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24)
운빨로 탑스타-124화(124/200)
제124화
얼마나 볼 것 같냐.
배우로서 간과하기 어려운 화제에 이민기의 귀가 쫑긋 솟더니 뒤쪽 관객들의 대화로 향했다.
“글쎄? 이민기니까 못해도 300만은 넘기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번 영화의 성적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한 남자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난 500만에 건다.”
500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지간한 상업 전문 영화감독이 만든 블록버스터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건 황의성 감독이 만든 준 예술 영화라서.
영화 퀄리티에는 자신 있지만, 흥행 성적은 별개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500만은 진짜 잘하면 찍을 수도 있겠네.’
생각만 해도 즐겁기는 하다.
이민기가 작게 웃는 순간이었다.
“받고 1,000만 거시죠.”
“……!”
혜성처럼 튀어나온 반박에 이민기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1,000만?
1,000만은 좀 세지.
아무리 그래도 1,000만은 1년에 두세 작품 나올까 말까 한 성적인데.
[패션 앤 패션]처럼 흥행에 불리한 작품이 1,000만은 조금.“에이, 1,000만은 오버다.”
“그래?”
“영화 좀 보다 보면 흥행 성적도 감이 오는데, 1,000만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운이 좋아야지.”
운이라.
운은 조금 자신 있는데.
하긴, 1,000만은 업계인들 사이에서 하늘이 점지해 주는 숫자라고 불리기는 한다.
“야, 이민기에 황의성인데 뭐 어때. 가능성 충분하지.”
좋게 봐 주셔서 감사.
영화관만 아니었다면 감사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이민기가 요즘은 1티어잖아. 1티어 배우면 천만 관객 한번은 찍어야지.”
와우.
이민기가 내심 짜릿한 기분으로 대화를 엿듣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보통 배우들 몇백만 관객 달성하면 뭐 한다고 이벤트 걸지 않나?”
다른 떡밥이 나왔다.
“그렇지?”
“왜 이민기는 아무것도 안 하지.”
그렇네.
마침 떠올린 김에 뭔가 하나 해 볼까.
이민기의 뇌가 광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는 찰나.
[탁] [투두둥! 퉁!]몇몇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더니, 이내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 분.
주인공 [이종호]가 닳은 옷을 벗어 던지고, 제대로 된 옷을 갈아입는 장면.
“……와.”
뒷좌석에서 일제히 감탄이 흘러나왔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뿌듯할 수밖에 없는 감탄이었다.
* * *
[패션 앤 패션]이 전국에서 성황리에 조조 상영을 마쳤다.그와 동시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상문이 차례차례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포x) 패션 앤 패션 보고 왔다.] [스포 없음) 이민기 대체 뭘 찍은 거냐?] [패션 앤 패션 ㄹㅇ 생각보다 개쩌는데?]그 반응은 당연하지만.
[이민기 패션 화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중간에 옷 몇 벌이나 갈아입나 확인해 봤는데, 대충 17벌에서 숫자 세는 거 포기했음.
계속 갈아입는데 다 쩔더라.]
평가가 좋았다.
[유규언인가 하는 디자이너가 같이 협업했다고 했나? 왜 그걸 홍보까지 하나 했는데 충분히 이해했음.진짜 옷 사고 싶다.]
일관적으로 좋은 평가들의 세례.
[옷만 입으면 사람이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지킬 앤 하이드 생각나서 소름이 확 솟아오름] [보면서 이민기가 정말로 이중인격인가 의심스러웠음] [ㅋㅋㅋㅋ 너희들 진짜 패션 앤 패션은 존나 봐야 돼] [패디과 다니는 동생이랑 같이 보러 갔는데 눈에서 빔 나가는 줄 ㅎㅎ]사실, 황의성 감독의 영화의 각본 자체는 언급이 적었다.
그만큼 [패션 앤 패션]의 전개 자체는 썩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천재의 비극.
모차르트부터 시작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꾸준히 다듬어져 왔던 소재이니 더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전개는 평범한 축이었다.
그 대신.
