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Management RAW novel - Chapter (270)
탑 매니지먼트 270화
화이트, 화이트, 크리스마스 (4)
“송하 진짜 예쁘다. 사람 아니네······.”
오늘도 회사에서 눈칫밥을 얻어먹고, 구겨진 자존감을 겨우겨우 추스르며 퇴근한 사회초년생. 그녀는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위튜브에 접속했다.
화면 가득 넵튠 멤버들의 얼굴이 교차했다.
안 그래도 예쁜 애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무대의상을 휘감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그녀의 죽어가던 눈도 반짝임을 되찾는 것 같았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시작된 이 취미생활이 그녀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다.
회사에서 너는 왜 일머리가 없냐고 면박을 당한 날에도, 요즘 애들은 왜 예의가 없냐는 뒷말을 들었을 때도.
넵튠이 동영상으로, 사진으로, 음악으로 위로해 줬다.
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취미생활인가.
그래서 오늘.
사회초년생은 얕은 취미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묵직한 첫걸음을 뗄 생각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그녀가 글을 올렸다.
[넵튠 덕질은 다들 어떻게 시작해?]도시정글 보고 송하한테 치인 팬인데, 위튜브 알고리즘으로 넵튠 영상들 떠서 보니까 아이돌 활동하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
돌덕질은 첨이라 혼란이ㄷㄷ 뭐부터 보면 좋을까?
-거름
└글쓴) 어? 내가 뭐 실수했어······?
-한줄 한줄 쎄함이 진동을 하네
-첫 줄부터 존나 PTSD 도져
└글쓴) 왜???
-여긴 그래도 고인물들 많아서 마더 테레사급으로 친절한 거임 딴 데서 이따구로 자기소개하면 바로 처맞고 쫓겨남
└글쓴) 아ㄷㄷㄷ 나 진짜 하나도 몰라서 그러는데 뭘 실수한 거야?
-그동안 송하 드라마 보고 유입된 악개들 전적이 화려해서 그래 걔들이 송하 그룹탈퇴 기원 이지랄하면서 어그로 끌고 다녀서ㅎㅎ 송하 올려 치면서 다른 멤들 후려치지만 않음 욕 먹을 일 없어
└글쓴) 나 악개 아닌데; 다른 멤버들도 다 좋아해!
└먼저 넥스트 K스타 풀버전부터 보고, 위튜브 찾아보면 메이필 넵튠 편집본 올라온 거 있거든 그것도 후루룩 보는 거 추천
└무대 직캠이랑 라디오 추천 회차는 예전에 누가 되게 정성스럽게 정리해 놓은 목록 있을 거야 입덕가이드로 검색해 보고 굵직한 것들 위주로 먼저 봐봐 환영해!
└위튜브 W&U 채널에 자컨 올라와 있는 거 꼭 봐 갠적으로 송하는 무대랑 자컨이랑 갭이 어마어마해서 자컨은 꼭 봐야 함, 무조건임
└글쓴) 다들 고마워 너무 따숩다ㅜ! 넥스트 K스타부터 볼게!
***
[이송하 헐리웃 러브콜 거절······ 넵튠 활동 때문?]개떡 같은 기사가 떴다.
피터팬 엔터의 구성민 대표는 중증의 관심종자였다.
끊임없이 대중매체를 통해 본인의 비대한 자아를 표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사람이 워낙 비호감이라 방송계에선 썩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구대표가 욕망 분출구로 삼은 곳이 바로 SNS였다.
유명인, 특히 연예인들의 이슈를 주워 먹고 확대 재생산하는 걸로 이득을 챙기는 황색 매체엔 구대표의 헛소리도 양질의 공급원이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구대표가 피터팬 공식 계정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그 와중에 흘린 몇 가지 정보가 이슈가 됐다.
-인주가 스트레인저에 캐스팅된 이후로 나도 헐리웃 쪽 에이전트하고 접촉할 일이 많아졌는데, 최근에 소식을 하나 들었어요.
