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순간 우추관이 억눌린 신음을 토했다.
커헉!
머리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옆구리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경호원이 옆구리를 가격했기 때문이었다. 그 위로 서릿발 보다 싸늘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내가 말했을 텐데. 즉문즉답. 공안 부장.”
“네!”
“오늘 안으로 해결 해놔.”
공안 부장은 즉문즉답을 그대로 실천했다.
“알겠습니다!”
“데리고 나가.”
공안부장이 우추관을 부축해 겨우 마진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우추관은 한 동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렇게 몇 분을 헉헉 거리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공안 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오늘 하루 안에 해결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겨우 안정을 찾은 우추관이 옆구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서 전부다 협조 요청을 보냈잖아.”
“만약 그들이 저지른 일이라 면요? 아시잖아요. 우리도 가리지 않고 해킹하고 있는 거.”
“나노 소프트를 비롯해서 포트. 포토 북. 액센츄어 까지. 기업들 에도 연락 돌려놨어.”
“포트는 우리 쪽 진출이 막혀 있고, 나노 소프트는 수년째 자사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해 항의하고 있지만 무시하고 있습니다. 포토 북? 거기도 중국에서는 접속이 안 되는데 도움을 줄 리가 없습니다.”
우추관의 냉소적인 반응에 공안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고. 이제 자네가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어! 나까지 위험하다는 말이야.”
“아직 연락 안 한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어디?”
“얼마 전 엔드로이드 와이파이 취약점을 찾아내 발표한 곳. 선진 전자에서 전사적으로 도입한 ZONE 서비스를 개발한 곳. 요즘 보안 업계에서 핫 하게 떠오르고 있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디냐고.”
“시내 소프트. 거기에 강승호라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올해 체크포인트에서도 우승한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이고, 선진 전자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기업을 통하든 대학을 통하던 돈 은 얼마나 들어도 좋으니 해결만 해!”
우추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
파란불.
중국 관련 펀드들은 전부 파란불을 기록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주식 거래소인 상하이 종합 주가 지수는 10% 이상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정도면 수익률이 얼마나 되려나.’
어제 관리자 권한이 탈취 당하고, 중국 놈들의 짓으로 밝혀지는 순간.
바로 믿음은행 담당 PB인 이성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제 돈을 중국 관련 주식이 떨어진다. 에 투자 할 수 있을까요?
투자를 위한 자세한 방법은 자신도 모른다. 골든 라운지의 PB 정도면 이 정도 문장으로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방법을 구체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홍콩에 올라와 있는 중국 관련 선물 상품에 투자해도 되고, 국내에도 몇 가지 상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투자를 좀 하려고요.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이성욱이 관리하는 부자들은 그 들만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네트워크에서 전해진 정보는 바로 투자로 진행되곤 했었다.
-알겠습니다. 리스크는 어떻게 가져갈까요?
-최대로.
-네.
드르륵.
드르륵.
마침 승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이름을 확인한 승호가 전화를 받았다.
“네. PB님.”
-계속 가지고 갈까요? 지금 수익 율이 50%를 넘었습니다.
50%.
총 50억을 투자했으니 25억을 벌었다.
단 하루 만에.
“네. 제가 다시 연락드릴 때 까지 팔지 말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시내 소프트 주식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그러나 돈은 많을수록 좋다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았다.
“패치를 개발하고 다시 오른 다에 배팅하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승호가 미소 짓고 있는 사이 또 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허춘수 교수였다.
“허 교수님.”
-그래. 통 연락이 없어서 내가 먼저 했지.
“하하,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새롭게 인공지능 관련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의견도 한 번 여쭐 겸.”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다. 아주 재밌는 놈을 만들고 있었어. 나한테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아직 미숙해서 보여드리기 부끄러워서 그런 겁니다.”
승호의 능청에 허춘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숙해? 델타 초창기 버전을 넘어선 놈이?
승호가 어물쩍 말을 돌렸다.
“하하,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언제 학교 한번 꼭 와라. 응? 알았지?
“알겠습니다. 새롭게 사람도 뽑아야 해서 찾아뵙고 상의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제야 허춘수가 만족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아참. 내가 전화한건 다름이 아니고 칭화대에서 연락이 왔어. 이번에 중국에서 난리 건. 해결 좀 해달라고. 뭐, 정확히는 자네에게 연락 좀 해달라고 하네.
“칭화대 라면. 중국 대학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거기. 관련해서 친분이 있는 교수가 직접 전화를 해왔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고. 아마 중국 정부에서 압력을 넣은 모양이야.
“아······.”
-어때?
“제가 좀 비싼데 그래도 상관없을까요.”
-그 쪽에서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고 하니까. 그냥 확 질러버려. 10억. 20억도 상관없는 눈치더라고.
전화를 받고 있던 승호의 입 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뭐, 그러면 크게 한번 질러 보겠습니다.”
최소 100억.
거기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
달깍.
이성욱이 한 번 더 중국 관련 뉴스를 새로 고침 해 보았다. 그 사이 속보가 올라와 있었다.
-중국 전역을 강타한 매그니토 130만대 감염 추측.
-제조, 금융, 통신. 전 산업 마비 상태.
-마진문 주석. 국가 재난 사태 선포.
-상하이 지수 15% 폭락. 사태 장기화 조짐.
-매그니토로 인한 피해 워너크라이의 수 배 예상.
한국은 조용했지만 중국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시끄러웠다.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질 줄 알 고 투자를 하겠다는 연락을 해온 걸까. 이성욱은 궁금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매수 하였습니다.
선물 옵션 상품.
그 중에서도 풋 옵션 상품을 계약 했다. 물주가 하이 리스크를 원한다고 했다. 자신은 그에 충실하게 계약을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성욱의 시선이 거래 창 한 쪽을 살폈다.
“수익율 60%······.”
겨우 하루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이런 기세면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100%의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성욱은 습관적으로 중국에서 전해지는 뉴스를 클릭했다.
-중국 정부 집계 감염 PC 150만대. 사상 최악의 랜섬웨어 매그니토.
-랜섬웨어의 습격. 중국 경제를 덮치다.
-올해 중국 GDP 0.1% 하향 조정.
뉴스에는 각종 악재가 가득했다. 그럴수록 수익률은 올라만 갔다.
“수익 율 65%······.”
곧 100%를 달성할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