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16)
운빨로 탑스타-116화(116/200)
제116화
김아성 트레이너의 입에서 말이 나온 순간 결과가 뻔해졌다.
“더 해도 되는데.”
“……!”
그 순간 송우당이 눈을 크게 떴다.
불과 몇 분 전, 앞의 둘은 보기 귀찮다고 쫓아냈는데 그에게는 반대로 더 보고 싶다면서 요구하다니.
굳이 빙빙 돌려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볼 만한데 왜 멈춰?”
이건 삼류 로맨스 소설의 밀당 만큼이나 확실한 대답이었다.
‘역시.’
우물쭈물하는 송우당과는 달리, 확신을 느낀 이민기가 옆을 바라보며 물었다.
“매니저님, 어때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음, 확실히 그렇군요.”
박한모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잘한다고 한들 얼마나 잘하겠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예, 이건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솜씨였습니다.”
“……!”
“저도 현업에서 일하면서 춤 좀 춘다는 사람은 많이도 봤습니다만, 이런 수준의 춤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요.”
극찬이었다.
그 말에 송우당은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만 같은 표정이 되었다.
하염없이 입만 뻐끔거린다.
감사 인사를 내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질문도 못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다.
머릿속으로 준비해 온 말들이 많다.
그럼에도 기쁨이 과한 나머지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 어, 어…….”
지나치게 놀란 사람이 입을 다물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것과도 같았다.
한편, 그에 못지않게 짜릿한 기분에 잡혀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송우당.’
이민기였다.
춤을 보니까 콘텐츠의 결과까지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했다.
이민기 챌린지?
다른 사람들이 보낸 투고 영상 중에서도 괜찮은 게 조금 있었지만, 송우당은 그중에서도 격이 달랐다.
원래 만화도 최고로 잘 나가는 작품 하나가 적당히 팔리는 작품 열을 압도하는 법이다.
‘이렇게까지 잘하면 떠야지.’
아예 해외까지 퍼졌으면 좋겠다.
사심 좀 섞자면 겸사겸사 내 이름값도 퍼지면 더 좋겠고.
이민기의 눈에 비친 송우당의 춤 속에는 이번 콘텐츠 그 자체를 견인할 파괴력이 있었다.
아니, 그건 당연하다.
한국에서 댄스 열풍을 일으킨 국가적 인재 하나를 그가 한발 앞서 하이재킹한 셈이니까.
운이 좋았다.
가로챈 건 그지만.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다듬어 봐야지.’
지금부터는 실무의 영역이다.
송우당의 포텐셜은 대충 확인했겠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반지로 가공하듯, 송우당을 어느 스튜디오로 보내서 어떤 연출로 동영상을 찍으면 좋을까 고민에 잡힌 참이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긴장이 풀린 송우당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저, 저기.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
“천천히 말하세요. 시간 많아요.”
“아, 넵! 흡!”
송우당은 아직도 긴장이 전혀 안 풀렸다는 듯 숨을 몇 차례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잠시.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도 제대로 된 영상으로 지원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를 줬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상하고, 학생이 실력은 못 숨겼죠?”
가슴 벅차게 나온 말에 이민기가 큭큭 웃으며 답했다.
좋은 결과가 확정된 이상, 굳이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이민기가 지금부터 할 말에는 다소 무거운 화제가 될 여지가 그득했다.
기쁜 와중에 기쁜 이야기만 하고 싶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숨을 가다듬은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아까 그 학생들, 딱히 친근한 사이는 아니죠?”
학교 폭력 건에 대해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네.”
“그럴 것 같았어요. 딱히 친해 보이지도 않고. 보낸 동영상에서도 자꾸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게요.”
송우당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제대로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연습실 입구만을 힐끔거렸다.
연습실 특성상 방음 시공이 잘 되어 있어서 안쪽에서 나누는 대화가 바깥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다.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군.’
이민기가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시간문제였지.’
그가 기억하는 송우당은 몇 년 뒤에 이번 일을 스스로 터뜨렸다만, 제대로 된 복수는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흐른 탓에 증거라고 할 만한 게 없었겠지.
네티즌들한테 적당히 테러를 당하고 끝.
그것만으로도 벌이라면 벌이겠지만, 그마저도 적당하진 않았다.
‘오히려 역고발을 했었나?’
끝이 지저분했다.
가해자들이 역으로 자기들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송우당이 유명인이 되었다는 걸 이용해 큰 근거 없이 몰아세웠지.
영 찝찝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 남기고 싶지 않다.
‘송우당 본인이 행동하기에 따라서, 이번에는 그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생각을 정리한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이거 받으세요. 제 명함입니다.”
“아!”
JC 소속 배우 이민기라는 철자가 양각으로 박힌 명함.
최근에 새로 뽑은 명함을 받아든 송우당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민기는 이유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본격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옛날 악연들이 한 번쯤은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거예요. 좀 집요하거든요. 누구한테 하는 말은 아니고.”
“…….”
“연락 주면 도와줄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런 건 깔끔한 게 나으니까. 그렇죠?”
이민기가 동의를 구하듯 옆자리에 앉은 박한모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나 다를까.
“예, 이런 건 JC가 전문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다는 듯한 말이었다.
* * *
최근 인터넷을 핫하게 달구었던 영상이 있었다.
빌보드 상위 톱10에 진입한 보야나 올슨의 신곡, [treatment]의 뮤직비디오가 그러했다.
이번 곡이 성공한 데는 단순 담백하게 곡 자체를 잘 만들었다는 점도 컸다.
듣고만 있어도 긍정적인 마음이 드는 리듬.
