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tar by Luck RAW novel - Chapter (126)
운빨로 탑스타-126화(126/200)
제126화
“……저게 뭐야?”
말 그대로 탈이었다.
탈을 쓴 남자 한 명이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나서는, 한복을 입은 채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한 손에는 나무 지팡이를 든 채로.
흔히 한국식 풍류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 세련됐네.’
세련됐다.
마냥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게 아닌, 확실한 각이 잡힌 춤.
구상은 한국의 전통 무용에서 따왔되, 그 골자에는 현대적인 박자와 웨이브, 브레이크가 섞인 춤이 분명했다.
“잘 추네.”
생각보다 괜찮았다.
테크닉을 따지기 전에 근본적으로 춤선이 좋다고나 할까.
“플래시몹 같은 거 하나?”
“느낌 좋고.”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내 광화문을 둘러싼 관객들은 탈춤 아닌 탈춤에 빠져들었다.
플래시몹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잠깐 당황스럽다가도, 즐기게 되는 것.
현대인들은 더 이상 이런 사소한 이벤트에 놀랄 만큼 간이 약하지 않다.
하지만 정작 그 춤을 추는 당사자는.
‘……이거 괜찮은 거 맞나?’
탈로 가린 얼굴에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상황이었다.
여유로운 몸짓과는 달리 혀끝에서는 죽을 맛이 감돌고, 탈에는 벅찬 호흡 탓에 물기가 맺혔다.
‘일단 부르니까 오긴 왔는데…….’
누가 불렀을까.
바로.
‘배우님은 어디 계시지?’
이민기가 불렀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민기면 광화문에 오셔서 탈춤 추신다고 하셨던 댓글 재밌게 읽었습니다.]카페에서 댓글을 단 탓일까.
이민기가 쪽지를 보내 연락처를 묻더니, 오들오들 떨던 찰나에 대뜸 광화문으로 불러냈다.
[한번 정말로 해 주시면 어떨까요?]눈치 주는 걸까 진심일까.
안 그래도 이민기의 인증 글을 보고는 명치를 세게 맞은 듯 숨 막히는 와중인데 저런 반응이니, 영 웃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켕기는 게 있을뿐더러, 명색이 그의 최애 연예인 아니겠나.
[광화문에서 정말로 뵙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제가 밥은 정말 맛있게 사겠습니다.]부른다니까 왔다.
아니, 안 올 수가 없었다.
카페에서 향후 두고두고 놀림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
탈춤을 따로 춰 본 적은 없지만, 다행히도 전공이 춤이었던지라 열심히 연습해서 느낌까지는 간신히 익혔고.
‘으으으, 설마 나 혼자만 계속 이러는 건가?’
문제는 쪽팔림이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부른다고 했는데.
아니, 그 전에 이민기 본인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가 불렀잖아.
지금 나한테 수치심을 선사하는 건가.
카페에서 댓글 하나 잘못 달았다고, 대 국민 수치쇼를 벌이려는 건가.
광화문 한복판에서!
‘으아악! 이제 슬슬 준비한 춤도 끝나가는데!!’
그렇게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쿵쾅쿵쾅 뛰는 와중이었다.
쿵-
압도적으로 큰 울림이 터져 나왔다.
8기통 엔진처럼 뛰던 심장이 마침내 폭발이라도 해 버린 걸까.
마치 심장이 늙어버린 바위처럼 멎어버리는 것만 같았지만.
쿵-
아니었다.
그 뒤로 느긋하게 따라오는 소리가 있었다.
덩기덕-
쿵-
드르르르-
드럼 소리였다.
‘드럼?’
심장을 두드리는 것처럼 묵직하면서도 청명한 소리.
그런 소리가 관중들 사이 어딘가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자니 드럼조차도 아니다.
“장구?”
“저거 장구 아니야?”
그렇다.
말 그대로 장구였다.
한국형 드럼이라고 볼 수 있을 장구.
사물놀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법한, 그런 장구를 누군가가 어깨에 걸쳐 매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타다다다다닥!
쿵!
덩기덕! 다라라라라라!
광화문 한복판에서 신명 나게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
“뭐지?”
“일행인가?”
슬슬 관중들이 술렁거리는 기세가 자라났다.
엄밀히 말해서, 이들의 태반은 이민기를 보러 왔다.
150만 공약을 달성한 이민기가 여기에서 팬미팅을 보여줄 것을 생각하고 온 참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민기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사물놀이 판을 벌이고 있다니.
생각할 수 있는 구석은 단 하나뿐이었다.
“같이 짜고 온 거 아니야?”
“관종이네.”
저 둘이 처음부터 인지도를 목표로 몰린 관종이라는 것.
