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12)
운빨로 탑스타-112화(112/200)
제112화
불과 몇 년 뒤 가까운 미래.
갑작스럽게 유행하기 시작한 콘텐츠가 하나 있다.
바로.
[역조공 리뷰]챌린지를 뿌린 뒤, 그 챌린지를 유행시킨 장본인이 리뷰하는 게 그러했다.
연예인들이 급격히 유X브, 틱X을 비롯해 인터넷 영상 플랫폼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 생긴 일이었는데, 특히 노래를 많이 했지.
[아, 이분은 맛이 살아있네.] [노래를 부를 줄 아시는 분이다.] [자, 너무 잘하셨고요. 상으로 스벅 기프티콘 20장 드리겠습니다.]연예인과 시청자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스튜디오에 초청하겠습니다. 노래방 한번 같이 가셔야겠네.]자기 커버한 사람을 불러내서 다시 콘텐츠를 찍는가 하면, 잠재력이 보이거든 아예 함께 곡을 내기도 한다.
왜 다른 것도 아니고 이런 방식의 컨텐츠가 유독 많고, 또 유행했는가.
그 이유는 실로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별로 품이 안 들어요.”
시간과 노력, 비용이 일절 안 들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틀어놓고 그거 보면서 평가하는 게 전부다.
기획에 들어갈 돈도 없지.
“굳이 따로 들어가는 게 있다면 편집 인력을 고용하는 정도일 거예요.”
이것도 간단했다.
JC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썩어 도는 게 편집 인력이니까.
이런 유행을 의도해서 일으키기는 또 어렵지만, 이미 일어난 유행에 편승하고 부추기는 정도라면 어려울 게 뭐가 있겠나.
“흠, 배우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한 겁니다만, 구상 자체는 아주 참신하군요. 그 이상으로 효율적이기도 하고.”
“그렇죠?”
“실무적인 관점이 느껴집니다.”
연이은 이민기의 설명에 박한모 매니저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점인가요?”
“과연 사람들이 참가하려고 할지가 걱정스럽습니다. 아무래도 협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나올 만한 의문이었다.
저쪽에서 사전에 협력해 주지 않거든,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런 유행에 올라타는 사람들은 대개 조회 수를 바라기 마련이고, 제가 직접 띄워 준다면 싫어할 이유가 딱히 없을 거예요.”
뻔하다.
이번 컨텐츠가 성공하리라는 건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고, 어디까지 성공하는지가 관건일 뿐.
“그럼 어디 챌린지 글이나 한번 올려 볼까요. 이민기가 직접 리뷰해 준다고. 시범도 보여 줘야 되니까 샘플로 춤도 춰 봐야겠네요.”
“어디에 올리시겠습니까?”
“SNS요. 팔로워가 많으니까 이런 점은 좋네. 한 이틀 뒤면 대충 결과 나오겠죠?”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뒀다는 듯 계획을 늘어놓으면서 신바람이 난 듯 흥얼거리는 이민기를 바라보며 박한모 매니저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똑똑한 사람이다.’
그냥 망상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다.
계획을 세울 줄 알고, 그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줄도 안다.
저러니까 성공도 한 거겠지.
‘전부 운빨은 아닌가.’
이민기에 관해서 근래 JC 안에서 널리 퍼져 있는 말이 있었다.
바로.
[이민기 배우님? 진짜 운이 미쳤지.]운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다온에 탈락한 것도 그렇고, JC에서 오디션 보는데 마침 유규언 디자이너랑 아는 사이였던 것도 그렇고. 그쪽이 서정우 이사님이랑 아는 사이라잖아.] [단역으로 가서 조연 되고, 조연으로 가서 준주연 되고.] [김도하 스캔들 때 고발 나오는가 했더니, 그게 오히려 배우님 이미지 좋게 만들어 줬던 거 진짜 소름이었다.] [네 번째 작품 찍으면서 황의성 감독에 참여해? 게다가 패션쇼 참가했더니, 그걸 해외 패션잡지 편집장이 퍼가? 이게 운이지 뭐가 운이야.]그야말로 환상적인 운빨이다.
얼핏 보기에는 뭘 하든 세상이 그를 도와서 술술 풀리는 것처럼 보일 지경.
하지만 박한모 매니저는 믿었다.
