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Management RAW novel - Chapter (141)
“3프로요?”
숨통이 턱 막혔다. 정말로.
“아니에요? 8프로?”
숨구멍이 도로 트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허겁지겁 숨을 들이켠다.
8프로 스타트. 그래, 괜찮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유입될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첫 화 시청률 두 자릿수는 넘길 수 있을 테니까. 거기서부터 야금야금 타 방송사의 시청률을 갉아먹으면···.
“6프로? 육시랄 할 때 6이요? 네? 11프로요?”
“야, 이 육시랄 놈아! 너 뭐하는 거야!”
오징어와 땅콩, 그리고 욕설이 무더기로 날아갔다.
누군가가 대표로 소리쳤다.
“사람 숨넘어가는 꼴 보고 싶냐!”
“지금 주조정실이 엄청 시끄럽단 말이에요! 잘 안 들려요!”
“그래서 대체 몇 프로라는 거야!”
“11프로요!”
“야이, 똑바로 들어, 임마!”
“아, 11프로라니까요!”
호프집 안에 혼란스러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뭐라고?”
“11프로요! 열하나!”
조연출이 소리쳤다.
“실시간 그래프 수직상승하고 있대요!”
***
[‘로열패밀리’ 14.1%! 시청률 하락한 ‘똥차’ 꺾고 동시간대 1위] [시청률 자체 갱신, ‘로열패밀리’ 2회 16%] [한류스타 캐스팅 덕? ‘로열패밀리’ 中 방영 당일 2천만 명 접속] [로열패밀리, 4회 만에 시청률 20% 목전! 무서운 상승세]“또 기사란 도배됐네.”
“한동안 20프로짜리 드라마가 없었잖아요. 드라마국 신났대요, 지금.”
PBS 방송국 구내식당.
방송팀 일원들이 웅성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예능국에서 로열팸 출연진 섭외하려고 난리라던데.”
“그럼 우리 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네.”
“어어, 저 사람 정선우 실장 아니에요? 맞죠?”
막내 작가가 맞은편을 가리켰다. 식사를 마친 직후인지, 두 남자가 화기애애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한 명은 드라마국 CP, 다른 한 명은 심심찮게 기사란을 장식하는 정선우 실장이었다.
세컨 작가가 피디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피디님! 이송하, 이송하 섭외 좀 해줘요!”
“아, 그냥 전화 섭외해.”
피디가 꽁무니를 뺐지만, 작가들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전화론 벌써 백번 까였어요! 피디님이 직접 얘기하면 스케줄 빼 볼지도 모르잖아요! 예능국 피디님들은 인맥으로 섭외 다 도와주시는데!”
“넵튠 무명일 때 같이 방송도 한번 하셨다면서요!”
“아니, 그건···!”
“정선우 실장님!”
세컨 작가가 냅다 손을 들었다.
실물로 마주친 정선우 실장은 겉보기와 달리 꽤 부드러운 태도였다.
하지만 섭외를 거절할 때는 단칼이었다.
“죄송합니다, 작가님. 지금 정말 쪽잠 잘 시간도 부족해요.”
“그래, 우리 한류스타 이송하 씨 바쁘지, 요즘!”
CP가 정선우 실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정 실장! 우리 후식으로 커피나 한잔 할까? 내가 쏠게!”
도와주진 못할망정, 중얼거리며 세컨 작가가 다시 나섰다.
“실장님, 저희 피디님이랑 같이 방송 하셨었다면서요?”
정선우 실장이 물끄러미 피디를 쳐다봤다.
피디의 눈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켕기는 거라도 있는 것처럼.
이윽고, 정선우 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랬죠. 오랜만입니다, 피디님.”
“어, 정 실장님. 예전에는 미안했어요. 그때는 비가 너무 와서···.”
“괜찮습니다. 생방은 잘렸어도, 빗속에서 공연 리허설하다가 넘어지는 동영상이 퍼져서 송하랑 넵튠 이미지가 꽤 좋아지기도 했고.”
분위기가 묘해졌다. CP와 세컨 작가를 비롯한 방송팀 직원들은 눈만 끔뻑거리며 둘의 대화를 들었다.
“아, 그, 그죠? 결과적으로 보면 도움이 됐죠, 그게?”
피디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지금 준비 중인 아이템이 한류예요. 송하 씨한테도···.”
“어떡하죠. 지금은 저희가 너무 바쁜데.”
정선우 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하루, 아니, 반나절도 못 빼요?”
“네. 몇 달 전부터 픽스된 스케줄들이라 변경이 안 됩니다.”
“어, 예전에 그 일 때문에 섭섭해서 그런 거면···.”
“아닙니다, 그게 언젯적 일인데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손사래를 치고, 인사까지 마친 정선우 실장이 걸음을 옮겼다. 흠잡을 데 없는 거절이었지만 묘하게 찜찜한 분위기였다. CP가 혀를 차며 함께 멀어졌다.
