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Management RAW novel - Chapter (97)
짤막한 단신이었지만 그 효과는 거대했다.
낮부터 쏟아진 목격자들의 증언과 인터넷 기사들이 기름을 콸콸 부어놓았다면, 뉴스는 거기다 불을 붙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단신 뉴스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삽시간에 SNS와 대형 커뮤니티들을 휩쓸었다. 관련된 연예인이 한두 명이 아니라, 화제의 규모 또한 엄청났다.
덕분에 W&U의 홍보팀도 컴백 이후 가장 떠들썩했다.
“넵튠 넷 반응은 좀 어때?”
박 팀장의 물음에 홍보팀 직원들이 태블릿에 시선을 박고 말했다.
“빵 터졌어요! 반응이 나쁠 수가 없는 사건이긴 하지만, 진짜 컴백하고나서 이만큼 과열된 거 처음이에요!”
“신촌에서 공연한 게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직캠 반응이 어마어마해요. 이러다가 공식채널에 올린 뮤직비디오 조회수보다 이 공연영상 조회수가 더 높아질 판이에요.”
“이미지가 이보다 좋을 수가 없어요, 지금!”
흥분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여직원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넵튠도 넵튠인데요, 팀장님. 선우 씨도 이걸로 눈도장 완전 콱 찍었어요! 여기 누가, ‘진지 먹고 W&U에서 정선우 매니저한테 절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기도. 연매협에서 이달의 매니저상 같은 거 안 주냐는데?”
“어디 줘봐.”
박 팀장이 손을 내밀었다. 눈물이 맺힐 만큼 폭소하던 여직원이 태블릿을 건넸다. 연예 관련 커뮤니티의 페이지였다. 관련 글들을 클릭하며 주르륵 훑어보던 박 팀장이 손가락을 멈췄다.
-넵튠 컴백 후에 나온 예능들이 좀 심심해서, 팬들은 정 매니저랑 애들이 같이 예능 나가는 거 은근 기대했음. 스타 매니저 같은 거 하나 터뜨려주길 바랐는데······ 뉴스가 터질 줄이야.
-예능에 나간다고 했지, 예능만 나온다고 하진 않았다. 원샷투킬!
-넵튠 공홈 눈팅하고 왔는데 겁나 웃겨요. 정 매니저가 다른 연예인한테 간다고 하면 팬들이 바짓가랑이 잡고 가시는 걸음걸음 슬라이딩 태클 걸 분위기임.
-원래 넵튠 코어 팬들 사이에선 전부터 얘기가 많았던 사람이라.
-뉴스에 나온 영상 ‘지금우리’ 촬영팀이 찍은 거라던데. 본방 때 자세하게 다 나온다니까 오랜만에 본방사수 해야겠네양.
-근데 이번 일로 넵튠에 관심 생긴 분들 많을 듯요.
-그중 한 명 저. 공연 직캠 봤는데, 멤버들도 놀랐을 텐데 무대 퀄리티 쩔더만요. 오늘 원래 신촌 가려다가 안 갔는데 아쉬움.
-넵튠 실력이야 넥K 때 검증된 건데, 전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가 넘넘 좋더라구요. 온종일 한 곡만 반복재생 중.
-저거 이태희가 만든 곡인데 중독성 개쩜.
-사이먼 리가 작곡한 거 아니에요? 기사에서 본 것 같은데?
-그건 딴 노래. 사이먼 리 때문에 그 곡이 더 언플이 잘 된 거지, 더블 타이틀이에요. 저건 이태희가 작사 작곡 다 했음. 팬들 사이에서도 순위가 아깝다 했는데, 이렇게 터지는구나.
-제 주변에서도 이 노래 많이 듣던데, 대박 히트칠 삘이네요.
“음원 순위도 계속 확인하고 있지?”
박 팀장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플로 1시간마다 확인하고 있어요. 아까 3위 5위였어요.”
메이저 음원 사이트의 5분 예상 차트에서 처음으로 넵튠의 이름이 보였을 때, 홍보팀과 매니지먼트사업부 3팀을 비롯해 이번 넵튠의 미니앨범에 한 손 거들었던 직원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환호했다.
이태희의 자작곡인 위성이 3위. 물고기자리가 5위였다.
“슬슬 정각이니까 다시 확인해봐. 더 올라갈 것 같은 분위기야.”
“네, 뉴스도 탔고, 2위까지는 찍지 않을까요?”
