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Management RAW novel - Chapter (259)
탑 매니지먼트 260화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들끼리 (4)
나는 나를 못 믿겠다.
백한성 대표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나를 밀고 당기고 건드리면, 언제까지 제 자리에서 버틸 수 있을까? 얼마 안 가서 못 이기는 척 몇 걸음 움직이고 싶어질지도 모르지.
머리 아프게 갈등할 필요 없이 밀면 밀리는 척. 당기면 끌려가는 척.
정말 쉽고 편할 텐데.
그래서. 그렇게 될까봐 겁나서.
그냥 액셀을 밟아버렸다.
놀란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던 백한성 대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멀쩡한 작품, 망하는 꼴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
“조실장이나 내가 캐스팅에 손대면 첫사랑입니다가 망할 거라는 뜻인가? 아니면, 망하게 할 거라는 뜻인가?”
이 반응을 바라고 한 말이긴 했다. 지금 첫사랑입니다를 가만히 내버려 두게 하려면 이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으니까.
곧 백한성 대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은, 알았어.”
“······.”
“작품이 망하면 안 되지.”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선이 떨어졌다.
“정팀장 뜻대로 해봐. 내 방식은 아니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결과니까. 그리고 그냥 정팀장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 게, 이렇게 화나게 만드는 것보단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달래는 것 같은 투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골내지 말라는 것처럼.
“그럼, 나가 봐.”
“네.”
망설임 없이 대표실을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쥐새끼 같은 얼굴을 맞닥뜨렸다.
조병환이 염탐이라도 하듯이 대표실 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가 찔끔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턱을 치켜들었다.
“아니, 나는 그냥 네가, 정팀장이 안 하면 내가 하겠다는 거지. 이게 뭐 잘못인가? 정팀장이 잡아 온 작품이니까 난 뭐, 얼씬도 하지 말라고? 무슨 견제를 이딴 식으로 해? 나도 누구처럼 팀장 좀 달아보겠다는데.”
떠들어대는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따져보면 첫사랑입니다, 그거 애초에 기획안은 내가 먼저 받은 거야. 사실 내걸 정팀장이 가로챈 거 아냐?”
안 그래도 거슬렸는데.
쥐새끼처럼 집 안 구석구석 파헤치고 다니면서 이 구멍에서 깔짝, 저 구멍에 깔짝. 쥐구멍에 약을 치든가 해야지.
“조실장님. 이직할 생각 있어요?”
“무, 뭐? 뭐라고?”
내 말에 그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덜컥거렸다.
“아니면 내가 회사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될 텐데.”
“그게 무슨,”
“내가 이 회사에서 하루를 일하든, 십 년을 일하든.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그쪽은 팀장 못 될 것 같거든요.”
내가 아주 최선을 다해 방해하고 싶어져서.
시뻘건 얼굴로 입을 달싹이는 조병환을 그냥 지나쳤다.
도통 손에 일이 안 잡혀서 책상이나 쳐다보고 있다가, 퇴근 시간쯤에 3층으로 내려갔다. 김현조와 3팀장은 회의를 막 끝냈는지 A&R과 신인 개발팀 쪽 직원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퇴근들 안 하세요?”
“난 이제 할 거고, 얘는 뭐. 이러다 회사에서 뒤지든가 하겠지.”
3팀장이 김현조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도 퇴근할 생각 따윈 없어 보이는 김현조가 캔 커피를 홀짝거리며 나를 훑어봤다.
“넌 뭐, 또 누구 들이박고 왔냐? 딱 그런 얼굴인데?”
“제가요?”
“어. 저번엔 GTBN 부장 하나 갖다 박았고. 이번엔 뭐, 국장이냐?”
“아뇨. 대표님이요.”
내 말에 김현조가 눈을 껌뻑거렸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대표님? 우리 대표님?”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라고 들이박았는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상관 말라고.”
“어?”
“뭐?”
두 사람이 나란히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한테 뭐라고 했다고?”
“마음에 안들면 자르시라고.”
“······.”
“······다들 짐싸. 나가자.”
3팀장이 말했다.
***
매니지먼트 본부장실.
조병환 실장이 잔뜩 흥분한 채 씨근덕거렸다.