-그 쪽에서 발이 넓은 에이전트가 칸에서 도시정글을 보고 되게 맘에 들었었나 봐. 이송하한테 해외 진출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는데 까였대. 헐리웃 메이저 감독 작품에 연결해 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고 하더라고.
-배우한텐 굉장히 좋은 기횐데, W&U가 생각이 짧은 게 아닌가······.
그간 넵튠의 행보를 궁금해하며 지켜보는 눈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불티가 튀자마자 불이 붙었다.
-이송하한테 오퍼 오고 이런 거 라이브에서 막 떠들어도 돼? 심지어 지들 회사도 소속도 아닌데?
-너무 당당해서 이송하 피터팬으로 옮긴 줄 알았네 씨발
-왜 공계에서 대표가 라이브를 하고 자빠졌어? 누가 봐?
-채널에 아예 [구성민의 비전>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음··· 나도 모르고 싶었는데 전에 내배우 비하인드 보러 들어갔더니 대표 영상이 메인에 걸려있어서 안구테러당함 개빡쳐 진짜
구성민 대표의 경솔한 행동을 비판하며 갖고 놀기를 잠시.
화제는 더 자극적이고 물어뜯기 좋은 쪽으로 옮겨갔다.
-근데 헐리웃 메이저 감독 누굴까?
-그냥 미국 가지······ 도시정글 해외에서도 반응 좋아서 헐리웃 진출하기 최적의 타이밍이던데, 아이돌 그룹에 발목 잡혀서 좋은 기회 다 놓치고 있는 거 너무 아깝다
-걍 넵튠 활동이랑 같이하면 안 됨? 지금까진 그렇게 했잖아.
└헐리웃 영화 찍게 되면 무조건 그쪽 스케줄에 다 맞춰야 할 텐데, 넵튠은 일단 컴백 하면 음방부터 시작해서 고정 스케줄 너무 빡빡함
└아예 넵튠 컴백을 미루면 안 되나?
└이송하 개인 스케줄 땜에 넵튠 전체를 희생할 순 없지
-이쯤 되면 그냥 따로 갈 길 가는 게 정답 아닌가
└지인이 그쪽 일 하는데 이미 잠정 해체하는 걸로 결론 났다더라 이송하는 아예 배우 쪽으로 노선 틀고 나머지 셋은 계약기간 끝나면 걍 솔로 하면서 프로젝트성으로 넵튠 활동한다는 것 같던데
└개소리 존나 정성스럽네 밥 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냐?
└얘들은 백퍼 해체할 수밖에 없음 이송하 혼자 버는 돈이 얼만데 당사자든 가족이든 어디서든 분란이 터질 수 밖에 없어
└이송하한테 넵튠 활동이 매리트가 없잖아 오히려 할수록 시간 투자 대비 손해 아닌가? 굳이 소녀가장 노릇 계속 할 필요 없지
└소녀가장???? 이송하가 왜 넵튠 소녀가장임? 넵튠이 아직도 무명인 줄 아나, 이송하 말고도 넵튠 멤들 인지도 다 높거든요
└그래봤자 이송하가 넘사잖아 이송하 덕분에 넵튠 급이 존나 뻥튀기 된 건 사실 아닌가?
└나도 넵튠 팬이지만 솔직히 넵튠은 여기까진 거 같음
└너 팬 아니지?
-솔직히 넵튠은 이송하가 SNS에다 언해피 한 번 띄우면 그날로 찢어지는 상황임 아직 그룹이 유지된다는 건 이송하가 당장은 나갈 생각이 없는 거
-아직 어리잖아 지금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자기가 뭘 놓치고 있는지 모를 수 있지······ 근데 회사나 주변 어른들은 모를 수가 없는데 다들 이기적인 거지 뭐
-이송하 팬들도 개답답할 듯 가족들은 아예 간섭 안 하나?
-남의 인생에 오지랖 쩌네 이송하 걱정하는 척 지랄났다 진짜ㅋㅋ
난장판이었다.
악의가 활개를 쳤다.