“슈가캣만 아니면 1위도 가능성 있었을 것 같은데.”
“내 말이! BYG 팬들 지금 난리더라. 음원 1위 놓치면 안 되니까 스트리밍 힘내라느니, 음방 1위 할 때까지만 다들 버텨보자느니. 우리 블랙아웃 팬덤도 극성이지만 저 동네도 만만찮더, 어머, 1위야.”
“응? 뭐?”
여직원의 뜬금없는 마무리에, 남직원이 물었다. 박 팀장도 태블릿 화면을 쳐다보던 눈길을 돌렸다. 여직원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핸드폰 화면을 불쑥 내밀었다.
“위성 1위 했어요!”
그 순간.
홍보팀 사무실의 전화기들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몇 초간 그 소리를 즐기던 박 팀장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자, 내가 기자들 상대할 테니까 넌 김현조 실장님한테 얘기하고, 넌 선우 씨한테······ 잠깐, 거기 녹화 끝났나?”
“쫌 전에 끝내고 출연자들이랑 같이 저녁 먹는다고 톡 왔었어요!”
“그럼 전화해서 알려줘! 자기가 밀어붙인 곡, 지금 1위 했다고!”
***
“잔 비었네? 콜라 한잔 더 받아요, 선우 씨.”
“아,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지. 우리 대표형도 선우 씨한테 고맙다고 전해 달래.”
이윤호가 내 잔에 콜라를 그득 따랐다. 인맥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살자길래 흔쾌히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이걸로 내 핸드폰 주소록에 ‘지금우리’팀 멤버들의 개인연락처가 모두 들어갔다.
“비켜봐, 형.”
임주원이 이윤호를 밀어내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송하 씨 차기작 뭐예요? 결정됐으면 좀 알려줘요. 참고하게.”
“아직 확실하게 결정 안 됐어요.”
임주원이 혀를 차며 맥주를 털어 마신다.
“나도 차기작은 진짜 잘 골라야 하는데. 내가 요즘 불면증에 시달려요, 불면증에. 망할, 소속사를 빨리 좋은 데로 바꿔야······.”
“그러니까 W&U로 오시라니까.”
잔에 맥주를 따르며 농담처럼 말했더니, 임주원이 눈을 깜빡인다.
“뭐야, 전속 제의 하는 거예요?”
왜 처음 듣는 것처럼······ 하다가 아차 했다.
젠장. 그건 사라진 미래의 일이었구나.
임주원에게 그럴듯하게 둘러대 놓고 내심 혀를 찼다. 노이즈도 없고, 먼 훗날도 아닌 코앞의 미래. 그걸 보고 났더니 자꾸 헷갈린다.
가장 문제인 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지 아닌지도 확신이 안 선다는 거지. 미래 예지 능력을 얻고 난 후로 몇 번이나 정신병에 걸리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젠 더 걱정할 필요도 없겠다.
현실과 비현실이 헷갈리다니. 이미 아주 훌륭한 정신병자다. 하하.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단 몇 초의 통화 후에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생각이 싹 쓸려나갔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눈앞의 콜라를 원샷했다. 탄산이 혈관을 뚫고 전신으로 퍼지는 것 같다.
물론, 물론 조금은 기대했다. 음원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길래.
어쩌면 1위까지 가는 거 아닌가? 아니, 이 정도 화제가 됐으면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첫 공개 날의 실망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눌러 삼키고 있었는데.
마른침을 삼키고 핸드폰 어플을 켰다.
있다. 1위에, 가장 위에 ‘위성’이라는 제목이 떠 있다.
핸드폰을 꽉 쥐고 옆을 쳐다봤다. 넵튠 애들이 숟가락질하면서 다른 출연자들과 떠들고 있다.
“얘들아, 잠깐만. 일단 숟가락 내려놓고 입안에 든 거 삼켜봐.”
“네?”
“내가 얘기할 게 있는데, 먹던 거 도로 나올까 봐 그래.”
내 말에 애들이 주섬주섬 수저를 내려놓는다. 이태희도 신줏단지처럼 쥐고 있던 맥주잔을 놓았고, 게 등딱지에 비빈 밥을 한입 가득 우물거리던 이송하도 냉큼 삼켰다.
떠들썩하던 애들이 조용해지자 다른 출연자들도 내 쪽을 바라본다.
임서영이 엉거주춤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뭐, 뭔데요, 오빠? 불안하게 갑자기 왜 그래요?”
“뭐냐면.”
