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13)
운빨로 탑스타-113화(113/200)
제113화
가까운 미래.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유행하기 시작한 오디션 방송 포맷이 있었다.
[우리는 댄서다]댄스가 그러했다.
그것도 팀 댄스.
기존 댄스가 보통 혼자 추는 데 집중되어 있다면, 2020년대의 댄스 프로그램은 팀 댄스에 특화되어 있었다.
‘전국적으로 댄스 붐이 일었지.’
2010년대의 보컬 오디션 붐과도 같다.
방송이 대박을 침과 동시에 갑자기 춤을 추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기존 그들 만만의 취미였던 댄스 크루가 몇십 배로 늘었다나.
아무튼.
그런 배경 속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인물이 있었다.
[CKED].일명 [시케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댄서였다.
오디션 전부터 각지 번화가에 등장해 플래시몹처럼 노래를 틀어놓고는 홀로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했지.
하지만 여기에서 그의 특징이 하나 있었다면 바로.
[시케이드, 그의 정체는 대체?] [댄서가 정체를 숨김. 시케이드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철저하게 정체를 숨긴다는 것이었다.
머리 전체를 덮는 후드티를 입고 나오는가 하면, 얼굴이 노출조차 안 되도록 거대한 가면을 썼다.
여기에 이것만으로도 모자란 지 바지도 헐렁헐렁한 벌룬 팬츠를 고집하기까지.
‘아예 작정하고 꽁꽁 감췄지.’
마치 햇빛에 알레르기를 가진 환자처럼.
일반적인 댄서의 행동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몸의 윤곽이 잘 안 드러난다는 게 어마어마한 리스크일뿐더러, 댄서라면 대개 관심을 갈구하기 마련이니까.
춤을 왜 추나.
까놓고 말해 튀고 싶어서 하는 거다.
대중에게 내 춤이 멋지다는 걸, 내 실력이 좋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게 대다수 창작자의 공통된 목적 아니겠는가.
‘그런데 시케이드는 반대였지’
자기 정체를 철저하게 감추면서 오직 춤 하나로만 인정을 받으려는 듯했다.
당연히 현장에서도 숨겼다.
지나치다가 우연히 그의 공연을 본 관객들마저도 그가 시케이드인 줄도 몰랐다가, 인터넷 [CKED Official Channel]에 동영상이 올라오면 비로소 시케이드였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한창 인기가 올라서는 댄스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을 지경에 다다랐다.
‘몸을 감출 만큼 감췄는데, 몸 선이 가려졌는데도 워낙에 춤을 잘 추는 게 티가 났지.’
캐릭터가 확실한데 실력까지 좋다.
이러니 정체를 궁금해할 수밖에.
전국의 코난이 총출동했지.
그럼에도 마땅히 정체가 공개되는 일은 없이 말만 오가기를 한참.
마침내 계기가 있었다.
[속보) 정체를 숨긴 댄서 시케이드, 우리는 댄서다 시즌4 참가 밝혀]시케이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것도 무려.
‘혼자서였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인가.
[우리는 댄서다]는 어디까지나 팀 경연 프로그램이다.어느 댄서든 기본적으로 팀으로 참가하는 게 관례라는 말이다.
1인 참가는 관례상 안 받는 게 룰이었다.
아니, 굳이 막아두지는 않았지만, 예선조차도 못 뚫었다고 봄이 옳으리라.
댄스는 결코 개인이 팀을 이길 수 없으니까.
굳이 군무를 짤 것도 없다.
하다못해 팀이 뒤에서 병풍 노릇만 해 줘도, 정말로 혼자 춤을 추는 것과는 박진감부터 다르다.
무대를 장악한다는 점이 하늘과 땅을 갈랐다.
왜 세계적인 댄서들이 혼자 춤추면서도 백댄서 군단을 꾸리고 다니겠는가.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시케이드는 홀로 참가하겠다고 선언했고.
개인답지 않게 무려.
[시케이드, 우리는 댄서다 4강 진출]팀 사이에서 홀로 분투하며 4강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상대 팀에서 스프링클러를 이용하는 등 무대 기믹을 워낙에 잘 활용해서 그렇지, 춤 실력 자체는 시케이드가 더 높았다는 게 통설.
여기에 탈락 후 시케이드가 스스로 밝힌 정체가 더 충격이었는데.
[저, 댄서 시케이드는 학교 폭력 피해자 송우당입니다.]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이 그러했다.
교실에서 춤을 췄다는 이유 하나로 일진들에게 찍혀서 괴롭힘을 받았고, 그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여태껏 정체를 숨겼다나.