“사람 많이 모인 곳이라고, 남 팬미팅장에서 뭐 하는 거야?”
바야흐로 이름만 알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는 세상이다.
부천역 광장 앞은 BJ들이 점령하고 있다 하지 않나.
추운 날씨에 헐벗은 여성 BJ들이 길바닥에서 트월킹을 추는가 하면,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남성 BJ가 가게 유리를 깨버리기도 한다.
어떻게든 화제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으로.
그러니 저들의 행보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물론 당사자들은.
‘저 사람 누구야.’
나도 모르고.
‘나 혼자만 오는 게 아니었나?
너도 모른다.
두 사람 모두 영문을 모르는 참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여기에 온 이유는 같았고.
‘나는 이민기 보러 온 건데.’
이민기다.
이민기가 불렀으니까 쓸개 씹어먹는 기분으로 왔지, 결코 인지도니 뭐니 그런 걸 바라고 온 게 아니다.
고통은 나누면 절반, 감사는 나누면 두 배라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싸해진 관중들의 시선에 두 배로 증폭된 수치심을 나누는 와중이었다.
“웃차.”
그 사이로 누군가가 합류했다.
이민기였다.
“……!”
한참이나 모습을 드러낼 기미조차 안 보이던 이민기가, 난데없이 난장판 한복판에 몸을 드러낸 것.
‘마침내!’
‘와, 와, 와, 진짜 이민기, 실물, 와!’
한참이나 원맨쇼, 아니, 투맨쇼를 펼치고 있던 두 사람이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만큼 감격했다.
이제부터는 뭘 할까.
본격적으로 팬미팅을 시작하고 우리를 구해주는 거 아닐까.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수고했다고 따스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찰나.
“어우, 날씨가 좋네.”
이민기가 태연하게 시작한 어지간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 버너?”
“삼겹살?”
그렇다.
이민기는 광화문의 좋은 자리에 앉더니, 가스버너를 꺼내서 불을 지폈다.
그리고는.
치이이익-
때깔도 좋은 대패 삼겹살을 노릇노릇 굽기 시작한 것이었다.
“갑자기?”
“아니, 왜 여기서 삼겹살을.”
“맛있겠다.”
어찌 됐든 춤을 추던 사람은 계속 추고, 장구를 치던 사람도 계속 춘다.
거기에 난입한 이민기의 삼겹살 굽는 소리가 장구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후, 후, 후, 어우 잘 익었다.”
그 중앙에 앉은 이민기는 보란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기를 굽기를 잠시.
그것을 집어다가는 쌈장에 푹 찍더니 입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이어 외쳤다.
“크으!”
본능적인 감탄사였다.
‘존맛.’
당류 제한한다고 어지간하면 못 먹게 하는 쌈장이다.
권준용 관장의 통제를 벗어나서 먹는 삼겹살은 이리도 달콤했다.
물론.
[좋지, 스쿼트 1,000번 더 채운다면.]미래를 담보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뭐 하는 거지?”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남들에게는 영문 모를 행동이었고.
하지만 아직 이들은 몰랐다.
저 기묘한 퍼포먼스조차 아직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비보이?”
누군가가 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전거?”
곧 자전거를 타고 그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롱보드?”
보드를 탄 사람 하나가 등장해 댄싱을 치기 시작했다.
“…… 저건 좀 평범하네.”
누가 와서 기타를 친다.
장고와 합을 맞춘 듯 깔끔하게 멜로디가 맞아 떨어졌다.
이어서.
“저 사람은 왜 저기 퍼질러져서 자냐.”
한 명은 아예 낚시 의자를 들고 오더니, 빈 허공에 낚싯대를 겨누고 돌바닥 낚시를 시작했다.
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광경.
“이게 무슨 난장판이래.”
“도저히 감이 안 오네.”
“여기가 대한민국 616인가?”
도통 정체를 도저히 모를 행렬 속에서, 유독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게 있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공유하고 봐야겠다.’
바로 관중들의 손가락이었다.
* * *
눈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상적으로 보기 힘든, 아니, 어쩌면 평생 한 번이라도 볼지 모를 일이 말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잘은 몰라도 일단 세상 모두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광화문 현재 상황.jpg] [이민기 팬미팅 실시간.txt]일단은 퍼 나르는 게 급선무였다.
불과 몇 분.
몇 분 사이에 광화문 광장의 온 인터넷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광화문에서 장구랑 기타 치는데, 그 사이에서 이민기가 삼겹살 굽고 있음.잠자는 사람이랑 롱보드 타고 묘기 부리는 사람도 있고.