“잠깐만요! 혹시 안 좋은 일이면 미리 말해줘요! 마음의 준비를!”
“우리 방금 음원 1위 했어.”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뿐만 아니라, 지금 7개 음원차트 올킬이래.”
말하는 중에, 내 입꼬리가 싹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애들은 몇 초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연예인들이 젓가락으로 맥주잔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우와, 진짜? 진짜로 1위 했어? 오늘 대체 무슨 날이야?”
“헐, 진짜 축하해요! 거의 역주행한 거나 마찬가지 아냐?”
“2차 가죠, 2차!”
소란 틈에 임서영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애들이 머리를 맞대고 화면을 쳐다본다.
곧, 이태희가 연한 갈색 눈을 커다랗게 뜬 채 화면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이송하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그리고 뒤늦게 임서영이 엄청난 비명을 꽥 질렀다.
“어, 어어, 오빠, 이거 진짜예요? 합성한 거 아니고?”
“설마, 이거 합성이면 저 술병 깨요.”
엘제이가 맥주병을 잡으며 덧붙인다.
“합성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술병도 깨지 마.”
웃으며 말했더니 그제야 환호가 터진다. 감정 기복이 가장 심한 임서영은 그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주위에 다른 연예인들이 있으니까 입술 깨물고 참는 거지, 숙소였다면 벌써 터졌다.
“으아아, 캡처! 캡처 백만 개 해놔야지!”
“뭘 백만 개씩이나.”
“음원차트는 전쟁터라구요, 한 시간 천하가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도 한 시간 있다가 바로 순위 내려갈 수도 있잖아요!”
“내려갔으면 좋겠냐? 나보고 재수 없는 소리 말랄 땐 언제고.”
엘제이의 핀잔에 흠칫 놀란 임서영이 재빨리 내 팔을 붙잡으면서 ‘취소, 취소.’하고 중얼거린다. 이건 대체 언제까지 할 셈이야?
“일단 캡처해놓고 사진으로 뽑아서, 아예 결혼사진 크기로 뽑을까? 액자에 넣어서 숙소 거실에 걸어놓게!”
“하지 마, 멍청아. 가위눌려.”
‘지금우리’팀 멤버들이 낄낄거리며 정성껏 제조한 폭탄주를 돌린다. 황재현이 나한테도 한잔을 내밀었다. 양손으로 덥석 받았다. 지금까진 운전 때문에 콜라만 마셨지만, 지금부터는 좀 마셔야겠다.
“오늘 녹화 대박 났고, 넵튠 음원 대박 났으니까, 우리 본방까지 대박 나서 삼 연타 홈런 한번 날려보자!”
“날려보자!”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좋은 것 반, 얼떨떨한 것 반이던 넵튠 애들도 금방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나도 연거푸 술잔을 비우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핸드폰을 꺼냈다.
“음원 1위 기념, 단체 샷 하나 찍자. 모여!”
“기준 임서영!”
애들이 익숙하게 한데 모이는데, ‘지금우리’팀 멤버들까지 그 주변으로 다닥다닥 붙는다.
“송하 옆자리 내 자리다!”
“아씨, 노망났어? 사심 채우지 말고 비켜! 형 딸뻘이야!”
“끝자리 짤리는 거 아니야? 좀 더 붙어봐요!”
셔터를 누르려다 말고 말했다.
“이거 저희 공식 SNS에 올라갈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괜찮아!”
“오늘 하루 같이 뛰어다녔는데 단체 샷도 같이 찍어야지! 애들도 술자리만 아니었으면 데려왔을 텐데, 아쉽네.”
다들 괜찮다길래 이번에야말로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근데 선우 씨도 같이 찍지?”
황재현이 사진은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며 손짓했다. 누군가의 매니저에게 핸드폰을 건네고 갔더니 이송하가 거의 구겨지다시피 하면서 빈자리를 만든다. 간신히 얼굴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었다.
넵튠 애들도 몇 장 찍어서 홍보팀으로 보냈더니 바로 공식 SNS에 올라왔다. 내 얼굴까지 선명히 박혀있는 사진이.
사진 밑에는 ‘넵튠의 첫 음원 1위!’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최고로 행복한 밤’이라는, 임서영의 코멘트와 함께.
임서영은 한 시간 천하를 예상했지만, 위성은 한 시간 후에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밤을 꼬박 보내고 난 후의 아침에도. 먹구름이 걷히고 따끈따끈한 햇살이 흐르던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여전히 1위였다.