방송까지 나온 이상, 더 감추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공개했다고 했다.
‘……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시기에 송우당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겠지.
댄서 개인으로서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로 뽑힌 [Cked/시케이드]는 계정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이름 없는 왕따 송우당이 존재할 뿐.
그 영상이 눈앞에서 재생되었다.
“흐음, 별로군요.”
박한모 매니저가 그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동작에 자신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눈치를 보는 것처럼 움찔거리는데, 이래서는 오디션 참가는 어렵겠습니다. 시선 처리도 그렇군요. 챌린지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다.
당장 이민기의 앞 모니터에서 재생되는 송우당의 춤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하물며 촬영하는 카메라가 흔들리기까지 하는데.
[존나 웃겨.] [우당이 우리 학교 댄스킹.] [반해버릴 뻔.] [송우당 우당탕탕]그 너머로 중간중간 웃는 목소리가 들려오기까지.
‘누구한테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나?’
그런 게 아닌 이상, 시케이드가 저렇게까지 춤을 못 출 수는 없다.
당장 내년이면 시케이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데, 길거리에 나타난 초기부터 순수 실력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사람 아닌가.
“…….”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민기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깜빡거렸다.
‘탈락시켜?’
그건 아니야.
기껏 찾아온 기회가 아깝다.
송우당이라는 사람의 실력이 진짜라고 친다면, 아마 화제성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을 터.
객관적으로 그의 SNS에 화제를 끌어모을 최고의 소스다.
하물며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에서도 기묘한 동정심이 들었고.
이상하게 찍혀서 고생했던 건 남 일이 아니지 않나.
“매니저님, 이 사람이요. 춤 엄청나게 잘 추는 것 같아요.”
“예? 그럴 리가.”
“제 눈에는 보여요. 힘을 숨기고 있어요. 제대로 추면 엄청나게 잘 출 텐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이민기가 손끝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당장 박자감만 봐도 전혀 숨기지를 못하고 있잖아요.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요.”
송우당의 춤이 그러했다.
전체적으로 어색한 와중에도 감출 수 없는 기본기가 소금빵의 소금처럼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자 맞추기.
기본 중의 기본이면서도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물건이었다.
알아야 보인다.
마치 런웨이의 박자처럼 말이다.
“춤의 가장 기본으로 흔히 말하는 게, 몸이 있어야 할 곳에 몸을 두라고 하거든요. 그게 완벽해요. 특히 아이솔레이션이 그런데, 다리만 움직이면서 나머지 몸은 제자리인 거. 저거 일반인은 백날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거거든요.”
과정을 다 망치면서 결과는 챙긴다니.
묘기에 가까웠다.
이민기가 다시금 영상 속에 온 신경을 기울이면서 말을 이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격투 게임 고수가 일부러 초보자랑 게임 한다고 봐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 말에 박한모 매니저가 자못 놀란 시선으로 이민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배우님 말씀은, 이 참가자가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있단 말입니까?”
“……거기까지는 확실히 말씀 못 드리겠지만, 아마 각 잡고 제대로 하면 잘할 거예요.”
잠시 뒤.
박한모 매니저가 작게 신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배우님, 원래 춤을 추셨습니까?”
“아니요.”
“그런 것치고는 춤을 보는 안목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박한모 매니저는 뭔가 짚이는 바가 있는지 턱을 손가락으로 긁적거리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난번 [treatment]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춤 선이 생각보다 좋으셨지요.”
“아.”
이민기가 헛기침을 뱉었다.
“개인적으로 살짝 연습했습니다. 몸 쓰는 거 익히려고요. 요즘은 배우도 연기만 잘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잖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죽기 전에 워낙에 못 뜨니까 이것저것 다 시도해 봤다.
세상에 널린 댄스 프로그램이라도 지원해 볼까 하고.
결과적으로 발목만 수없이 분질러 먹은 끝에 비교적 간단한 셔플댄스 하나 습득하는 데 그쳤지만.
남들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그에게는 목숨을 건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것저것 손댄 건 더럽게 많네.’
정작 성공한 건 하나도 없다는 게 경탄할 따름이다.
그 실패했던 것들이 이번 생에는 하나하나 모조리 대박 나고 있다는 게 더더욱 그렇고.
‘세상 참.’
이민기가 복잡한 마음에 빠져 있으려니, 옆에서 외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사실 배우님 정도면 연기만 잘해도 먹고사실 것 같기는 합니다만, 우선 이건 뒤로 미뤄두죠.”
박한모가 다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우님은 이 송우당이라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 같으니, 정상적으로 본다면 탈락시켜도 무방할 것을 합격시켜 줘 보자?”