얼굴을 확 붉힌 피디 옆에서, 작가들이 작은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피디님이 같이 했다는 게 그 캠페인 방송이었어요? 넵튠 폭우 속 무리한 리허설에, 방송국 갑질이라고 한바탕 휩쓸고 갔던 그거?”
“내가 정 실장이라도 섭외 까겠다.”
피디가 엄한 바닥을 걷어찼다.
“전에 로드매니저 땐 방송 좀 나가게 해 달다고 굽실굽실하더니, 이제 잘 나간다 이거지! 하는 것마다 잘되니까 배가 불렀어, 아주. 저런 놈은 제대로 한번 망해봐야 돼!”
“저 사람 차기작 로열패밀리잖아요. 시청률 20프로.”
세컨 작가의 한심한 눈빛에, 피디가 소리쳤다.
“영화 하나 있잖아! 아주 그냥, 폭삭 망해라!
*
영등포 MA시네마.
VIP 시사회 포토월 앞은 사진기자들과 방송 카메라를 든 VJ들, 경호원들로 북적거렸다. 근처에서는 몇몇 연예부 기자들이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처럼 기삿거리를 물색했다.
연예인을 보려고 몰려든 구경꾼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앞서 지나간 연예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목청이었다.
“어, 어, 로열패밀리 출연자들 왔다. 윤태경이랑 임주원!”
“서은교만 없네?”
이미 손가락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몇 분 만에 기사가 올라갔다.
[바쁜 와중에도 의리 지킨 ‘로열패밀리’들, 서은교는 어디에?]사진기자들이 두 사람이 포토월을 내려간 후에도 계속 셔터를 눌렀다. 지인을 맞이하러 나온 정선우 실장이 두 사람과 인사하고 상영관 안으로 함께 들어가고 있었다.
“저기, 잠깐만요! 5분만 인터뷰···!”
프레스 카드를 앞세우고 뛰어들었던 연예부 기자 한 명이 경호원에게 튕겨 나왔다. 혹시라도 저 기자가 독점 인터뷰를 따내는 건 아닌가, 하고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쳐다보던 다른 기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정선우 사진을 건 기사가 포털을 장식했다.
[찍으면 뜬다? W&U 정선우 실장 ‘운인가, 실력인가’] [정선우 실장 신들린 선택 어디까지? ‘얼라이브’에서 판가름]“정선우랑 친해지면 기삿거리 좀 줄줄 쏟아질 거 같은데.”
“쟤는 예전엔 술자리에도 좀 나오더니, 요즘은 그런 자리엔 아예 안 보이더라? 뭔 실장이 이사급보다 술 한잔 같이 먹기가 더 힘들어?”
“걔 누구야, 지투데이 박우정? 걘 정선우 로드였을 때 친해져서 완전 꿀 빨던데. 나는 뭐 그런 운빨도 없어.”
“정선우랑 이송하가 2년 만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
기자들이 한숨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는 동안에도 얼라이브의 스케일을 자랑하듯,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포토월 위를 거쳐 갔다. 그들의 의상, 몸매, 메이크업, 심지어 동행인까지 낱낱이 해체되어 연예 기사란을 채웠다.
“넵튠이다!”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이송하가 빠진 넵튠 멤버들이 포토월 위로 올라왔다. 동글동글하게 올림머리를 한 임서영이 손을 번쩍 흔들자, 구경꾼들 사이에서 위문공연장을 연상케 하는 괴성이 터졌다.
“쟤들은 다 왔네? 사이 좋은가 봐?”
“이송하 혼자 확 떠서, 슬슬 불화설이 돌 때도 됐는데. 그죠?”
“뭐, 무명이었을 때랑 비교하면 쟤들도 2년 만에 확 뜬 거지. 이태희는 자작곡 OST로 지금 음원차트 1위고, 임서영이랑 엘제이도 세트로 예능 고정이랑 라디오 꿰차고 있고.”
“다음에 정규앨범 출시한다는데, 그거 망하면 분위기 좀 깨질까?”
[‘얼라이브’ 시사회에 넵튠 멤버 전원참석! ‘의리돌’ 인증] [‘로열패밀리’ OST로 음원차트 1위 석권한 이태희, 간만의 나들이]정선우 실장이 다시 나와서 넵튠 멤버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이번에도 인터뷰 한번 하자며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던 기자가 똑같은 경호원에게 튕겨 나왔다.
돌아온 기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영화 시사회 반응만 안 좋아 봐, 내가 까는 기사 백 개 쓴다!”
*
언론보도 시사회 종료 후.
SNS와 영화, 연예 관련 커뮤니티에 시사회평이 속속 올라왔다.