위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는 논란을 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넵튠의 온갖 불화설을 끄집어올렸다. 특히 임서영에 대한 날조가 가장 심했다.
[데뷔 때부터 이어진 멤버들의 이송하 가스라이팅, 임서영이 주도?] [넵튠 논란 재조명, 지금 보면 소름 돋는 임서영 과거 발언] [탑티어 걸그룹? 이송하 갈아서 쌓은 커리어··· 혹사 증거]-카메라 돌아가니까 멤버들 중에 이송하만 겉도네요 표정도 안 좋고
-와 임서영 이송하 표정 안 좋은데 계속 치대면서 친한 척ㅋ
-이송하 표정 원래 그래요 아무 생각 없는 거
-임서영이 자기 찌끄레기라고 자학하는 것도 다들 우쭈쭈하는 분위기라 이상했음 솔직히 동정심 유발하면서 이송하 가스라이팅하는 거 티 존나 났는데
-찌끄레기 그것도 프리티걸 밈에 숟가락 얹은 거 아님?
-임서영 까는데 프리티걸 끌어다 쓰지 마세요
-솔직히 이해는 감 넵튠 해체하면 이송하 연기하고 이태희랑 엘제이는 솔로 하면 되는데 임서영은 딱히 먹고살 길이 없으니 이송하 붙잡고 늘어질 만도······
-원래 흑인들은 한 명 성공하면 가족에 친구에 동네 이웃들까지 들러붙어서 거머리처럼 피 빤다던데 그런 느낌이네
-기족도 안 하는 짓을 멤버들이 하고 있네
모니터링을 관두고 곧바로 임서영한테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지 연결음이 나오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됐다.
-네, 오빠!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밝았다.
“며칠간 인터넷 하지 마. 쓰레기들이 너무 많다.”
-이미 안 보고 있어요. 한두 번인가. 이것도 다 지나가겠죠, 뭐.
“그래, 잘했어. 태희 옆에 있으면 좀 바꿔봐.”
곧 이태희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네, 팀장님.
“악플 고소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것도 오래 참은 셈이다.
지금 윽박질러서라도 불씨를 끄지 않으면, 앞으로도 같은 잿더미에서 몇 번이고 불이 붙겠지. 방치하면 언젠가는 넵튠을 집어삼킬 만큼 큰불로 번질지도 모른다.
잠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태희가 다시 말했다.
-저흰 좋아요. 그럴 때도 됐죠.
“알았어. 자세한 상황 나오면 연락할게. 며칠간은 서영이 인터넷 못하게······ 아니, 너희 전부 다 모니터링하지 마. 꼭 알아야 하는 일이 있으면 관우한테 전달하라고 할 테니까.”
-네. 어차피 곡 나왔으니까, 앨범 준비에만 집중할게요.
통화를 끝내고 홍보팀부터 들렀다.
그곳은 이미 전쟁의 최전방이었다.
“진짜 일 좆같이 하네!”
박팀장이 핸드폰을 들고 고함을 질러댔다.
“대표가 관종이라 제어가 안 된다는 변명도 한 두 번이지. 이제 보니까 그 핑계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거 아냐? 어디 이쪽도 똑같이 해봐요? 난 뭐 할 말이 없어서 입 닫고 있는 줄 알아? 거기 대표가 이혼을 왜 두 번이나 했는지, 그거부터 떠들어 볼까요? 뭐? 이 사달을 내놓고 사생활은 건드리지 마? 내가 알바야? 좆같으면 와서 따지세요. 여기 주소 아시잖아, 5층 홍보팀!”
거의 쌍욕을 퍼부으며 전화를 끊은 박팀장이 핸드폰을 책상에다 집어 던졌다. 옆에서 대기하던 본부장이 얼음물을 건넸다. 한 잔을 단숨에 원샷한 박팀장이 이를 갈았다.
본부장이 물었다.
“그래서 구대표 두 번이나 이혼한 이유가 뭔데?”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아니, 알고는 싶은데, 알고 싶지 않아.”
