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10)
운빨로 탑스타-110화(110/200)
제110화
“내기?”
서정우 이사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민기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마치 못 들을 말이었다는 것처럼.
“배우님, 내기라면 어떤 내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팔로워 달성하는 기간이요.”
시작이다.
이민기가 준비해 뒀다는 듯 즉시 입을 열었다.
“이사님과 JC는 제 계정이 3개월 차에 100만 팔로워를 달성한다는 데 거셨잖아요. 그렇죠?”
“예, 물론입니다.”
서정우 이사는 당장 눈앞의 상황이 의아하면서도 우선 이민기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배우님의 인지도와 사회적 명성, 그리고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거든 오히려 못 찍는 게 이상한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처럼.
하지만 이민기는 이런 ‘그럴듯한’ 일일수록 징크스가 따라온다는 걸 잘 알았다.
징크스.
뭔가 실패할 것 같다는 직감 말이다.
‘남들이 잘될 것 같다며 먼저 들뜰 때는 어김없이 실패했지.’
미신이다.
하지만 미신이 미신이 아니게 된 결과물이 지금의 이민기 아니겠는가.
저승에 가서 판사님들이 운이 어쩌고저쩌고 놀음하는 모습까지 보고 왔는데, 그깟 미신을 못 믿을 이유는 없다.
그래서.
조금 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운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아예 역배를 건다면?’
정말 불가능한 수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말이다.
운이라는 게 그렇다.
‘될 것 같은 게 터지는 건 운이라고 안 부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 드물게나 볼 수 있는 일에 성공해야 비로소 운이 좋았다고 하지 않던가.
그게 곧 내기에서는 역배였다.
‘시험해 볼 가치는 있어.’
죽었다 깨어나서 운이라는 걸 되찾은 뒤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운을 여태껏 겪어 왔지만, 이민기는 의외로 이 운에 기대본 적이 없었다.
아니, 기댈 생각조차 처음부터 없었다.
처음에 편의점에서 충동적으로 복권을 지른 정도가 전부였지.
그 외에는 대개 그가 선택한 행동 그 자체에 행운이 자연히 따르는 식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만약 나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운을 부여할 수 있다면?’
유희다.
생각처럼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다 되면 그건 운도 뭣도 아니지.
불확실하니까 운이다.
이민기는 운이라는 걸 조금 더 신뢰해 보기로 하며, 도박사의 마음으로 물었다.
“3개월에 100만이라고 하셨죠. 맞아요. 굳이 안 될 거 없죠.”
“예, 굳이 의심하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만.”
“그러면요.”
이민기가 대뜸 끼어들며 말했다.
“전 200만에 걸게요.”
“……!”
“3개월에 200만, 전 200만을 넘긴다는 데 걸게요.”
화끈한 수치다.
하지만 200만에 실패한다는 징크스에 걸어도 200만이 안 될 뿐이다.
JC에서 당초에 건 목표였던 100만은 아득히 넘기는 것 아니겠나.
“배우님, 조금 전까지는 100만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만.”
“여러 가지 상황의 수를 계산해 딥러닝 알고리즘을 거쳐 보니 그럭저럭 가능할 것 같아졌습니다.”
“……딥러닝은 이번 일과는 딱히 관계가 없는 일 같습니다만. 좋습니다. 내기를 못 할 건 없지요.”
서정우 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내기라면 판돈이 있어야겠군요. 배우님이라면 뭘 거시겠습니까?”
여기가 또 관건이다.
이번 내기가 잠깐의 농담거리라는 건 그도 알고, 서정우 이사도 알 터.
하지만 굳이 건다면, 좀 재밌는 걸 걸고 싶다.
걸린 판돈이 커야 역배의 원칙에 따라 운 또한 한층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줄 것 같고.
‘일단 지르고 보자.’
도박은 질러야 제맛 아니겠나.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JC에서 요구하는 작품 하나에 무조건 출연할게요.”
“……!”
서정우 이사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좀 크군.’
확실히 크다.
JC에서 무슨 작품에 출연을 요구할 줄 알고 저러는가.
만에 하나 싸구려 포르노나 대부 광고에 출연하라고 강요하면 어쩌려고.
‘배우님은 분명 신중한 사람이 맞는데, 이상한 불이 붙으셨나?’
물론, JC는 정상적인 회사다.