-드디어 ‘쪽팔리지 않은’ 한국형 좀비 영화 등장. (박범태@3scene)
-볼거리가 넘치는 오락영화임과 동시에, 잔혹한 인간 사회의 단면을 식상하지 않게 버무렸다. 한국 영화 살아있네! (신보영@kor-cine)
-초반엔 배역이 아니라 배우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정신없이 영화에 몰입했다. 포스터 속 탑배우들 전부 대단했다. 하지만 신스틸러는 따로 있더라. (오현진@film magazine)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을 줄 알았는데.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은 꼭 가 보시길. 배터지게 먹고 왔다. 메뉴판에 없던 새로운 메뉴도 있다. 그 메뉴가 끝내준다. (이세철@movie adventure)
*
매끈한 대형 승합차 한 대가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했다.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며 내리는 사람들은 총 여섯 명이었다. 중년 남녀 네 명과 이십 대 남자 한 명. 그리고 미키마우스 후드티를 입은 단발머리 여학생 한 명.
얼라이브의 유료시사회를 관람하러 온 남조윤의 가족들이었다.
안경을 쓴 중년 남자, 남조윤의 아버지가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기사님. 먼 데까지 감사합니다. 태워 주셔서 편하게는 왔는데, 조윤이가 그, 돈 같은 건 미리 드렸나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마시고 영화 재미나게 보고 오세요, 아버님.”
“기사님도 영화 이거, 꼭 한번 보세요. 제 아들놈 나오는 거니까.”
“그럼요. 저도 예매해 놨습니다.”
기사의 대꾸에 남조윤의 아버지가 싱글벙글 웃었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것처럼 뺨이 붉었다. 남조윤의 어머니가 그를 낚아채서 엘리베이터로 질질 끌고 갔다.
“하여튼 이 양반은 나잇값도 못하고 주책이야, 주책!”
“아, 왜! 한 명이라도 더 보면 좋잖아!”
“안 그러셔도 이 영화는 사람들 많이 볼걸요? 지금 제일 유명한데.”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던 여학생, 남조윤의 사촌 여동생이 말했다.
“그러냐?”
“인터넷에 기사도 엄청 떠요. 유명한 배우들 나와서.”
“조윤이는 뭐 기사 같은 거 좀 없어?”
보랏빛 스카프를 고쳐매며, 남조윤의 숙모가 물었다.
이번엔 사촌 남동생이 고개를 저었다.
“형 기사는 개뿔 없어, 엄마. 벌써 다 뒤져봤지.”
“그게 뭐가 중요하냐. 이런 큰 영화에 나오는 게 중요하지!”
남조윤의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갈수록 얼굴의 미소가 점점 더 환해졌다. 반들반들한 구두 앞 코가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혼자 음악이라도 듣고 있는 것처럼.
남조윤의 어머니가 그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이구. 이 양반 허파에 바람들겠네.”
“내가 뭘?”
“술 마시러 갈 때 말고, 이렇게 좋아하는 건 또 처음 보네.”
어머니의 핀잔에도 아버지는 계속 발끝을 탁탁거리며 웃었다.
엘리베이터 창에 비치는 어머니의 뺨에도 살짝 볼우물이 패였다.
MA시네마는 8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덮쳐왔다. 고소한 팝콘과 버터구이 오징어, 나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영화관 내부는 수백 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남조윤의 숙부가 놀란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어이고, 정신 사나워. 여기서 사람 잃어버리면 찾지도 못하겠다.”
“영화관은 다 이래, 아빠!”
사촌 여동생이 눈을 부라렸다.
“이따 극장 안에서 전화받기만 해봐! 난 아빠 모르는 척할 거야!”
“애비고 뭐고 내다 버려라, 그래.”
그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벽걸이 대형 스크린에서 얼라이브의 VIP시사회 인터뷰 화면이 흘러나왔다. 무인발권기의 전광판에는 얼라이브의 포스터가 떠 있고, 한편에는 얼라이브의 홍보용 입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매표소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얼라이브 현장 예매는 불가능합니다, 고객님.”
“좌석 수가 사백 개가 넘는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요?”
“이번 시사회는 사전예매로 이미 매진된 상태라서요.”
“안 된대. 그냥 원래 보려던 거 보자.”
“아, 이거 진짜 보고 싶은데. 언론 시사회평도 엄청 좋단 말이야.”
“평론가들 평 좋은 영화는 원래 재미없어!”
매표소마다 시사회 현장예매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진열대에서는 사람들이 팸플릿을 몇 장씩 손에 들고 재잘거렸다.
“팸플릿 한 부씩 가져가자. 이기환 봐, 눈 호강한다!”
“등장인물 사진 다 있네. 박세령이랑, 이송하 거 겁나 잘 나왔다.”
귀를 쫑긋 세운 남조윤의 아버지가 진열대로 다가갔다. 두리번거리다가 얼라이브 팸플릿 한 부를 집었다. 겉표지에는 단체 포스터가, 구불구불하게 접힌 안쪽에는 등장인물들 개인 포스터가 들어 있었다.