그 며칠 동안 넵튠은 정신을 반쯤 놓은 채로 스케줄을 소화했다.
인터넷 신문사나 잡지사로부터 인터뷰가 쏟아졌고, 공중파와 케이블을 오가며 각종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아, 그리고 음원 1위 캡처 사진은 정말 거실에 걸렸다. 임서영은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1일 1눈물을 흘리고 있다. 엘제이의 증언으로는, 이태희도 남몰래 그 사진을 틈틈이 바라본다더라.
어쨌든 그렇게 팀 전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지만 음원 1위라는 연료 덕분에 지치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기를 며칠.
TVL의 K팝 콘서트 생방송 날이 돌아왔다.
넵튠이 데뷔이래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올라간 날이었다.
주차장에서 방송국 건물로 들어가는 길목.
펜스 뒤에는 오늘도 음악방송 출연자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하다. 캠코더나 핸드폰, 또는 일명 대포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연예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소리 지르며 셔터를 눌러댔다.
내가 매니저 일을 시작하던 날 봤던 광경 그대로다.
물론, 좀 달라진 것도 있지만.
“넵튠이다, 넵튠! 잠깐 이쪽 좀 봐주세요!”
“언니, 사인해 주세요!”
“매니저님! 날도 좋은데 넵튠이랑 인증샷 한 번쯤은 괜찮잖아요!”
내가 기억하는 첫날의 반응은 민망할 정도의 무반응이었는데. 지금은 우리를 쳐다보고 손짓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리고 멤버 개개인의 얼굴은 몰라도, 넵튠이라는 이름만큼은 거의 다 아는 모양이다. 다른 아이돌 팬들까지 이쪽을 쳐다보고 수군거리는 걸 보면.
넵튠 애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나까지 쳐다보는 건 좀 문제지만.
잠깐 멈춰 서서 사인과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는데, 몇 번 봐서 낯익은 남팬 한 명이 물어왔다.
“매니저님, 넵튠 공식 1기 팬클럽 모집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오피셜 정보를 좀 뱉어주시죠.”
“소식도 빠르다.”
“팬덤 이름 뭐예요? 다들 그것 때문에 걱정이란 말이에요.”
“왜?”
남팬이 주위를 힐끔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슈가캣 팬덤 이름 확정됐는데, 냥집사래요, 냥집사. 수치플도 아니고 시커먼 남팬, 삼촌 팬들이 냥냥거린다고 생각해봐요. 우와 씨, 소름 끼쳐. 천 년 덕심도 식을걸요? 우린 제발 그런 건 아니라고 해줘요.”
“어, 아냐.”
우리 팬덤 이름은 ‘트리톤’이 될 예정이다. 넵튠의 대표적인 위성이라나. 아직 공식적인 게 아니라 대충 얼버무리는데, 남팬이 다시 물었다. 이번엔 넵튠 애들한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그런데요, 오늘 1위는 힘들 텐데 애들 실망하면 어떡해요? 방송점수나 음원, 음반은 크게 안 밀릴 것 같은데 망할 놈의 투표점수 때문에. 하필 붙어도 슈가캣, 아니 BYG랑 붙어서.”
남팬이 한쪽에 우르르 몰려있던 BYG 팬덤을 힐끔거린다. 다른 팬덤과는 숫자도, 기세도 남다르다. 안 그래도 저 팬덤 때문에 회사에서도, 넵튠 애들도 오늘 1위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1위 선정에 실시간 문자투표 점수가 반영되니까.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해봤는데, BYG 팬들이 음원 1위는 뺏겼지만, 음방 1위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며 대동단결하고 있더라. 사돈의 팔촌의 친척 핸드폰까지 빌려서 문자투표 넣을 기세였지.
입맛을 다시는데,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슈가캣 애들이 찍덕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우릴 발견했는지 멈칫한다. 수두룩한 카메라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자기들이 1위를 할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인지, 표정들이 해맑다.
볼 때마다 밉살맞은 것들.
힐끔 보니 넵튠 애들도 표정은 나쁘지 않다. 엘제이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선 복화술처럼 ‘꼴 보기 싫은데 자주도 마주치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나는 투덜거리는 남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쨌든 이따 투표 시작되면 꼭 한 표 행사해라.”
“당연하죠. 근데 이번엔 그래봤자······.”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패는 까봐야 아는 거니까.
[ 급물살을 타고 출렁이는 (1) > 끝ⓒ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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