자사의 차세대 스타 자리를 꿰찬 신인을 제 손으로 똥통에 박아 처넣는 뻘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럴 생각조차도 없다.
굳이 저 한 작품 출연권을 쓴다면, 이민기가 가치관 차이로 출연하기 싫어하는 대박 작품에 밀어 넣겠지.
물론.
이민기 또한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잠시 뒤.
고민을 마친 서정우 이사가 눈을 떴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님께서 바라시는 것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제가 걸고 싶은 건요.”
이민기가 작게 한숨을 들이마셨다.
도박이니만큼 판돈이 커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민기가 고려할 운의 성질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기적인 행동보다는, 이타적인 행동에 운이 따를 때가 많았지.’
선한 행동에서 운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권선징악이야말로 어느 문화권을 가든 구전동화의 상식이다.
당장 신화의 대표 격인 [그리스 로마 신화]만 봐도 과하게 욕심을 부린 세인들은 모든 걸 잃으며 끝나지 않았던가.
‘과한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 운이라는 데 이것만큼 확실한 논리는 없어.’
단순 설화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못 설화는 경험주의의 산물이다.
옛 지혜로운 이야기꾼들이 설화를 통해 후대에 지혜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또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으리라.
‘이타적인 행동으로 운이라.’
뭘 걸면 좋을까.
이건 거대한 실험이다.
나라는 사람이 운을 어디까지 다룰 수 있을지, 한번 이번 기회에 점쳐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이니 작정하고 운에만 맡겨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민의 시간이 불과 몇 초.
이번에도 이민기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거다.’
아주 오래전.
무려 [김도하 스캔들] 당시부터 몇 차례고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일이 있었으니.
“제가 바라는 건요.”
마음을 굳힌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선아 씨, 김탁 씨, 김지환 씨를 위해서 비공개 오디션을 개최해 주세요.”
오디션 개최.
그것이야말로 이민기가 바라는 것이었다.
“……!”
서정우 이사도 이것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에 보일 만큼 놀라서는 말했다.
“그분들을 JC에 들이는 게 배우님이 걸고 싶은 조건입니까?”
“아니요. 말 그대로 오디션이에요. 일단 솜씨 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떨어뜨리셔도 돼요.”
“……그 정도라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만, 왜 하필?”
왜 하필 이타적으로 행동하냐.
그런 질문이겠지.
이민기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최근 JC에서 오디션을 많이, 아니, 아예 안 열었잖아요. 그렇죠?”
“그건 그렇습니다. 당장 인력이 급하다 보니.”
서정우 이사의 답변대로다.
지난번 다온 소동 이후, 기획사들은 일제히 신인 배우를 기용하는 폭을 줄였다.
겉보기에 실력 있다고 해서 아무나 뽑았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
문을 닫고 신중해졌다고 봄이 옳으리라.
“저는요.”
이민기가 말을 이었다.
“저 세 분이 JC에 오셔서 같이 배우 활동하면 즐거울 것 같거든요.”
어차피 매주 아파트로 놀러 와서 같이 영화 보고 분석하고 서로 연기도 봐주는 사람들이다.
기왕이면 같이 좋은 회사에서 작품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안 그래도 최근에 하소연을 듣던 참이었다.
[요즘은 오디션들이 아예 싹~ 씨가 말랐어요.] [제가 그래서 오디션을 안 갑니다.] [탁 씨는 지원하기는 한 거 맞죠?] [아 절 뭘로 보고.] [김탁.] [?] [??]저 둘도 그렇지만.
또 다른 한 명도 그러했다.
‘지환 씨도 다온 터지고 나서 은거인이 다 됐는데, 이번 기회에 복귀시키면 괜찮을 것 같고.’
김지환은 다온 사태 이후로 일명 기피 매물로 자리 잡았다.
딱히 [김도하 스캔들]과 엮여 있다는 증거 따위는 없지만, 일단 그 주범이었던 다온에서 푸쉬했던 신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그러한 것.
폭탄 취급을 받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민기는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아예 상관없는 사람이다.’
고발했던 당사자라서 안다.
김지환이 오히려 황인구에게 골치 아프다며 욕먹는 대상이었다는 걸.
이타적인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이타적인 건 아니다.
우선 마음의 빚을 지워두면 언제가 되건 돌려받겠지.
알고 있다.
청부업자가 습격했을 때 김지환이 나타나서 살았지.
