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23)
운빨로 탑스타-123화(123/200)
제123화
결과가 나왔다.
오디션이 끝나고 단 하루.
합격자들에게 소식이 전달되기 전에 미리 합불을 받아본 이민기가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네요.”
“예, 이렇게 됩니다.”
서정우 이사가 입을 열었다.
“딱 실력만 보고 뽑으니 이렇게 되는군요.”
세 사람이 뽑혔는데, 그 만면이 모두 이민기에게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이민기가 그 이름을 천천히 되뇌어 보았다.
“탁 씨에 선아 씨에 지환 씨.”
그렇다.
정확하게 그가 추천한 세 사람이 JC 오디션의 최종 합격자로 남았다.
JC 측에서 영입한 오디션 지원자들은 전원 탈락.
특히 은기주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듯, 초장부터 자르고 본 듯했다.
‘이거 결과가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괜히 특혜 준 기분이네.’
이 이상야릇한 기분은 뭘까.
심정이 영 복잡하려니 서정우 이사가 입을 열었다.
“딱히 배우님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물은 아닙니다. 저희 JC 오디션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음,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그건 비밀.”
좀 아쉽다 싶은데, 서정우 이사가 말꼬리를 흐리더니 덧붙였다.
“입니다만, 이제 배우님도 JC와 앞으로도 쭉 함께 가실 분이니 말씀드려도 좋을 것 같긴 하군요.”
그가 빙그레 웃는 찰나 이민기가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여태껏 쭉 갈 사람이라.
여기에서도 영업을 시도하는 건가.
대화 구석구석 여지를 남긴다는 걸 느끼는 사이 서정우 이사가 말을 이었다.
“JC에는 구인모 대표님과 절 비롯해 오디션 결정권자가 총 다섯 명 존재합니다.”
“김아성 트레이너님도 포함인가요?”
“그분은 외부 고문이지요.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멤버는 아닙니다.”
은근히 선을 긋네.
서정우 이사가 말을 이었다.
“이번 오디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님의 의견을 참고했지만, 최종 결정권은 다섯이 전원 만장일치로 내렸지요.”
“만장일치를 내려야만 통과하는 건가요?”
“예, 배우님을 모셨을 때도 그랬습니다. 설령 대표님이 찬성해도 나머지 멤버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끝입니다.”
생각보다 어렵네.
오디션장에는 3명을 세워놨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뒤에 있는 미지수의 인원마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건가.
하긴, 그러니까 JC가 붙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
“혹시 그 다섯 명 구성 멤버는 어떻게 되나요?”
이민기가 호기심에 물어본 찰나.
“비밀입니다.”
서정우 이사가 작게 웃더니 답했다.
“결정권자가 누구인가 밝혀지는 것 하나로도 공정성에 결함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네요.”
진짜 철저하네.
정말로 사람 깐깐하게 뽑는구나.
비리가 개입할 여지라고는 도저히 없을 정도로.
하지만 저 말을 들으니 안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말로 실력으로 뽑혔구나.’
김탁과 유선아, 김지환 세 사람이 인맥 관계없이 실력으로만 뽑혔다는 게 확실해졌기 때문.
홀가분해진 이민기가 입을 열었다.
“결과 전달은 언제 할까요?”
“약 일주일 뒤입니다.”
“그러면요.”
조금 재밌게 전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 * *
극장에서 [패션 앤 패션]이 정식으로 개봉했다.
불과 세 작품 만에 인기 배우로 등극한 이민기와 한국 3대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황의성이 손을 잡았다지.
여기에 근래 해외까지 패션으로 큰 화제를 끌었던 유규언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을 도맡았기 때문일까.
[이건 무조건 본다]패션 앤 패션은 반쯤 예술성을 강조한 작품임에도 그 개봉 첫날부터 팬들 사이에서 열기가 남달랐다.
“진짜 재밌겠다. 그지.”
“난 재미 때문에 보러 가는 거 아닌데?”
“그럼?”
“이민기 얼굴 보러 가지.”
“하긴, 이민기는 얼굴만 봐도 재밌기는 해.”
개봉일 이른 아침.
조조 시간.
영화관은 한산한 듯하면서도 유독 패션 앤 패션의 표는 반쯤 동이 나 있었다.
그 탓에 이 상황이 영 못마땅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왜 다 자꾸 이민기만 찾는데.”
매점 알바가 그러했다.
“이민기 이민기, 이제는 이름 들을 때마다 귀가 닳는 것 같다.”
이민기가 싫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패션 앤 패션]은 이벤트로 세트 메뉴를 주문 시 이민기 포스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포스터로 이민기 화보를 계속 보고 있으려니, 슬슬 신물이 올라오는 것.