꼼꼼하게 살펴본 아버지가 팸플릿 몇 부를 챙겼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걸 건네받아 핸드백에 넣었다.
“아주버님, 그건 뭐하러 그렇게 챙기세요?”
“기념으로 집에 몇 장 갖다놓게요. 오늘 못 본 식구들한테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좀 보여주고.”
남조윤 아버지의 말에, 숙모가 팸플릿을 들어 주르륵 넘겨봤다.
“조윤이가 이 사진에 조그맣게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원래 영화 포스터는 유명한 배우만 찍어. 형은 안 유명하잖아.”
사촌 남동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예고편에도 아예 안 보이던데. 형 대체 무슨 역할로 나오는 거래?”
“좀비로 나오나? 분장해서 예고편에서 못 알아본 거 아니야?”
“그럼 두 시간 동안 스크린 눈 빠지게 쳐다봐야겠네.”
“안 그래도 돼. 사람이야.”
불쑥,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남조윤이 양손에 팝콘과 콜라가 가득 든 박스를 끌어안고 걸어왔다.
아버지가 반가운 얼굴로 그의 팔 언저리를 만졌다.
“뭐하러 차까지 구해서 보냈어? 그냥 가까운 극장에서 봐도 됐는데.”
“여기가 상영관이 좋대요. 크고.”
남조윤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 차는 제가 보낸 게 아니라···.”
“오빠!”
다른데 신경을 팔고 있던 사촌 여동생이 후다닥 끼어들었다.
“오빠, 영화 VIP시사회 하는 데도 갔었어? 거기 온 연예인들 봤어?”
“대충.”
“같이 사진 좀 찍지! 촬영하면서 이기환이나 박세령이랑 친해졌어?”
“별로.”
“어우, 답답해! 이런 기회에 친해지지,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사촌 여동생이 안타깝다는 듯 발을 굴렀다. 그러다가, 흠칫 놀랐다.
남조윤의 뒤로 새까만 니트를 입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팝콘과 콜라 박스를 들고. 그리고 특이하게 선글라스로 눈을 다 가린 모습이었다.
지척까지 다가온 그가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선웁니다.”
가족들이 멀뚱히 바라보자, 남조윤이 남자 옆에 가까이 붙으며 소개했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에요. 오늘 차 보내준. 지난번에···.”
“혹시, 너한테 반찬 나눠주고 했던 그 동생이냐?”
어머니가 눈을 번쩍 떴다. 남조윤이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둥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분위기에서 인사와 대화가 오갔다.
그때까지도, 사촌 여동생은 미심쩍은 눈으로 남자를 보고 있었다.
“저기요, 왜 실내에서 선글라스 끼고 계세요?”
“아.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안에 들어가면 벗을 거야.”
남자가 설핏 웃으며 말했다.
“혹시 연예인이에요?”
“아닌데.”
“연예인도 아닌데 누가 알아보··· 어, 정선우? 혹시 매니저예요?”
사촌 여동생이 달려들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남자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렸다. 싸늘해 보이는 눈에 웃음이 스몄다.
“맞아.”
“우와, 와, 대박!”
“쉿, 사람들 알아본다니까.”
남조윤의 사촌 둘이 정선우에게 달라붙어 속닥거렸다.
“저희 오빠랑 친하세요? 조윤이 오빠 이제 쫌 배우 같다!”
“진짜 이송하 매니저 맞아요? 여기 이송하도 같이 왔어요?”
둘이 호들갑을 떨수록, 어른들의 표정은 더 얼떨떨해졌다.
“왜들 그래?”
“큰엄마, 지금 조윤이 오빠보다 백배 더 유명한 사람이에요!”
“유명하다고?”
“이송하 매니저요! 왜, TV에도 나왔잖아요!”
“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남조윤의 아버지가 고개를 들이밀고 정선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어머니에게 등짝을 한 대 얻어맞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요, 부담스럽게!”
“아, 조윤이 쟤한테 유명한 동생이 있다니까 신기해서 그러지!”
“얼마 안 가서, 형이 저보다 훨씬 유명해질 거예요.”
정선우가 입 끝을 올리며 말했다.
“한 백 배쯤 더.”
“에이, 조윤이 오빠 무명배우 생활 거의 십 년이거든요? 여기 사람 수백 명 있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잖아요.”
사촌 여동생이 기대도 안 한다는 듯 말했다. 가족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심지어 남조윤 본인마저도 무반응이었다. 정선우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건 남조윤의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뿐이었다.
곧, 정선우가 상영관 입구를 돌아봤다.
사람들이 관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슬슬 시작할 것 같은데. 가 볼까요?”
[ 봄, 수확의 계절 (2) > 끝ⓒ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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