맞은편에선 본부장이 뜨겁게 데운 우유를 찻잔에 따르며 물었다.
“정팀장 걔가 진짜 그랬어?”
“그랬다니까요? 자기가 이 회사에 있는 동안엔 저 팀장 절대 못 될 거니까, 팀장 하고 싶으면 회사 나가래요.”
“어이구야.”
“미친놈 아니에요, 그거? 진짜 어이가 없어서. 걔가, 정팀장이 이 얘기를 대표실 앞에서 했다니까요? 문 뒤에 대표님 있는데? 아마 대표님도 들으셨을걸요? 그 새끼 진짜 눈에 뵈는 게······!”
조병환 실장이 쌓인 말을 다 쏟아내겠다는 태세로 떠들었다.
그러는 동안 능숙하게 밀크티를 제조한 본부장이 한 모금 맛보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근데 너는 다른 회사는 왜 건드리고 다녀?”
“······네?”
조병환 실장이 뻣뻣하게 굳었다.
“소나무 엔터 쪽으로 조건 떠봤다면서. 왜, 채영이가 회사 옮기고 싶대? 아니지, 그거야 허구한 날 하는 얘기고. 네가 옮기고 싶어?”
“······그, 그게 아니라.”
“대표님이 모르실 것 같아? 다 아셔.”
하얗게 질린 조병환 실장을 앞에 두고 본부장이 계속 말했다.
“아직은 괜찮아. 대표님 사람 쉽게 안 버리는 분이시니까. 완전히 고장 나기 전까진 가능한 한 고쳐 쓸 수 있는 데까지 쓰시는 편이지. 그러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일이나 잘해.”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휘저으며, 본부장이 산뜻하게 웃었다.
“못하겠으면 채영이 비위나 잘 맞춰. 늘 하던 것처럼.”
***
앞장서는 3팀장을 따라간 곳은 그가 사는 아파트였다.
꽤 오랫동안 같이 일했는데, 집에 와본 건 처음이었다.
키패드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환한 형광등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덜커덩거리는,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도.
“안에 누구 계세요?”
“로봇청소기야. 퇴근하기 전에 핸드폰으로 돌려놓거든. 야,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냐? 퇴근할 때쯤 맞춰서 예약 걸어놓으면 꼭 집에서 누가 기다리는 것 같다니까. 사람 사는 집 같잖아.”
3팀장이 떠들면서 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앞 더듬이를 움직이며 분주하게 소파 근처를 청소하고 있는 로봇청소기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김현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가 사람으로 보이면 진짜 심각한 거다. 연애를 해, 연애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야······.”
3팀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쉬는 날 이런 풀이나 뜯으러 다니니까 연애를 못 하지.”
김현조가 거실 한 면을 차지한 거대한 진열장을 보며 말했다.
안에는 모양도 다채로운 담금주가 예술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저번보다 풀 종류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취미도 진짜 희한해.”
“풀이 아니라 자연산 약초야, 인마. 그게 얼마나 귀한 건데.”
산삼이니, 동충하초니, 비슷비슷한 풀뿌리를 한참 자랑한 3팀장이 마트에서 사 온 수입 캔맥주와 소주를 테이블에 세팅했다. 담금주는 하루에 한두 잔만 마셔야 하는 거라고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으면서.
둘러앉자마자 김현조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한테 마음에 안들면 자르라고 했다고?”
“네.”
캔맥주를 따며 대답했다.
앞에서 3팀장과 김현조가 혀를 내둘렀다.
“인마, 너 요즘 또 질풍노도의 시기냐?”
“저거 로드일 땐 신입의 패기가 대단하구나, 뭘 모르니까 용감하구나, 했는데. 이쯤 되면 들이박는 게 취민 것 같아.”
“이송하가 쟤를 닮아가나?”
3팀장이 문득 나를 위아래로 뜯어보며 말했다.
“가만 보면 하는 짓이 좀 닮았어, 둘이. 연예인이랑 매니저랑 그냥 같이 막 나가기로 한 거야?”
“내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고? 딴사람도 아니고 대표님한테? 야, 난 상상만 해도 숨이 다 막힌다.”