그것도 김지환이라는 사람과 관계를 개선해 두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운의 일종이었다면 어떨까.
“흠.”
다소 이색적인 내기 앞에 서정우 이사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처음부터 고민할 것도 없었다.
“대표님과 상의를 해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안 될 것도 없지요. 좋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설령 내기에서 진다고 한들 가능성 있는 신인 둘과 중고 신인 한 명이다.
이기면 이민기에게 작품 하나를 내걸 수 있지 않나.
손해를 볼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럼, 지금 계정 만들게요.”
잠시 뒤.
이민기의 첫 SNS 계정.
[immigrant_power]가 마침내 인터넷에 모습을 드러냈다.* * *
사람들이 왜 SNS예 열광하는가.
아니, 왜 유명인의 SNS에 열광하는가.
어째서 그들의 SNS에 팔로우를 신청하며,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려고 하는가.
이유라면 다양하겠다.
[궁금하잖아] [잘나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호기심 생기지 않나?]궁금해서.
[좋아서] [예쁘고 잘생긴 거 보는데 이유 없잖아]단순히 좋아서.
[그냥]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유명인 팔로우를 해서 나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막 이래]그 연예인보다는 팔로우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라서.
그리고 또.
[유명인들 계정을 보고 있으면 룩북처럼 참고할 거리가 되게 많잖아요.]유명인들의 패션을 보고 참고하고 싶어서.
여기에서 이민기의 강점이 있었다.
[뭐야] [이민기 계정 만듦?] [진짜 이민기?] [조금 전에 JC 소속 연예인들한테 홍보글 주루룩 올라옴 ㅋㅋㅋㅋㅋ] [와 민기도 SNS 할 줄 알았구나….] [오셨다. 올리자] [민기 마음 바꾸기 전에 얼른 올려!!!]범천 커피 광고를 통해 평소부터 워낙에 인지도가 높은 축이었는데, 정작 SNS는 안 했다.
이민기는 본인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신비주의 배우가 되어 있었다.
뭐 먹었나 소식 하나조차 알기 어려우니 당연할 수밖에.
[+300 (30분 전)] [+258 (17분 전)] [+177 (5분 전)]급속도로 쌓인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결국 팔로우 그 자체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는 일반 사용자들과 스타트라인이 다를 뿐.
‘안심하고 막 운영하면 망하지.’
이민기는 SNS 운영에도 분명 실력이라는 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SNS 계정을 진정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짧더라도 확실하게 팔로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컨텐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있었다.
[민기 옷 진짜 잘 입고 다니네]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디자이너, 유규언 대표를 사실상 개인 스타일리스트로 써먹으며 찍어두었던 사진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입는 줄은 몰랐음] [잘 없는 스타일임. 이렇게 입은 사람 거리에서 볼 일 별로 없는데, 일단 거리에서 봐도 안 어색할 것 같아]유규언 대표의 디자인 철학이 여기에서 빛을 발휘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스타일 사이에서 환상의 줄타기를 선보이는 것.
[저거 옷 어디서 팜?] [YU? 여기 최근에 잘나가는 쇼핑몰 아닌가?]그 과정에서 유규언 대표에게 낙수효과를 준 건 당연하고.
[+ 5152(7시간 전)] [+ 1145(2시간 전)]급속도로 쌓인다.
감히 정상적인 스타트라고는 상상조차도 하기 어려운 속도로 빠르게 쌓였다.
JC에서 호언장담했듯, 당초 이민기가 예상했던 선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
100만은 얼핏 높아 보이지만, JC 입장에서는 신빙성 있는 숫자에 속했다.
하지만 모자랐다.
200만이라는 거창한 숫자에 다다르기에는 한참 모자람이 있었다.
‘원래 초반에는 부스터가 붙는 법이지.’
초반에 부스터를 받아서 불과 하루 차에 2만을 넘겼다지만, 이 기세를 100일 내내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급격한 상승세라고 한들 60만을 기점으로 한 차례 꺾인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기에, 추가로 무언가가 필요했다.
로켓이 2단 3단으로 분리되며 추진력을 얻어내듯.
이민기의 SNS를 위한 부스터가 필요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있었다.
운.
운이라는 게 있었다.
[Boyana Olsen – Treatment(official music video)] [3분 전 공개]다시 한번 말하지만.
있었다.
이민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