막 탈춤 추는 사람도 나옴] [ㅈㄹㄴ] [ㅋㅋ 입이 뚫렸다고 나오는 대로 막 말하네] [그걸 누가 믿음?] [나 현직 광화문 앞 회사 다니는데 창문 밖 보니까 저거 맞다] [ㄴㄴ 응~ 안 믿어~]
현실적으로 저런 말을 누가 믿겠는가.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안 믿지.
SNS에서 관심을 받으려는 수작이라 해석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진짜네?] [이왜진(이게 왜 진짜의 줄임말)] [??] [?????????]이민기가 고기를 굽고 있다.
그 뒤로 탈춤을 추는 사람이 있으며, 장구를 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고 있다.
롱보드로 댄싱을 치는 사람도, 자빠져서 잠든 사람까지 있다.
[환장하겠네.]이미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니 그만해도 될 것 같다만, 안타깝게도 충분이라는 건 상대적인 가치인 듯했다.
탁! 탁! 탁! 탁!
나중에 가서는 줄넘기를 뛰는 사람.
“애아뽀으…… 파인애아뽀으…… 이그저스티드…….”
책상을 피고 공부하는 사람.
노트북과 모니터를 들고 와서는 맨바닥에 앉아 게임을 하는 사람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난장판을 피우는 가운데.
슬슬 관객들도 짐작하기 시작했다.
‘이거 그거다!’
어느 순간, 몇몇 관객들의 추측이 마침내 돌고 돌아 진실에 도달했다.
‘진짜로 하네.’
‘와, 말로만 그러지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이민기가 팬카페에서 인증 글을 썼는데, 그걸 아무도 안 믿었다지.
오히려 네가 이민기면 자기가 최유창이라면서 비웃기만 했던가.
그렇게 어그로라며 잔뜩 까고 봤더니, 정말로 이민기 본인이 맞았다.
이미 배우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진 일화였다.
아니, 인터넷 커뮤니티로 널리 퍼져나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쟤네 진짜로 나타나는 거 아님?] [이민기인 줄 알았으면 했겠냐고 아 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그게 정말로 실현되다니.
가히 광화문 혼돈이라 불려 마땅한 광경 속에서 속으로 웃음 짓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이민기였다.
‘일단은 화제부터 퍼뜨리고 본다.’
그렇다.
지금, 이 난장판 자체가 이민기의 팬미팅 퍼포먼스였던 것.
‘이쯤 되면 기사가 안 날 수가 없겠지.’
최근 깨달은 게 있다.
화제란 자극에서 시작된다는 것.
마련해 놓은 컨텐츠의 질이 아무리 좋은들, 우선은 눈길이 가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준비한 콘텐츠였다.
많은 사람의 눈과 귀에 우선 들어오게 만드는 것.
안 된다면, 강제로라도 그렇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모인 사람들이 하나하나 약속 지키려고 나왔다니, 한 번쯤 눈여겨볼 수밖에 없겠지.’
이번 행사.
단순히 우연으로 일어난 게 아니었다.
팬카페에서 댓글 달았던 사람들에게 전부 개별로 연락을 취했다.
기왕 단 댓글이니 정말로 나와 달라고.
행사를 마친 뒤에는 전부 밥도 사주겠다며 불렀다.
처음에는 부른다고 올까 싶었다.
한두 명이라도 좋으니, 얼굴만 비춰줘도 좋겠다는 생각 또한 있었다.
‘온다고 해 놓고 도망치더라도 원망하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조금이나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짜요???] [저 친구들한테 자랑해도 돼요?]팬카페 사람들이 누구겠는가.
하나하나가 이민기의 팬이었다.
평소 애타게 추종하는 배우 본인이 직접 만나서는 밥 사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는가.
‘각이다.’
인생의 단 한 순간을 대비하듯 칼을 갈고 준비해야지.
못 하더라도, 할 줄 알게 돼야 한다!
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저 멀리 찰칵거리는 기자들도 이민기의 안배 범위 안이었다.
우연히 방문한 게 아니다.
이민기의 팬미팅이라는 화제를 챙기기 위해 직접 온 사람도 있지만, JC에서도 자체적으로 초청했다.
‘이번 퍼포먼스, 분명 기자들이 멀리멀리 퍼뜨리겠지. 운 좋으면 인터넷에서도 많이 퍼질 테고.’
그리고 운.
이건 최근 그에게 있어서 가장 자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민기마저도 아직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
“……?”
관중 사이.
한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이민기가 부른 사람이 아니었다.
하물며 연락이 닿은 사람조차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아는 사람이었다.
‘최유창 선배님?’
최유창, 대한민국에서 유명하기로는 손에 꼽을 천만 배우가 관객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동네 마실 나오듯.
한없이 여유롭게.
‘고기?’
한 손에는 한우 투쁠 300g 팩을 들고.