“왜 이렇게 인기가 많지? 나는 이런 얼굴은 타입 아닌데.”
마침 얼굴이 그녀의 타입이 아닌 것도 그러했고.
그런 그녀에게 동료 알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 왜요. 이민기 잘생겼잖아요. 연기도 잘하고.”
“다 애매하지.”
알바가 그 말을 탁 쳐내며 말했다.
“잘생기기는 했지만, 조각처럼 잘생긴 건 아니잖아.”
사실이다.
이민기의 얼굴은 눈에 꽂히는 배우상이되, 딱 보자마자 숨이 멎는 그런 느낌의 조각 미남 상은 아니었다.
“비율도 모델 할 정도인가……? 하면 모르겠고.”
이것 또한 사실.
이민기의 프로포션은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일반인 이상 프로 모델 미만이라고나 할까.
“음, 그래도 연기 잘하죠?”
“연기도 잘하기는 잘하는데, 연기력만 보면 더 잘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장 나이 많은 배우 중에서는 널렸잖아.”
이건 취향 문제.
하지만 비교 대상이 불공평했다.
이민기보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라면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견 배우들이기 때문.
하물며 그중에서도 이민기 수준의 비주얼을 같이 챙긴 사람이라면 가히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고.
“누나는 이민기 너무 미워하신다.”
“미워하기는. 그냥 인터넷에서는 너무 과대평가 됐다는 거지.”
알바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애초에 이번 패션 앤 패션만 해도 그래. 왜 다 이민기만 언급해? 포스터도 이민기 포스터만 받아 가고. 더 잘생긴 배우가 있는데.”
“그래요? 그게 누군데요?”
“왜, 이 사람.”
그 말에 알바가 포스터 한 장을 꺼내 들더니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빳빳한 고급 코팅 인쇄지 위에 나온 얼굴은.
“강세황?”
강세황 배우였다.
왜, 주인공 [이종호]를 모델 업계로 꼬드긴 아저씨 캐릭터 말이다.
‘여기서 강세황이?’
다른 알바를 누나라고 부르며 따르던 알바생의 머릿속이 휘청했다.
‘강세황이 미남 배우였나?’
아니지.
좀 지저분하고 인생의 때가 묻은 캐릭터라고나 할까.
마르고 무신경한 얼굴이 담배 좀 잘 피울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런 게 저 누나 취향이었나.
취향은 존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세황이 이민기보다 더 낫다니.
차라리 단역으로나마 참가했다는 허수오라면 또 모르겠다만.
“…….”
“강세황 배우님 봐 봐. 잘생겼고, 연기 잘하고, 젠틀하고. 이 정도면 한국 최고의 배우 아니야? 패션 앤 패션도 그냥 강세황 배우님이 주인공 해야 했다고 봐. 이민기보다 낫잖아.”
그렇다.
그녀는 강세황의 극심한 팬이었다.
당장 강세황뿐만 아니라, 어느 작품을 보든 중년 간지가 터지는 남자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도 있고.
“누나, 그럼 허수오는요?”
“뼈다귀는 별로.”
“키 크고 멋있잖아요.”
“고개 아파.”
참 소나무 같은 취향이다.
그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강세황의 포스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다 이민기만 받아 가잖아. 이게 대체 몇 장째야? 우리 배우님 포스터만 쌓이겠네.”
아, 그래서 이민기를 싫어했구나.
강세황 포스터는 남아도는데, 이민기 포스터만큼은 오전에 재고가 동이 날 기세로 팔려나가니까.
“누나, 존중할게요.”
“너도 강세황 필모 다 챙겨보자.”
“그건 조금…….”
“일 끝나고 우리 집 가서 정주행할래?”
좋다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농담이야. 가서 팝콘 좀 뒤집어.”
“쳇.”
아쉽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잠깐의 여유를 살려 잡담을 떠드는 와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아.”
카운터 쪽에서 한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여성 알바가 움찔 떨었다.
‘이크, 너무 잡담에 정신이 팔렸네.’
손님을 세워두고 이러면 안 되는데.
여성 알바가 작게 헛기침을 뱉으려니 손님이 메뉴를 불렀다.
“패션 세트 하나 주세요. 참, 콜라는 제로 콜라로 주세요.”
여기서 패션 세트는 [패션 앤 패션] 개봉 기념으로 극장에서 파는 특별 세트 메뉴를 의미한다.
평범한 팝콘과 콜라 세트지만, 특전 포스터를 준다는 게 차이점.
“네, 패션 세트 하나 주문받았습니다.”
또 이민기 포스터 받아 가겠지.
알바가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우선 주문 내역을 포스기에 찍은 순간이었다.