김현조가 인상을 찌푸리며 목덜미를 더듬었다.
3팀장이 피식거렸다.
“뭘 또 숨이 막힐 것까지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난 대표님은 좀, 그래.”
김현조가 꺼림칙한 얼굴로 술잔을 비웠다.
“회사 대표랑 실장 정도의 이 멀다 싶은 거리감이 딱 적당한 느낌? 절대 밉보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썩 사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느낌도 아니고.”
“그래도 이 바닥에선 같이 일하기에 우리 대표님만 한 사람도 없어.”
3팀장이 나를 힐금 보며 덧붙였다.
“서로 척만 안 지면.”
“······척지면요?”
내 물음에 3팀장이 어깨를 들썩였다.
“2팀장꼴 나는 거지 뭐. 그 계산적이고 좀팽이 같은 놈이, 대표님을 들이받았을 땐 지도 그만한 자신이 있었다는 건데. 나야 모르지만 대표님이 뭔가 했겠지. 그러니까 하루 만에 그렇게, 그 꼴이 됐지.”
“그 양반은 요즘 뭐 하고 산대?”
“필리핀에 있다는 거 같던데, 뭐 하고 사는진 모르겠네.”
씁, 혀를 차며 3팀장이 다시 나를 바라봤다.
“웬만하면 대표님하고 척은 지지 마라. 그럼 진짜 힘들어. 진짜로.”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요.”
차가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3팀장이 어깨를 가볍게 들썩거렸다.
“그래도 뭐, 이 정도로 자르시기야 하겠어? 네가 지금까지 회사에 돈이든, 이미지든, 벌어다 준 게 얼만데. 손채영이 그 패악을 떨어도 어지간하면 다 받아주시는데, 설마 널 자르겠냐?”
“오히려 잡아두려고 하시는 것 같긴 해. 예전부터 계속.”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던 김현조가 입을 열었다.
“전에 네가 밀어붙여서 프리티걸하고 방송하고, 계약했을 때도 좀 희한하다 싶었거든. 애들 딱하긴 하지만 대표님이 그런 거 신경 쓸 분도 아니고. 굳이 계약까진 안 해도 되지 않나, 했는데.”
김현조가 반쯤 채워진 소주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네가 프리티걸 애들 직접 회사에 넣어놓고 당장 맘 편하게 나갈 수 있겠어? 남조윤도 네가 데려왔고. 넵튠은? 네가 2팀장님이랑 치고받고 하면서 네 팀으로 끌어들인 임주원이나 서지준은? 송인호는?”
“······.”
“현실적으로 네가 한꺼번에 다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 뭐, 두고 나가도 그 사람들 큰일이야 없겠지. 다들 급이 있는데 낙동강 오리알 취급이야 당하겠냐. 근데 그래도 네가 책임감이 없는 성격도 아니고, 두고 가면 눈에 좀 밟히지 않겠냐?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어?”
조금이 아니라 많이.
눈에 밟히고 불편하겠지.
“그러면 네가 시발 좆같은 회사 나가버려야지, 생각하다가도 한 번은 더 망설이게 되지 않겠냐고.”
생각이 복잡해져서 연거푸 잔을 비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시는데, 문득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하여튼 매너들이 없어요.”
“······손채영이네요.”
김현조와 3팀장 술을 반쯤 뱉어내며 기침했다.
핸드폰을 더듬더듬 집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가 아까 조실장님한테 첫사랑입니다라, 라는 드라마 기획안을 받았거든요. 꽤 재밌겠던데. 이거 그쪽이 꽂힌 거라면서요? 조실장님이 나한테 이거 하고 싶으면 대표님한테 직접 말해 보라고 하던데.
아, 조병환.
-그쪽은 이미 캐스팅이 끝난 작품이라 포기했다던데, 제정신이에요?
백한성 대표는 일단 멈춰놨는데,
이쪽은 어떻게 처리할까.
-어떻게든 배우한테 좋은 작품 찾아다 주고, 너저분한 잡음 안 나오게 잘 수습하는 게 회사가 하는 일 아닌가? 만약 그쪽이 독립하고서도 이렇게 어중간하게 일하면······.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쪽 일하는 게 답답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답답해서.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한 손채영이 덧붙였다.