‘배우님은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확률의 문제다.
그는 자기에게 불리한 선택이라면 스키 선수처럼 요리조리 피해 가고, 유리한 선택을 쏙쏙 고를 줄 알았다.
좋은 선택을 많이 하고, 그 선택이 쌓여서 좋은 결과를 끌어낸다.
확률상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문제였다.
왜, 무당들이 점을 봐 주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 않나.
[요즘 어깨가 아프지? 허리도 불편하고.]어깨 안 아프고 허리 안 불편한 현대인이 어디에 있나.
[가족들한테 하고 싶은 말 있는데, 열심히 감추고 있지 않아?]가족한테 모든 일을 다 터놓고 사는 사람이 더 드물겠다.
[회사 다니지?]한국에서 와이셔츠 입고 다니는 젊은 사람이면 대부분 회사원이다.
이처럼, 확률을 잘 분석하거든 미신의 영역에 가까운 판단력을 부릴 수 있는 법이었다.
잘 모르는 외부인이 보기에는 운으로밖에 안 보이는 판단력을 말이다.
하지만 이민기의 옆에 상시 붙어 있는 박한모 매니저는 다르게 생각했다.
‘무엇 하나 배우님의 실력이다.’
저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걸.
이번 [treatment] 사태도 남이 본다면 우연으로 일어난 것 같지만, 결국 이민기 본인이 호의를 베푼 덕 아니겠나.
‘세상은 스스로를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가.’
그렇게 박한모가 상념에 잡혀서 이민기의 노트북을 두드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참이었다.
“참.”
이민기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박한모 매니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매니저님, 혹시 모르니까 내기하실래요?”
“거절하겠습니다.”
찰나의 고민조차 없이 답변이 돌아왔다.
“배우님이랑은 맞고도 치고 싶지 않군요. 아니, 윷놀이도 거절하겠습니다.”
칼같이 떨어진 말이었다.
아니, 평소에 나를 어떻게 보고 있길래.
운이 좋다고는 하나,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는가.
“가위바위보라도 해 보실래요?”
“거절합니다.”
가슴이 아프다.
정말 아프다.
* * *
보야나 올슨의 [treatment]가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으며, 그 등장인물이자 공동기획자(보야나 올슨 주장)인 이민기의 주가마저 폭등하고 있는 요즘.
“이 사람 춤 되게 잘 추네.”
“묘하게 영혼이 안 느껴지는 게 좋아.”
“이 사람은 노래까지 직접 불렀다.”
그 커버 영상을 통해 조회수 수혜를 보려는 사람들도 연일 쏟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런 커버는 큰 보상을 노리지 않은, 자발적으로 행동할 때가 잦았다.
소소하게 반쯤 취미생활 겸해서 영상이 올라오는 와중.
[오?]그 사이로 핵폭탄이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민기입니다. 보야나 올슨 가수님의 treatment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은 제게도 의외였던 일이라, 하루하루 꿈속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시작은 감상문이었다.
[treatment]를 사랑해 줘서 고맙다.그 곡을 통해 자기 SNS까지 찾아와 줘서 더 고맙다.
중요한 건 그 뒤에 달린 문장부터였다.
[이 기쁨을 어떻게 하면 팬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챌린지의 시작이었다.
[공식 treatment 챌린지를 공표합니다.] [영상 속 제가 춤을 춘 파트를 커버해서 30초 미만의 댄스 영상을 찍어 주시면 됩니다.보내주신 영상은 제가 직접 리뷰한 뒤, 순위에 따라 상을 드리겠습니다.]
자기 영상을 커버해달라는 것.
이민기가 직접 평가를 해줄 뿐만 아니라, 잘한 영상을 나름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겠다는 것.
이후 물질적인 보상까지 주겠다고 한다.
[이거다.]바야흐로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원래부터 이 시기에는 시청자 참여 컨텐츠가 드물어서 아쉬워하던 참이다.
댄서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와중에 이민기라는 대형 신인이 직접 홍보를 해주겠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있겠나.
[나도 참여한다] [오 형도?] [나는 언더가 좋아. 상업에 찌들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지X 말고 너도 참가해라] [네.]온 사방에서 자발적으로 영상을 찍어 이민기에게 보낸다.
