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18)
운빨로 탑스타-118화(118/200)
제118화
그렇다.
이민기의 손끝 핸드폰의 SNS 화면.
그곳에 적힌 숫자는 가히 초월적인 숫자에 달해 있었다.
[312만]부산 인구수와 좋은 승부가 될 것 같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추세.
‘이게 진짜로 되네.’
내기를 제안한 이민기 본인조차도 믿기지 않는 결과에 이민기가 눈가의 태양혈을 꾹꾹 눌렀다.
태양혈을 누르면 눈물샘이 자극되어 천연 눈약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봐도 똑같네.’
그 말은 눈약이 필요 없는 사람이면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허어.”
이민기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처음 서정우 이사와 내기를 했을 당시, 그들의 목표는 3개월 동안 100만에 불과했다.
300만은 애초에 실패하리라고 생각하고 역배를 건 것이었고.
운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기를 시작하고서부터는 어찌 되었는가.
히말라야 산맥의 눈덩이처럼 탐욕스럽게 몸집을 부풀리더니, 세상을 집어삼키겠다는 듯 기어코 눈사태가 되어 그 3배를 찍어버린 것.
‘내기에 운이 많이 반영되는 건 확실한데.’
이 정도까지 오는구나.
겁나 세네.
판돈이 크면 결과물도 커진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스스로의 운이 자그마한 공포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계속 내기를 하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이게 도박꾼들의 심리?’
아니야.
참아, 내 안의 타짜.
‘네 본업을 떠올려!’
이민기가 자기 내면의 검은 충동과 격전을 벌이고 있으려니, 서정우 이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역시, 배우님은 대단하십니다. 제가 여태껏 본 연예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시는군요.”
“음.”
“연기면 연기, 패션이면 패션, 마케팅이면 마케팅. 탄복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요즘 연습생들은 하나같이 배우님이 롤모델이라고 말한다더군요. 가히 신인 배우의 별자리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겠군요.”
서정우 이사의 과장된 칭찬 몇 마디에 이민기가 체통을 되찾았다.
그 모습에 서정우 이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찌 됐든, 팔로워가 312만이면 한국에서 남자 연예인 중 50위 안에 들겠군요.”
저렇게 말하니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좀 어중간하게 느껴진다.
이민기가 300만이라는 숫자에 놀라면서도 그 객관적인 순위 사이의 갭을 체감하고 있으려니 서정우 이사가 말했다.
“아마 어중간하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귀신같네.
“그게요, 네, 그렇죠.”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려니 서정우 이사가 옆자리에 앉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보시면 아시다시피, 상위권의 태반은 연예인 혹은 월드 스타라 불리는 사람들이 주류입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액정 속에서 반짝이는 이름들을 보자니 3분의 2는 아이돌인가 하면, 나머지는 해외에서 기록을 세운 사람들.
“전 전업 배우에 국내 특화라서 불리하다는 건가요?”
“지금은 그렇습니다만, 반대로 보자면 순수 국내파 신인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최고라.
어느새 그 말이 이상하지 않을 경지에 다다르기는 했다는 생각에 이민기가 묘한 감회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빨리 떠도 되나.’
김지환이나 김태양을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기는커녕, 저 하늘의 태양처럼 느꼈던 게 당장 어제만 같은데, 눈 한번 감았다가 뜨니까 세상이 달라졌다.
고작 작품 몇 개 찍었을 뿐인데.
여기에서 [패션 앤 패션]을 개봉하면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걸까.
“조만간 해외 진출을 하시면…… 신인이 아니라 중견 배우 중에서 최고를 바라보셔야 할 것 같군요. 한국 연예계의 경사입니다.”
서정우 이사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기에서 졌음에도 내상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상쾌하다는 눈치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배우님한테 한 작품을 아무거나 강요할 권리를 놓친 건 아쉽지만, 대신 얻은 게 크니.’
300만이라는 팔로워 그 자체였다.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배우의 SNS는 그 자체로도 곧 거대한 전광판과 같았다.
그렇다.
보는 사람의 숫자로만 자그마치 300만짜리 전광판이다.
이만한 전광판으로 어지간한 작품 한둘 찍어서 뽑을 수익을 못 뽑아내겠는가.
‘더욱이 배우님은 패션 쪽으로 성능이 좋으니, 그쪽으로 광고를 몇 개 따내면 한류 스타도 금방이겠군.’
서정우 이사가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마치 회사의 성공이 자기 성공과도 같다는 것처럼.
실제로 그 말이 맞기도 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서정우 이사는 JC라는 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구인모 대표가 최대 주주로서 개인 회사처럼 굴리는 건 맞다. 그 뒤로 투자사가 하나 있다.
하지만 다음 차례로 콕 박혀 있는 게 바로 서정우 이사.
즉, JC라는 회사가 뜨면 뜰수록 그의 재산도 덩달아 부푸는 셈이었다.
‘배우님께서 앞으로도 많이 뜨실 테니, 조만간 살짝 처분해야겠군.’
그가 괜히 근래 들어 이민기의 입맛에 맞춰주는 게 아니었다.
사람이 재밌는 것도 있다만.
“배우님 조만간 패션 쪽으로 광고 하나 찍지요.”
“안 그래도 유규언 대표님이 테르미누스 컬렉션 조만간 해외 론칭한다고 콜라보 요청하시더라고요.”
“하하, 규언이…… 가 아니라, 유규언 대표님도 참 운이 좋군요.”
이민기와 호의적으로 얽히는 사람들이 어째 다 풀리는 것도 재밌는 일이고.