-어쨌든 나 이거 안 해요.
“······뭐라고요?”
-첫사랑입니다, 이거 안 한다고요. 이 얘기 하려고 전화했어요.
안 한다고?
“왜요?”
-뭐가요.
“왜 안 합니까? 재밌겠다면서.”
반대편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 드라마 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턴 그쪽이 아예 나랑 말도 안 섞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전화가 뚝 끊어졌다.
“······.”
먹통이 된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손채영이 갑자기 왜 이러지?
이런 인간이 아닌데.
내가 말을 섞고 안 섞고가, 뭐가 중요해서?
“왜 그래? 손채영이 또 지랄해?”
무슨 얘길 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듯,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민 3팀장이 물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좀 이해가 안 돼서요.”
“취했냐? 뭐 당연한 얘길 하고 그래. 걔는 원래 이해가 안 돼야 정상이야.”
“그렇지. 손채영이 이해되면 그게 더 문제지. 이 자식 취했네.”
김현조가 문어발을 질겅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불쑥, 떠오른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란 말이 괜히 있겠냐. ······아, 근데.”
단호하게 말하던 3팀장이 곱슬곱슬한 머리를 긁적였다.
“최건영 걔는, 좀 변한 것 같기도 하더라.”
숨을 쉬다가 사레에 걸렸다.
예상치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나와서.
급히 찬물을 몇 모금 마시고 물었다.
“최건영이요?”
배신자?
“어, 걔 그렇게 나가고 나서 명절마다 안부 문자가 오거든.”
“형한테도 와?”
김현조가 끼어들었다.
“너한테도 오냐?”
“매년 와. 올 초에도 왔었어. 근하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추석 때도 왔고. 내 생일엔 기프티콘도 보내더라. 보내지 말라고 해도 보내. 예전엔 죄송했다고, 이렇게라도 해야 지가 마음이 편하대.”
“걔도 난놈은 난놈이다, 진짜. 어딜 가서든 성공할 놈인데, 하필 여기 와서 얘를 만났네.”
혀를 내두른 3팀장이 나를 바라봤다.
“너한텐 연락 안 오냐?”
“······네.”
그날 회사에서 멱살잡이한 뒤론 한 번도 연락이 오간 적이 없는데.
예전엔 죄송했다고?
그 말은 나한테 제일 먼저 해야되는 거 아닌가?
내가 그놈 때문에 하마터면 스트레스성 위염을 얻을 뻔했는데.
그놈이 변했다고? 그 최건영이? 배신자가? 진짜로?
그놈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오래전 기록을 뒤져서 최건영의 번호를 찾아냈다. 바로 전화 버튼을 눌렀다. 내가 하는 짓을 보고 있던 3팀장과 김현조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 지금 걔한테 전화 거냐?”
“얘 진짜 취했나 본데? 얌마, 지금 새벽이야.”
곧 핸드폰 너머로 잠에서 깬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자냐?”
-······뭐?
“어, 너 요즘 뭐 하고 사나 좀 궁금해서. 여전히······.”
-미친 새끼 아냐, 이거.
그리고 전화가 뚝 끊어졌다.
“······.”
“왜. 뭐래?”
“미친 새끼라는데요.”
그럼 그렇지. 변하긴 개뿔.
사람 쉽게 안 변하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이십여 년 후 미래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실장님. 아까 대표님은 별로 가까워지고 싶은 느낌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어때요?”
“너?”
김현조가 턱을 긁적이며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3팀장이 끼어들었다.
“같이 일하기에 너만큼 괜찮은 놈도 없지. ······서로 척만 안 지면.”
“······.”
아까 백한성 대표를 두고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 3팀장이 내 표정을 보고 방정맞게 웃어댔다. 진심으로 척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너한테 원한 사면 정말 크게 엿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아. 지금은 엿 될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모양이지?
낄낄거리는 3팀장과 말로 드잡이질을 하고 있을 때.
김현조가 나를 보고 말했다.
“넌 가까워지고 싶은 놈이지.”
그리고 심드렁히 덧붙였다.
“뭐, 이미 가깝긴 하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