[이건 화보가 맞다]모든 역량을 시각에 쏟아부은 결과, 압도적인 연출과 영상 퀄리티로 모든 걸 압도했을 뿐이었다.
육각형이 아니다.
삼각형인데, 삼각형이 모서리를 뚫고 저 너머 우주로 뻗어가 버렸다.
그만큼 비주얼로 보여줘야 하는 게 많은데.
[눈이 쉴 틈이 없음] [화장실 다녀오기가 무섭더라] [ㅋㅋㅋㅋ 장면 바뀔 때마다 다음에는 무슨 옷 입을지 기대하면서 봤음]이 부분이 이민기, 유규언과 맞물리며 확실한 캐미를 터뜨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좀 이야기가 어두움] [보면서 계속 불길함 스멀스멀 ㅜ] [장르를 패션 스릴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포스터는 밝아서 좀 당황했어]호불호를 언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완성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 만큼은 의심할 수 없었다.
[패션 앤 패션]에 강한 불호를 드러내는 관객들조차도, 이번 영화가 성공하리라는 의견만큼은 일치할 정도로. [500만 갈 듯] [잘하면 1,000만 본다] [1,000만은 어렵지. 장르가 장르인데] [그만큼 퀄리티가 받쳐줌] [퀄리티만 보면 어지간한 1,000만 작품급인 거 ㅇㅈ] [황의성인데 당연하지 ㅋㅋㅋㅋ]사실, 영화라는 건 제작진이 아무리 공들여 만들었다고 한들, 극장 스크린에 올려놓기 전까지는 흥행 성적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한다.
관객들도 모른다고 하는가.
제작자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누구나 자기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
자기 작품을 대충 찍는 감독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에 확신만큼은 가질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 작품에 취해버리기 때문이었다.
취한 사람은 눈앞을 볼 수 없다.
입에서 내뱉는 말의 옳고 그름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그저 취하지 않은 사람들의 객관적인 성적표를 조심스레 열어볼 수밖에.
성적표.
[패션 앤 패션]의 성적표는. [패션 앤 패션 첫날 관객 45만 명]가히 첫날부터 기록적인 수치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민기 x 황의성 효과 통했다] [예술 영화에도 봄은 오는가?] [메이저를 떠나 니치 마켓을 공략하다]* * *
[패션 앤 패션]이 충분한 개봉일 스코어를 거둔 다음 날.영화 홍보차 [스타 매거진]의 인터뷰를 받으러 가는 길.
자동차 핸들을 붙잡은 박한모 매니저가 룸미러를 통해 이민기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배우님께서도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첫날 한정으로 보자면 현 추이는 대박이 확실하긴 합니다.”
긍정적인 뉘앙스였다.
하지만 박한모 매니저는 언제나 말에 해석의 여지를 둔다.
마치 문제를 던지듯이 말이다.
이민기가 저 말 뒤에 숨겨진 진의를 골똘히 생각해 보고는 입을 열었다.
“첫날 한정이라는 부분이 조금 밟히는데요. 또 현 추이라는 부분도.”
박한모 매니저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민기는 정답에 가까이 근접했다는 걸 느끼며 마저 말을 이었다.
“이후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예.”
박한모 매니저가 크게 핸들을 꺾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개봉 당일에 한해서는 영화 자체의 퀄리티보다, 마케팅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니 말입니다.”
“흠.”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누르는 것 같다고나 할까.
평소 현실적인 조언 위주로 건네는 박한모 매니저답다고 느끼는데, 그가 작게 웃더니 말했다.
“물론, 그만큼 이민기 배우님의 가치가 자랐다는 말도 됩니다.”
“제 몸값이요?”
“황의성 감독님의 영화는 수익 기대성이 낮으니, 자연히 배급사들도 홍보에 그만큼 공을 적게 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45만이라는 숫자란 곧.”
끼익.
빨간불을 맞이한 자동차가 건널목 위에 멈춰섰다.
그제야 박한모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이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민기 배우님이 스스로 거대한 전광판이 되어 주신 결과물이겠지요.”
그런가.
45만이라는 숫자 속에서 내 이름값이 컸다는 건가.