웃음을 짓고 있으려니, 이민기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 요즘 거의 유규언 대표님 전속 모델 다 됐잖아요. 당장 이 옷도 그렇고.”
이민기가 옷매무새를 다듬듯 입은 셔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안으로 [Terminus]라고 적힌 검은색 글씨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
최근 이민기의 대외적인 활동에서 입는 옷이라면 무엇 하나 유규언 대표가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전부 오더메이드.
“이번 옷은 느낌이 좋군요.”
“네, 행사가 또 큰 행사니까요. 끝나고 따로 촬영회도 있고.”
“박한모 매니저는 어디에 있지요?”
“아래층에서 기다리신대요.”
“좋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오늘도 건강하세요.”
“건강…… 좋습니다. 배우님도 만수무강하시지요.”
그렇게 이민기는 인사 같기도 하고, 그리 인사 같지도 않은 안부를 나누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통해서.
[회원님, 요즘 갈수록 운동량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용납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관장님. 촬영이 너무 바빴어서.] [그러니까 걷기라도 하자. 응?]권준용 관장의 지시였다.
운동할 짬을 따로 못 내겠다면, 일상을 쥐어짜서 운동으로 만들라나.
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시키니까 한다.
‘그래도 회사 헬스장으로 와서 PT 봐주시니까 이건 편하네.’
그 또한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정말 운 좋게 마주한 인연 중 하나였다.
저벅저벅.
그렇게 1층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매니저님!”
이민기의 목소리에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박한모 매니저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시사회에 늦겠습니다. 어서 가지요.”
[패션 앤 패션] 언론시사회.그간 고생했던 결과물을 직접 마주할 순간이 목전에 다가왔다.
“참 그리고, 바지 주름은 조금 정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 네!”
계단 오르내리기는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 * *
레드시네마 건대.
[패션 앤 패션] 언론 시사회장으로 쓰기 위해 대관한 8번관.그곳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시사회장이 얼핏 놀러 온 것처럼 유쾌한 것과는 달리, 가히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뜨겁다.
눈빛부터 날카롭다.
시장통처럼 나열한 기자들이 당장이라도 서로 칼을 뽑아 들고 싸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평소 형님 동생 하는 이 사람들이 왜 이럴까.
인사조차 안 나누고 뭐 하는 걸까.
그 이유를 말하자면, 당연하지만 이민기 때문이었다.
‘요즘 1티어는 이민기다.’
연달아 대박에 패션도 대박, SNS에서도 대박을 터뜨렸지.
게다가 최근에는 빌보드 스타와의 친분까지 과시했다.
하물며 신선하기까지.
배우로서 대중의 눈에 신선하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인데, 이 정도로 단기간에 몸집을 부풀린 거물이 또 있을까.
바보라도 안다.
‘이민기는 대세야.’
이민기의 이번 작품이야말로 어쩌면 한국 미디어계의 한 시대를 풍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옥의 흠이라면 황의성일까.
“그, 황의성 작품이니까 아무래도.”
한 기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역시.”
“황의성이니까요. 작품은 좋겠지만.”
그렇다.
황의성이라는 감독의 고질병이었다.
순수 작품성만 보자면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준이지만, 흥행 성적을 보자니 이름값이 아쉬운 것.
그것도 좀 많이.
“이민기는 역시 잘 나가는 작품에 가서 트렌드로 팔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요. 잘하면 천만 배우 타이틀도 노려볼 만한데.”
비슷하게 영화계 취재에서 친분을 만든 기자들이 이민기를 평가하듯 한마디씩을 던졌다.
사실, 천만 배우라는 게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일단 영화가 떠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뜰 영화일수록 좋은 배우를 기용하기 마련이다.
더 많은 투자가 몰린 작품일수록 명품 배우를 선호한다는 말이었다.
“허어, 왜 하필 황의성.”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기자들이 보기에 황의성 감독은 이민기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다.
그들은 이민기에게 예술 영화를 바라지 않으니까.
상업 영화로서 대중에게 평가받고 일약 스타덤에 오르길 바라니까.
“씁.”
“연기력도 좋은데.”
“아니지, 연기력이 좋으니까 황의성이 확 채간 거지.”
“그 곰 같은 늙은이가 배우 보는 눈은 또 예리해서.”
“전에 취재하려고 찾아가니까 촬영 중이라면서 문전박대한 거 알지?”
마침 황의성이 기자들에게 비호감으로 박힌 것도 있었고.
취재에 비협조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간다고 친절하게 접대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걸 기자라는 명함 아래 여태껏 당연하다시피 받아먹어 왔던 게 그들이기도 했으니.
“황의성도 이제 퇴물이지.”
“이민기가 아깝네.”
“패션 소재로 만든다는데, 한물간 사람이 패션같이 트랜디한 소재를 살릴 수 있을 리가.”
“쌍팔년도 동대문 시장이라면 또 모르겠네.”
“하하하, 그거 좀 재밌었수.”
“이민기가 작품 보는 눈이 별로인가 봐.”
그렇게 한참이나 작품보다는 작품을 찍은 사람들 이야기가 더 경쟁적으로 오가는 와중이었다.
“왔다.”
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모두의 입이 합죽이가 된 듯 한순간 멈추더니, 사바나 초원의 미어캣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영화관 출구 겸 입구 앞.
안개 위에 머무르는 달빛처럼 조명이 은은한 장소.
그곳에 한 남자가 비단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베이지색 코트를 걸친 채 서 있었다.
‘……!’
‘패션모델로 뜬 게 이유가 다 있었군.’
이민기였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배우 이민기입니다. 카페 델 디아 이후로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다음 한 마디.
그건 누가 듣든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제 커리어 최고의 영화를 준비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