‘어?’
손님의 기색이 이상했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덮었다.
몸에는 헐렁헐렁한 검정 후드티 정도.
바지는 청바지.
어딜 보나 특별히 외모를 판단할 구석은 없었다. 외려 어디 자신감 없는 사람이나 도둑으로 보인다면 모를까.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멋있지?’
손님의 비주얼이 심상치 않았다.
머리는 딱 좋을 만큼 작았으며 슬쩍 보이는 눈빛에서는 선량한 기운이 흘러넘쳤으며, 어깨는 넓었다.
상반신은 헐렁한 후드티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역삼각형이 잡혔다.
길게 쭉 뻗은 두 다리는 얼핏 마른 듯했지만, 탄탄한 근육 라인이 잡혀 있었다.
게다가 목소리가.
‘엄청 귀에 박히네.’
발음이나 톤이 어마어마하게 선명했다.
주문 하나 받는데, 머릿속으로 갈증이 생겨버렸다.
저 얼굴 마스크를 벗겨 버리고 싶다.
분명히 잘 생겼겠지.
잘생겼는데 비율도 좋고 목소리까지 좋으니까 밖에서 인기 엄청나게 많겠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찰나였다.
“저기 혹시.”
조금 전까지 그녀와 농담 따먹기를 하던 직원이 우물쭈물하더니, 손님의 눈치를 살피는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하지만 손님, 혹시 이민기 배우님 아니신가요?”
“아.”
그 찰나였다.
손님이 작게 눈웃음을 짓더니, 마스크 위로 손가락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닮았다는 말 자주 들어요.”
“……!”
그 순간 여성 직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 무조건 이민기 맞다.’
절대적인 확신이 눈과 귀를 넘어 그녀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고작 눈이랑 몸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민기의 전신에서는 감추려야 차마 감출 수 없는 압도적인 아우라가 흘러넘쳤다.
‘혼자 조용히 영화 보러 온 건가?’
맞겠지.
조조 시간대에 혼자 왔다면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대박.’
배우라면 많이 봤지만, 실물이 이렇게까지 멋진 사람은 드물었는데.
“저기, 괜찮으세요?”
“아, 아, 실례했습니다. 네, 저, 그.”
목소리부터 배우다.
불과 대화 몇 마디에 순식간에 기세를 제압당한 그녀가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문하신 콜라랑 팝콘…… 포스터는 어느 걸로 드릴까요?”
“강세황 배우님으로 주세요.”
“……!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민기가 부드러운 인사말 인사말과 함께 자리를 떠난 뒤.
옆자리 알바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캬, 잘생겼네.”
그 말을 들은 여성 알바도 말했다.
“그러게…….”
* * *
매점에서 나온 이민기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팝콘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이 팝콘은 그냥 팝콘이 아니다.
건강에 나쁜 영화관 팝콘이다.
시즈닝을 듬뿍 발라서, 일단 몸에 집어넣으면 무조건 살찌는 팝콘.
이거 하나 먹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견뎌왔던가.
[팝콘 먹고 싶어? 먹어도 돼.]권준용 관장이 손수 마련한 수모를 말이다.
[대신 2세트 더.] [네?] [3세트 더.] [네?] [4세트 더.] [아.]그 희생을 떠올리려니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다.
하지만 견뎌냈다.
이민기는 추수절을 맞이한 농부가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을 바라보듯 이른 아침부터 가슴이 들떴다.
‘아, 오래도 기다렸다.’
특전 포스터도 너무 좋고.
강세황 포스터 받았으니까, 다음에는 허수오 포스터도 챙겨야지.
사실, 팝콘도 팝콘이지만 오늘 하루가 신나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날만 기다려 왔지.’
패션 앤 패션을 영화관에서 볼 기회니까.
이민기의 가슴이 흥겹게 달아올랐다.
사전에 완성본을 전달받아 보긴 했다만, 개봉일에 극장에 와 일반 관객들과 한데 엮여서 보는 건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기 때문.
특히, 조조로 봐야 느낌이 산다.
원래는 지인들과 보러 왔지만, 이번에는 혼자 방문했다.
왜냐고?
다 같이 오면 이목이 너무 쏠려서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울뿐더러.
남들이랑 다 같이 보는 건 따로 한두 번 더 보면 되니까.
‘원래 잘 만든 영화는 다섯 번씩 봐야 제맛이지.’
타고난 시네마필 기질을 1도 못 죽이고 살아가는 이민기였다.
‘앞으로 3분 정도 남았네.’
그가 영화관에 입장하고 상영을 기다리는 찰나였다.
“야, 이번 영화 말인데.”
뒷좌석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명이나 볼 거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