고개를 휘저은 박팀장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 스트레스. 나 진짜 이 인간 때문에 혈압 터질 것 같아요.”
“진정해, 심호흡 좀 하고. 네 나이에 혈압 터지면 뇌졸중이야.”
본부장이 손을 아래로 누르는 시늉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곧이어 박팀장이 내 쪽을 홱 돌아봤다.
“선우씨, 자기 구대표 약점 뭐 아는 거 없어? 까발리면 그냥 엿 되는 거. 저 인간 저거 아무리 봐도 정상인의 사고방식이 아닌데 몰래 약 빠는 거 아냐? 우리 같이 손잡고 딥하게 한번 파볼까?”
“······.”
안 그래도 생각 중이다.
시한폭탄 같은 첩보를 그쪽에다 던진 후론, 어차피 망할 테니까 아예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이건 좀 선을 넘었지.
“어이구야, 둘이서 구성민 매장시키는 TF팀이라도 만들게?”
헛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던 본부장이 멈칫했다.
그리곤 고개를 젓는다.
“농담이었는데 안 웃기네.”
“본부장님은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시끄럽게 떠드는 두 사람을 상대로 용건을 꺼냈다.
“아무래도 고소해야 할 것 같아요.”
“누구를? 구대표를?”
“악플이요. 수위가 점점 위험해져서 더 내버려 두면 안 되겠어요.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확정되면 바로 법무팀이랑 얘기해서 고소 진행할게요.”
“그래. 넵튠도 오래 참았지.”
박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렛잇스노우 프로모션은 괜찮을까 모르겠네. 월드아트 픽처스에서 보낸 일정대로 가면 이번 주말부터 애들이 찍은 MV랑 음원 공개될 텐데. 하필 타이밍이 참.”
아.
렛잇스노우.
혼탁하던 머릿속에 냉기가 훅 불어왔다. 순식간에 시나리오 하나가 짜여진다. 넵튠의 재계약 이슈, 또다시 기어 나오는 멤버 불화설, 이송하 헐리웃 러브콜 이슈. 이 모든 걸 뒤로할 수 있을 만한 화제성.
내가 가진 것.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것 중에.
있었다, 그런 게.
어쩔까.
내가 고민하는 동안 박팀장이 계속 말했다.
“아, 분명 이 판국에 신곡이나 잘 뽑아서 빨리빨리 컴백 할 것이지 왜 영화 OST에 정력 낭비하고 있냐고 떠들겠지. 앞으로 정규활동 안 할 거냐, 프로젝트 앨범만 낼 거냐, 블라블라.”
“시끄럽겠죠?”
“말이라고 해? 프랜차이즈 인기작 OST였으면 다들 박수치고 난리였겠지만, 렛잇스노우는······ 이 와중에 만약 음원까지 반응 별로면, 아냐, 아냐, 곡을 그렇게 잘 뽑았는데 망할 리가 없지. 망하면 안 되지.”
“아예 더 시끄럽게 만들면 어때요?”
“뭐?”
까짓거. 해보지 뭐.
“시끄럽게 만들어? 어떻게?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하자고?”
박팀장이 혀를 찼다.
“그것도 쉬운 거 아니다? 뭔가 소스가 있어야지.”
“잠깐만요.”
핸드폰을 꺼내 월드아트 픽처스 심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주말에 렛잇스노우 MV 공개 예정이잖아요?”
-그렇죠.
심부장의 목소리에 걱정이 담겼다.
-지금 좀 시끄러워서 안 그래도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회의 중인데. 아, 사실······ 저희 마케팅 쪽에서 계속 정팀장님한테 의향이라도 물어봐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거든요.
돌다리를 두들기듯,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정팀장님이 칸에서 만든 외화 순위 리스트 있잖아요. 렛잇스노우 1등으로 찍은 거. 이걸 좀 프로모션으로 활용을······.
“마음이 통했네요.”
-네?
의아한 얼굴로 통화를 듣고 있는 박팀장을 보며 말했다.
“저도 딱 그 얘기 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