마치 광산에서 황금을 박박 긁어모으듯, 원래 [treatment]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영상을 쏟아냈다.
[나 할래] [우리 학교 댄스머신이 나가신다] [솔직히 내가 좀 추지]전국의 학생들은 물론.
[부장님,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요?] [사장님께서 이거 나가라는데? 홍보되겠다고?] [네?]회사원들.
[우리는 퀄리티로 싸운다]아예 전문 댄서들까지 [이민기 챌린지]에 공격적으로 참가를 선언했다.
그러던 와중.
이민기 본인조차 차마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 한 명이 이민기 챌린지를 바라보며 입술을 물고 있었다.
“이거 꼭 해야만 할까…… ?”
소심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유독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는 사람.
주위에서는 아는 사람조차도 별로 없을뿐더러, 학교에서도 이름보다는 우당탕 혹은 다크템플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학생.
빠악!
누군가가 그의 뒷머리를 후리더니 말했다.
“야, 찐따, 내가 제대로 추라고 했지.”
* * *
이튿날.
결과적으로 말해서, 박한모 매니저의 걱정은 기우가 맞았다.
“……이렇게나 많이 신청이 들어온단 말입니까?”
투고가 쏟아졌다.
아니, 이걸 쏟아졌다는 단순한 동사 하나로 때워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많이 신청할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1,000명이 넘게 신청하다니.”
자기 챌린지 영상을 직접 리뷰해 달라는 투고만 불과 하루 사이에 1,134건이 들어왔다.
두 자릿수도 아니다.
세 자릿수도 아니다.
무려 네 자릿수.
‘아무리 챌린지 조건이 쉽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이렇게까지 몰려?’
심지어 그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들어온 투고라는 게 놀라울 따름.
세상 사람들의 행동력이 정말 장난 아니구나.
“어지간한 오디션보다 경쟁률이 훨씬 높군요.”
한국 연예계의 최전선에서 발로 뛰는 박한모 매니저마저 혀를 내두르고 있는 참이었다.
“보셨죠?”
이민기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일단 모집은 중단했지만, 이제부터는 저희가 같이 바빠질 거예요.”
“후우, 그걸 정말로 하시는 겁니까.”
“네, 전부 봐야죠. 리뷰는 별로 안 하더라도, 영상까지는.”
그렇다.
이민기는 저 1,134개의 영상을 두 눈으로 전부 직접 보고 리뷰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꼬박 안 쉬고 본다고 해도 하루를 통으로 써야겠군.’
박한모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으니, 일단 일차적으로 거르는 건 다른 직원들에게 맡기심이.”
“그것도 일단 방법 중 하나겠지만요.”
이민기가 기지개를 켜더니 답했다.
“그래도 저 사람들도 다 자기 시간 써서 힘들게 연습하면서 지원해 주신 거잖아요. 제가 봐줄 거라고 굳게 믿고.”
“그야 그렇습니다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
“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별것 아니다.
그냥 고집이라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민기는 이런 사소한 부분이라도 남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내 오디션 참가 신청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던졌다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건 싫다.
내가 당해봐서 싫고, 역지사지로 남에게 하기는 더 싫다.
비록 남에게 인정받을 상황이 없더라도 최선을 다할 부분이 있다면 하고 싶다.
“그리고 또 시간이 남기도 하고요.”
“패션 앤 패션 언론시사회 말씀이십니까?”
“네, 그거 조만간이라.”
[패션 앤 패션] 시사회가 머지않았다.어차피 그때까지는 쉬는 기간이다.
가끔 옷 만든다고 유규언 대표에게 불려갈 때를 제외하면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시간인데, 남아도는 시간을 이렇게 때울 수 있다면 나쁠 건 없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천천히 시작해 보자고요.”
“후우, 알겠습니다.”
“같이 보시게요?”
“예, 당연히.”
그렇게 두 사람이 같이 모니터로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멈칫.
마우스 커서를 클릭하던 이민기의 손가락이 빈 허공에 멈춰 섰다.
마우스가 전부가 아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다는 것처럼 이민기의 동공이 멈춰 섰다.
그리고는 흔들렸다.
‘저거.’
익숙한 이름 세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송우당?”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주 먼 옛날, 그의 기억 속 한 장면에 단단히 새겨져 있었다.
[CKED]라는 활동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