좋게 평가해주는 게 기쁘기는 한데, 순수하게 기뻐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박한모 매니저는 그런 사람이니까.
아직 함정 카드가 있을 것 같아 말을 고르는 찰나였다.
“황의성 감독님이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들의 흥행 추이를 보면, 초반 흥행은 약해도 지속력이 굉장히 훌륭한 축입니다. 긍정적으로 보셔도 좋습니다. 이번에는 초반 흥행이 이례적으로 좋으니.”
박한모 매니저가 이례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평소 일침 위주로 던지는 그이지만, 이런 좋은 날에도 그런 태도를 고수할 만큼 냉정하지는 않았다.
또, 실제로도 성적이 좋은 것도 있고.
‘지금 흐름이 이어진다면 성적이…… 아니지, 굳이 입밖에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군.’
긍정적인 말은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였다.
기대감이 과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듯, 너무 긍정적인 말 또한 종이 한 장 차이로 징크스가 될 수 있으니까.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도 않는다.’
이민기에게 굳이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을 삼키는 참이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공약을 걸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공약 말씀이십니까?”
“네, 매니저님이랑 JC는 제 장점이 화제성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뭔가 떠올리기라도 한 건가.
박한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을 기다리는 사이 이민기가 화제를 이었다.
“그래서 공약을 걸어 보자는 거죠. 관객 몇 명 돌파하면 뭐 한다든지 그런 거 있잖아요. 500만 돌파하면 팬미팅 한다거나. 어디 병원에 기부한다거나.”
흔히 있는 일들이었다.
작중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영화 홍보차, 특정 관객 수를 돌파하거든 뭔가 하겠다며 공약을 거는 거.
“흠, 나쁠 건 없습니다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매니저님이 말씀해 주셨잖아요. 황의성 감독님은 유지력이 좋다고.”
“예, 그렇습니다만.”
“유지력이 좋다면 좋을수록, 어떻게든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만 한다면 힘이 되겠죠. 그러기 위한 공약이에요.”
흥행에 조금이나마 손을 거들고 싶다.
영화 속에서는 할 만큼 했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까 이제 밖에서도 한몫하면 또 어떨까.
물론, 이민기의 경우에는 흥행의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흥미 문제가 컸다.
‘공약, 나도 걸어보고 싶었지.’
그렇다.
옛날 하꼬 시절, 성공한 배우들이 공약 거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공약이 뭔가.
자기 행동을 미끼 삼아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봐 달라고 호소하는 행동 아닌가.
‘그게 다 인지도에 자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말씀이야.’
어중간한 배우가 공약을 걸어 봐야, 그건 울림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는다.
공약이라는 것에 무게추를 얹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인지도.
그것도 절대적인 인지도였다.
배우 이름 하나로 대중을 극장으로 달려가게 할 만큼의 인지도.
최근, 이민기가 손에 넣은 그것이었다.
“흠, 운전 그지 같…… 버릇이 나쁘군요.”
박한모 매니저가 인상을 쓰더니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깜빡이를 안 켜고 들어오길래.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저희 보험 있죠?”
“보험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쪽이 문제입니다.”
“왜요?”
“배우님이 만에 하나 다치셨다가는, 저쪽에서 배우님의 작년 수입에 근거해서 배상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
“아마 일반적인 사람의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겠지요.”
내가 그렇게까지 몸값이 뛰었나.
이민기가 작게 헛웃음을 짓고 있으려니 박한모 매니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저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아무튼, 나쁠 건 없습니다. 납득했습니다. 그래서 거실 공약이라면?”
“그게 말인데요.”
마침 생각을 해 두기는 했다.
오히려 생각을 너무 많이 했지.
하고 싶었던 게 많아서.
좀 과감하면서도, 확실하게 화제가 될 만한 거.
이민기가 악동마냥 작은 장난기마저 느끼며 입을 열었다.
“광화문에서 팬 미팅 한번 어떨까요?”
“광화문에서?”
“네, 사람들 최대한 많이 볼 수 있게끔.”
여기에 또 작게 곁들였다.
“저도 이제 팬클럽 있잖아요.”
있으면 써야지.
또, 겸사겸사 해결할 일도 하나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