순간적으로 나온 지적에 이민기가 움찔했다.
지금, 송우당에게 기회를 주자는 건 일종의 특혜라는 것 아닌가.
이 소식을 다른 참가자들이 안다면 조금 불공정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
어쩌면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기획자라면 신중해야 한다.’
박한모 매니저가 이 맹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것 같아 말을 고르는 참이었다.
“왜 고민하시는지, 전 잘 모르겠군요.”
그의 입에서 예상을 완전히 비튼 말이 튀어나왔다.
“배우님께서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됩니다.”
“네?”
“심사에 사심을 반영해서야 공정성이 좀 떨어지겠지만, 반대로 굳이 공정해야만 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이건 오디션이니 말이지요.”
오디션이 공정할 필요가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 말인가 싶은데 박한모 매니저가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오디션은 공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쇼(Show)지 스포츠(Sports)가 아니니 말입니다.”
오디션은 스포츠가 아니라 쇼다.
그 말에 머릿속에 벽 하나를 깬 기분마저 느끼는데, 박한모 매니저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그렇습니다. 태반은 상위 진출자 TOP10의 절반 이상이 예선을 촬영하기도 전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잠시만요. 그럼 거의 짜놓은 판이라는 건가요?”
“원래 그렇습니다. 투자를 받아야 방송을 만들 수 있는데, 그 투자를 어디에서 받겠습니까.”
“엔터 회사들?”
“예, 그렇습니다.”
박한모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쏟아부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그만큼 질 좋은 인재를 발굴해야지요. 당장이라도 투입할 수 있을 만큼 몸값을 띄워 놓은 인재들을 말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거대한 마케팅입니다.”
응, 그렇지.
저거 잘 알려져 있지.
하지만 그런 의혹이 있다~ 정도로만 말이 있던 걸 업계인의 입으로 들으니까 좀 싱숭생숭한 감이 있다.
“물론, 저건 극단적인 예시이긴 합니다. 저도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을뿐더러, 업계인들 사이에서도 사기극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요.”
선을 그은 박한모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다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어떤 수단을 활용하든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 이게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이라.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이 그 이름의 어원처럼 재미가 맞기는 하다.
그렇다면 재미라는 게 무엇인가 싶은데, 박한모 매니저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번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배우님의 기획이니 마음껏 해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말이 길어졌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꽤나 또렷하게 와닿았다.
재밌으면 장땡이다.
스포츠의 공정함은 룰의 공정함이다.
하지만 쇼의 공정함은 주관적인 물건이었다.
최종 결과물을 두고, 시청자가 확실하게 납득할 수만 있으면 된다.
‘이게 제작자의 시점이라는 건가.’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어찌 보면 오디션 뒤에 어떤 비리가 있었다 한들, 불만을 품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논리와도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이민기, 그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말 아니겠나.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박한모 매니저가 그에게 말하려는 점 하나는 확실하게 와닿았다.
‘너무 틀에 잡힐 필요는 없다.’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
대중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말이다.
‘공정과 불공정함이라고 했지.’
어떤 게 진짜 공정함인지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겠다.
붙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붙여주는 거라면 분명 문제가 있겠지.
그건 비리가 맞다.
반박의 여지가 없겠지.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힘을 숨겨야만 했던 사람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는 정도라면, 이건 시도해 볼 만한 일 아니겠나.
‘물론, 이번에는 제대로 춤추게끔 다른 사람들이 방해 못 하게 막아야겠지만.’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낸 이민기가 눈을 뜨고는 말했다.
“알았어요. 송우당, 이 사람, 한번 재촬영하라고 시켜 보고 싶어요.”
“흠, 재촬영이군요.”
그 말에 박한모 매니저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눈만 깜빡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박한모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재촬영에 관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배우님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렵군요.”
“이번에는 또 왜요.”
또 반박인가.
박한모 매니저의 잔소리를 빙자한 철학을 듣는 건 나름대로 즐겁지만, 이 이상 더 듣거든 귓구멍에서 피가 흐를 것 같아 거부하려는 찰나였다.
“이미 동영상에서 한번 망한 사람을 또 동영상으로 평가한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요?”
반박을 한다면 대안을 제시하겠지.
이민기가 아는 박한모 매니저는 덮어놓고 반박부터 하고 보는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되물어 본 찰나였다.
“굳이 다시 촬영하는 것보다는 아예,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
저건 좀 마음에 드네.
구미에 당긴다 싶은데 박한모 매니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로서는 여전히 이 학생에게 다시 기회를 준들 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내기하실…….”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