길거리에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귀에 쏙 꽂히는 멜로디.
여기에 보야나 올슨이라는 신인 특유의 감각적인 악기 구성까지.
추가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까지 곁들여지자, 여러모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곡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성이었다.
반응 자체가 좋다.
하지만 이번 곡은 순전히 곡의 힘으로만 뜬 것이 아니다.
곡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그 뒤에서 화제성을 견인한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강렬했는데.
[이민기 ㅋㅋㅋㅋㅋㅋ] [저 동양인 너무 웃김] [귀엽다]한국의 이민기라는 배우가 춤을 추는 장면이 그러했다.
이제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좀 가진 사람이라면 알 만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작품 선정이 미묘했던 탓에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덜한 게 그라는 배우였다.
하지만.
[이민기 챌린지?]최근 들어 반전이 하나 나타났다.
본인이 이번 뮤직비디오에 공을 세웠다는 걸 과시라도 하는 걸까.
자기 흉내를 내 보라면서 아예 챌린지와 함께 상을 내건 것.
이민기의 정식 리뷰와 함께 감사 인사 밑 이민기가 손수 포장한 선물, 소정의 상품권 등이 포함되었다.
[특이한 짓을 하네] [물 들어오니까 노 젓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는?] [애초에 이민기는 Treatment에서 까메오로 출연한 정도지 정작 본인 뮤비도 아니잖아. 왜 나대?]발표 초기에는 썩 그리 반응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treatment]라는 게 이민기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컸겠지.
하지만.
[안녕하세요. 이민기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Treatment 챌린지 결과를 발표합니다!]그 1위 결과가 나왔을 때.
“……대박.”
“이 사람 누구야?”
대중의 반응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 누구야 대체?] [CKED]라는 닉네임으로 투고한,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력자가 있었다.“와, 정말 대단하죠? 줄넘기를 계속 뛰면서 셔플 댄스를 저만큼 추다니. 팔다리가 길쭉하셔서 보는 맛이 시원시원하기도 하네요.”
역조공 리뷰 영상 속 이민기가 손뼉을 치며 쉴새 없이 극찬을 쏟아냈다.
“놀랍게도 이분은 고등학생이라고 하시는데요. 과연 힌국에 이만큼 춤을 잘 추는 고등학생이 또 있을까요? 이분이 한국에서 가장 춤을 잘 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 고등학생 중에서는 최고 같네요.”
단순히 말만 듣고 있노라면 저 말이 과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을 시청하면서 보고 있자면.
[저게 사람임?]이민기의 표현이 오히려 과소평가로 보일 지경이었다.
[다리에 모터를 달았네 ㅋㅋㅋㅋㅋ] [이 사람은 팔다리에도 뇌가 달렸나?] [안 꼬여?]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유명한 사람임?] [ㄴㄴㄴㄴㄴ ㄹㅇ 첨 보는데?] [CKED]라는 생소한 닉네임 탓에 더 그러했다.이 정도로 추면서 바깥에 드러낼 일도 없이 여태껏 방구석에서 혼자만 춤을 잘 췄단 말인가.
[왜 이렇게 다 꽁꽁 숨김?]후드티에 마스크로 전신을 꽁꽁 감췄다는 부분 또한 인상적인 부분.
그래, 옛날에 이민기가 방송에서 보았던 그 [CKED]와 정확히 동일 인물이었다.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기분에 이민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똑똑하네.’
시케이드, 송우당은 여전히 신분을 감추는 길을 선택했다.
단순히 정체를 숨기기 위함은 아니고.
[걔네요. 제가 앞으로도 허접하게 보여야 더 적극적으로 괴롭힐 거예요.]증거를 캐기 위함이었다.
[조금이라도 잘되는 꼴을 보면 감추려고 하겠죠. 충분히 증거를 모으기 전까지는 당분간 익명으로 활동할게요.]그렇게 새로 만든 신분이 [CKED]였다.
비록 계기는 달라졌지만, 시케이드라는 이름은 결국 대중 앞에 그 이름을 송우당보다 먼저 드러냈다.
‘세상이 참 재밌어.’
이민기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멘탈도 튼튼하고.’
[CKED]라는 신분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려 할 줄이야.당장 복수할 수 있음에도, 충분한 시간이 올 때까지 뜸을 들이겠다는 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인내심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송우당의 복수는 김빠진 사이다와도 같았던 전생과는 달리, 갓 딴 제로 콜라 라임 에디션을 연상시키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복수가 시간문제다.
그 시간도 조만간일 것 같긴 하다만.
“어때요. 정말 대단하죠? 세상에 재야의 인재가 이렇게 많습니다.”
어찌 됐든 지금은 극찬할 시간이다.
기획자로서도, CKED를 응원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도.
‘이번에는 인생이 바뀌었으면 좋겠네.’
사실, 이민기 본인은 여전히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운이 없어서 망친 지난 삶이었던가.
운을 돌려받은 이번 삶, 그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흘러 넘쳐버린 운은 끝내.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운이다.’
타인에게마저 닿았다.
송우당이 그러했다.
‘알아봐 주신 배우님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는 무조건 살려야지.’
본인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하다는 듯 흘러넘쳐, 타인에게도 일생일대의 행운을 선사했다.
기회였다.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
일곱을 얻을 사람이라면 열을 얻는다.
5년이 지나서야 빛을 볼 사람이라면, 5일 뒤에 빛을 본다.
이민기가 근래 느끼는 감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째 나랑 엮이는 사람들은 다 잘 풀리는 것 같네.’
여태껏 몇 번이고 반복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확신이 붙었다.
‘만약, 이 운을 타인과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이 한층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